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아침 일기예보에는 밤부터 비가 온다고 했다. 강민주는 닫힌 셔터 안에서 천장 모서리를 올려다봤다. 이전 누수 때 물이 번졌던 자리였다. 전기 공사 중 열린 벽과 비가 겹치면 다른 위험이 생길 수 있었다.
공사회의는 오전 일곱 시 반에 시작됐다. 자격을 갖춘 전기 시공업체, 외부 점검 책임자, 안전기관 담당자, 박명자와 박재원, 세입자 대표가 모였다. 최용배는 과거 도면 설명자로 참석했지만 새 공사를 지휘하지는 않았다.
시공업체는 공용 간선과 층별 분기 교체, 잘못 연결된 우회선 제거, 분전반 표시 정정, 벽체 방화 마감, 점포별 절연 검사 순서를 설명했다. 황 사장 점포의 무단 증설 재시공은 공용 공사와 다른 견적서로 분리됐다.
"비 오기 전에 벽부터 닫으면 안 됩니까?" 박명자가 물었다.
점검 책임자는 배선 교체와 시험이 끝나기 전 마감부터 하면 3년 전과 같은 순서를 반복한다고 했다. 대신 열린 구간에 임시 방수와 통제막을 설치하고, 누수 감시 센서를 두기로 했다.
공사 시작 전 네 가지 합의서가 나왔다. 첫째는 안전공사 출입과 작업 범위, 둘째는 휴업기간 임대료 조정, 셋째는 세입자 물품 보호와 손해 기록, 넷째는 비용 선지출과 사후 정산이었다.
민주는 네 문서를 한꺼번에 서명하지 않았다. 각 문서의 당사자와 효력이 달랐다. 공사 출입에는 소유자와 점포 사용자가, 임대료 조정에는 임대인과 임차인이, 비용 선지출에는 소유자들이 서명했다.
휴업기간 임대료는 안전명령으로 사용하지 못한 날을 기준으로 감면하고, 기존 누수 때 합의한 기간과 겹치지 않게 했다. 영업 손실 전체를 임대료 감면으로 정리했다는 포괄 문구는 넣지 않았다.
박재원은 세입자들이 안전자료를 제출하거나 개별 이주합의를 거절한 일을 갱신 불이익으로 삼지 않는다는 조항에 서명했다. 향후 임대 조건은 계약 만료와 별도 협의를 거치되 이번 공사자료와 침묵을 교환하지 않기로 했다.
공용 배선 본수리비는 박명자와 박재원이 소유자 협의에 따라 우선 예치했다. 보험 심사나 관리업체·과거 시공업체와의 분담이 끝나지 않아도 공사를 멈추지 않기 위한 돈이었다. 선지출이 최종 책임 인정이라는 문장은 없었다.
모든 비용은 자재, 인건비, 안전조치, 벽체 마감으로 나눠 전자 영수증과 작업일지에 붙이기로 했다. 세입자가 부담한 고객 옷 이관비와 점포 내부 시정비도 공용 공사비에 섞지 않았다.
오전 아홉 시, 주 차단기가 내려갔다. 복도 안전등은 별도 배터리로 켜졌고, 작업자는 잠금표를 한 명씩 확인했다. 누구도 차단기를 임의로 올리지 못하도록 봉인번호가 기록됐다.
공사 전 점포별 마지막 상태도 촬영했다. 벽과 기계, 고객 물품, 분전반을 소유자와 임차인이 함께 확인해 공사 중 생긴 손상과 기존 손상을 나눌 기준을 만들었다. 사진은 공사 증빙 폴더에만 보관하고 홍보나 매각 자료로 쓰지 않기로 했다.
작업자는 철거한 선마다 출발·도착 위치를 태그로 붙였다. 오래돼 색이 바랜 전선과 3년 전 우회선, 이후 교체된 점포 내부 선을 자루 하나에 섞지 않았다. 조사에 필요한 구간은 봉인하고 단순 폐기 자재는 반출 대장에 적었다.
벽에서 오래된 우회선이 빠져나왔다. 피복이 딱딱하게 굳은 부분과 새로 이어 붙인 부분이 달랐다. 시공업체는 자재를 버리지 않고 위치별로 번호를 붙여 조사 담당자에게 인계했다.
한서영 사진의 2층 위치와 겹치는 배선관도 열렸다. 열 흔적은 있었지만 과거 연기사고 당시 생긴 것인지 3년 전 합선 때 번진 것인지는 시기 판별이 어려웠다. 최종 보고서에는 '과거 열 영향 흔적, 발생 시점 미확정'이라고 적혔다.
최용배는 2009년 공사 이후 누가 회로를 바꿨는지 모른다고 했다. 자기 도면과 현재 상태가 다르다는 사실은 확인했지만, 모든 후속 공사가 부실했다고 말하지 않았다. 새 도면은 오늘 실제 추적한 회로를 기준으로 다시 그려졌다.
점심에는 비 냄새가 골목까지 내려왔다. 유순희와 이 사장은 작업자들에게 도시락을 건넸고, 황 사장은 통제선 밖에서 자꾸 안쪽을 보려다 안전 담당자에게 두 번 제지당했다.
황 사장은 자기 가게 선을 직접 설명하겠다며 안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전원이 차단됐어도 작업구역 출입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은 들어갈 수 없었다. 그는 통제선 밖 도면에 위치를 표시했고 작업자가 확인했다. 오래 산 경험이 안전 절차를 대신하지 않았다.
최용배도 새 시공업체의 작업에 손을 대지 않았다. 도면에 없는 옛 접속을 발견하면 기억을 말하고, 실제 해체와 연결은 현재 책임자가 했다. 과거 시공자라는 이유로 오늘 공사의 책임 경계가 흐려지지 않았다.
민주는 세탁소 안 고객 옷 보관 구역의 습도를 확인했다. 전기가 꺼져도 쓸 수 있는 측정기로 수치를 적고, 비가 새면 옮길 안전 장소와 연락 순서를 정했다. 손님 옷은 공사자재와 같은 공간에 두지 않았다.
오후 세 시, 임시 방수막 설치가 끝났다. 안전기관 담당자는 비가 시작돼도 작업이 가능한 구간과 멈춰야 하는 구간을 표시했다. 속도를 내기 위해 젖은 상태에서 접속 작업을 하지는 않기로 했다.
빗방울이 굵어지자 외부 인입부 작업은 예정대로 중단됐다. 안쪽에서 할 수 있는 표찰과 도면 정리만 계속하고, 연결 시험은 날씨가 안전해진 뒤로 넘겼다. 하루 더 휴업할 가능성이 생겼지만 누구도 명목상 완료 시각을 맞추려고 작업자를 재촉하지 않았다.
세입자 공용 연락방에는 '지연' 대신 중단 이유와 재개 조건이 올라왔다. 비가 그치고 절연 측정이 가능한 상태가 된 뒤 몇 시에 다시 시작하는지 적혀 있었다. 기다림의 비용도 휴업 기록에 하루씩 추가됐다.
박재원은 공사 일정이 길어지면 매각 협의가 더 늦어진다며 하루 안에 끝낼 수 없느냐고 물었다. 시공 책임자는 절연 시험과 부하 시험을 생략한 완료는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했다.
박재원은 더 밀어붙이지 않았다. 3년 전의 계산이 같은 자리에서 반복되는지를 모두가 보고 있었다. 그는 일정표의 검사 시간을 줄이지 않고, 예비 하루를 추가하는 데 동의했다.
저녁 여섯 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열린 벽은 아직 마감되지 않았지만 방수막 아래로 물은 들어오지 않았다. 누수 감시 수치와 차단기 상태가 한 시간마다 공용 연락방에 올라왔다.
준수는 식탁에서 보던 현금흐름 표에 공사 일정의 세 경우를 다시 반영했다. 오늘 받은 임대료 감면 합의는 확정 칸으로 옮겼고, 보험 심사와 휴업 손해는 여전히 물음표로 뒀다.
민주는 공사회의 기록에서 '완료 예정'과 '검사 통과'를 다른 칸으로 나눴다. 선이 연결됐다고 바로 셔터를 올릴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점포마다 기계와 내부 배선을 따로 검사해야 했다.
박명자는 건물 입구에 공사 일정과 연락처를 붙였다. 공용 배선 본수리, 비상 안전조치, 점포별 재개 검사. 어느 줄에도 보험이 모두 처리한다거나 세입자가 비용을 포기했다는 말은 없었다.
밤 아홉 시, 비는 굵어졌지만 경보는 울리지 않았다. 민주는 집 창문에서 건물을 내려다봤다. 복도 비상등 하나가 일정한 밝기로 켜져 있었다. 불을 많이 켜는 대신 필요한 불을 안전하게 남긴 밤이었다.
수리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비용 책임도 모두 정해지지 않았다. 그래도 비가 오기 전에 사람들은 덮어야 할 벽보다 확인해야 할 선을 먼저 골랐다. 그 순서가 지켜진 것만으로 3년 전과 다른 공사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