오선우는 기록실 열쇠를 주머니에서 꺼내기 전에 서랍부터 비웠다. 오래 쓴 연필과 낡은 자, 개인 메모장이 나왔다.
공식 자료는 이미 분류돼 있었다. 개인 메모 가운데 출처를 확인할 수 없는 문장은 폐기목록에, 필요한 연락은 담당에게 넘겼다.
기록실 열쇠는 오래전부터 선우 혼자 가진 것이 아니었다. 관리자 둘과 비상 보관함에도 같은 열쇠가 있었다.
그날 인계는 상징적인 은퇴식이 아니었다. 누가 일상 열람·수정·교육 책임을 맡을지 유급 계약이 바뀌는 절차였다.
강유나는 스무 살에 연합 첫 회의 수령표를 맡았다. 이제 스물여섯의 선임 기록자로 공개모집과 공동 심사를 통과했다.
그의 계약에는 근무시간, 임금, 개인정보 책임, 이해충돌 회피와 휴가 때 대체자가 적혀 있었다. 열쇠를 받는 일이 무제한 봉사를 뜻하지 않았다.
선우는 인수표 첫 칸에 자료 수를 쓰지 않았다. 아직 닫히지 않은 시정과 이의, 열람 만료를 먼저 적었다.
삼 년 감사에서 남은 시정 열네 건 가운데 열한 건은 끝났다. 세 건은 관리비 환급, 야간 연락망과 가족노동 계약 정비였다.
유나는 완료 표시마다 확인자료를 대조했다. 환급 예정이라는 공문만 있는 한 건은 완료가 아니라 지급 대기로 돌렸다.
선우는 그런 수정을 자기 평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수자는 이전 담당자의 체면을 지키는 사람이 아니라 기록 상태를 확인하는 사람이었다.
둘째 칸은 원본 위치였다. 동화4, 화양2, 청림3, 백운1, 매화6과 산수역뒤 원본은 각 지역에 있었다.
송정시장 자료는 정보 협력 부록으로 따로 관리됐다. 연합 의결기록과 섞이지 않게 접근권한이 달랐다.
기록실에는 공개본, 감사 확인과 목차만 있었다. 개인 이름·연락처·세부 계약은 지역 제한본에 남았다.
유나는 열람 계정 목록을 확인했다. 계약이 끝난 외부 검토자 두 명의 권한이 하루 더 살아 있었다.
즉시 닫고 사고로 기록했다. 실제 열람은 없었지만 만료 자동화와 수동 확인이 모두 왜 놓쳤는지 조사했다.
선우는 자기가 마지막 날 살펴봤어야 했다고 말했다. 유나는 개인 반성만으로 끝내지 않고 계정 생성자와 종료 담당을 분리하는 시정안을 냈다.
셋째 칸은 산식과 오류였다. 선우가 만든 청림3 초기 표 가운데 최종 판정과 달라진 세 필지가 표시돼 있었다.
그는 야간 작업장을 늦게 찾은 이유와 실제 사용 종료를 잘못 예상한 근거를 설명했다. 유나는 말 대신 당시 조사일정과 수정 이력을 연결했다.
정답만 남기면 다음 조사자가 같은 빈틈을 배울 수 없었다. 틀린 값도 공개범위 안에서 이유와 함께 보존했다.
넷째 칸은 이해충돌이었다. 선우의 청림3 개인 자문 계약과 회피 기록, 종료 확인이 있었다.
유나도 동화4 교육계약 당사자였다. 교육사업 선정·감사 때 다른 기록자가 역할을 대신할 대체표를 인수문서에 붙였다.
열쇠를 받은 사람이 모든 문을 열 수 있어도 모든 판단을 해서는 안 됐다. 물리적 접근과 의결권을 분리했다.
다섯째 칸은 보존기간이었다. 법률 이의가 끝난 자료와 계속되는 임대·감사 자료의 기간이 달랐다.
삭제는 공간을 비우는 일이 아니었다. 당사자 통지, 분쟁 보류와 감사 필요를 확인한 뒤 목록과 시각을 남겼다.
선우는 자기 메모장을 보존해 달라고 하지 않았다. 공식 근거로 쓰인 페이지는 이미 출처와 함께 복사됐고 나머지는 개인 기록이었다.
유나는 폐기 전에 공식 자료와 겹치는지 두 사람이 대조하게 했다. 선우 혼자 지우거나 유나 혼자 남기지 않았다.
마틴은 수선교육 기록 인계를 확인하러 왔다. 교육생 출석보다 유급 실습시간과 장비 안전점검이 맞는지 물었다. 산수역뒤에서 복구한 두 노동자의 명부는 공개본과 제한본이 나뉘어 보관됐고, 작업을 거절한 사람의 이름은 기사에서 빠져 있었다.
새 현장 책임자 윤재성은 화양2 중지 연락망의 다음 갱신일을 확인했다. 그는 윤태식의 뒤를 이은 사람이었지만 그의 공과 책임을 물려받은 후계자로 불리지 않았다. 자기 계약과 서명으로 평가받는 별도의 책임자였다.
윤태식은 마지막으로 작은 봉인함을 들고 들어왔다. `HN-T1-04` 원본 저장장치와 종이 명단의 보관 이력을 공공 기록실에 넘기는 날이었다. 그는 이미 현장소장 직무 배제와 손해분담 결정을 이행했고, 앞으로도 노동자 명부를 단독 승인하는 자리에 서지 않기로 한 제한을 받아들였다.
선우는 자료를 냈으니 이제 책임이 끝났다고 말하지 않았다. 유나도 과거에 잘못했으니 영원히 아무 일도 맡을 수 없다고 쓰지 않았다. 윤태식은 독립 감독 아래 유급 안전교육의 기술 설명만 할 수 있었고, 자기 사건을 모범담으로 강의할 권한은 없었다.
“제보자라고 적지 마시오.” 윤태식이 인계표를 읽다가 말했다. “원본을 늦게 낸 사람이라고 먼저 써요.”
강유나는 그 문장을 그대로 쓰지 않고 결정문과 대조했다. `원본 보존·제출`과 `수정본 전송·지연 공개 책임`을 서로 다른 줄에 적었다. 한 줄의 선행이 다른 줄의 잘못을 지우지 못하게 했다.
윤태식은 두 줄 아래에 서명하고 봉인함에서 손을 뗐다. 오래 쥐고 있던 자료는 협상 카드도 면죄부도 아니게 됐다. 제한본 열람권은 감사자와 당사자에게 넘어갔고, 그의 개인 사본은 입회 아래 폐기됐다.
이나경은 기록실 예산을 설명했다. 임대료, 유급 기록자 둘, 백업·보안, 공개회의와 감사비가 분리돼 있었다.
주민 협동조직 자금이 부족하면 선임 기록자 임금을 미루는 방식은 금지돼 있었다. 업무량 축소와 공공 계약 재협상이 먼저였다.
미라는 인계식에 대표로 앉지 않았다. 이전 운영자로서 장부 보관과 공동체의 공개 약속을 확인하는 서명만 했다.
최세령도 순환 조정 계약을 끝낸 지 오래였다. 그는 외부 감사자로 인수표 표본 세 건을 대조했다.
장하늘은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었다. 유나는 열쇠를 높이 드는 장면 대신 인수표와 역할표가 보이는 각도를 허락했다.
기사 제목을 `선우의 후계자`로 쓰지 말아 달라고도 했다. 선우의 권위를 물려받는 것이 아니라 계약과 책임을 이어 맡는 일이었다.
하늘은 `기록실 새 선임 기록자`라고 썼다. 선우의 경력과 유나의 채용과정을 각각 설명했다.
공개모집에서 떨어진 지원자 한 명은 유나가 내부자라 유리했다고 이의를 냈다. 심사점수와 이해충돌 회피, 경력 산정을 제한 열람으로 검토했다.
감사자는 경력점수 한 항목의 설명이 부족하다고 봤다. 점수 결과는 같았지만 산정 기준을 고치고 지원자에게 답했다.
유나는 그 이의를 불편해하지 않았다고 말하지 않았다. 다만 자기가 기록을 맡으려면 자기 채용 기록도 같은 검증을 받아야 했다.
선우는 마지막으로 열쇠 보관함 번호를 읽었다. 비상 봉인 상태와 개봉기록, 분실 때 중지 절차를 확인했다.
실제 열쇠 세 개 가운데 하나의 이빨이 닳아 문이 잘 열리지 않았다. 마틴은 복제부터 하지 않고 자물쇠 상태를 점검했다.
잠금장치 자체가 오래돼 교체가 필요했다. 새 자물쇠를 설치하면서 이전 열쇠 폐기와 새 수령자를 기록했다.
그래서 선우가 넘긴 것은 낡은 금속 한 개가 아니었다. 새 열쇠와 함께 누가 왜 열었는지를 남기는 절차였다.
유나는 새 열쇠로 문을 열고 첫 업무를 했다. 관리비 환급 대기 한 건의 지급증을 확인해 상태를 완료로 바꿨다.
환급받은 입점자는 금액이 맞지만 설명문 수령일이 틀렸다고 알렸다. 유나는 지급 완료와 통지 오류를 분리해 하나만 닫고 다른 시정은 계속 열어 뒀다.
새 대체 기록자는 그 수정 과정을 옆에서 확인했다. 선임 한 사람이 휴가를 가도 상태 판단이 멈추지 않게 첫 인수연습을 실제 건으로 마쳤다.
그는 다음으로 야간 연락망 교육 일정을 열었다. 선임이 됐다는 인사말보다 현장 담당의 수령표를 먼저 보냈다.
선우는 책상에서 자기 이름표를 떼었다. 빈 자리에는 유나 이름만 놓지 않고 선임 기록자, 대체자와 계약 종료일을 적은 역할표를 붙였다.
점심때 기록실 사람들은 국수를 먹었다. 축하 케이크 비용을 예산에 넣지 않고 각자 식사를 계산했다.
선우는 유나에게 어려우면 언제든 전화하라고 말했다가 문장을 고쳤다. 계약된 외부 자문이 필요하면 공개 요청으로 부르라고 했다.
유나는 무료로 밤마다 묻지 않겠다고 답했다. 선우도 은퇴한 영웅이 아니라 필요할 때 범위와 시간에 책임지는 한 명의 검토자가 될 수 있었다.
오후 다섯 시, 오선우는 기록실 열쇠 없이 문밖으로 나갔다. 강유나는 안에서 문을 잠그고 열람일지의 마지막 칸을 확인했다.
인계 완료라는 도장은 한 달 뒤 첫 감사까지 보류됐다. 사람이 바뀐 뒤에도 임금·권한·기록이 작동하는지를 봐야 했기 때문이다.
한 달 뒤 오류 한 건과 누락 없음이 확인됐다. 유나는 결과를 공개하고 자기 이름 아래 다음 감사일을 적었다.
열쇠는 세대의 왕관처럼 넘어가지 않았다. 책임의 범위, 휴식과 대체자, 틀린 기록까지 함께 넘겨져 다음 사람의 유급 노동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