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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3-11화]

두 사람의 젖은 신발

작성: 2026.07.03 09:03 조회수: 1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콘텐츠는 AI가 창작한 연재소설입니다. 실제 인물이나 사건과 무관한 창작물입니다.

막금산의 수저는 점심이 지나도록 마른 채 밥상 끝에 놓여 있었다. 서진해는 손님 셋이 먹고 간 그릇을 씻으면서도 자꾸 대문을 보았다. 담소령은 아침에 꺼내 놓은 천 조각을 약첩 위에 얹어 두고, 한 번도 뒤집지 않았다. 문양을 안다고 말한 뒤부터 그녀의 침묵은 모르는 사람의 침묵이 아니라 말할 때를 고르는 사람의 침묵이었다.

해가 서쪽 담장에 걸릴 무렵 비가 왔다. 굵지 않았으나 흙을 어둡게 적시는 비였다. 관도 쪽에서 두 켤레의 발소리가 들리자 서진해는 행주를 내려놓았다. 한 걸음은 무겁고 일정했고, 다른 걸음은 짧지만 흐트러지지 않았다. 새벽에 혼자 나간 막금산이 젖은 도포 자락을 끌며 먼저 대문 안으로 들어왔다. 그 뒤에는 며칠 전 보자기를 놓고 갔던 혜산댁이 서 있었다.

“밥은 남았느냐.” 막금산이 물었다. 목소리는 태연했지만 오른쪽 소매가 팔꿈치까지 찢겨 있었다. 빗물이 아니라 묽은 피가 손끝에서 한 방울 떨어졌다. 담소령이 의자를 밀치고 일어나 그의 손목을 잡았다. “이걸 들고 와서 첫마디가 밥입니까?” “둘이 굶었으니 중요한 말이지.” 막금산이 웃으려 했으나 입꼬리가 굳었다.

혜산댁이 등에 멘 대나무 광주리를 내려놓았다. 광주리 밑은 불에 그을렸고, 위에는 젖은 짚과 헝겊이 여러 겹 덮여 있었다. 그녀는 서진해를 오래 바라보다가 말했다. “청문파의 사내 제자가 이렇게 컸구나. 마지막으로 들은 때에는 어른 허리에도 못 닿는다 했는데.” 서진해는 생면부지인 사람에게 성장의 세월을 들킨 기분이 들어 손을 말아 쥐었다.

“누구에게 들으셨습니까?” “담소린에게. 그리고 막천류에게.” 혜산댁의 대답은 망설임이 없었다. 막금산은 그 옛 이름이 불려도 부정하지 않았다. 대신 문을 닫고 빗장을 걸었다. 담소령은 상처를 씻길 물을 데우며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고성까지 갔지요? 나만 빼고.” 그 말의 끝은 차갑기보다 다친 데를 누르는 손처럼 단단했다.

막금산이 식탁에 앉자 담소령은 찢어진 소매를 더 잘랐다. 상처는 검이 스친 자국이 아니라 가는 쇠갈고리에 긁힌 흔적이었다. 혜산댁은 따라온 자가 셋이었다고 했다. 고성 약방 뒤 우물에서 기다리다 장부를 꺼내는 순간 들이닥쳤고, 막금산이 둘의 무기를 꺾는 동안 자신이 광주리를 들고 담을 넘었다는 설명이었다. “한 사람은 달아났소.” 막금산이 덧붙였다. “두 사람은 고성 현리에게 묶어 넘겼다.”

서진해는 왜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갔느냐고 물었다. 막금산은 대답하기 전에 담소령이 묶는 붕대를 바라보았다. “편지를 보낸 사람이 살아 있는지 확신하지 못했다. 함정이면 나 하나로 끝내려 했다.” 담소령의 손이 멈췄다. “그게 또 남을 지키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까?” “그렇게 살아왔다.” “그래서 틀렸다는 걸 아직도 모르십니까?”

막금산은 변명하지 않았다. 잠깐 눈을 감았다가 혜산댁 쪽으로 턱을 돌렸다. “이분이 내가 틀렸다는 증거다. 혼자 들어갔다면 우물 아래 함에서 기록을 꺼내지도 못했고, 뒤쫓은 자의 얼굴도 못 봤을 게다.” 혜산댁은 콧방귀를 뀌었다. “혼자 다 하려는 병은 칼 든 사람들에게 흔하지. 약으로도 잘 안 낫고.” 담소령이 붕대를 세게 당기자 막금산의 눈썹이 꿈틀했다.

광주리 위의 젖은 짚을 걷자 기름종이로 싼 얇은 책 세 권과 손바닥만 한 나무함이 나왔다. 책의 가장자리는 검게 탔지만 가운데 글줄은 살아 있었다. 첫 장에는 고성 약방의 약재 출납이, 다음 장에는 종이와 먹을 사들인 날짜가 적혀 있었다. 마지막 권은 사람 이름 대신 작은 점과 획으로 표시된 운반 기록이었다. 담소령이 천 조각의 문양을 옆에 대자 점과 획의 배열이 정확히 맞았다.

“이게 무엇인지 알고 있었군요.” 서진해가 담소령에게 말했다. 담소령은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어릴 때 어머니가 약상자 안쪽에 같은 표시를 그리는 걸 봤어요. 병이 옮는 길을 적는 표식인 줄 알았죠. 그런데 연화루에서 받은 명단에 같은 표시가 붙어 있었어요. 사람 이름 곁마다 다른 방향으로.” “왜 말하지 않았소?” 막금산이 물었다. “당신이 혜산이라는 이름을 숨긴 이유부터 듣고 싶었으니까요.”

혜산댁이 두 사람 사이에 손을 들었다. “누가 먼저 숨겼는지 겨루러 온 게 아니오. 숨기는 동안 사람이 죽었고 종이가 탔소. 이제부터는 꺼낸 순서대로 놓읍시다.” 그녀는 나무함을 열었다. 안에는 깨진 먹 조각 둘, 얇게 저민 종이 귀퉁이, 붉은 밀랍 조각, 그리고 검은 칠이 벗겨진 동패가 들어 있었다.

동패 앞면에는 학이 날개를 접은 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학영회가 쓰던 표식이었다. 뒷면에는 무림맹 물자 감찰 부서의 창고 번호가 음각되어 있었다. 서진해는 그것을 손바닥에 올렸다. 습격자들이 어느 편인지 짐작하는 것과 두 조직의 표식이 한 물건에 새겨진 것을 보는 일은 달랐다. 막연한 의심이 무게를 가진 물증으로 바뀌자 손바닥이 차갑게 식었다.

“도망친 자가 버린 겁니까?” “아니오.” 혜산댁이 말했다. “붙잡힌 자 하나가 삼키려던 것을 막천류가 턱을 눌러 뱉게 했소. 그자는 청문위원회가 열리기 전에 약방 원장을 없애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고.” “누가 시켰답니까?” “직접 받은 사람 이름은 모른다 했소. 다만 이 패를 보이면 고성의 창고지기가 문을 열어 준다고 했지.”

담소령은 깨진 먹을 코 가까이 가져갔다. 송진 향 밑에 쇠 냄새가 섞여 있었다. 오래된 약첩의 먹과 달랐으나, 조사위원회 명단에서 맡았던 냄새와 같았다. 그녀는 자신의 약첩을 펼쳐 빈 여백에 먹 조각을 살짝 문질렀다. 검은 가루가 푸른 기를 띠며 번졌다. “어머니가 쓰던 먹은 등잔 그을음과 아교뿐이었어요. 이건 철분을 넣어 마르면 자줏빛이 납니다. 명단의 지운 자국도 이 색이었어요.”

서진해는 기름종이의 바깥 매듭을 살폈다. 매듭 안쪽에 작은 종이쪽지가 끼워져 있었다. ‘위원 셋째 자리를 믿지 말라. 종이보다 사람을 먼저 옮겨라.’ 글씨는 떨렸지만 획은 일정했다. 며칠 전 담소령이 연화루에서 만난 갓 쓴 사내가 건넨 명단의 필체와 같았다. 담소령은 그가 위원회 서기 윤도겸이라고 밝혔다. 백무결 쪽 사람이 문서를 바꾸는 것을 보고 몰래 연락해 온 사람이었다.

“그 사람을 믿습니까?” 서진해가 물었다. “전부는 아니에요. 그래서 이름만 받고 돌아왔어요. 하지만 이 종이의 섬유와 먹은 확인할 수 있어요.” 담소령은 종이쪽지를 원장 옆에 놓았다. “사람 말을 믿지 못하면 물건을 대조하면 되고, 물건 하나가 불타면 같은 것을 본 사람을 모으면 됩니다.” 혜산댁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대문 밖에서 말이 멈추는 소리가 났다. 네 사람은 동시에 입을 다물었다. 서진해가 청락의 손잡이에 손을 얹었으나 뽑지는 않았다. 막금산은 상처 난 팔로 일어서려 했고 담소령이 그의 어깨를 눌렀다. 혜산댁은 광주리를 발아래 끌어당겼다. 문밖에서 들린 목소리는 윤세하였다. “진해야, 나다. 위원회에서 소환장이 왔다.”

문을 열기 전에 서진해는 좁은 틈으로 윤세하의 두 손과 뒤편을 확인했다. 사형은 혼자였고, 젖은 말 옆에 봉한 죽통 하나를 들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온 윤세하는 혜산댁을 보자 걸음을 멈췄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혜산댁도 그를 알아보았다. “살아 있었군, 명부를 옮기던 젊은이.”

윤세하는 변명 대신 허리를 숙였다. “살아 있었습니다.” “그 뒤에 무슨 일을 했는지는 네 입으로 말해야지.” 혜산댁은 더 몰아붙이지 않고 원장을 덮었다. 윤세하의 시선이 동패와 먹 조각에 닿았다. 그는 소환장을 식탁 위에 놓았다. 이틀 뒤 정오, 청문파 사건 조사와 증거 검증을 위한 첫 심리를 연다는 내용이었다. 증거 목록은 내일 해 지기 전까지 위원회 서고에 맡기라고 적혀 있었다.

“한곳에 다 내라는군.” 막금산이 말했다. 윤세하가 쓰게 웃었다. “그래서 곧장 여기로 왔습니다. 원본을 한곳에 모으면 무슨 일이 생기는지 저는 압니다.” “아는 것만으로는 모자라오.” 담소령이 말했다. “당신이 한 일을 말해야 해요.” 윤세하는 고개를 들었다. “말하겠습니다. 날짜와 이름까지. 다만 먼저 살아 있는 증인부터 옮겨야 합니다.”

혜산댁은 국밥 한 숟갈을 뜨고서야 굳은 어깨를 내렸다. 막금산이 비운 자리에 다시 수저가 놓였고, 그 곁에 낯선 손님의 그릇이 더해졌다. 서진해는 원장을 셋으로 나눠 싸자는 제안을 하지 않았다. 대신 각자 본 것과 맡을 일을 종이에 적자고 했다. 누가 사라져도 남은 사람이 같은 사실을 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밤이 깊자 담소령은 막금산의 상처를 다시 살폈고 혜산댁은 타다 남은 원장을 한 장씩 말렸다. 윤세하는 소환장의 봉인 가장자리를 베껴 그렸다. 서진해는 문 곁에 앉아 그 세 사람의 손을 지켜보았다. 기다리기만 하던 빈 자리는 사라졌다. 돌아온 막금산과 혜산댁이 가져온 것은 답 하나가 아니라, 혼자 감추어서는 지킬 수 없는 증거와 함께 책임져야 할 사람들의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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