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현수막과 화양2 경고표가 동시에 화제가 되자 동화4 주민 서른여덟 명이 오선우에게 출마 제안서를 내밀었다.
구의원 후보로 나가 골목 기준을 조례로 만들자는 내용이었다. 박도경이 성과를 자기 얼굴에 붙인다면 실제 기록을 만든 사람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했다.
선우는 바로 거절하지 않았다. 정치가 더럽다는 말이나 자기는 현장 사람이라 다르다는 말로 피하면 제안한 주민의 판단을 가볍게 만들 수 있었다.
그는 후보가 됐을 때 생기는 권한과 현재 역할을 표로 만들었다. 조례 제안, 예산 심사, 행정 자료 요구는 선거로 얻을 수 있는 권한이었다.
반대편에는 이해충돌을 적었다. 그는 오래전 동화4 초기 재개발 기본계획 자료 정리에 일부 관여했고, 지금은 협동조합 주 3일 유급 기록 담당이었다.
초기 계획 관여는 이미 공개했지만 선거 홍보에서는 쉽게 `처음부터 주민 편`이라는 이야기로 지워질 수 있었다. 그는 그 문장을 쓰지 않겠다고 했다.
협동조합 자료와 화양2 자문 문서에도 접근했다. 후보가 되면 다른 후보보다 먼저 생활권 정보를 얻고 자기 공약에 쓸 위험이 있었다.
서미라는 후보 등록 전에 기록실 권한을 내려놓으면 된다고 제안했다. 선우가 떠나도 후임을 뽑을 수 있었다.
마틴은 오히려 그가 나가야 주소 없는 점유자와 이주민 목소리가 의회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선우가 가진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선우는 전문성이 후보 자격을 자동으로 주지 않는다고 답했다. 도시계획가가 아니어도 주민은 자기 생활 조건을 말할 수 있고, 전문가는 그 말을 비용과 도면에 옮기는 유급 역할을 맡을 수 있었다.
출마 제안자들은 그가 겁을 내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선우는 선거 패배보다 당선 뒤 모든 책임이 자기 이름으로 모이는 구조를 더 걱정한다고 했다.
그는 한 사람의 후보 대신 `정책 검증실`을 제안했다. 모든 후보에게 같은 질의표를 보내고 답변의 수치·법적 권한·재원을 확인하는 임시 작업이었다.
검증실은 협동조합 선거운동 조직이 아니었다. 특정 후보의 문구를 대신 만들거나 유세 자료를 주지 않고, 공개 답변과 근거만 대조한다.
선우가 책임자가 되자는 안도 거절했다. 미라, 마틴, 주소 없는 작업자, 공공상가 임차인, 독립 회계자와 역할을 나눴다.
그는 자료 출처와 도면 공백을 설명하는 유급 실무자로 참여했다. 시간은 기존 주 3일 계약 안에서 별도 기록하고, 선거 활동으로 처리하지 않았다.
장하늘은 선우의 불출마를 미담 기사로 쓰려 했다가 멈췄다. 권력을 거부한 영웅이라는 구도도 결국 한 사람을 중앙에 두는 이야기였다.
그녀는 출마 제안과 이해충돌 표, 주민 반론, 검증실 구성 자체를 기사로 정리했다. 선우가 착해서 거절했다는 문장은 빼었다.
박도경 캠프는 선우가 책임질 용기가 없어 검증자 뒤에 숨는다고 논평했다. 다른 후보 캠프는 그를 정책자문단에 영입하겠다고 제안했다.
선우는 모든 캠프의 개별 자문을 거절했다. 공개 토론에서 같은 자료로 질문받을 때만 답하기로 했다.
협동조합 총회는 불출마를 받아들일지 표결하지 않았다. 출마 여부는 선우 개인 선택이었고 주민은 추천과 비판을 할 수 있을 뿐 허가권자가 아니었다.
대신 기록 담당의 선거 기간 이해충돌 규칙을 표결했다. 후보·캠프 자료 요청은 공개 접수하고 같은 항목을 다른 후보에게도 제공한다.
선우가 개인적으로 지지 후보를 가질 권리도 남겼다. 다만 그 선택을 협동조합 명의나 기록실 자료 접근과 섞지 않는다.
오복순은 누구 찍을 건지 물었다. 선우는 말하지 않았다. 복순은 답을 강요하지 않고 떡 한 접시를 검증실 탁자에 놓았다.
첫 질의표를 만들자 어려움이 드러났다. 주민들은 보존 찬반을 묻고 싶었지만 화양2 일부 건물은 안전 때문에 철거가 필요할 수도 있었다.
선우는 질문을 `보존하겠습니까`에서 `철거·보강 판단 기준과 임시 거처 비용을 어떻게 마련하겠습니까`로 바꿨다.
후보가 되었다면 자기 답을 먼저 준비했을 질문이었다. 검증자로 남으니 누구 답에도 같은 빈칸을 표시해야 했다.
마틴은 지방선거 투표권이 없는 주민도 질의표를 만들 수 있는지 물었다. 선거법상 투표와 생활권 의견은 다른 문제였다.
검증실은 주소·국적·연령을 묻지 않는 생활권 질문 접수를 열었다. 선거인 명부와 섞지 않고 어떤 조건 때문에 투표권이 없는지만 선택적으로 적게 했다.
선우의 어머니는 아들이 정치인이 되면 골목을 더 지킬 수 있지 않느냐고 뒤늦게 물었다. 그는 자기 한 자리가 아니라 기록을 읽을 사람이 바뀌어도 남는 규칙을 만들고 싶다고 답했다.
어머니는 거창하다고 타박했다. 다음 날에도 떡집 영수증을 제대로 끊으라는 말이 더 현실적이었다.
출마 마감일, 선우 이름은 후보 명단에 없었다. 주민 일부는 실망했고 박도경 지지자는 애초에 정치 책임을 피하려 했다고 비난했다.
선우는 비난을 반박하는 현수막을 걸지 않았다. 대신 자기 초기 계획 관여와 유급 역할, 불출마 이유, 검증실 노동시간을 기록판에 붙였다.
후보 한 명이 선우에게 검증 질문을 미리 보여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이미 공개된 초안 위치를 알려 주고 개인 해설을 하지 않았다.
정책 검증실 첫날에는 후보보다 주민이 더 많이 왔다. 공사 소음 시간, 점포 이주 기간, 공공상가 임대료, 안전 예산 질문이 쌓였다.
선우는 답을 쓰지 않고 질문마다 필요한 자료 칸을 붙였다. 고시, 예산서, 공정표, 점유 명부, 관리 주체. 후보가 어떤 권한으로 약속할지도 적게 했다.
미라는 선우가 결국 후보보다 더 많은 일을 한다고 놀렸다. 선우는 그래서 노동시간과 급여를 기록한다고 답했다.
밤 아홉 시가 되자 검증실 문을 닫았다. 선거가 급해도 무료 야근을 기본으로 만들지 않았다. 긴급 안전 신고만 별도 번호로 넘겼다.
첫 주에는 후보 캠프 두 곳이 선우에게 자기 공약 수치를 먼저 봐 달라고 요청했다. 검증실은 공개된 답변이 오기 전 비공개 첨삭을 하지 않는다는 규칙을 보냈다. 어느 후보의 약속도 주민 질문보다 먼저 완성해 주지 않았다.
박도경 캠프는 선우가 초기 정비계획에 참여했으니 이미 특정 편이라고 주장했다. 선우는 부인하지 않고 참여 기간, 맡은 도면, 문제를 제기한 날짜와 퇴직 뒤 자료 접근 범위를 한 장에 적었다.
정유림 캠프는 그 고백을 자기 홍보에 인용하고 싶어 했다. 선우는 공개 자료의 인용을 막지 않았지만 문장 전체와 정정 링크를 같이 쓰라고 요청했다. 자기 과오도 선거 무기가 되면 다시 한 사람의 이야기가 됐다.
검증 담당자는 한 달마다 바꾸고 같은 후보의 자료를 연속 두 번 맡지 않기로 했다. 미라가 생활비, 이정훈이 인쇄·게시 비용, 소라가 화양2 점유 통지를 확인했다.
급여표에는 선우의 이름도 다른 사람과 같은 칸에 있었다. 회의 두 시간, 문서 대조 세 시간, 공개 설명 한 시간. 전문가라는 이유로 숨은 준비 시간을 무급으로 만들지 않았다.
오복순은 후보도 아닌데 공격은 다 받는다며 혀를 찼다. 선우는 후보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공격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공격받는 자료와 답변 경로를 누구나 확인하게 만드는 것이 자기 역할이라고 말했다.
선우가 후보가 되지 않은 이유는 정치가 필요 없어서가 아니었다. 자기 책임과 자료 접근을 감춘 채 전문성을 표로 바꾸면 골목의 결정이 다시 한 사람에게 붙기 때문이었다.
다음 날 후보 열한 명에게 같은 질의표가 발송됐다. 선우 이름은 발신자 맨 위가 아니라 유급 자료 검증자 명단 중 하나로 들어갔다.
골목은 자기 후보를 갖지 못했지만 자기 질문을 갖게 됐다. 그 질문은 누구 당선 여부와 관계없이 다음 회의까지 남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