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크라운 개장 첫날 밤, 길 건너 창문은 위에서 아래까지 동시에 켜졌다. 실제 객실은 사백이십 개였지만 아르덴 로비 유리에 겹쳐 비친 불빛은 천 개처럼 보였다. 오래된 로비 조명까지 잠시 그 빛에 묻혔다.
아르덴 야간 직원 세 명의 휴대폰이 거의 같은 시각에 울렸다. 노바크라운 채용팀이 보낸 이직 제안이었다. 기본급 이십오 퍼센트 인상, 개장 수당, 글로벌 체인 교육, 직원 식당 무료. 답변 기한은 일주일이었다.
한 사람은 메시지를 곧바로 장지민에게 보여 줬고, 다른 사람은 숨겼다. 세 번째는 윤서린에게 지금 말하면 배신으로 보이느냐고 물었다. 서린은 연락받은 사실을 보고할 의무가 없다고 먼저 답했다.
다음 날 직원 게시판에는 `이직 제안 자진 신고` 양식 대신 공개 비교표가 붙었다. 노바크라운의 근무 조건으로 확인된 급여와 복지, 아르덴의 실제 급여와 근무표, 각각 확인되지 않은 조건을 나눠 적었다. 아르덴이 나은 칸만 노란색으로 칠하지 않았다.
노바크라운은 급여가 높았지만 수습 기간이 길고 개장 첫 석 달 교대 변경 가능성이 컸다. 아르덴은 기본급이 낮았지만 부서 대표 표와 일정 변경 이의 절차가 있었다. 어느 조건이 더 중요한지는 직원마다 달랐다.
윤서린은 운영위원회에서 임금을 즉시 경쟁사 수준으로 올릴 수 없다고 말했다. 현금 흐름을 숨긴 채 남아 달라고 부탁하지 않았다. 가능한 범위의 야간 수당 조정과 교육비 지원, 인상 검토 날짜를 제시했다.
시설팀 직원 한 명은 새 장비를 다뤄 보고 싶다고 했다. 아르덴의 오래된 엘리베이터를 수리하는 일만으로 경력을 쌓기 어렵다는 말도 했다. 서린은 서운함보다 그 사실을 먼저 기록했다.
강도윤은 주방팀을 따로 모았다. 노바크라운이 제안한 급여를 보여 달라고 요구하지 않았고, 남겠다는 사람에게 먼저 좋은 스케줄을 약속하지 않았다. 면접을 보러 가는 시간도 연차나 교대 조정으로 보장했다.
오 년 차 조리사는 도윤에게 자신이 떠나면 배신이냐고 물었다. 도윤은 자기가 아르덴을 떠났던 과거를 충성의 기준으로 쓰지 않겠다고 했다. 다만 인수인계 없이 사라지지 말고, 결정하기 전 실제 근로계약서를 읽으라고 말했다.
노바크라운 총괄 셰프 자문 제안은 도윤에게도 남아 있었다. 그는 운영위원회에 접촉 사실과 금액 범위만 신고했다. 개인 협상 내용 전체를 직원에게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아르덴 근무와 충돌할 가능성은 숨기지 않았다.
서린은 연인으로서 도윤에게 남아 달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을 부정하지 않았다. 호텔 밖 저녁 자리에서 그 감정을 먼저 말했다. 이어 사업 결정은 도윤이 내리고, 결정 과정에서 자신을 보호한다며 정보를 숨기지만 말아 달라고 했다.
도윤은 노바크라운 제안을 거절하기로 했다고 답했다. 이유는 서린 때문만이 아니었다. 자문 역할에는 주방 인사권 없이 이름만 쓰는 조항이 있었고, 현재 아르덴 교육 계약을 끝내고 싶지 않았다.
서린은 안도했지만 그 선택을 사랑의 증거로 요구하지 않았다. 조건이 달라지면 다시 검토할 수 있다는 말까지 들었다. 둘은 `영원히 안 떠난다`는 약속 대신 제안이 오면 먼저 말한다는 기존 약속을 지켰다.
직원 설명회에서 노바크라운 채용 담당자가 보낸 개별 메시지를 공개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당사자 동의 없이는 하지 않기로 했다. 공개 공고와 실제 계약서 사이 차이는 희망자들이 익명으로 제출한 범위만 비교했다.
장지민은 직원 유지율을 홍보 지표로 쓰지 않았다. 남은 사람 수를 자랑하면 떠난 사람이 적처럼 보일 수 있었다. 대신 결원, 채용 일정, 남은 직원의 추가 노동 시간을 운영 보고서에 올렸다.
첫 주에 프런트 직원 한 명과 조리 보조 한 명이 노바크라운으로 옮기기로 했다. 아르덴은 퇴사 면담에서 경쟁사 정보를 캐지 않았다. 미지급 수당과 연차를 정산하고, 원하면 추천서를 제공했다.
떠나는 프런트 직원은 마지막 교대에서 새 직원에게 야간 체크인 절차를 가르쳤다. 서린은 그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지 않았다. 충성스러운 이별이라는 이야기를 만들어 퇴사자의 다음 직장에 부담을 주지 않았다.
결원 때문에 남은 직원의 근무표가 빽빽해졌다. 운영위원회는 객실 판매 가능 수를 일시적으로 줄였다. 방이 비어 있는데도 판매하지 않는 결정은 매출 손실이었지만, 빈자리를 초과 노동으로 메우지 않기 위한 비용이었다.
도윤도 저녁 코스 좌석을 줄였다. 예약이 줄어드는 것을 노바크라운 탓으로 돌리지 않고 현재 인력으로 지킬 수 있는 품질을 계산했다. 주방팀은 새 조리 보조 채용 면접에 직접 참여했다.
노바크라운으로 간 직원에게서 이틀 뒤 메시지가 왔다. 시설은 좋고 급여도 약속대로였지만 개장기 교대는 예상보다 자주 바뀐다고 했다. 장지민은 그 내용을 경쟁사 폭로로 쓰지 않고, 당사자 동의 아래 비교표의 `확인된 조건`만 수정했다.
아르덴 역시 자기 약점을 고쳤다. 야간 수당을 당장 크게 올리지는 못했지만 근무표 확정 기한을 일주일에서 이 주로 늘리고, 갑작스러운 변경에는 대체 휴무와 추가 수당을 붙였다.
직원 대표는 조건 개선이 경쟁사가 생겼을 때만 가능한지 물었다. 서린은 맞는 지적이라고 인정했다. 앞으로 분기마다 시장 급여와 이직 사유를 비교하고, 경쟁 위기가 없어도 공개하도록 규약을 고쳤다.
한소희는 새 직원 환영 장식을 만들지 않았다. 대신 탈의실 사물함과 휴게 공간을 점검했다. 노바크라운의 화려한 직원 라운지 사진과 경쟁하기보다 아르덴에서 실제로 쉬는 시간이 보장되는지부터 봤다.
개장 첫 달이 끝났을 때 아르덴 직원 유지율은 목표보다 낮았다. 그러나 남은 직원의 초과 근무도 이전 달보다 줄었다. 적은 객실을 팔고 새 사람을 천천히 받았기 때문이다.
신규 채용 면접에서는 아르덴의 낮은 기본급과 노후 시설도 먼저 설명했다. 좋은 분위기와 공동운영만 강조해 들어온 뒤 실망하게 하지 않았다. 지원자는 근무표 확정 기한과 야간 인원부터 물었다.
채용된 객실 직원은 한 달 수습 뒤 계속 일할지를 다시 고를 수 있었다. 아르덴도 평가했지만 직원 역시 약속한 교대와 교육이 지켜졌는지 적었다. 수습이 일방 시험이 되지 않게 했다.
노바크라운으로 옮긴 조리 보조가 남긴 레시피 메모는 그의 이름과 함께 보관됐다. 도윤은 떠난 사람의 작업을 팀 자산이라고만 부르지 않고 사용 동의를 확인했다.
직원 대표는 분기 보고서에 이직 사유를 급여·시설·경력·교대·개인 사정으로 나눴다. `경쟁사 스카우트`라는 한 줄로 묶으면 아르덴이 고칠 부분이 보이지 않았다.
서린은 임금 인상 검토일에 약속했던 수치를 다시 열었다. 전면 인상은 어렵지만 야간과 시설 자격 수당을 먼저 올렸다. 남아 준 보상이라는 말 대신 실제 업무 위험에 값을 붙였다.
노바크라운 창문은 매일 밤 환하게 켜졌다. 일부 객실은 개장 특가로 차고, 일부는 불만 켜진 채 비어 있었다. 아르덴은 상대 객실이 비기를 기다리지 않고 자기 교대표와 급여일을 확인했다.
서린은 로비 공개판에 두 호텔의 승패를 적지 않았다. `퇴사 2명`, `신규 채용 1명`, `판매 중지 객실 6개`, `야간 교대 변경 보상 적용`. 사람이 남고 떠난 결과가 모두 같은 크기의 숫자로 있었다.
마지막 퇴근자가 자동문을 나설 때 맞은편 조명이 아르덴 바닥에 길게 들어왔다. 서린과 도윤은 그 빛을 밟고 각자 집으로 향했다. 함께 남는다는 말은 상대를 붙잡는 서약이 아니라, 더 나은 조건을 요구할 권리를 서로에게 남기는 선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