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약 취소 뒤 부족해진 안전 공사비를 채우려는 투자안이 운영위원회에 올라왔다. 지역 유통기업이 배전반 교체 자금을 내는 대신 아르덴 식음 공간에 십 년간 자기 브랜드 이름을 붙이겠다는 조건이었다.
금액은 공사 2단계를 끝내고도 남았다. 금리도 없고 신탁 지분을 요구하지 않았다. 처음 보기에는 노바크라운의 통제권 제안보다 훨씬 가벼웠다.
윤서린은 조건부 찬성 의견을 냈다. 이름 사용 기간을 다섯 해로 줄이고 중도 해지 기준을 넣으면 안전 공사를 늦추는 위험보다 낫다고 판단했다.
강도윤은 반대했다. 유통기업이 지정 납품사 우선 협상권을 함께 요구했고, 주방 메뉴와 지역 계약에 장기 영향을 줄 수 있었다. 이름보다 공급 조건이 더 큰 문제였다.
회의장은 조용해졌다. 약혼 문건 논란 뒤 두 사람이 다른 표를 던지는 장면은 곧바로 관계 기사로 소비될 수 있었다. 지민은 회의 생중계를 끄자는 의견을 받았지만 공개 원칙을 유지했다.
서린은 도윤의 반대를 미리 알고 있었다. 전날 집에서 투자안을 언급했지만 결론을 맞추지 않았다. 두 사람은 사전 대화가 있었다는 사실도 이해충돌 기록에 남겼다.
도윤은 서린이 호텔을 팔려 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서린도 도윤이 현실적인 공사비를 외면한다고 몰지 않았다. 각자 위험의 시간표가 달랐다.
시설 책임자는 배전반 공사를 세 달 더 미룰 경우의 열화 수치를 설명했다. 즉시 위험 판정은 아니지만 부품 수급과 객실 판매 제한 비용이 커질 수 있었다.
지역 거래처 대표는 지정 납품사 조항이 자기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물었다. 투자기업은 우선 협상일 뿐 강제 구매는 아니라고 답했다. 그러나 가격 비교 전에 협상 기간을 독점하는 효과가 있었다.
직원 대표는 브랜드 이름이 붙은 공간에서 기업 행사 우선권이 생기는지도 확인했다. 계약서 부속 문서에는 연간 열두 차례 우선 예약권이 있었다. 객실 운영에도 영향이 닿았다.
서린은 처음 검토 때 그 부속 조건의 무게를 낮게 봤다고 인정했다. 찬성표를 즉시 철회하지는 않았지만 수정 요구 목록에 넣었다. 표를 던졌다고 생각을 고정할 필요는 없었다.
도윤은 안전 공사를 미루는 비용을 자기 반대안에서 충분히 계산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그는 지역채와 단계 공사로 메울 수 있다는 추정만 냈다. 대안의 조달 시기까지 제출하기로 했다.
첫 표결은 찬성 넷, 반대 넷, 유보 둘로 결론이 나지 않았다. 서린과 도윤의 표는 서로를 상쇄했지만 결정 전체를 지배하지 않았다.
기자들은 곧 `연인 셰프, 대표의 투자안 공개 반대`라는 제목을 달았다. 지민은 두 사람 관계가 아니라 납품 우선권과 안전 일정이 쟁점이라고 자료를 보냈다.
도윤은 주방에서 직원들이 눈치를 보는 것을 느꼈다. 누군가는 서린 편, 누군가는 도윤 편을 고르는 분위기가 생겼다. 그는 의견을 사람 이름이 아니라 계약 조항으로 말해 달라고 요청했다.
서린도 운영팀에 도윤의 반대를 설득해 달라고 하지 않았다. 시설팀에는 공사 지연 비용을, 재무팀에는 다른 조달 가능성을 따로 계산하게 했다.
그날 저녁 둘은 약속한 식사에 갔다. 서린은 회의 얘기를 먼저 꺼내도 되는지 물었다. 도윤은 십오 분만 하고 남은 시간에는 다른 이야기를 하자고 했다.
서린은 도윤의 표가 자신의 판단을 부정하는 것처럼 느껴져 순간 화가 났다고 말했다. 도윤은 서린이 돈 때문에 주방 권리를 가볍게 본다고 오해할 뻔했다고 답했다. 둘은 느낀 것과 상대가 실제로 한 말을 구분했다.
도윤은 안전 공사를 빨리 해야 한다는 서린의 근거를 다시 들었다. 서린은 납품 우선권이 지역 계약을 서서히 비울 수 있다는 설명을 메모했다. 서로를 설득해 사랑을 확인하려 하지 않았다.
다음 날 투자기업과 재협상이 열렸다. 아르덴은 이름 사용을 세 해로 줄이고, 지정 납품사 조항과 행사 우선권을 삭제해 달라고 요구했다. 기업은 금액을 삼십 퍼센트 낮추겠다고 답했다.
시설팀은 낮아진 금액으로도 핵심 배전반 교체는 가능하지만 객실 배선 공사는 남는다고 계산했다. 완전 해결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도윤은 수정안에 조건부 찬성으로 바뀌었다. 납품과 메뉴 독립이 보장되고 계약 종료 뒤 이름 철거 비용이 투자기업 부담이면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서린은 반대로 남은 의문을 제기했다. 기업이 안전 공사 장면을 광고에 무기한 사용하는 조항이 새로 들어왔다. 그는 이미지 사용 기간을 제한하기 전에는 찬성하지 않겠다고 했다.
두 번째 회의에서 둘의 표는 또 달랐다. 이번에는 도윤이 찬성, 서린이 유보였다. 사람의 성향이 아니라 문서가 바뀌면 판단도 움직였다.
직원 대표는 수정안을 한 주 더 공개하기로 했다. 자금이 급하다는 이유로 검토 시간을 없애지 않았다. 대신 위험이 큰 부품은 기존 예비비로 먼저 주문했다.
온라인에서는 두 사람이 헤어졌다는 소문이 돌았다. 둘은 반박 사진을 올리지 않았다. 다음 날 각자 정상 출근했고 이해충돌 기록도 그대로 공개됐다.
도윤은 서린에게 소문이 불편한지 물었다. 서린은 불편하지만 그것을 없애기 위해 같은 표를 던지지는 않겠다고 했다. 도윤은 자신도 그렇다고 답했다.
최종 계약은 브랜드 이름을 로비가 아닌 공사 보고서 후원란에 제한하고, 납품·인사·행사 우선권을 모두 뺐다. 후원 금액은 처음의 절반보다 조금 많았다.
시설 책임자는 새 돈이 모든 안전 설비를 바꾸기에는 부족하다고 다시 설명했다. 핵심 배전반과 비상 통신을 먼저 고치고 객실층 노후 배선은 다음 자금 계획에 남겼다.
투자기업은 후원란 노출이 너무 작다며 분기 보고서 첫 화면을 요구했다. 운영위원회는 고정 위치 대신 다른 채권자·거래처와 같은 기준으로 표시하겠다고 답했다. 돈의 크기가 설명의 순서를 사지 못하게 했다.
직원 대표는 기업이 계약 기간 중 납품업체를 인수할 경우를 물었다. 간접 통제가 생기면 이해충돌 재심사를 열고 해당 품목 계약에서 회피하는 조항을 추가했다.
도윤은 수정 조항이 주방 독립을 충분히 지키는지 직원들과 다시 읽었다. 자기 반대가 관철됐다고 선언하지 않고, 실제로 빠진 단어와 남은 예외를 확인했다.
서린도 공사 시한을 앞당기려던 첫 판단이 직원 검토를 급하게 만들지 않았는지 평가받았다. 다음 긴급 투자안에는 최소 숙려 시간과 예비비 사용 범위를 미리 정하기로 했다.
첫 자금 집행 때 투자기업은 기념 현판을 제안했다. 아르덴은 계약에 없는 노출을 받지 않고, 공사 완료 기록에 금액과 조건만 남겼다.
시설팀은 후원 계약과 별개로 교체 부품의 성능을 검수했다. 기업이 돈을 냈다는 이유로 납품 결과를 느슨하게 보지 않았고, 기준 미달 부품 한 개는 정상 절차로 다시 받았다.
표결 결과는 찬성 일곱, 반대 둘, 유보 하나였다. 서린과 도윤은 모두 찬성했지만 그것은 관계가 회복된 장면이 아니었다. 계약 조항이 각자의 기준을 통과한 결과였다.
반대표를 던진 지역 대표의 의견도 회의록에 남았다. 외부 브랜드 자금 자체가 장기적으로 위험하다는 우려였다. 다수결이 그 질문을 지우지 않았다.
공사 계정에 첫 돈이 들어왔을 때 서린은 도윤과 축하 사진을 찍지 않았다. 시설 책임자와 직원 대표가 사용 조건을 다시 확인했다.
둘이 다른 표를 던진 날 관계는 깨지지 않았다. 오히려 사랑을 이유로 결론을 맞추지 않아도 함께 저녁을 먹고 다음 문서를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같은 방향은 같은 표가 아니라 서로의 근거를 끝까지 공개하는 데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