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필이 증언석에 앉은 날, 법원 복도에는 기자보다 아르덴 직원이 더 많았다. 운영위원회가 근무자를 억지로 보내지는 않았지만, 야간 교대가 끝난 시설 직원과 오래된 프런트 직원 몇 명이 방청을 신청했다. 자기 삶에 영향을 준 실종을 당사자의 입으로 듣고 싶다고 했다.
윤서린은 아버지 옆에 앉지 않았다. 아르덴이 제출한 운영 자료의 설명인 자격으로 변호사 뒤쪽에 앉았다. 두 사람 사이에는 법정 서기와 서류 상자가 있었다. 가족의 표정이 사실의 순서를 바꾸지 않게 하는 거리였다.
첫 질문은 2023년 11월 23일 1107호에서 무엇을 결정했느냐는 것이었다. 윤종필은 배성재 관련 자료를 분산 보관하고, 차우진이 마련한 지방 숙소로 이동하기로 했다고 답했다. 위협을 받아 끌려간 것이 아니라 자신이 선택했다고 분명히 말했다.
“차우진 씨가 실종을 제안했습니까?”
윤종필은 잠시 생각한 뒤, 자료를 지키려면 외부 연락을 끊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고 최종 결정은 자신이 했다고 답했다. 차우진의 경로를 이용한 책임과 차우진이 그 상황을 인수 협상에 이용한 책임은 따로 판단해 달라고 했다.
직원 측 대리인은 왜 급여와 거래처 지급을 맡은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았는지 물었다. 윤종필은 한 사람이라도 알면 자료 위치가 새어 나갈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생각이 직원 모두를 의심한 결정이었다는 점을 이제 인정한다고 덧붙였다.
그가 숨어 있던 동안 아르덴은 대표가 없는 상태로 매각 압박을 받았다. 서린은 병원과 경찰서를 돌았고, 직원들은 자기 일자리가 다음 달에도 있는지 몰랐다. 윤종필은 자신이 자료를 지켰다는 결과로 그 피해를 상계할 수 없다고 말했다.
친족 대리인은 윤종필이 정신적 압박 아래 판단했으니 일부 책임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종필은 그 말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건강 상태와 당시 두려움은 설명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 선택권을 주지 않은 사실까지 없어지지는 않는다고 했다.
서린은 아버지가 자신을 보호하려 했다는 말을 듣고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 보호라는 단어는 도윤이 과거 떠날 때도 사용한 말이었다. 둘은 이미 그 말이 상대의 선택을 빼앗을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강도윤은 법정에 오지 않았다. 서린이 혼자 견뎌야 해서가 아니라, 오늘은 자신이 증언할 자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는 출발 전 서린에게 동행을 원하는지 물었고, 서린은 심문에는 혼자 들어가고 끝난 뒤 만나고 싶다고 답했다.
윤종필의 변호사는 자료 제출과 책임 인정이 호텔 안정에 기여했으니 경영 자문 역할 정도는 허용해 달라고 제안했다. 법원이 요구한 조건은 아니었지만 향후 조정에서 유리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윤종필이 먼저 고개를 저었다. 증언은 자리를 돌려받기 위한 거래가 아니라고 말했다. 경영 복귀나 상근 자문을 요구하지 않고, 문서의 작성 경위가 필요할 때 사실 확인에만 응하겠다는 확인서를 냈다.
방청석의 프런트 직원이 손을 꽉 쥐었다가 풀었다. 윤종필이 돌아왔을 때 축하해야 할지 화를 내야 할지 몰랐던 사람이었다. 오늘도 용서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예전 자리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문장을 직접 들었다.
검사는 2019년 장부 분류 변경 승인에 대해서도 물었다. 윤종필은 배성재가 시켰다고만 답하지 않았다. 급여일을 넘기지 않기 위해 투자 조건을 받아들였고, 손실 분류를 바꾸는 데 자기 직인을 사용했다고 했다. 단기 생존을 위해 장기 위험을 숨긴 결정이었다.
심문 중간 휴정에서 윤종필은 서린에게 다가오지 않았다. 복도 끝 벤치에 따로 앉아 물을 마셨다. 서린 역시 먼저 말을 걸지 않았다. 두 사람은 같은 날 같은 법원에 있었지만 가족 상담 시간까지 앞당기지 않았다.
장지민은 방청 메모를 기사처럼 쓰지 않았다. 확인된 진술, 다툼이 남은 부분, 다음 절차를 나눴다. `아버지의 눈물`이나 `딸의 용서` 같은 제목은 초안에도 넣지 않았다.
오후 질문은 윤종필이 차우진에게 어떤 대가를 약속했는지에 집중됐다. 윤종필은 인수 협조를 서명한 적은 없지만, 자료를 안전하게 보관해 주면 향후 구조조정 대화를 막지 않겠다고 말한 적은 있다고 인정했다. 그 애매한 말이 차우진에게 협상 카드가 됐다.
차우진 측은 강요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서린 측 변호사는 강요 여부와 인수 이해상충 은폐는 다른 문제라고 기록에 남겼다. 이미 철회된 인수안을 되살리거나 비밀 합의를 새로 만들지 않고, 기존 절차 안에서 책임 범위를 좁혔다.
윤종필은 마지막 진술에서 아르덴으로 돌아온 것이 자기 삶에는 귀환이지만 호텔에는 해결이 아니라고 말했다. 자신이 남긴 부채와 문서를 정리하고 조사에 응하는 일이 남았으며, 그 과정이 끝나도 대표 직함은 요구하지 않겠다고 했다.
심문은 결론 없이 끝났다. 재산관리 종료 여부와 채권 분류에 대한 추가 자료 제출 기한이 잡혔다. 법원은 윤종필의 귀환 사실만 확인했을 뿐, 모든 처분을 한 번에 취소하지 않았다.
법정 속기록 초안이 나오자 윤종필은 자기 진술 중 한 문장을 고쳤다. `직원을 보호하려고 알리지 않았다`를 `직원에게 판단을 맡기지 않았다`로 바꿨다. 비슷해 보이는 말이 책임의 방향을 달리했다.
직원 대표도 속기록에서 익명 처리 범위를 확인했다. 급여 지연을 겪은 직원 이름은 가리고, 당시 책임 직책과 결정 시각은 남겼다. 피해자를 보호한다며 조직 책임까지 지우지 않았다.
장지민은 방청 직원들과 별도 설명회를 열었다. 증언을 듣고 마음이 복잡해진 사람에게 감상을 요구하지 않았고, 업무상 질문만 익명으로 모았다. 윤종필에게 전할 개인 메시지도 받지 않았다.
윤종필은 추가 자료로 지방 숙소 비용과 차우진 측 연락 시각을 제출했다. 편한 부분만 고른 기록이 아니라 자신이 연락을 끊기로 재확인한 메시지까지 포함했다.
서린은 자료를 보며 아버지가 도망쳤다는 한 문장과 자료를 지켰다는 한 문장 사이에 머무르지 않았다. 두 사실이 동시에 존재해도 자신이 어느 날 용서할지 오늘 결정할 필요는 없었다.
도윤은 저녁 식사 뒤 서린에게 산책을 제안했다. 해결책을 찾기 위한 시간이 아니라 법원 밖 공기를 마시는 시간이었다. 둘은 호텔 한 블록을 벗어난 뒤에야 손을 잡았다.
법원 계단 아래에서 서린은 도윤에게 전화를 걸었다. “끝났어요”라고 말하자 도윤은 괜찮냐고 묻지 않고 지금 혼자 있고 싶은지, 같이 밥을 먹고 싶은지 선택지를 줬다.
서린은 같이 먹고 싶다고 했다. 다만 법정 이야기를 먼저 꺼낼지는 자기가 정하겠다고 말했다. 도윤은 식당 창가가 아닌 조용한 안쪽 자리를 잡아 두겠다고 답했다.
저녁 식탁에서 서린은 아버지가 경영 복귀를 요구하지 않았다는 문장부터 말했다. 도윤은 잘됐다고 축하하지 않았다. 그것이 당연한 책임이면서도 윤종필이 실제로 선택한 변화라는 두 사실을 함께 받아들였다.
다음 날 아르덴 공개판에는 심문 결과가 세 줄로 올라갔다. `귀환 확인`, `채무·처분 심리 계속`, `경영 복귀 없음`. 증언석에서 나온 말은 가족 화해의 장면이 아니라 운영 권한을 다시 요구하지 않겠다는 공개 책임으로 남았다.
윤종필은 호텔 밖 숙소로 돌아가며 자기 서류 가방을 직접 들었다. 서린은 법원 계단에서 그 모습을 끝까지 보지 않았다. 대신 직원들이 다음 교대에 들어가는 시간을 확인했다. 아버지의 증언이 호텔의 하루를 대신 운영하지는 못했고, 그래서 더 정확한 자리에 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