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방맹의 태원로는 파서진 회당에 갑옷 입은 호위 스물을 데리고 왔다. 새은상단의 손도장 나무틀 가운데 하나에서 청명문 구름무늬가 발견됐다는 이유였다. 그는 이름 사기의 뿌리가 천잔보감 잔존에 있으며, 한소령 등에 남은 봉쇄를 확인하면 배후를 찾을 수 있다고 선언했다.
회당 판관은 공개 검사를 명령하는 붉은 패를 내밀었다. `한소령은 상의를 벗고 검결 및 봉쇄 흔적을 증인 앞에 보일 것.` 객잔 마당에는 이미 구경꾼이 모여 있었다. 누군가는 봉쇄 속에 감춰진 일곱째 식이 드러날 거라 떠들었다. 오래 폐기된 힘이 다시 장터 구경이 되고 있었다.
한소령은 패를 받아 문장을 끝까지 읽었다. 손은 떨리지 않았지만 등 안쪽의 오래된 통증이 살아났다. 과거에는 누군가 그 흔적을 열쇠라 부를 때마다 몸이 자기 것이 아닌 문처럼 느껴졌다. 그는 패를 돌려주며 “응하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했다.
태원로는 죄가 없으면 보이면 된다고 했다. 한소령은 죄가 없다는 증명을 위해 몸을 내놓는 규칙이 생기면 열아홉 실종자도 흉터를 보여야 재원을 받을 것이라고 답했다. 오늘 영웅 한 사람에게 허용한 강제가 내일 이름 없는 사람에게 더 쉽게 향할 수 있었다.
담여화는 한소령 앞을 막아 서지 않았다. 대신 진료소 문 앞에 진료권한표를 걸었다. 봉쇄가 현재 어떤 의학적 위험을 갖는지, 공개 관찰이 무엇을 증명할 수 있는지 서면으로 질문했다. 태원로 쪽 의원은 `고대 기운의 유무`를 보겠다고 했지만 측정 방법도 비교 자료도 내지 못했다.
“등의 모양으로 나무틀을 만든 자를 알 수 있습니까?” 담여화가 물었다. 의원은 청명문 흔적이 같으면 연결을 추정할 수 있다고 했다. 손도장 틀의 구름무늬는 시장에서 파는 인장책에도 실린 흔한 변형이었다. 개인의 몸을 공개해도 상단 범죄와 이어지는 공적 증거는 생기지 않았다.
태원로는 담여화가 연인이라 감싸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담여화는 관계를 부정하거나 설명하지 않았다. 자기가 한소령의 전속 의원도 아니며, 검사 여부는 환자가 정할 일이라고 했다. 필요하다면 한소령이 고른 독립 의원에게 의학적 상태를 확인받되 결과 공개 범위도 당사자가 선택해야 했다.
회당 사람들 중 일부는 한 번만 보이면 소문이 끝날 거라고 설득했다. 한소령은 예전에 봉쇄를 보여 줄 때마다 새 소문이 생겼다고 말했다. 누군가는 선을 열쇠라 했고, 누군가는 지도로, 누군가는 숨은 식의 문장으로 읽었다. 몸은 의심을 끝내는 종이가 아니라 해석 욕망이 계속 쓰이는 바탕이 됐다.
팽노는 태원로가 강제로 명령하면 싸워 막겠다고 했다. 한소령은 칼로 진료 경계를 세우지 말라고 했다. 태원로를 물리쳐도 다음 원로가 더 많은 호위를 데려오면 같은 일이 반복된다. 명령의 근거와 이의 절차를 공개 심리에서 무너뜨려야 했다.
한소령은 명령 효력 정지를 청구했다. 청구서에는 자기 수치나 공로 대신 세 가지 질문만 적었다. 검사 대상이 범죄 증거와 어떤 관련이 있는가, 덜 침해적인 자료가 있는가, 검사 결과와 몸의 그림을 누가 보관하고 언제 지우는가. 어느 질문에도 원로 쪽은 답을 준비하지 못했다.
심리 전날 밤 객잔 벽에 한소령의 등을 상상해 그린 그림이 붙었다. 선 일곱 개가 문을 가리키는 모양이었다. 윤채는 그림을 찢으려다 손을 멈추고 발견 위치와 풀 자국을 기록했다. 찢으면 또 비밀을 감춘다는 소문이 날 수 있었다. 그는 천을 덮어 구경을 막고 감독 서리를 불렀다.
그림 종이는 새은상단 계약서와 같은 방충 향이 났다. 막리연은 종이 판매처를 추적해 태원로의 하급 서리가 대량으로 사 간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태원로가 직접 시켰다는 증거는 없었다. 청명은 원로 전체를 배후로 선언하지 않고 구매자와 배포자를 따로 조사했다.
공개 심리에서 태원로는 한소령이 몸을 숨겨 사람들의 공포를 키운다고 주장했다. 노진수 어머니가 방청석에서 물었다. “내 아들 흉터를 보자던 상단과 당신 명령은 무엇이 다르오?” 태원로는 공공 안전이라는 목적이 다르다고 했지만, 목적만으로 같은 침해가 달라지지는 않았다.
담여화는 봉쇄에 관한 최소 사실을 한소령의 동의를 받아 설명했다. 현재 역류를 막는 의료적 조치이며, 제거하거나 자극하면 생명에 위험할 수 있다는 내용뿐이었다. 선의 수, 위치, 모양, 과거 치료 기록은 말하지 않았다. 위험을 알리는 데 필요한 정보와 호기심을 채우는 정보를 구분했다.
태원로 쪽 의원은 위험 여부를 믿을 수 없다며 자기 손으로 확인하겠다고 했다. 한소령은 독립 의원 셋의 명단을 내고 그중 한 명을 무작위로 고르자고 제안했다. 의원은 비공개로 현재 안정 여부만 보고, 몸 그림이나 무공 추정은 남기지 않는 조건이었다. 검사를 전부 거부하는 것과 공개를 거부하는 것은 달랐다.
선정된 의원은 사흘 뒤 한소령을 진료했다. 담여화는 방 안에 들어가지 않았다. 한소령이 혼자 검사자를 고르고 설명을 듣는 경험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문밖에서 기다리면서도 결과를 먼저 묻지 않았다. 환자가 말하기 전에는 가까운 사람도 진료 정보의 주인이 아니었다.
의원은 봉쇄가 안정적이며 외부 자극을 피해야 한다는 짧은 확인서만 냈다. 확인서에는 등의 모양도 천잔보감이라는 단어도 없었다. 태원로는 불충분하다고 반발했지만, 범죄 수사에 필요한 자료가 아니라는 사실은 더 분명해졌다. 손도장 틀 사건은 종이와 목수, 돈의 흐름으로 조사하기로 했다.
목수 조합 장부에서 구름무늬 틀을 주문한 사람은 새은상단 서기였다. 그는 오래된 문파 무늬가 가족들에게 믿음을 준다며 인장책에서 골랐다고 자백했다. 한소령의 봉쇄를 본 적도 없고 천잔보감 잔존과 접촉한 적도 없었다. 한 사람의 등을 열지 않고도 범죄 경로가 드러났다.
회당은 공개 검사 명령을 취소했다. 다만 비슷한 요청이 반복될 수 있어 진료 정보 요구 규칙을 새로 만들었다. 범죄 관련성, 필요 최소 범위, 당사자 의견, 보관·폐기 시점을 먼저 심리하고 긴급한 생명 위험이 아니면 강제하지 않는 내용이었다.
태원로는 체면을 잃었다며 한소령에게 결투를 청했다. 한소령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투에서 이기면 몸의 권리가 강한 자에게만 주어지는 셈이었다. 그는 태원로도 병이 들었을 때 같은 규칙의 보호를 받을 거라고 말했다. 원로는 그 말에 더 분노했지만 칼을 뽑을 명분을 찾지 못했다.
심리 뒤 담여화는 한소령에게 검사 결과를 말하고 싶은지 물었다. 그는 안정적이라는 한 줄만 알려 주고 나머지는 자기 진료함에 두겠다고 했다. 담여화는 안도하는 표정을 숨기지 않았지만 더 묻지 않았다. 두 사람의 가까움도 경계를 없애는 허가가 아니었다.
한소령은 등에 새 붕대를 감으며 거울을 보지 않았다. 흔적을 부끄러워해서가 아니라 오늘은 모양을 확인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옷을 입고 객잔 주방으로 내려가 그릇을 씻었다. 구경꾼들은 기대한 비밀을 보지 못했지만, 주방 사람들은 평소처럼 젖은 그릇을 건넸다.
윤채는 벽의 상상 그림을 심리 증거에서 떼어 폐기할 시각을 물었다. 한소령은 조사 사본 한 장만 비공개로 남기고 공개 그림은 지워 달라고 했다. 먹칠로 덮어 더 큰 형상을 만들지 않고 종이를 물에 풀어 글자를 해체했다. 누군가의 상상이 그의 몸보다 오래 떠돌지 않게 했다.
팽노는 진료권한표 아래 자기 이름을 감시자로 넣으려 했다가 지웠다. 보호한다며 문 앞을 차지하면 누가 한소령을 만나는지 또 자신만 알게 된다. 대신 환자가 고른 사람 외에는 누구도 안으로 들어가지 않는 일반 규칙에 자기 역시 따르겠다고 서명했다.
해가 저물자 객잔 종이 한 번 울렸다. 한소령은 등에 통증이 올라와 잠시 손을 멈췄지만 일곱째 식을 상상하지 않았다. 담여화가 따뜻한 찜질주머니와 선택 가능한 진통법을 내밀었다. 그는 가장 약한 약과 휴식을 골랐다. 세상에 보이지 않은 등 위에서, 자기 몸을 고르는 권리는 어떤 비급보다 조용하고 완전하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