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지역이 처음 함께 산 물건은 회의 책상이 아니었다. 공사 가림막과 방수 보관상자, 야간 경고등이었다.
각자 사면 단가가 높고 납품처도 달라졌다. 이나경은 공동 구매로 운송비를 줄일 수 있다고 계산했다.
화양2에는 비를 견디는 높은 가림막이 필요했다. 산수역뒤에는 새벽 대피 때 들고 움직일 수 있는 접이식 규격이 필요했다.
백운1 골목은 폭이 좁아 표준 받침대가 소방 통로를 막았다. 송정시장은 장이 서는 오전에는 화물차가 들어올 수 없었다.
발주표에는 수량과 단가가 있었지만 그 차이가 각주로 밀렸다. 공급사는 가장 많은 규격 하나로 묶으면 일주일 빨리 낼 수 있다고 했다.
김해진은 지역 담당자들에게 수정 동의를 물었다. 다섯 곳은 답했고 두 곳은 담당자가 바뀌어 회신이 늦었다.
납기 압박 때문에 해진은 미회신 두 곳도 반대 없음으로 표시했다. 순환 조정의 권한을 넘은 첫 실수였다.
트럭 세 대가 도착한 날, 백운1에서는 받침대가 골목 입구를 가로막았다. 소방차 회전 반경을 확인한 현장점검자가 설치를 중지했다.
송정시장 트럭은 오전 열 시에 들어왔다. 상인들이 물건을 길가로 옮겨야 했고 냉장 식품 배송이 사십 분 늦었다.
화양2 가림막은 높이가 맞았지만 방수등급 시험서가 빠졌다. 사고 뒤 정한 재개조건 때문에 검수 전에는 설치할 수 없었다.
산수역뒤 상자는 빈 상태에서도 두 사람이 들어야 했다. 고령 주민이 긴급 대피 때 쓸 물건이라는 요구와 맞지 않았다.
매화6과 청림3 물품은 규격이 맞았다. 동화4도 필요한 수량을 받았지만 성공한 지역이 많다는 이유로 발주를 완료 처리하지 않았다.
첫날 보관료와 재운송비가 생겼다. 송정시장에서는 영업 지연 손실을 누가 계산할지도 논쟁이 됐다.
공급사는 연합이 승인한 표준 도면대로 만들었다고 했다. 발주 담당은 지역별 각주를 계약 첨부에 넣지 못한 사실을 확인했다.
김해진은 공급사가 전부 잘못했다고 발표하지 않았다. 자기 미회신 처리와 검수 절차의 공백을 회의 첫 항목에 올렸다.
백운1 남기철은 맞지 않는 받침대를 다른 지역에 보내면 손실이 줄어든다고 했다. 그 지역이 실제로 필요하고 동의할 때만 재배치하기로 했다.
동화4는 여분을 받을 수 있었지만 자기 예산이 줄어드는 조건을 숨기지 않았다. 수량과 장부 금액을 새 계약으로 분리했다.
산수역뒤 주민들은 무거운 상자에 바퀴를 달면 쓸 수 있다고 말했다. 마틴은 작업자를 불러 개조 시간과 안전 시험비를 먼저 견적 냈다.
누군가 주말에 무료로 손보자는 제안을 했다. 미라는 지난 자금 위기 때 지킨 유급 노동 원칙을 첫 공동 사업에서부터 깨지 않겠다고 했다.
개조는 유급 수선 계약으로 진행했다. 상자 손잡이 높이와 경사로 시험은 실제 사용자 세 명이 근무시간 안에 확인했다.
화양2는 방수 시험서를 받을 때까지 임시 가림막을 빌렸다. 대여비와 추가 검수비는 발주 지연 책임을 나눠 정산하기로 했다.
공급사는 시험서 누락분의 대여비를 부담했다. 연합은 잘못된 단일 규격 선택에서 생긴 추가비를 공동 사업 손실로 기록했다.
송정시장 영업 지연은 매출 전액이 아니라 실제 폐기와 추가 운반 기록으로 계산했다. 시장 측도 합의되지 않은 시간에 하역을 시작한 책임을 확인했다.
상인 두 명은 손해액이 적다며 청구하지 않겠다고 했다. 나경은 청구 포기를 미덕으로 세지 않고 받을 권리와 선택을 문서로 안내했다.
손실 총액은 공동 구매로 아낀 예상 운송비보다 컸다. 연합은 절감 홍보물을 내리고 실제 금액과 보완 비용을 같은 장부에 붙였다.
장하늘은 실패라는 말을 기사 제목에 썼다. 다만 연합 전체가 쓸모없다는 결론 대신 어느 단계에서 규격이 사라졌는지 도표로 보였다.
김원태 측은 주민 운영이 비효율적이라는 논평을 냈다. 나경은 민간 발주에서도 변경 승인과 현장 검수가 없으면 같은 손실이 난다고 자료로 답했다.
그 답은 실패를 지우지 않았다. 연합은 저렴한 단가만 비교했고 지역별 설치·하역·검수 비용을 충분히 계산하지 못했다.
강유나는 발주표를 새로 만들었다. 공통 품목 이름 아래 골목 폭, 사용 인원, 보관 장소, 납품 시각과 현장 승인자를 필수 칸으로 넣었다.
지역 답이 오지 않으면 자동 동의가 아니라 보류로 표시했다. 긴급 구매라면 임시 물품과 비용 책임을 별도 승인하도록 했다.
다음 발주는 한 번에 모두 묶지 않았다. 같은 규격 세 지역, 다른 규격 두 지역, 개별 구매 두 지역으로 나눴다.
분할하면 단가는 조금 올랐다. 그러나 잘못된 물건을 돌려보내는 운송과 영업 중단을 합치면 전체 예상비는 낮았다.
백운1에는 좁은 받침대 시제품 하나가 먼저 왔다. 소방 담당과 세입자, 소유자가 통로를 함께 걸어 본 뒤 나머지를 승인했다.
송정시장 납품은 장이 끝난 오후 네 시로 정했다. 야간 영업자에게도 소음과 임시 통로를 미리 통지했다.
화양2는 시험서 번호만 보지 않고 물품 표식과 일치하는지 확인했다. 담당 노동자의 검수 시간은 현장 계약에 넣었다.
산수역뒤 개조 상자는 고령 주민 혼자 경사로를 밀 수 있는지 시험했다. 무게 기준을 넘은 두 개는 보관용으로 돌리고 대피용을 새로 주문했다.
김해진의 계약평가에는 미회신을 동의로 처리한 일이 감점으로 남았다. 그가 사실을 먼저 공개했다는 이유로 점수를 복원하지 않았다.
해진은 다음 조정자에게 발주권을 넘기며 자기가 서명할 수 있는 한도를 적었다. 일정 조율은 가능하지만 규격 변경은 지역 승인 없이는 불가능했다.
공급사와의 정산도 비공개 합의로 끝내지 않았다. 누가 얼마를 부담했고 어떤 물품을 재사용했는지 지역별로 공개했다.
재사용할 수 없는 받침대 두 개는 폐기하지 않고 공공 창고에 맡겼다. 다른 현장에서 요구가 생기면 감가된 가격으로 새 계약을 맺기로 했다.
보관 비용이 또 생긴다는 지적이 나오자 나경은 석 달 한도를 정했다. 그때까지 수요가 없으면 공급사와 환매하거나 재활용하는 조건을 미리 적었다.
청림3 담당자는 자기 지역 물품이 맞았는데 왜 손실을 함께 부담하느냐고 물었다. 공동 발주 승인 과정에 참여한 범위와 실제 귀속 물품을 나눠 계산하기로 했다.
공통 조정 실수에서 생긴 회계·재계약 비용은 여섯 지역이 약속한 공동비로 냈다. 잘못된 물품과 현장 영업 손해는 사용 지역과 공급사의 책임 비율을 따랐다.
매화6은 처음부터 개별 규격을 냈으므로 추가 제작비를 다시 내지 않았다. 공동체라는 이유로 정확히 제출한 지역까지 같은 벌을 받게 하지 않았다.
반대로 청림3은 성공한 납품의 할인분을 자기 지역만의 이익으로 잠그지 않았다. 계약상 공동수량이 만든 할인액을 원래 배분표대로 기록했다.
유나는 전화 승인만 받은 세 건을 발견했다. 담당자가 기억으로 다시 쓰지 않고 통화 시각과 참석자를 확인해 뒤늦은 서면 승인임을 표시했다.
연합은 발주 전 작은 시제품을 사는 비용도 예산에 넣었다. 눈앞의 단가가 조금 올라가도 실제 골목에서 한 번 밀고 세워 보는 일이 재운송보다 쌌다.
다음 공동 품목 후보였던 안내 표지판은 구매를 보류했다. 지역별 언어와 설치 위치가 달라 함께 살 이유보다 따로 설계할 이유가 더 컸기 때문이다.
첫 실패는 누군가의 악의로 설명되지 않았다. 빠른 절감이라는 목표, 빠진 규격, 잘못 짐작한 회신과 늦은 검수가 차례로 겹쳤다.
연합은 손실을 감췄다면 더 싸 보일 수 있었다. 대신 돈과 시간을 드러내고, 다음 공동 구매가 정말 함께 살 일인지부터 다시 묻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