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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1화]

안내방송이 끊긴 뒤

작성: 2026.04.01 19:44 조회수: 124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콘텐츠는 AI가 창작한 장기 연재소설입니다. 실제 인물이나 사건과 무관한 창작물입니다.

방송은 열두 번 반복됐다.

민세온은 그걸 세고 있었다.

열두 번째 안내가 끝나자 스피커에서 지직, 짧은 잡음이 튀었다. 그리고 침묵이 내려앉았다.

응급실 천장 형광등은 이미 죽어 있었다. 붉은 비상등만 바닥을 훑었다. 소독약 냄새 사이로 오래된 피 냄새가 비릿하게 섞였다.

세온이 성산병원 응급실 문을 밀고 들어온 건 오후 두 시쯤이었다. 북부 상황실 회선 서른 개가 넘게 한꺼번에 끊긴 직후였다. 마지막 신고는 공업지대에서 왔다.

“폭발음이 났어요.”

“연기가 엄청나요.”

“거기서 계속 올라와요.”

끊기기 전 열다섯 초. 세온은 반사적으로 신고 로그를 외장 저장소에 복사했다. 손이 먼저 움직였고 이유는 나중에 붙었다. 첫날엔 대개 그랬다.

병원 안에 남은 사람이 몇 명인지는 아무도 몰랐다. 다만 응급실에 당장 모여 있는 사람은 여덟이었다. 스스로 걸을 수 있는 여섯 명, 침상에서 움직이기 어려운 환자 두 명. 처음 대기실에 있던 사람들은 봉쇄 방송 직후 위층 병동으로 흩어지거나 출구를 찾아 사라졌다. 세온은 확인하지 못한 사람을 숫자에 넣지 않기로 했다.

“밖에 나간 사람 있습니까?”

기둥에 기대 있던 남자가 물었다. 군용 점퍼, 짧게 친 머리, 말보다 먼저 출구를 보는 눈.

“세 명이 정문 쪽으로 갔습니다. 돌아왔는지는 모릅니다.”

남자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중에야 세온은 그가 강태민이라는 걸 알게 됐다.

차유리는 처치실에 있었다. 감염내과 간호사라고 밝힌 그녀는 장갑 낀 손으로 수액 줄과 환자 표식을 확인하고 있었다. 침상에는 복부 수술 뒤 회복 중인 오십대 여성과, 계단에서 넘어져 다리를 고정한 이십대 남성이 누워 있었다. 둘 다 의식은 있었지만 자력 이동은 어려워 보였다. 정확한 상태를 판단할 장비와 인력은 부족했다.

“손전등 있어요?”

“휴대폰 불빛뿐입니다.”

“배터리 아껴요. 그리고 이 두 사람은 이름 대신 침상 번호라도 계속 붙여 둬야 해요. 상태가 달라지면 시간도 같이 적고요.”

명령조였지만 거슬리지 않았다. 지금 여기선 누군가는 그렇게 말해야 했다.

하린은 대기 구역 구석에서 태블릿을 손바닥으로 가리고 있었다. 열여덟 살이라고 말했지만 어깨는 더 어려 보였다. 세온이 쪼그려 앉자 화면을 더 가렸다.

“봉쇄망 보고 있었어요?”

하린의 입술이 굳었다. 세온이 재촉하지 않자 잠시 뒤 태블릿이 조금 기울었다. 공식 안내 페이지에서 저장한 지도 여러 장이 겹쳐 있었다. 하린은 공개 캐시와 끊기기 전 내려받은 좌표를 비교했다고 했다. 지금도 서버 안쪽을 마음대로 드나드는 것은 아니었다. 화면이 오래됐거나 조작됐을 가능성도 있었다.

“방송에서 말한 경계선하고 달라요.”

“얼마나?”

“한 블록쯤. 그런데 어느 쪽이 최신인지는 확신 못 해요.”

그 한마디가 오히려 믿을 만했다. 확신할 수 없는 걸 확신한다고 말하지 않았으니까.

정윤호는 후문 계단 아래 창고 앞에 서 있었다. 구청 재난안전과 조끼를 뒤집어 입고, USB만 한 물건을 오른손에 쥐었다가 세온이 다가가자 주머니에 넣었다.

“바람 좀 쐬는 중입니다.”

창고 앞에 바람은 없었다.

오도혁은 응급실 한쪽에서 휴대폰을 만지고 있었다. 화면에는 좌표처럼 보이는 숫자가 늘어서 있었다. 눈이 마주치자 휴대폰을 뒤집었다.

“많이 무섭죠?”

웃는 얼굴이었다. 눈은 아니었다.

해가 기울 무렵 자동문 쪽에서 금속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쾅.

태민이 먼저 움직였고 세온이 뒤를 따랐다. 유리문 너머로 방진복 비슷한 옷을 입은 두 사람이 철판을 대고 잠금 장치를 덧대고 있었다. 문을 열려는 게 아니었다. 막고 있었다.

“봉쇄팀입니까?”

“확인 못 해.” 태민이 말했다. “적어도 내가 알던 군 봉쇄팀 복장과 절차는 아니야.”

단정 대신 경험의 범위를 그은 말이었다. 그럼에도 복도 공기는 더 차가워졌다.

문 너머 사람들은 설명하지 않았다. 작업을 끝내고 어둠 속으로 물러났다. 남은 것은 바깥에서 잠긴 자동문과 안쪽의 여덟 사람, 그리고 병원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르는 확인되지 않은 생존자들이었다.

누군가는 울기 시작했다. 다리를 다친 남성이 침상 난간을 움켜쥐었다. 복부 수술 환자는 얕게 숨을 쉬었다.

유리가 문을 한 번 밀어 보고 말했다.

“안에서 버티든, 안에서 길을 찾든 결정해야 해요. 그 전에 사람과 물자를 다시 세야 하고요.”

세온은 비상 처치대 위에 종이를 펼쳤다.

이동 가능 여섯. 이동 곤란 환자 둘. 총 여덟.

이름 옆에는 마지막 확인 시각을 적었다. 누구도 숫자에서 사라지지 않게 하려는 첫 장부였다.

그때 하린이 세온의 옷자락을 잡았다. 지도 위 경계선이 조금 더 안쪽으로 밀려 있었다. 성산병원 방향이었다.

“이건 방금 받은 자료가 아니에요.” 하린이 먼저 말했다. “그러니까 실제로 움직였다고 단정하면 안 돼요. 그래도 이전 화면과 다른 건 맞아요.”

태민이 화면을 보고 턱을 굳혔다.

“우릴 가둔 게 실수인지 아닌지부터 확인해야겠네.”

세온은 주머니 속 외장 저장소를 눌렀다. 차갑고 단단했다. 신고 로그, 서로 다른 지도, 뒤집힌 공무원 조끼, 도혁의 좌표.

첫날의 선택은 설명 없이 왔다.

세온은 장부 맨 아래에 한 줄을 더 적었다.

확인되지 않은 정보는 사실처럼 쓰지 않는다. 혼자 움직이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본 사람과 시각을 남긴다.

아직 규칙이라 부르기엔 얇은 문장이었다. 하지만 여덟 사람의 첫 밤은 그 문장부터 시작됐다.

장부를 쓰는 동안에도 사람들은 가만있지 못했다. 태민은 자동문과 서비스 통로 사이를 걸음으로 재고, 유리는 환자 침상 둘에 서로 다른 색 테이프를 붙였다. 하린은 배터리 잔량을 숫자로 말했고, 윤호는 구청 조끼를 더 깊이 뒤집어 입었다. 도혁은 누구도 보지 않을 때 자동문 유리에 비친 자기 얼굴을 오래 들여다봤다.

“이름을 다시 말해 주세요.”

세온이 요청하자 도혁이 코웃음을 쳤다.

“아까 들었잖아요.”

“들은 것과 적어 둔 건 다릅니다.”

세온은 여섯 이름을 한 번씩 소리 내 확인했다. 환자 둘은 이름을 묻는 대신 침상 번호와 특징, 마지막 반응 시각을 적었다. 의식이 또렷한 다리 부상 남성에게는 이름을 말할 힘이 생기면 직접 고쳐 적겠다고 설명했다. 복부 수술 환자의 손가락이 종이 쪽으로 조금 움직였다. 자신이 목록에 있다는 것을 확인하려는 것 같았다.

태민이 자동문 손잡이에 얇은 천 조각을 매달았다. 밖에서 문이 미세하게 움직이면 위치가 달라질 표식이었다. 그는 그것을 경보라고 부르지 않았다. 바람이나 진동에도 움직일 수 있는 단순한 확인 수단이라고 했다.

하린은 지도 화면 세 장의 저장 시각을 종이에 옮겼다. 같은 지도처럼 보였지만 축척과 서버 표기가 달랐다. 하나를 진짜로 정하는 대신 차이를 표시하자 붉은 선보다 빈칸이 더 많아졌다.

“이렇게 모르는 게 많으면 뭘 믿어요?”

하린이 물었다.

세온은 외장 저장소를 꺼냈다가 다시 넣었다.

“사람이 마지막으로 직접 본 것부터. 그다음은 시간을 남긴 기록. 나머지는 가능성으로 둬.”

도혁이 낮게 웃었다.

“그렇게 느리게 확인하다가 문 닫히면요?”

“빨리 틀리는 것보다, 틀렸다는 걸 나중에 찾을 수 있게 하는 게 낫습니다.”

유리는 환자 쪽에서 고개를 들었다. 태민도 아무 말 없이 천 표식을 한 번 당겨 봤다. 동의한다고 말한 사람은 없었지만, 누구도 장부를 찢지는 않았다.

밤이 깊어지자 비상등 아래 여덟 개의 그림자가 서로 다른 길이로 늘어났다. 병원 전체에는 확인하지 못한 사람이 더 있을 수 있었다. 정문으로 나간 세 명이 살아 있을 수도 있었다. 세온은 그 가능성을 지우지 않되 현재 총원과 섞지 않았다.

장부 바깥의 사람을 잊지 않는 것과, 장부 안 숫자를 부풀리지 않는 것. 첫날 그들이 배운 것은 둘 다 필요하다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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