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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3-8화]

기록 보관인의 이름

작성: 2026.07.08 19:34 조회수: 1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콘텐츠는 AI가 창작한 장기 연재소설입니다. 실제 인물이나 사건과 무관한 창작물입니다.

궤짝 물품 목록의 마지막 줄까지 마르자 여자는 붓을 자신 앞으로 끌어왔다. 기록고의 밤은 깊었고 문밖 순찰의 발소리는 한 차례 멀어졌다가 다시 가까워졌다. 위명선은 이름 칸이 빈 입회서를 그녀 앞에 밀었다. 진무백은 재촉하지 않았지만 시선을 피하지도 않았다.

여자는 먹을 찍어 석 자를 썼다. 류정화. 획은 가늘었으나 끝이 흔들리지 않았다. “쉰넷, 전임 기록관이 아니라 선대 하늘문 보관인입니다. 서백하가 마지막으로 위탁을 고치던 밤의 마지막 위탁 입회자이기도 합니다.” 그제야 직책과 행위가 한 사람의 이름 아래 놓였다.

청연도인이 낮게 물었다. “왜 어제는 사십 안팎으로 보이게 얼굴을 가렸습니까?” 류정화는 쪽문 위에 걸어 둔 회색 두건을 가리켰다. 두건이 눈가 주름과 흰머리를 가렸고 등잔을 등진 채 서 있어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쪽문에서 한 번 몸을 보인 뒤 안쪽 회랑을 돌아 정식 열람 자리로 나온 것도 두 사람이 아니라 순찰을 피한 한 사람의 동선이었다.

“그 설명도 내가 먼저 했어야 했습니다.” 류정화는 입회서 여백에 자신의 나이와 복장을 적었다. “얼굴을 숨기면 사람을 지킬 수 있다고 오래 믿었습니다. 하지만 숨긴 얼굴은 목격을 둘로 만들고, 둘로 갈린 목격은 기록을 약하게 합니다.” 위명선은 그 문장을 지우지 않았다.

진무백은 직책의 범위를 물었다. 류정화는 하늘문에 들어온 외부 위탁물을 받되 내용을 읽을 권한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봉인 상태와 반환 조건, 위탁자 생사 확인만 맡았다. 장문인도 사유 없이 궤짝을 열 수 없고, 보관인도 자기 판단만으로 돌려줄 수 없었다. 그래서 서백하가 네 번 왔어도 매번 선대 장문인의 입회가 필요했다.

“그런데 네 번 모두 거절됐소.” 진무백이 말했다. “당신은 열쇠를 갖고 있었고.” 류정화는 변명하지 않았다. 선대 장문인이 오대 세력의 전쟁 빚이 드러나면 강호가 다시 갈라진다고 경고했고, 그녀는 명령을 따랐다. 서백하가 마지막에는 피 묻은 소매로 탁자를 짚었는데도 위탁표 절반을 내주지 않았다.

“당신이 거절하지 않았으면 스승이 살았겠소?” 진무백의 목소리가 거칠어졌다. 류정화는 모른다고 답했다. 살았을 것이라 말하면 자신의 한 번의 선택이 모든 죽음을 만들었다는 허세가 되고, 어차피 죽었을 것이라 말하면 책임을 피하는 핑계가 된다고 했다. “내가 아는 것은 돌려줄 수 있었던 증거를 돌려주지 않았다는 사실뿐입니다.”

위명선이 선대 명령서를 요구했다. 류정화는 기록고 기둥 밑에서 작은 대나무 통을 꺼냈다. 안에는 ‘위탁 반환 보류’라고 적힌 세 장의 지시가 있었고, 넷째 방문에는 서면 지시가 없었다. 선대 장문인이 병석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날 결정은 류정화 혼자 내렸다.

청연도인은 마지막 거절이 명령 때문이 아니었음을 알아차렸다. 류정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서백하 뒤에 흑야루 추격자가 붙었다고 생각해 궤짝을 열면 기록고까지 피바다가 될까 두려웠다. “사람을 지킨다는 이유였지만, 누구에게 위험을 감수할지 물은 적은 없습니다. 내가 대신 정했습니다.”

진무백은 스승을 위해 화를 내고 싶었다. 그러나 류정화가 내민 것은 용서를 청하는 손이 아니라 확인 가능한 잘못이었다. 그는 네 번째 반환 요청서 아래에 새 문장을 쓰게 했다. ‘서면 명령 없이 보관인 류정화가 반환을 거절함.’ 위명선과 청연도인이 그 문장을 함께 읽고 도장을 찍었다.

류정화는 이름을 감춘 뒤에도 기록고를 떠나지 못했다고 했다. 직책에서 물러난 다음 하늘문 밖 약초밭을 돌보며 순찰이 바뀔 때마다 궤짝 봉인을 살폈다. 현허진인이 돌아온 뒤 선대 위탁 목록을 규율원으로 넘기라고 했을 때는 빈 목록만 제출했다. 궤짝을 지킨 행동과 규율을 어긴 행동이 같은 손에서 나왔다.

위명선은 즉시 구금을 말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가 기록고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류정화는 받아들였지만 진무백이 막았다. “도망을 막는 것과 입을 막는 것은 다르오. 당신들만 지키는 방에 두면 증언이 또 한 문파의 소유가 됩니다.” 그는 마을 의원과 규율원 한 사람, 외부 입회자가 함께 있는 처소를 요구했다.

류정화도 자신을 특별히 보호하지 말라고 했다. 대신 네 방문을 기록한 원본이 훼손되지 않도록 각각 다른 필사자에게 사본을 맡겨 달라고 청했다. 한 장은 무당, 한 장은 개방, 한 장은 청매표국 피해자에게 가야 한다고 했다. 보관인이 처음으로 혼자 지키는 방식에서 벗어나는 요구였다.

그녀는 궤짝 바닥에서 나온 먼지까지 봉투에 쓸어 넣었다. 작은 붉은 흙 알갱이가 섞여 있었다. 하늘문 주변 흙은 회백색이므로 외부에서 묻어 온 것이었다. 류정화는 서백하의 마지막 신발에 같은 붉은 흙이 붙어 있었다고 기억했다. 그가 오창관 남쪽 폐로를 다녀왔다는 정황이었다.

진무백은 기억만으로 길을 정하지 않았다. 청연도인이 무당의 옛 역참 지도를 가져와 붉은 흙이 나는 곳을 표시했다. 소림 서북의 폐쇄된 곡물 창고와 오창관 옛터가 같은 토맥 위에 있었다. 매화 위탁표의 지명과 물질 흔적이 처음으로 겹쳤다.

“서백하는 네 번째 방문 때 혼자였습니까?” 진무백이 물었다. 류정화는 문밖에 짚신 한 켤레가 더 있었다고 했다. 얼굴은 못 봤지만 발끝이 안으로 향해 있어 추격자가 아니라 기다리는 사람 같았다. 서백하는 그 사람을 ‘살아 있는 장부’라고 불렀다. 이름을 말하지 않은 것은 그를 물건처럼 숨기려 한 까닭이었을 것이다.

그 말에 진무백은 청문객잔에서 발견한 중독자의 손목을 떠올렸다. 반쪽 매화 표식, 말하지 못한 이름, 개방 보호처로 옮긴 뒤 더디게 돌아오던 의식. 아직 같은 사람이라 단정할 수 없었다. 그는 ‘살아 있는 장부’라는 표현만 별도 질문지에 적고 추측은 쓰지 않았다.

류정화는 자신의 인장을 꺼내 위명선 앞에 놓았다. 매화가 아니라 닫힌 문 모양이었다. 선대 하늘문 보관인이 물러날 때 반납했어야 하나 증거를 지키겠다는 명분으로 숨겨 온 물건이었다. 위명선은 인장을 압수하되 압수 시각과 사유를 두 부로 써 한 부를 류정화에게 건넸다.

위명선은 옛 인사첩도 가져왔다. 빛바랜 칸에는 류정화의 부임일과 해임일, 열쇠 인수 수량이 남아 있었다. 닫힌 문 인장의 미세한 깨짐이 인사첩 탁본과 같았다. 그녀가 뒤늦게 꾸며 낸 보관인이 아니라 실제 권한을 맡았던 사람이라는 사실도 다른 문서로 확인됐다.

“이제 당신 이름은 기록에 남았소.” 진무백이 말했다. 류정화는 그 말이 위로처럼 들리지 않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이름을 남기는 일은 명예를 얻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한 결정에서 도망갈 구멍을 닫는 것이라 했다. 진무백은 그 뜻에 동의해 입회서의 증인 칸에 서명했다.

새벽이 밝기 전 물품과 증언은 세 묶음으로 나뉘었다. 류정화는 마을 의원이 있는 처소로 옮겨졌고 규율원 검수와 청연도인의 사제 한 명이 함께 지켰다. 문은 밖에서만 잠그지 않았다. 그녀가 원하면 입회자를 불러 추가 진술을 남길 수 있게 작은 종을 안쪽에 달았다.

기록고를 나서며 진무백은 쪽문을 돌아보았다. 전날에는 그 문에서 나이가 다른 두 그림자처럼 보였던 사람이 이제 류정화 한 사람으로 서 있었다. 선대 하늘문 보관인, 마지막 위탁 입회자, 명령 없이 네 번째 반환을 거절한 사람. 직책도 잘못도 이름과 함께 적혔다. 이름 없는 증언보다 무거웠고, 그래서 비로소 다른 기록과 맞춰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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