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선객잔 아침상에 짚신 한 짝이 놓인 것은 손님들이 첫 국을 뜨기 전이었다. 문지방 안쪽에 얌전히 놓였지만 신발 끝에서는 젖은 소금 냄새가 났다. 벽에는 노진수의 어머니가 사 년 동안 걸어 둔 왼쪽 짚신이 있었고, 새로 온 것은 오른쪽이었다. 두 짝의 새끼 꼬임은 멀리서도 닮아 보였다.
노모는 국그릇을 든 채 굳어 버렸다. “진수가 보냈구나.” 누군가 낮게 말하자 객잔 안의 숨이 한꺼번에 움직였다. 한소령은 짚신을 들어 노모에게 건네지 않고, 먼저 그 말을 누가 했는지 물었다. 희망을 축하하기 전에 소문의 첫 입을 찾아야 했다.
말한 사람은 장터 짐꾼이었다. 새벽에 남쪽 문을 지나온 염상 수레가 신발을 내려놓는 것을 봤다고 했다. 수레꾼은 노진수가 살아 있으니 회복 재원 몫을 준비하라는 말도 남겼다. 짐꾼은 좋은 소식이라 생각해 객잔 세 곳에 먼저 전하고 왔다.
한소령은 벽의 짚신과 새 짚신 사이에 빈 쟁반을 놓았다. 두 물건을 맞붙이면 흙과 실밥이 섞여 원래 흔적을 잃을 수 있었다. 담여화는 손을 씻고 얇은 집게로 새 짚신의 안창을 들었다. 팽노는 도착 시각과 발견한 사람, 물건을 옮긴 손을 차례로 적었다.
노모는 쟁반을 밀어 버리고 두 짝을 당장 신겨 보자고 했다. 한소령은 그녀의 손목을 잡지 않고 쟁반만 자기 쪽으로 당겼다. “어머니가 보시면 가장 빨리 알겠지요. 하지만 보기 전에 무엇을 찾을지 먼저 말씀해 주세요. 보고 난 뒤의 기억이 물건에 끌려가지 않게요.”
노모는 진수가 오른발 엄지 아래만 두 겹으로 댔다고 했다. 어릴 때 화상으로 살이 얇았기 때문이다. 또한 뒤축을 꿰맬 때 실 매듭을 밖에 두면 발이 아프다며 반드시 안쪽 옆면으로 숨겼다. 팽노는 두 특징을 종이에 적고 가림판을 세운 뒤 새 짚신을 뒤집었다.
엄지 아래는 두 겹이었다. 객잔 사람들이 탄성을 내뱉었다. 그러나 매듭은 뒤축 바깥에 크게 남아 있었다. 노모는 손을 뻗다가 멈췄다. 진수의 신발을 본 사람이 흉내 냈을 수 있고, 진수가 다친 손으로 급히 고쳤을 수도 있었다. 어느 쪽도 아직 생사를 말해 주지 않았다.
담여화는 짚 사이에 낀 검은 가루를 긁어 냈다. 남쪽 염막에서 솥 바닥을 닦을 때 쓰는 솔잎 숯과 닮았지만, 가루 속에는 마른 지황 뿌리가 섞여 있었다. 염전 막사보다 약재 창고를 거쳤을 가능성이 있었다. 신발이 주인의 발에서 곧장 온 것인지도 불확실해졌다.
바닥에는 세 갈래 물결 모양 표식이 먹으로 찍혀 있었다. 팽노는 남쪽 소금길의 야간 운송대가 쓰던 교대표라고 알아봤다. 그는 곧바로 어느 나루의 표식인지 말하지 않았다. 예전에 자신이 숨겨 둔 연락표와 대조해야 했지만, 그 자료를 한소령에게만 보여 주던 습관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한소령은 팽노의 침묵을 재촉하지 않았다. 대신 표식 그림을 공동 대조판에 붙이고 아는 사람의 독립 진술을 기다리자고 했다. 팽노는 입술을 깨물었다. 자기가 지금 말하지 않으면 출발이 늦어질 수 있었다. 그래도 혼자만 아는 답으로 방향을 정하면 또 한 사람의 기억이 길 전체를 지배한다.
새벽 수레는 서문 채소상 고만복의 것이었다. 고만복은 돈을 받고 빈 수레를 염상에게 빌려줬을 뿐이라고 했다. 염상의 얼굴은 기억하지 못했지만 오른손에 푸른 천을 감았다고 했다. 노모는 진수도 오른손을 다쳤다고 외쳤다. 한소령은 같은 상처가 같은 사람을 뜻하지 않는다고 조용히 되짚었다.
그 사이 객잔 밖에는 노진수 생환을 보려는 사람들이 모였다. 어떤 이는 벽의 짚신을 내려 두 짝을 걸어 놓자고 했다. 막리연은 출입문을 닫는 대신 소문 정정문을 밖에서 읽었다. `동일한 짜임의 물건이 도착했으나 소유자와 전달 경로는 확인되지 않았다.` 기쁜 말도 나쁜 말도 보태지 않았다.
진수 어머니는 정정문이 아들을 다시 죽이는 글 같다고 화냈다. 담여화는 노모에게 울음을 멈추라 하지 않고 빈 방으로 모셨다. “기다리게 하는 일이 잔인한 건 맞아요. 그래도 다른 사람이 이 신발로 어머니 몫을 훔치게 둘 수는 없어요.” 노모는 한참 뒤 신발을 직접 볼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세 명의 입회자가 짚신을 살폈다. 노모는 안창의 작은 칼집을 찾아냈다. 진수는 짚이 젖으면 발가락이 미끄러진다며 세 줄을 긋곤 했다. 새 신에는 두 줄밖에 없었다. 벽의 왼짝과 같은 칼폭이었지만 힘의 방향은 반대였다. 누군가 옆에서 보고 따라 한 흔적처럼 보였다.
팽노는 짚을 엮은 재료가 파서진 것이 아니라 남쪽 해안의 긴 왕골임을 확인했다. 벽의 왼짝도 겉은 파서진 볏짚이지만 속심 한 줄만 같은 왕골이었다. 노진수가 소금길에 있었거나, 그의 신발이 그 길 노동자들 사이에서 수선됐다는 연결은 생겼다. 살아 있다는 결론은 여전히 생기지 않았다.
한소령은 염상 수레를 뒤쫓을 조를 꾸리면서 노모에게 무엇을 알고 싶은지 물었다. 노모는 처음에는 살아 있는지만 묻겠다고 했다. 잠시 뒤 아들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신고 있었다면 그 사람을 잡아오지 말라고 덧붙였다. “훔쳤는지 물려받았는지부터 물어야지. 신발 때문에 사람을 죄인 만들지 마라.”
추적조에는 한소령과 윤채가 빠졌다. 한소령이 가면 청명 생존자를 찾는다는 소문이 커질 수 있었고, 윤채는 감독 기간 동안 독자 호송을 지휘할 수 없었다. 대신 시장 수레꾼 대표, 회당 서기, 남쪽 길을 아는 약초꾼이 함께 갔다. 팽노는 연락표를 공개하기 전까지 길 안내를 맡지 않았다.
수레 바퀴의 진흙은 남문 밖 두 갈래에서 끊겼다. 한쪽은 소금길, 다른 쪽은 약재 선착장이었다. 추적조는 더 선명한 소금길만 좇지 않고 양쪽 흙을 채취해 돌아왔다. 빠르게 결론을 좇는 길이 누군가 일부러 남긴 발자국일 수 있었다.
담여화는 오른손에 푸른 천을 감은 환자가 최근 진료소에 왔는지 기록을 확인했다. 이름이나 병명을 공개하지 않고 해당 천을 쓴 사람이 셋 있었다는 사실만 조사자에게 알렸다. 셋 중 한 사람이 실종자라는 추측은 하지 않았다. 진료소 문이 수색 명부가 되는 순간 다른 환자들은 치료를 피해 달아날 수 있었다.
노모는 벽의 왼짝을 내려 새 짚신 가까이에 두되 서로 닿지 않게 했다. 두 신발 사이 손바닥 하나만큼의 거리가 생겼다. 그녀는 그 틈에 작은 종지를 놓고 국 한 숟갈을 떠 놓았다. 아들이 돌아왔다는 제사가 아니라, 어떤 답이 와도 밥을 거르지 않겠다는 자기 약속이었다.
밤에 객잔 지붕으로 돌 하나가 날아왔다. 돌에는 `열아홉 몫을 넘기면 주인을 알려 주겠다`는 쪽지가 묶여 있었다. 짚신은 단순한 유품이 아니라 회복 재원을 노린 거래의 첫 미끼였다. 막리연은 쪽지의 글씨를 보자 예전 상단 대조표에서 본 줄임획을 알아챘다.
사람들은 덫을 놓아 다음 전달자를 붙잡자고 했다. 한소령은 객잔을 미끼로 쓰지 않겠다고 했다. 노모와 기다리는 가족들이 사는 곳에서 칼싸움을 유도할 수 없었다. 쪽지는 공개 입회 아래 봉인하고, 다음 연락에는 만남 장소 대신 증명할 물건의 출처를 묻는 답만 보냈다.
노모는 답장 아래 자기 손으로 한 줄을 썼다. `내 아들을 값으로 부르지 마라.` 글을 쓰는 손은 떨렸지만 지장은 찍지 않았다. 상대가 요구한 것이 바로 가족의 손도장이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자기 이름도 쓰지 않고 진수가 쓰던 국 간을 묻는 질문 하나를 덧붙였다.
팽노는 밤새 벽 앞에 앉아 두 짝을 지켰다. 한소령이 교대하겠다고 하자 그는 지키는 사람이 둘이어야 한다며 객잔 주인을 불렀다. 물건 하나를 지키는 일에서도 혼자 비밀을 품던 방식이 조금씩 깨지고 있었다. 신발의 봉인끈에는 두 사람의 매듭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묶였다.
동이 틀 무렵 소금길 추적조에서 첫 전갈이 왔다. 짚신과 같은 왕골을 쓰는 창고를 찾았지만 노진수의 이름은 없었다. 대신 미확인 열아홉 사람의 가명 셋이 임금 장부에 적혀 있었다. 한소령은 생환 소식을 알리는 종을 울리지 않았다. 노모의 국종지를 다시 데우고, 아직 이름이 아닌 세 줄을 대조판 맨 아래에 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