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 운영회 첫 표결이 끝난 밤, 검혼전 비무장 지하문이 닫혔다. 두 장부를 정리하던 하인 여섯과 피해 유족 넷이 안에 갇혔다. 바깥문에는 남궁윤 이름을 쓴 붉은 천이 걸렸고, 강경 지지자들은 장부를 넘기면 사람을 내보내겠다고 했다.
남궁윤은 자기 명령이 아니라고 즉시 밝혔다. 그러나 점거자 셋은 그의 숙소 호위 출신이었다. 사람들은 후보가 모른 척한다고 비난했다. 외부 감독은 직접 지시 증거가 없으므로 남궁윤을 배후로 확정하지 않되, 자기 이름을 쓰는 무리에게 공개 철수를 요구할 책임이 있다고 했다.
남궁현에게는 비무장 정문 열쇠와 선대 검이 함께 전달됐다. 전통상 후계 후보끼리 결투하면 패한 쪽 지지자는 명령을 따른다는 논리였다. 점거자는 남궁윤과 겨뤄 이기면 문을 열겠다고 제안했다. 인질의 안전이 또 결투 승패에 매달렸다.
남궁현은 검을 받지 않았다. 문 안 사람들에게 현재 물과 공기가 있는지 먼저 물었다. 하인 한 명이 바닥 환기구를 통해 여섯 시진분 물이 있지만 노인 유족 한 명이 숨을 가쁘게 쉰다고 전했다. 당소연은 약과 환기부터 요구했다.
점거자들은 장부를 받기 전에는 아무것도 넣지 않겠다고 했다. 진무백은 치료를 거래 조건으로 삼는 순간 독립 심리가 더 무거워진다고 경고했다. 그들은 매화맹이 남궁 법도에 간섭한다고 비웃었다. 진무백은 인질 안전 입회자로만 말하고 체포 명령은 내리지 않았다.
청연도인은 비무장 구조도를 펼쳤다. 정문 외에 선수들이 쓰는 바닥 퇴로와 관중석 배수구가 있었다. 바닥 퇴로는 선대 검을 꽂아 돌리는 장치라고 전해졌지만 실제로는 철핀 세 개로 잠겼다. 검 모양 손잡이가 전통을 과장한 셈이었다.
남궁현은 어릴 때 그 장치를 배웠다. 선대 검을 쓰면 빠르지만 칼날이 휘고 안쪽 바닥이 갑자기 열릴 수 있었다. 하인들이 문 위에 서 있으면 추락할 위험이 컸다. 그는 검 대신 철핀 위치를 외부에서 하나씩 찾자고 했다.
점거자들은 시간을 끌면 장부에 불을 붙이겠다고 했다. 안쪽 하인 한 명은 장부 원본과 사본이 서로 다른 사람에게 있다고 소리쳤다. 점거자도 어느 것이 진짜인지 몰랐다. 기록 분산이 사람과 종이를 하나의 인질로 묶기 어렵게 했다.
구칠은 비무장 밖 지지 군중 사이에서 점거자 연락책을 찾았다. 잡아다가 문을 열게 하자는 요구를 거절하고, 그가 전달하는 쪽지 시간과 수신자를 기록했다. 연락책은 안에 동생이 있어 강요받았다고 말했다. 가담과 협박을 나눠 보아야 했다.
혜륜은 관중석 사람들을 먼저 대피시켰다. 구경꾼이 많으면 점거자도 체면 때문에 물러나기 어려웠다. 남궁 가문 제자들은 현장을 지켜야 한다고 반발했지만, 공개 기록자 둘만 남기고 나머지는 정해진 집결지로 옮겼다. 환호와 야유가 사라지자 협상 목소리가 낮아졌다.
당소연은 바닥 환기구로 작은 약주머니를 넣었다. 점거자는 빼앗으려 했지만 안쪽 유족들이 먼저 받아 노인에게 전달했다. 약 제공은 장부 인도와 묶지 않았고, 어떤 사람이 치료받았는지도 공개하지 않았다. 숨이 가쁜 소리는 조금씩 잦아들었다.
남궁윤이 현장에 왔다. 그는 점거자에게 자기 이름의 붉은 천을 내리고 사람을 풀라고 명령했다. 점거자는 남궁윤이 원로에게 굴복했다며 오히려 그를 배신자라 불렀다. 후보 이름으로 시작한 무리가 후보 통제를 벗어나 권위를 스스로 연기하고 있었다.
남궁윤은 칼을 뽑아 정문을 깨려 했다. 남궁현이 그의 손목을 잡지 않고 문 아래 사람 위치를 가리켰다. 문짝 뒤에 장롱과 사람이 있을 수 있었다. 분노가 옳아도 사용한 힘이 인질에게 향하면 구조가 아니었다. 남궁윤은 칼을 칼집에 넣었다.
철핀 첫째는 관중석 아래 모래에 묻혀 있었다. 청연도인이 소리를 듣고 위치를 찾았고, 마구간지기 한 노인이 긴 말굽 집게로 뽑았다. 무림 고수보다 현장 도구를 아는 손이 정확했다. 핀을 빼도 문은 움직이지 않았고 안 사람들에게 변화가 전달됐다.
둘째 핀은 선대 검 받침대 아래 있었다. 남궁현은 받침대를 부수지 않고 나사를 풀었다. 점거자들은 그가 검을 훔치려 한다고 외쳤다. 공개 기록자가 손의 위치와 나온 물건을 계속 읽어 안팎에 같은 사실을 전했다.
셋째 핀은 비무장 안쪽에 있었다. 안의 하인들이 스스로 찾아야 했다. 남궁현은 어린 시절 배운 위치를 환기구로 설명했지만, 누가 움직일지는 안쪽 사람들이 정했다. 점거자 감시를 피해 두 하인이 청소 도구로 바닥 틈을 더듬었다.
점거자가 그들을 발견하고 칼을 들었다. 피해 유족 최문희가 장부 사본을 들고 반대쪽으로 뛰어 시선을 끌었다. 그녀는 영웅적 희생을 하려 한 것이 아니라 이미 다른 유족과 정한 역할을 수행했다. 하인들이 셋째 핀을 찾는 동안 사본은 불이 없는 모래구역으로 옮겨졌다.
철핀이 빠지자 바닥 퇴로가 손바닥만큼 열렸다. 갑자기 밀지 않고 안쪽 사람들이 순서를 정했다. 노인과 다친 사람, 하인, 기록 사본이 차례로 나왔다. 점거자에게도 무기를 내려놓으면 같은 퇴로로 나올 수 있다고 알렸다.
두 명은 항복했고 한 명은 장부를 품고 정문 위로 올라갔다. 남궁윤은 결투하자며 그를 불렀다. 남궁현은 그 틈에 마지막 사람 수를 확인했다. 한 하인이 보이지 않았다. 장부보다 사람이 하나 모자랐다.
보이지 않던 하인은 정문 뒤 장롱에 묶여 있었다. 진무백과 혜륜이 퇴로로 다시 들어가 그를 찾았다. 두 사람은 점거자를 쫓지 않고 호흡과 밧줄부터 확인했다. 장롱을 옮길 때 밖에서도 무게를 받쳐 문이 넘어지지 않게 했다.
마지막 점거자는 지붕으로 달아나려 했다. 남궁윤이 뒤쫓았지만 남궁현은 따라가지 않았다. 외부 회당 경비가 지붕 퇴로를 이미 막고 있었다. 남궁윤은 칼을 맞대고 싶었으나 경비의 체포 절차에 넘겨야 했다. 그는 한 발 늦게 멈췄다.
사람 열 명은 모두 나왔고 장부 원본과 사본도 남았다. 당소연은 하인과 유족을 먼저 진료했다. 점거자 두 명도 상처 순서에 따라 치료받았다. 누가 인질이고 누가 가해자인지는 심리에서 다루되 피가 나는 순서는 몸 상태로 정했다.
남궁윤은 자기 호위 출신이 벌인 일에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원로들은 후보 사퇴로 끝내자고 했지만 외부 감독은 인사 관리 책임과 직접 점거 책임을 구분했다. 그는 호위 선발·감독 과정을 공개하고 피해 심리에 출석하되, 지시 증거 없이 인질범으로 처벌받지는 않았다.
남궁현은 결투 기회를 버렸다는 칭송을 받았다. 그는 결투가 애초에 인질 해방의 정당한 조건이 아니었다고 고쳤다. 자기 절제가 사람을 살린 전부도 아니었다. 핀 위치, 하인의 도구, 유족 역할, 약주머니, 외부 경비가 이어진 결과였다.
비무장 바닥 퇴로는 이후 비밀 장치가 아니라 공개 안전 설비가 됐다. 검 모양 손잡이는 제거하고 누구나 읽을 수 있는 개방 순서를 붙였다. 핀 점검은 하인 대표와 안전 담당이 함께 맡았다. 전통의 비밀이 사람을 가두지 못하게 했다.
장부는 더 이상 비무장 안에서 보관하지 않았다. 피해 마을, 외부 회당, 남궁 임시 운영회에 사본을 나눴다. 어느 한 점거로 상환 사실 전체를 인질로 잡을 수 없었다. 비무장 문 아래 갇힌 사람들이 나온 뒤에도 분산 보관은 후속 안전의 일부로 남았다.
밤이 되자 선대 검은 받침대 위에 그대로 있었다. 남궁현은 한 번도 손대지 않았고 남궁윤도 칼을 내려놓았다. 바닥 퇴로에서는 마지막 하인이 자기 발로 걸어 나왔다. 그날 남궁가를 움직인 것은 후계자의 승부가 아니라 문 밑에서 서로 위치를 알려 준 평범한 목소리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