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리연은 비가 오기 직전에 돌아왔다. 하늘은 낮게 내려앉았고 취선객잔 앞 먼지는 바람도 없는데 자꾸 일었다. 한소령은 처마 아래에서 죽간 대조표를 베끼다가 수레 한 대가 골목으로 접어드는 것을 보았다. 곡식 가마니 세 개와 술 취한 마부, 그 사이에 맨발 하나가 삐져나와 있었다.
"막 선생."
가마니가 움직이더니 막리연이 얼굴을 내밀었다. 왼쪽 눈두덩이 부었고 입술이 터져 있었다. 그는 수레에서 내려오자마자 마부에게 남은 엽전을 쥐여 주었다. 마부는 취한 척하던 눈을 잠깐 맑게 뜨고 고개를 숙인 뒤 골목을 빠져나갔다.
"국밥 있냐?"
"피부터 닦으십시오."
"국밥 먹으면서 닦으면 되지."
담여화가 안에서 달려 나와 막리연의 귀를 잡았다. 상처를 감추고 농담부터 하는 사람에게는 그 방식이 가장 빨랐다. 막리연은 순순히 끌려 들어가면서도 가마니를 가리켰다. 한소령이 들어 보니 곡식보다 훨씬 가벼웠고, 안에서는 종이끼리 부딪히는 마른 소리가 났다.
객잔 문을 닫고 보관자들이 모두 모이자 막리연은 가마니의 실밥을 풀었다. 기름 먹인 종이함 여섯 개가 나왔다. 각 함에는 오방맹의 붉은 인장과 인수 날짜가 붙어 있었다. 찢거나 몰래 뺀 문서가 아니었다. 본부 기록고에서 공식 반출된 흔적이었다.
"어떻게 가져오셨습니까."
"내가 아직 순찰사 명부에서 지워지지 않았더라. 설리항 건 정리 보고를 쓴다고 열람을 청했고, 문유백이 막기 전에 원본 대조를 신청했지. 가져오는 길에 신청을 취소하라는 사람들이 좀 따라왔고."
막리연은 부은 눈을 가리키며 웃었다. 팽노는 웃지 않았다. "맹의 문서를 맹 밖으로 가져왔으면 네가 도적으로 몰릴 텐데."
"그래서 인수표도 가져왔습니다. 열람 목적, 반출 수량, 입회자 이름, 전부. 내가 훔쳤다는 죄를 만들 수는 있어도 문서가 가짜라는 말은 못 하게."
첫 번째 함에는 막리연이 세 번 올렸던 청명산 이상 동향 원보고가 있었다. 반송 도장 아래에 설리항의 이름이 찍혀 있었고, 그보다 작은 먹글씨로 `전각주 대조 후 보류`라는 문구가 덧붙어 있었다. 전각주는 문유백이었다. 설리항 혼자 보고를 묻은 것이 아니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함에는 거래 장계가 들었다. 천잔보감 운송을 `염철 시료`, 보관자를 `부속 인력`, 죽은 사람을 `손실분`으로 적은 문서였다. 지출을 승인한 인장은 다섯이었다. 오방맹의 서로 다른 방주 두 명, 문유백, 설리항의 서기, 그리고 이름 대신 검은 네모만 남은 상단주.
주명한이 자기 이름을 찾았다. 정확히는 이름이 아니었다. `보관 삼십칠호, 우수 손상, 계속 운용 가능`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는 흉터 난 손을 문장 위에 올렸다. 종이가 손바닥 아래에서 작게 구겨졌다.
"사람을 번호로 썼군요."
담여화의 목소리가 차갑게 내려앉았다. 막리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번째 함에는 번호와 실제 이름을 연결한 지급표가 있었다. 품삯은 보관자에게 가지 않았다. 가족에게도 가지 않았다. `관리비`라는 이름으로 문유백이 세운 상단에 되돌아갔다.
"이걸 왜 이제야 찾았습니까."
한소령이 물었다. 막리연은 변명하지 않으려는 사람처럼 손을 무릎 위에 놓았다. "예전에도 기록고가 있다는 건 알았어. 다만 내 보고가 묵살된 뒤에는 접근 권한이 없다는 말을 핑계로 삼았지. 청명문이 불탄 다음에도 규율을 어기지 않았고, 그래서 내 손은 깨끗하다고 생각하려 했다."
"깨끗했습니까."
"아니. 아무것도 붙잡지 않은 손이었을 뿐이야."
막리연은 다섯 번째 함에서 빈 보고서 양식 한 장을 꺼냈다. 맨 위에 자신의 이름과 순찰사 인장이 찍혀 있었다. 그는 그 자리에서 붓을 들었다. 청명문 멸문 전 이상 동향을 확인하고도 상급 반송 뒤 추가 경고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 도현진과 사적으로 연락할 길이 있었는데도 쓰지 않았다는 사실, 설리항 패배 뒤에야 기록고를 열었다는 사실을 차례로 적었다.
한소령은 그가 쓰는 동안 끼어들지 않았다. 빚을 갚으러 왔다는 말만으로는 누구의 죽음도 되돌아오지 않았다. 그러나 빚을 숨긴 사람이 자기 이름을 채무자 칸에 쓰는 일은 시작이 될 수 있었다.
"이 종이도 장계와 같이 둡니까?" 막리연이 물었다.
"따로 두면 선생의 고백만 사라질 수 있습니다. 같이 두십시오. 대신 제가 보관하지는 않겠습니다."
임계산이 여섯 번째 함을 열었다. 안에는 최근 날짜의 문서가 있었다. 문유백이 폐염창고의 기록과 개폐패를 회수하라는 명령, 보관자들에게 호적과 은자를 약속하는 계약 초안, 실패할 경우 `증인 자진 이탈로 정리`하라는 지시였다. 자진 이탈은 실종으로 만들라는 뜻이었다.
팽노가 물었다. "문유백은 어디 있나."
"본부를 떠났어. 사흘 전 남쪽 별관으로 갔다고 되어 있지만 거짓 행선지일 가능성이 커. 대신 이 문서를 결재한 서기가 파서진으로 향했다."
한소령은 객잔 안을 둘러봤다. 보관자 열둘과 부상자 셋, 팽노와 담여화, 막리연. 문유백이 지우려는 사람들이 한 솥의 국을 나누고 있었다. 보호하려면 흩어져야 했지만 증언하려면 다시 모여야 했다. 둘 중 하나만 택할 수는 없었다.
막리연은 거래 장계를 세 벌로 나누자고 제안했다. 한 벌은 파서진 현청에 봉인하고, 한 벌은 보관자들이 나누어 가지며, 한 벌은 오방맹 공개 심문에 가져간다. 원본은 서로 다른 함에 나누고 각 함의 인장 모양을 종이에 탁본하기로 했다. 누구도 혼자 원본 전부를 쥐지 않았다.
담여화가 막리연의 상처에 약을 바르며 물었다. "그럼 아저씨는 다시 오방맹으로 돌아갈 거예요?"
막리연은 약이 따가운지 얼굴을 찡그렸다. "돌아가서 자리를 되찾을 생각은 없어. 내가 쓴 보고서가 어디서 멈췄는지 밝히고, 그 자리에 내 이름도 놓을 거다. 그 뒤에 어디로 갈지는 심문을 받은 다음 정해야지."
"도망치지 않는다는 말로 들을게요."
"무서운 의원이네."
한소령은 막리연 앞에 국밥을 놓았다. 막리연이 한 숟갈 먹고 눈썹을 올렸다. "안 짜네. 사람이 바뀌었어."
"빚쟁이가 돌아올 줄 몰라 물을 많이 부었습니다."
말은 퉁명스러웠지만 막리연은 그릇을 비웠다. 팽노는 말없이 두 번째 그릇을 내왔다. 보관자들도 죽간을 접고 숟가락을 들었다. 장계 위에 기름이 튀지 않도록 종이함을 높은 선반으로 옮긴 뒤였다.
비는 밤이 되어서야 내렸다. 지붕을 때리는 빗소리 속에서 한소령과 막리연은 인수표를 한 줄씩 대조했다. 문유백의 이름은 모두 열세 번 나왔다. 설리항의 이름보다 두 번 많았다. 패배한 한 사람을 이야기의 끝으로 삼으면 남는 손이 얼마나 많은지, 숫자가 보여 주고 있었다.
막리연은 마지막 장에 자기 이름을 적고 붓을 내려놓았다. "소령아, 나를 믿으라는 말은 안 하겠다. 이 종이를 믿어라. 틀리면 고치고, 빠진 게 있으면 나를 다시 불러."
한소령은 종이를 받아 대조표 사이에 끼웠다. "종이는 혼자 대답하지 못합니다. 선생도 자리에 서십시오."
"그래. 그게 빚의 이자겠지."
"빚으로 부르지 마십시오. 책임이라고 부르십시오. 그래야 갚았다는 말로 끝내지 못합니다."
막리연은 한참 한소령을 보다가 고개를 숙였다. 빗물이 처마 끝에서 일정하게 떨어졌다. 돌아온 사람에게 국밥 한 그릇은 줄 수 있었지만, 면죄까지 한 그릇에 담을 수는 없었다. 한소령은 그 경계를 지키며 다음 종이함의 매듭을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