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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1화]

청문객잔, 반쪽 매화의 그림자

작성: 2026.04.01 21:20 조회수: 43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콘텐츠는 AI가 창작한 장기 연재소설입니다. 실제 인물이나 사건과 무관한 창작물입니다.

청문객잔에는 늘 두 가지 냄새가 먼저 들이쳤다.

기름에 절은 고기 냄새.

그리고 피비린내.

진무백은 문턱을 넘자마자 시선을 굴렸다. 창가의 탁자 셋, 벽 쪽 두 줄, 화덕 앞의 주모 하나. 정오도 되기 전인데 절반이 넘게 차 있었다. 장시에서 밀려온 상단 놈들인지, 강호를 떠도는 낭인들인지 얼굴마다 먼지와 경계가 묻어 있었다.

그는 등에 멘 전서구 가방을 한 번 고쳐 메고 구석 자리로 향했다. 조용히 밥 한 끼 먹고 나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 자리에 먼저 자리를 잡은 놈들이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누군가를 앉혀 놓고 몰아세우는 중이었다.

열여섯쯤 되어 보이는 점소이 하나가 탁자 끝에 바짝 웅크리고 있었고, 그 앞을 덩치 큰 사내 둘이 막고 섰다. 술 냄새가 먼저 풍겼다. 눈빛은 그보다 더 지저분했다.

"비켜라."

사내 하나가 점소이의 멱살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소년은 이를 악문 채 고개를 저었다.

"정말 모릅니다. 전 받은 게 없어요."

"없긴 뭐가 없어. 네놈 같은 것들이 중간에서 빼돌리는 거지."

진무백은 잠깐 서서 그 꼴을 지켜봤다. 배는 고팠고, 귀찮은 일은 질색이었다. 강호에서 남의 일에 끼어들어 좋은 꼴 본 적도 드물었다.

하지만 소년이 탁자 아래로 숨긴 손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그 떨림이, 어쩐지 오래전 어느 겨울밤을 건드렸다.

진무백은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고 빈 의자를 끌어당겼다.

드르륵.

객잔 안이 잠깐 조용해졌다.

"자리 있으면 앉아야지."

그가 태연하게 말했다.

사내 하나가 헛웃음을 흘렸다.

"형씨, 상관없는 일에 끼지 마라. 이 애송이가 빚을 떼먹었어."

"그래?"

진무백은 점소이를 힐끗 봤다.

"네가 빚졌냐?"

소년은 입술을 깨물다가 작게 말했다.

"아닙니다."

"됐네."

진무백이 젓가락통을 제 쪽으로 끌어왔다.

"그럼 이제 밥 먹자."

사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 새끼가."

손이 먼저 날아왔다. 멱살을 잡으려던 손이었다. 진무백은 앉은 채 손목을 비틀어 흘렸다. 뼈가 삐걱하는 소리가 났다. 사내가 욕설을 삼키기도 전에 다른 놈이 발로 탁자를 걷어찼다.

쾅!

찻잔이 깨지고 국물이 튀었다. 점소이가 비명을 삼키며 뒤로 물러났다.

진무백은 그제야 일어섰다. 느릿해 보였지만 발끝은 이미 바닥의 결을 읽고 있었다. 두 번째 사내가 검집에 손을 얹는 순간, 객잔 한쪽에서 나직한 목소리가 떨어졌다.

"검을 빼면 오늘은 네가 먼저 눕는다."

차가운 여자 목소리였다.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쏠렸다.

벽 쪽 탁자에 앉은 여자가 찻잔을 들고 있었다. 옅은 청색 장삼, 단정하게 묶은 머리, 그리고 탁자 위에 놓인 작은 약통 하나. 그녀는 검도 들지 않았고 자세를 잡지도 않았다. 그저 약통 뚜껑을 손끝으로 한 번 두드렸을 뿐이었다.

톡.

그 소리가 이상하게도 칼집 스치는 소리보다 서늘했다.

사내 둘의 표정이 굳었다.

"당문이냐?"

한 놈이 낮게 물었다.

여자는 대답 대신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그게 대답이었다.

사내들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더니 검집에서 손을 뗐다. 물러나는 꼴이 영 시원치 않았다. 나가면서도 점소이를 노려봤다.

"다음엔 운이 없을 거다."

문이 닫히고 나서야 객잔 안의 숨이 다시 돌았다.

주모가 깨진 찻잔을 치우며 혀를 찼다.

"아이고, 오늘 장사는 다 했네."

진무백은 뒤집힌 의자를 세우다가 벽 쪽 여자를 돌아봤다.

"도와준 셈인가?"

여자는 그를 위아래로 한 번 훑었다. 사람을 보는 눈이 아니라 상처를 살피는 눈이었다.

"아니. 객잔 바닥에 피가 번지는 게 싫었을 뿐이야."

"말은 곱게 하네."

"듣는 귀가 무딘 거겠지."

진무백은 피식 웃었다. 오랜만에 만난 종류의 인간이었다. 칼보다 혀가 먼저 베는 부류.

"이름은?"

"당소연."

"당문 사람답군."

"그 말, 칭찬으로 듣진 않을게."

당소연은 찻잔을 내려놓고 일어섰다. 계산을 마치는 손놀림에는 군더더기가 없었다. 그대로 나가려던 순간, 객잔 문이 다시 벌컥 열렸다. 주모가 허둥지둥 뛰어들어 왔다.

"뒤, 뒤 골목에 사람이 쓰러졌어요! 방금까지 멀쩡하던 사내가 갑자기...!"

당소연의 걸음이 멈췄다.

진무백은 이미 가방을 집어 들고 있었다.

"길 안내해."

뒷골목은 객잔의 소란과 달리 지나치게 조용했다. 담벼락 아래 젊은 사내 하나가 반쯤 주저앉아 있었다. 얼굴빛이 누렇게 죽어 있었고 입가에는 검붉은 핏물이 말라붙어 있었다. 숨은 붙어 있었지만 오래 버티지는 못할 듯했다.

당소연이 먼저 무릎을 꿇었다. 손목을 짚고, 눈꺼풀을 들추고, 혀끝의 색을 봤다. 그녀의 표정은 끝까지 변하지 않았다.

"독이야."

"살릴 수 있나?"

"입 다물고 손부터 빌려."

진무백은 군말 없이 사내의 어깨를 받쳤다. 당소연이 침통을 꺼냈다. 가느다란 침 몇 개가 목과 팔 안쪽에 박혔다. 사내의 몸이 움찔 떨렸다. 숨이 한 번 거칠게 뒤집혔다.

"무슨 독이지?"

"향은 약한데 맥이 엉켜. 일부러 흔적을 지운 독이네. 재수 없으면 혀부터 굳고, 더 가면 심맥이 막혀."

그녀는 짧게 혀를 찼다.

"솜씨는 괜찮아. 성격은 더럽고."

진무백이 말했다.

당소연이 눈도 들지 않고 받아쳤다.

"살아 있는 환자 앞에서 농담하는 네 성격도 썩 좋진 않아."

"죽은 줄 알았더니 아직 살아 있길래."

"그럼 계속 살게 조용히 있어."

그 말에 진무백은 입꼬리만 올렸다. 이상하게도 그 짧은 실랑이가 골목의 살기를 조금 눌러 주었다.

그때였다.

사내의 팔이 축 늘어지며 소매가 조금 말려 올라갔다.

진무백의 시선이 거기서 멎었다.

손목 안쪽.

낡은 먹빛으로 새겨진 매화 문양.

그러나 온전한 꽃이 아니었다. 꽃잎 다섯 중 둘이 비어 있었다. 반쪽짜리 매화였다.

순간, 골목의 공기가 싸늘하게 식었다.

진무백은 무의식중에 품을 더듬었다. 오래 닳은 천 조각 하나가 손끝에 닿았다. 펼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 천 위에는 꽃잎 셋만 남은 매화가 수놓여 있었다.

스승 서백하가 사라지던 날, 피 묻은 채 남긴 것.

반쪽.

늘 반쪽이었다.

당소연이 침을 거두다 말고 그를 올려다봤다.

"왜 그래?"

진무백은 손을 천천히 품에서 뗐다.

"아무것도 아니다."

거짓말이었다.

당소연은 그 거짓말을 바로 알아챈 얼굴이었다. 하지만 캐묻지 않았다. 대신 사내의 턱을 들어 올리고 입 안에 약환 하나를 밀어 넣었다.

"이 사람, 오늘 밤은 넘길 거야. 대신 누군가 다시 손쓰러 오기 전에 숨겨야 해."

"누가?"

"독을 먹인 놈. 아니면 이 문양을 아는 놈."

그녀의 시선이 사내의 손목을 스쳤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진무백은 놓치지 않았다.

알고 있다.

적어도 처음 보는 눈은 아니었다.

진무백이 낮게 물었다.

"당 의원. 저 문양, 본 적 있나?"

당소연은 손끝에 묻은 피를 천으로 닦아 냈다.

"강호엔 별 문양이 다 있어."

"대답을 비켰군."

"너도 방금 그랬잖아."

말문이 막혔다.

진무백은 헛웃음을 삼켰다. 사문에 저런 입을 가진 사제가 있었으면 스승이 하루 세 번은 회초리를 들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밉지 않았다. 오히려 더 경계가 섰다. 웃기게도 사람은 칼보다 솔직한 혀를 더 믿기 어려울 때가 있었다.

그때 쓰러진 사내의 입술이 미세하게 떨렸다.

당소연과 진무백이 동시에 몸을 숙였다.

사내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더니 갈라진 입술 사이로 쉰 숨이 새어 나왔다.

"서..."

진무백의 손이 저도 모르게 사내의 어깨를 움켜쥐었다.

"뭐라고 했지?"

사내는 핏기 없는 입술을 달싹였다. 목 안에서 모래 긁는 소리가 났다.

"서백... 하..."

그 이름 하나가 골목의 어둠을 갈랐다.

진무백의 눈빛이 순식간에 식었다. 방금 전까지 남아 있던 농담기라고는 한 점도 없었다. 오래 눌러 둔 칼날이 비로소 칼집 안에서 방향을 잡는 얼굴이었다.

당소연이 그를 봤다. 이번에는 환자를 보는 눈이 아니었다.

사람이 어떤 이름 하나로 무너질 수도, 버틸 수도 있다는 걸 처음 본 사람의 눈이었다.

진무백은 천천히 사내를 들어 올렸다.

"객잔으로는 못 간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당소연이 짧게 답했다.

"숨길 곳이 있나?"

진무백이 묻자 그녀가 돌아섰다.

"있어. 다만 네가 날 믿으면 안 되는 곳이지."

그 말은 경고였고, 이상하게도 제안처럼 들렸다.

진무백은 잠시 그녀의 뒷모습을 보았다. 청색 소매 끝이 바람에 한 번 흔들렸다. 독을 다루는 손, 거짓말을 아끼는 입, 그리고 매화를 보고도 모른 척한 눈.

믿을 수 없는 사람이다.

그래서 더 놓칠 수 없었다.

그는 사내를 둘러업고 낮게 말했다.

"앞장서라, 당소연."

당소연은 뒤돌아보지 않은 채 걸음을 옮겼다.

"늦으면 죽어."

골목 끝에서 바람이 불었다. 어디선가 매화 향과 비슷한 냄새가 스쳤다가, 곧 피 냄새에 묻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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