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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2화]

붉은 비상등 아래, 먼저 셈한 사람이 산다

작성: 2026.04.02 15:01 조회수: 120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콘텐츠는 AI가 창작한 장기 연재소설입니다. 실제 인물이나 사건과 무관한 창작물입니다.

비상등은 꺼지지 않았다.

응급실 천장을 가로지르는 붉은 빛이 일정한 간격으로 깜빡였다. 그 아래에서 세온은 처치대에 붙인 종이를 다시 읽었다.

이동 가능 여섯. 세온, 태민, 유리, 하린, 윤호, 도혁.

이동 곤란 환자 둘. 복부 수술 뒤 회복 중인 오십대 여성, 다리를 고정한 이십대 남성.

총 여덟.

확인되지 않은 병원 내 생존자는 별도.

세온은 마지막 줄에 시간을 덧붙였다. 밤 아홉 시 십 분. 숫자는 사람을 대신할 수 없었지만, 사람을 잃어버린 뒤 핑계가 되게 해서는 안 됐다.

“자원부터 봐야 해요.”

강태민은 이미 처치실을 한 바퀴 돌고 왔다.

“수액 열네 팩, 소독제 두 통, 장갑 한 묶음. 포장 상태는 유리 씨가 다시 봐야 해.”

차유리는 목록 앞에 앉아 제품명과 유효기한, 개봉 여부를 따로 적었다. 그녀는 간호사였지만 검사실도 처방권도 없는 고립된 현장에서 약 하나를 만능처럼 부르지 않았다.

“수액이라고 다 같은 수액이 아니에요. 감염인지 탈수인지도 장비 없이 단정 못 하고요. 임의로 섞거나 사람마다 나눠 쓰면 더 위험할 수 있어요.”

세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41번 침상은요?”

유리가 복부 수술 환자를 보았다.

“측정값이 낮게 나오지만 기기 상태도 좋지 않아요. 같은 기기로 반복 측정하고 호흡, 의식, 피부색을 같이 볼 거예요.”

“산소통은?”

“침상 옆에 연결된 것 하나. 압력계상 이십 퍼센트쯤인데 유량에 따라 남는 시간이 달라져요. ‘한 시간’ 같은 식으로 약속할 수는 없어요. 창고 안 예비통은 아직 확인 전이고요.”

유리는 산소를 연결하기 전에 마스크와 밸브를 점검했다. 상태가 나빠지는 환자에게 최소 유량으로 반응을 보되, 제한된 장비만으로 치료 결과를 장담하지 않는다고 모두에게 말했다. 그 말은 위로가 아니었다. 지금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의 경계였다.

하린은 태블릿 화면을 옷자락으로 반쯤 가린 채 지도를 비교하고 있었다.

“방송 경계선보다 저장된 집행 좌표가 한 블록 안쪽이에요. 다만 내려받은 시각이 달라요.”

“어느 쪽이 맞아?”

“몰라요. 그래서 둘 다 남겨 두는 중이에요.”

오도혁은 자동문 유리에 등을 기대고 휴대폰 아래쪽을 두드렸다. 짧게, 짧게, 길게. 세온과 태민의 시선이 잠깐 부딪혔다.

정윤호는 벽에서 조금 떨어져 팔짱을 끼고 있었다. 안주머니가 USB 크기만큼 불룩했다. 세온은 지금 묻지 않았다. 사람은 쫓기면 물건보다 이야기를 먼저 감춘다.

“출구를 더 확인해야 합니다.”

세온이 서비스 통로 쪽으로 향했다. 태민이 뒤따랐다. 셔터는 끝까지 내려와 있었고 바닥 틈은 손 하나 겨우 들어갈 정도였다.

세온이 불빛을 낮추자 먼지가 양옆으로 밀린 자국이 보였다. 오래 닫힌 문 아래 생길 모양이 아니었다. 태민이 장갑을 끼고 셔터 아랫면을 훑었다. 손가락 끝에 옅은 윤활유가 묻었다.

“최근에 손댄 흔적은 맞아.”

“누가, 언제인지는 모르고요.”

“그래.”

둘은 추측을 장부에 사실처럼 적지 않기로 했다. ‘셔터 하단 윤활유, 먼지 이동 흔적, 확인 시각 21:32.’ 그것뿐이었다.

응급실로 돌아오자 유리가 손을 들었다. 복부 수술 환자의 호흡이 더 얕아져 있었다. 같은 기기로 다시 잰 수치는 앞선 값보다 낮았다.

“산소를 적용해 볼게요. 반응을 계속 보고, 악화하면 자세나 기기 문제도 다시 확인해야 해요.”

오도혁이 다가왔다.

“근데 우리 구조를 기다리는 겁니까, 탈출 준비를 하는 겁니까?”

“둘 다 가능하게 만드는 중입니다.” 세온이 말했다.

“이 근처에 길 아는 사람이 있어요.”

“누굽니까?”

도혁의 웃음이 반 박자 늦었다.

“나가게 되면 말하죠.”

“그럼 지금 원장에는 없는 정보입니다.”

태민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휴대폰으로 신호 보내듯 두드린 것도 공유해.”

도혁의 표정이 굳었다.

“혼자 살 궁리하는 게 죄예요?”

세온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환자 침상에서 산소가 흐르는 작은 소리가 났다. 그 소리가 얼마나 이어질지는 아무도 몰랐다.

“혼자 생각한 것 자체는 죄가 아닙니다. 하지만 다른 여덟 명의 이동 경로를 바꿀 정보라면 숨기는 순간 위험이 됩니다.”

“여덟?”

“걸을 수 있는 여섯과 못 걷는 두 사람까지요.”

도혁의 시선이 처음으로 침상 쪽으로 갔다. 세온은 그 시선을 놓치지 않았다.

그때 자동문 바깥에서 작은 소리가 났다.

툭.

누군가 문을 건드린 것 같았지만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다. 태민은 사람들을 뒤로 물리고, 세온은 소리가 난 시각을 장부에 적었다. 하린은 두 지도를 모두 저장했다. 유리는 환자 반응을 기록했다.

여덟 사람은 같은 공포를 느끼지 않았다. 대신 같은 종이 위에 각자의 흔적을 남기기 시작했다.

그 밤, 먼저 셈한 것은 식량이 아니었다. 사라지면 안 되는 이름과 확인할 수 없는 정보 사이의 거리였다.

소리가 멎은 뒤 태민은 자동문에 바로 붙지 않았다. 유리문에서 두 걸음 떨어진 곳에 사람들을 세우고, 손전등을 바닥으로 낮춘 채 바깥 움직임을 기다렸다.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았다. 세온은 ‘접촉음 1회, 원인 미확인’이라고 적었다.

도혁이 비웃었다.

“문 두드린 것까지 장부에 써요?”

“나중에 같은 시각 로그가 나오면 연결할 수 있으니까요.”

“안 나오면?”

“그럼 연결하지 않는 겁니다.”

그 대답 뒤로 도혁은 한동안 휴대폰을 두드리지 않았다.

유리는 복부 수술 환자의 마스크를 고쳐 주고 다리 부상 환자에게 통증 위치를 물었다. 진통제 이름을 맞히려 하지 않고, 마지막 투약 시각을 기억하는지부터 확인했다. 남성은 약 이름은 모르지만 봉쇄 방송이 세 번째 나오기 전 간호사가 주사를 놓았다고 말했다. 유리는 그 진술을 그대로 적고 추가 투약은 보류했다.

태민과 세온은 의료 창고 잠금 상태를 다시 확인했다. 부서진 캐비닛 뒤쪽에서 작은 예비 산소통 하나가 나왔지만, 봉인 라벨이 낡았고 압력계가 정상인지 알 수 없었다. 유리는 ‘예비 1, 사용 가능 미확인’이라고 썼다. 발견했다는 이유만으로 쓸 수 있는 물자가 된 것은 아니었다.

“그럼 산소통이 하나예요, 두 개예요?” 하린이 물었다.

“존재가 확인된 건 두 개.” 세온이 답했다.

유리가 말을 이었다.

“지금 사용 가능한 걸로 보는 건 침상 옆 하나. 예비통은 밸브와 압력계를 확인하기 전까지 별도예요.”

하린은 태블릿 메모에 두 줄로 나눠 적었다. 그 작은 구분 덕분에 다음 날 ‘한 개였다’와 ‘두 개였다’가 서로를 지우지 않게 됐다.

윤호는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겉옷 단추를 잠갔다. 주머니 속 물건은 끝내 내놓지 않았다. 세온은 다그치지 않았지만, 마지막 확인 시각 옆에 ‘윤호 소지 자료 미공개’라고 적었다.

여덟 사람의 첫 원장은 완전하지 않았다. 환자의 이름도, 예비 산소통 상태도, 문밖 소리의 주인도 비어 있었다. 그러나 빈칸을 사실로 채우지 않는다는 원칙만은 선명해졌다.

새벽이 가까워질수록 붉은 비상등의 간격이 조금씩 길어졌다. 세온은 장부를 접지 않았다. 다음 사람이 잠에서 깨어 숫자를 다시 확인할 수 있도록 처치대 중앙에 펼쳐 두었다. 누군가 혼자 결론을 바꾸지 못하게 하는 가장 단순한 잠금장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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