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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2-2화]

소회의실의 불안한 초대

작성: 2026.03.26 09:42 조회수: 35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콘텐츠는 보험을 소재로 한 창작물이며 실제 상품 추천이나 보장 판단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화요일 아침, 서하는 출근하자마자 모니터 옆 노란 포스트잇부터 봤다.

'내일 잠깐 보자.'

어제 퇴근 전에 강도윤이 붙여 둔 메모였다. 하룻밤 사이 접착력이 약해졌는지 한쪽 모서리가 말려 있었다. 서하는 그 끝을 손톱으로 눌러 다시 붙였다. 이상하게도 그 작은 종이 한 장이 오늘 하루의 기분을 먼저 정해 버린 것 같았다.

도윤의 자리는 비어 있었다.

"팀장님 외근이래요."

한지우가 텀블러 뚜껑을 돌리며 말했다.

"아침에 단톡에 남겼잖아. 안 봤어?"

"봤어요. 어디 가신 건지는 안 적혀 있던데요."

"그건 나도 몰라. 아는 척했다가 괜히 일만 늘지."

지우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는 서하 얼굴을 힐끗 봤다.

"왜, 포스트잇 때문에 신경 쓰여?"

서하는 대답 대신 자리에 앉아 서류철을 펼쳤다. LT-2024-0387. 어제부터 머릿속을 붙잡고 놓지 않는 고액 장기보험 미지급 소송 건이었다. 청약서 사본의 접수일은 3월 14일, 시스템 기록의 접수일은 3월 15일. 딱 하루 차이였다. 숫자 하나 바뀐 것뿐인데도 이상하게 그 하루가 목에 걸린 가시처럼 남아 있었다.

평소 같으면 입력이 늦었겠거니 하고 넘겼을 수도 있다. 하지만 소송까지 간 건은 달랐다. 특히 설명의무 위반이 쟁점으로 붙는 건은 날짜 하나, 시각 하나가 사람 말을 뒤집는다. 서하는 메모장에 두 날짜를 나란히 적고 그 아래 길게 줄을 그었다.

그리고 다시 눈에 들어온 건 연필 메모였다.

'설명의무 녹취 미확인.'

짧은데도 묘하게 불길한 문장이었다. 필적은 뾰족하고 성질 급해 보였다. 도윤은 늘 검은 볼펜을 썼고, 지우 글씨는 둥글둥글했고, 민수진은 반듯했다. 적어도 지금 팀 사람 손은 아니었다. 그럼 이 서류가 넘어오기 전에 누군가가 보고 남긴 메모라는 뜻이었다.

서하는 무심코 어제 회의실 장면을 떠올렸다. 차진혁 수석 옆에 앉아 있던 오승우가 서류철을 힐끗 보던 순간. 그 시선이 정확히 이 페이지에 꽂혔는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기억은 불안이 섞이면 자꾸 자기 편한 쪽으로 편집된다. 그걸 알면서도 자꾸만 그 장면이 또렷해졌다.

"야, 윤서하."

지우가 의자를 끌고 다가왔다.

"그렇게 노려보면 서류가 자백이라도 하냐?"

서하는 피식 웃다가 곧바로 메모장을 밀어 보였다.

"이거요. 접수일이 하루 차이 나요."

지우는 처음엔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이었다. 그런데 3월 14일과 3월 15일을 번갈아 보더니 입술을 한 번 다물었다.

"입력 지연일 수도 있지."

"수요일이랑 목요일이에요. 둘 다 평일이고요."

지우의 눈썹이 아주 조금 올라갔다.

"그럼 좀 별로네."

"별로요?"

"좋은 뜻으로 별로가 아니라, 진짜 별로."

지우는 목소리를 낮췄다.

"둘 중 하나야. 누가 늦게 넣었거나, 누가 바꿨거나. 근데 소송 건에서 날짜가 어긋나면 나중에 다들 제일 먼저 하는 말이 뭔지 알아? 왜 이제 봤냐야."

장난처럼 던진 말이었지만 끝은 전혀 웃기지 않았다. 서하는 무심코 등을 폈다.

"그럼 더 봐야죠."

"아니, 팀장님 오면 먼저 물어봐. 혼자 파다가 삐끗하면 네가 다쳐."

지우는 늘 가볍게 말해도 마지막 한마디는 정확했다. 오늘은 그 정확함이 유난히 서늘했다. 서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손은 이미 메모장 위를 움직이고 있었다.

- 도윤 팀장님 오면 바로 확인 - 담당자 공란 확인 - 최초 배당 이력 다시 보기

멈추라는 말을 들었는데도 적는 손이 더 빨라졌다. 이쯤 되면 성격 문제인가 싶어 서하는 혼자 헛웃음을 삼켰다. 그래도 적어 놓고 나니 마음이 조금 정리됐다. 겁이 줄어든 건 아니었다. 다만 그 겁이 어디를 향하는지는 분명해졌다.

점심시간, 구내식당은 늘 그렇듯 사람과 쟁반과 국 냄새로 가득했다. 오늘 국은 미역국이었다. 누군가가

"누구 생일이냐"

하고 농담하는 소리가 들렸다. 서하는 식판을 들고 자리를 찾다가 뒤에서 자기 이름을 듣고 멈췄다.

"윤서하 씨, 맞죠?"

오승우였다. 장기보상팀장. 어제 회의실에서 차진혁 수석 옆에 앉아 있던 사람. 네이비 넥타이를 단정하게 맨 얼굴은 지나치게 말끔했다. 직장에서는 말끔한 사람이 꼭 나쁜 건 아닌데, 가끔 너무 말끔하면 오히려 경계하게 된다.

"어제 배당된 건 때문에 정신없으시죠?"

승우는 자연스럽게 서하 맞은편에 섰다.

"원래 저희 팀에서 먼저 검토하던 건이라, 필요하시면 이전 기록 정리한 거 드릴게요. 제가 따로 메모해 둔 것도 있고요."

메모.

그 단어 하나에 서하 손끝이 아주 미세하게 굳었다. 표정은 최대한 평범하게 유지했다.

"아, 감사합니다."

"부담 갖지 마세요. 어차피 같은 회사 일이니까요."

말은 부드러웠다. 너무 부드러워서 오히려 미끄러웠다. 서하는 숟가락을 내려놓고 물었다.

"혹시 그 건, 왜 저희 팀으로 넘어온 건가요?"

승우의 미소가 아주 잠깐 멈췄다. 정말 잠깐이었다. 다른 사람은 못 봤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서하는 봤다. 눈동자가 먼저 멈추고, 입꼬리가 반 박자 늦게 따라오는 그 틈을.

"수석님 판단이셨어요."

승우는 곧바로 원래 표정으로 돌아왔다.

"소송 대응 경험 있는 팀이 맡는 게 효율적이라고요. 합리적인 결정이죠."

"아, 네."

"그리고 이런 건 초반에 자료 정리 잘해 두면 편해요. 괜히 혼자 고생하지 마시고, 필요하면 바로 말씀하세요."

혼자 고생하지 마시고.

그 말이 이상하게 걸렸다. 서하가 지금 혼자 뭘 보고 있는지, 어디까지 눈치챘다는 뜻일까. 아니면 그냥 흔한 직장식 친절일까. 애매한 말은 늘 사람을 더 불편하게 만든다.

승우는 미역국을 한 숟갈 뜨며 웃었다.

"여기 미역국 잘 나와요. 국물부터 드셔야 해요."

화제를 바꾸는 솜씨가 너무 자연스러워서, 오히려 방금 전 질문을 피했다는 사실이 더 또렷해졌다. 서하는 억지로 숟가락을 들었다. 뜨거운 국물이 입안으로 들어왔는데도 아무 맛이 나지 않았다.

받을까, 말까.

승우가 건네겠다는 '정리한 자료'를 받으면 뭔가 더 볼 수 있을지 모른다. 대신 내가 어디까지 의심하는지 저쪽도 알게 된다. 서하는 식판 위 김치를 괜히 반으로 잘랐다.

그리고 결론을 냈다.

먼저 손 내밀지 말자.

필요한 건 호의가 아니라 기록이다.

결정을 내리자 이상하게 숨이 조금 쉬어졌다. 불안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다만 오늘 내가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이 갈렸다.

오후 세 시, 사무실 공기는 점심 뒤 특유의 나른함으로 늘어져 있었지만 서하 머릿속은 오히려 더 선명해졌다. 시스템 이력을 다시 열었다. 접수 기록, 배당 기록, 담당자 변경 이력. 하나씩 눌러 보다가 서하는 마우스를 멈췄다.

최초 배당 부서: 장기보상팀. 담당자: 공란.

서하는 화면을 다시 새로고침했다. 달라지는 건 없었다.

보통은 배당과 동시에 담당자가 지정된다. 누가 받았는지 남아야 다음 단계가 이어진다. 그런데 이 건은 부서만 찍혀 있고 이름이 없었다. 일주일 뒤 부서가 보상1팀으로 바뀌고, 그때서야 강도윤과 윤서하 이름이 올라가 있었다.

"뭐야..."

작게 중얼거린 뒤, 서하는 곧바로 화면을 캡처했다. 손이 빨라졌다. 누군가 이름을 지웠거나, 처음부터 넣지 않았거나. 어느 쪽이든 정상적인 모양은 아니었다.

그때 민수진이 서류 봉투를 들고 왔다.

"서하 씨. 민주 씨 건 회신 왔어요. 추가 서류 요청. 이번 주 안에 넣어야 해요."

서하는 급히 소송 화면을 최소화하고 봉투를 받았다. 강민주의 이름을 보는 순간, 세탁소 안쪽의 눅눅한 공기와 불 꺼진 형광등이 떠올랐다. 밀린 세탁물 사이에 앉아 있던 민주의 등이 같이 따라왔다.

"민주 씨 연락은요?"

"아직."

수진은 짧게 답했다.

"내가 한 번 더 전화해 볼게요. 근데 지금은 이 건부터 순서대로 쳐내요. 두 개 같이 붙들면 둘 다 놓쳐요."

감정보다 순서. 수진은 늘 그랬다. 가끔은 차갑게 느껴졌지만, 오늘은 그 말이 오히려 고마웠다. 머릿속이 여러 갈래로 찢길 때 누군가는 순서를 말해 줘야 한다. 서하는 봉투를 책상 한쪽에 가지런히 놓고 다시 화면을 열었다.

문제는 분명해졌다. 이제 선택만 남았다. 도윤이 올 때까지 기다릴까, 아니면 내가 먼저 더 확인할까.

서하는 한참 고민하다가 결국 시스템 로그 조회 권한이 있는 범위까지만 더 보기로 했다.

선을 넘지는 말자.

하지만 선 앞까지는 가 보자.

그게 오늘 내 선택이었다.

여섯 시 반이 지나자 사무실이 조금씩 비었다. 형광등 아래 남은 사람들의 키보드 소리도 띄엄띄엄 끊겼다. 서하는 휴대폰을 들었다. 카카오톡 목록 한가운데 아버지 이름이 있었다. 마지막 대화는 나흘 전 자신이 보낸

'밥 잘 드세요'

한 줄, 그 밑에는 '읽음'만 남아 있었다.

피보험자 주소지. 아버지가 사는 동네.

우연이라고 넘기기엔 마음이 자꾸 그쪽으로 갔다. 서하는 통화 버튼 위에 엄지를 올렸다. 지금 전화하면 뭐라고 하지. 그 동네 아세요? 혹시 이 사람 아세요? 아니면 그냥, 아버지 뭐 하고 계세요, 하고 빙빙 돌다 끊을까.

질문보다 먼저 떠오른 건 침묵이었다. 아버지가 전화를 받았을 때 흘러나올, 서로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몰라 길어지는 그 몇 초. 서하는 그 몇 초를 견딜 자신이 없었다.

결국 화면을 껐다. 손바닥이 생각보다 차가웠다. 조금 전까지는 일 때문에 조여 오던 마음이었는데, 그 순간만큼은 전혀 다른 종류의 답답함이 목 안쪽에 걸렸다. 그래도 이상하게, 전화를 끊어 낸 뒤에는 다시 회사 쪽 불안이 더 또렷해졌다. 감정이 한 번 꺾이고 나니 오히려 지금 붙잡아야 할 게 무엇인지 선명해졌다.

엘리베이터 앞에 섰을 때 휴대폰이 짧게 울렸다. 도윤이었다.

'내일 아침 8시 30분. 소회의실. 혼자 와.'

서하는 문장을 세 번 읽었다.

혼자 와.

도윤은 평소에 저런 식으로 말하지 않는다. 보통은 '자료 챙겨'거나 '회의 전에 보자'였다. 사람을 따로 떼어 부르는 말, 그것도 굳이 혼자 오라고 못 박는 말은 더더욱 아니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는데도 서하는 바로 타지 못했다. 뒤에서 누군가

"안 타요?"

하고 묻고 나서야 한 발 늦게 안으로 들어갔다. 거울에 비친 자기 얼굴이 생각보다 굳어 있었다.

밖은 3월 끝자락 바람이 아직 차가웠다. 서하는 목을 움츠리고 횡단보도 앞에 섰다. 접수일의 하루, 담당자 칸의 공란, 승우의 0.5초, 그리고 도윤의 '혼자 와'. 조각은 늘었는데 그림은 더 흐려졌다.

그런데 이상한 건 따로 있었다. 오늘 하루 종일 자리를 비운 도윤이 왜 하필 지금 이 시간에 저 문자를 보냈을까. 그냥 보고할 게 있으면 내일 회의 전에 팀 자리에서 불러도 된다. 굳이 소회의실, 굳이 혼자.

신호등이 초록으로 바뀌는 순간, 휴대폰이 한 번 더 진동했다. 같은 발신자였다.

서하는 거의 반사적으로 화면을 켰다.

'그리고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

차가운 바람보다 먼저 소름이 올라왔다. 서하는 초록불이 켜진 횡단보도 앞에서 한 발도 떼지 못했다. 내일 아침, 도윤이 숨기고 있는 건 단순한 설명이 아닐지도 몰랐다. 더 불길한 건, 그 문장이 마치 누군가 이미 팀 안을 보고 있다는 전제처럼 읽힌다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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