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인 협약 초안 첫 장에는 성공보다 부상자 이름이 먼저 적혔다. 중앙 폭주 때 다친 기술자와 감시 서기, 갈라진 돌판 근처에서 화상을 입은 주민, 생체 안정실 근무 뒤 감각을 잃은 사람들. 확인되지 않은 실종은 별도 칸에 남았다.
루키안의 이름도 손상 기록에 있었다. 왼손 새끼손가락·약지 감각 없음, 장시간 작업 시 봉인흔 발열, 지팡이 단독 유지 제한. 협약을 만든 영웅의 상처가 아니라 운영에서 고려해야 할 현재 조건이었다.
사반은 구금 상태로 초안 심리에 참석했다. 감시 서기 폭행은 다른 기술자의 행위라는 증거가 나왔지만, 유지 우회로 무단 가동과 위험 유발은 인정됐다. 보고 지연과 비상왕안 책임은 별도 재판이 계속됐다.
그를 모든 과거 생체 봉인의 원흉으로 만들지는 않았다. 일부 의자는 그가 태어나기 전 설치됐다. 다만 최근 사용과 증상 누락, 중앙 고리 확대 책임은 현재 기록으로 물었다.
첫 조항은 봉인국의 지위였다. 국가 소유 중심기관이라는 이름을 버리고 지역망을 지원·검증하는 감독기관으로 낮췄다. 출력 직접권은 임시 운용단에서 영구 네 집단 구조로 바뀌었다.
봉인국 기술자들은 낮춰졌다는 말에 반발했다. 아델린은 전문 지식의 가치가 권한 크기와 같지 않다고 설명했다. 연구·장비·깊은 흐름 조정은 계속 맡지만 보고·예산·출력·심사를 한 기관이 겸하지 않는다.
둘째 조항은 지역 학교였다. 작은 봉인 설치와 중단, 대피 교육은 지역이 맡고 교재와 실패 기록을 서로 공유한다. 로벨 학교가 표준의 주인이 되지 않고 해마다 다른 지역의 검토를 받는다.
루키안은 종신 학교장 조항을 먼저 지웠다. 자신이 떠나거나 손을 더 쓰지 못해도 교대가 이어지도록 임기와 후임 선출, 학생 중단권을 적었다.
셋째 조항은 네 열쇠였다. 왕실, 변경, 기술, 교육·주민 안전이 하나씩 맡고 어느 한쪽도 혈통이나 비상 패로 우회할 수 없다. 열쇠 분실과 담당자 부재 시의 교대 절차도 함께 적었다.
엘리안은 왕실 혈통 우회 장치의 완전 파괴를 요구하지 않았다. 역사 증거로 기능을 끊고 공개 봉인했으며, 재가동하려면 네 기관 전원과 주민 심리가 필요하도록 했다.
넷째는 사람의 몸을 봉인 연료로 쓰지 않는 원칙이었다. 치료 목적 측정과 자발적 현장 참여는 가능하지만 감각·수명 소모를 출력 수단으로 계획할 수 없다. 위험 설명과 대안, 철회권, 독립 치료관이 필요했다.
생체 안정실 피해자 한 명은 자신이 당시 자원했다며 기록에서 피해자로만 불리는 것을 거부했다. 협약은 선택 사실과 불충분한 정보, 배치 압력을 함께 적고 당사자가 원하는 호칭을 존중했다.
다섯째는 군사 전용 금지였다. 마력 흐름을 타 지역에 밀어 공격하거나 봉인망을 군량·통행 통제에 이용할 수 없다. 실제 방어 연구가 필요한 경우 영향받는 지역과 외부 검증이 참여한다.
세라는 봉인 담당 경비가 주민 위에 서지 않도록 무장·구역·교대 공개 조항을 넣었다. 성역 바깥문 사건처럼 보호를 명분으로 출입을 독점할 수 없게 했다.
여섯째는 실패 공개였다. 작은 봉인 오류와 중앙 장치 고장, 사람 부상, 대피 비용을 같은 보고서에 넣는다. 세부 공격 가능 정보는 나누어 보관하되 존재와 영향, 수정 날짜는 감출 수 없다.
카르몬 대표는 실패가 공개되면 적이 약한 곳을 고른다고 우려했다. 설원 대표는 약한 곳 주민이 모르는 것이 더 위험하다고 했다. 공개 범위를 위험 단계와 대피 행동 중심으로 정했다.
협약 심리는 일주일 동안 이어졌다. 종이 위 조항마다 실제 시험이 붙었다. 열쇠 교대, 지역 연결 단절, 야간 경보, 치료관 중단, 기록 사본 복구가 차례로 점검됐다.
첫 열쇠 교대 시험에서 왕실 담당 후임이 늦었다. 예전 같으면 아델린이 대신 두 표를 행사했겠지만, 왕실 내부 교대자를 별도로 세우고 다른 열쇠들은 기다렸다. 중심 출력은 안전 상한으로 낮췄다.
지역망 시험에서는 천 곳 가운데 열네 곳이 답하지 않았다. 협약 서명을 미루고 담당자 부재, 기구 고장, 고의 미응답을 나눠 확인했다. 전원 성공이라는 발표를 만들지 않았다.
사반은 중앙 지휘가 있었다면 열네 곳을 즉시 강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루키안은 강제 신호가 담당자 없는 거점까지 안전하게 만들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필요한 것은 현장 인력과 교대 지원이었다.
북방 일곱 도시는 두 명씩 순회 지원자를 냈다. 설원 세 부족도 자기 측정법을 가르칠 사람을 보냈다. 중앙 기술자는 장비 수리를 맡았다. 응답하지 못한 거점은 사흘 안에 열 곳으로 줄었다.
남은 네 곳은 주민들이 봉인망 자체를 불신해 참여를 거부했다. 협약은 군대를 보내지 않고 위험과 대피 정보만 계속 제공하며 재논의 날짜를 잡았다. 공동결정은 동의하지 않는 지역을 빈칸으로 지우지 않았다.
서명식 날 성역 단상은 철거됐다. 문서가 놓인 긴 탁자에는 왕실·변경·봉인국·학교·주민·설원 대표가 같은 높이로 앉았다. 엘리안은 중앙 자리가 아니라 북방 조정자 칸에 섰다.
사반은 서명권이 없었지만 자신의 반론서와 인계 완료 확인을 제출했다. 문서는 협약 부록에 붙었다. 패배자의 말이라고 없애지 않았고 전문성 때문에 면책하지도 않았다.
루키안은 오른손으로 서명하고 왼손은 탁자 위에 그대로 두었다. 누군가 상처를 가리는 의전 장갑을 주려 했지만 거절했다. 완치되지 않은 손이 협약 실패를 저주하는 상징도, 성공을 미화하는 훈장도 아니었다.
아델린은 왕실 표 하나를 행사했다. 왕실이 협약을 내려 준 것이 아니라 다른 표와 함께 제한받는 데 동의한 표였다.
천 개의 작은 봉인망에서 답신이 차례로 왔다. 모든 빛이 동시에 켜지지 않았다. 지역마다 측정 시각과 교대가 달랐고, 지도에는 작동·중단·수리·미참여 상태가 서로 다른 색으로 보였다.
중앙 조정고는 그 신호를 받아 출력 상한을 낮췄다. 명령을 내리는 심장 대신 각 지역의 상태를 듣는 귀에 가까워졌다. 사람들은 더 이상 용을 붙잡았다고 선언하지 않았다.
협약이 확정된 밤 수도에서 전령이 왔다. 광장과 병영에 `봉인 위기에는 왕이 필요하다`는 인쇄물이 퍼지고, 일부 왕실 근위 창고에서 종이와 잉크가 사라졌다는 보고였다.
유인물에는 중앙 폭주 피해 숫자가 과장돼 있었고 지역망 미응답 네 곳은 왕국 붕괴로 묘사됐다. 동시에 사반을 충성스러운 국장으로 석방하라는 문구가 있었다.
엘리안은 유인물을 금지하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원본을 보존하고 인쇄 종이, 활자, 배포 창고, 자금 흐름을 확인하라고 했다. 틀린 주장은 반박 자료와 함께 공개한다.
세라는 수도로 갈 회색늑대 대원을 다시 모집했다. 성역 공로로 자동 동원하지 않고 임무·무장·중단권과 기간을 읽었다. 하르트는 자신의 한 해 인계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는지 확인했다.
루키안은 성역에 남아 첫 외부 감사를 준비했다. 수도 전투에 따라가지 않는 것이 도망처럼 느껴졌지만, 모든 주인공이 같은 문으로 들어갈 필요는 없었다. 누군가는 새 협약이 전쟁 중에도 작동하는지 지켜야 했다.
새벽 종이 울릴 때 성역 벽에는 피해자 이름과 봉인 협약이 나란히 걸려 있었다. 상처를 지워 완벽한 제도를 선포하지 않았기에, 다음 권력도 실패를 숨기며 보호를 주장하기 어려워졌다.
그러나 수도에서는 같은 새벽 다른 인쇄기가 돌아갔다. 빈 왕좌를 채우라는 글자가 종이 위에 찍혔다. 봉인의 배반은 끝났지만, 그것을 왕관의 필요로 바꾸려는 정치가 이제 문을 닫기 시작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