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오전, 보상팀 자리 배치도가 메일로 왔다. 제목은 '소비자 재검토 지원 기능 재편 안내'였다. 지우는 첨부파일을 열자마자 자기 자리부터 찾았다.
"잠깐, 우리 팀 이름이 없어졌는데요?"
도윤이 화면을 확대했다. 기존 보상팀은 두 개의 일반 처리 파트와 하나의 소비자 재검토 파트로 나뉘어 있었다. 서하가 있는 자리는 재검토 파트 쪽이었다. 수진과 지우, 도윤의 이름도 같은 칸에 있었다.
"없어진 게 아니라 역할이 바뀐 것 같습니다." 서하가 말했다.
"그게 없어진 거지. 이름이 얼마나 중요한데." 지우가 투덜거렸다. "우리 캔커피 예산도 없어지는 거 아니야?"
민수진은 예산표보다 업무 범위를 먼저 열었다. 부지급·유보 결정에 대한 재검토, 설명이 부족했던 사건의 사유서 보완, 장기 미결 건의 원인 분류, 내부 문제제기 보호. 예전에는 실적을 늦추는 일처럼 취급되던 업무가 팀의 주된 기능으로 적혀 있었다.
박성준이 내려와 재편 설명회를 시작했다. 그는 보상팀을 살렸다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기존 방식으로 돌려놓는 것이 해결이 아니며, 사건을 빨리 닫는 기능과 잘못 닫힌 사건을 다시 여는 기능을 분리해 둘 다 평가하겠다고 했다.
"재검토 파트가 모든 고객 요구를 받아들이는 조직은 아닙니다. 첫 판단과 다른 결론을 내야만 실적이 되는 곳도 아닙니다. 이유가 충분했는지, 필요한 자료와 이의절차를 설명했는지 독립적으로 확인하는 곳입니다."
지우가 손을 들었다. "그럼 민원 들어오면 저희 점수부터 깎는 방식은요?"
"없앱니다. 민원 접수, 설명 개선, 절차 위반을 다른 지표로 봅니다. 결과가 유지돼도 설명을 고쳐야 할 수 있고, 결과가 바뀌어도 처음 담당자를 곧바로 과실로 분류하지 않습니다."
수진은 문제제기 보복 금지가 인사 규정에 실제로 들어갔는지 물었다. 박성준은 개정 조항 번호와 시행일을 화면에 띄웠다. 신고가 접수되면 배당과 평가 변경 이력을 따로 보존하고, 신고한 사람의 상급자 한 명이 마음대로 닫을 수 없게 돼 있었다.
도윤은 업무 절차 초안을 나눠 줬다. 첫 장에는 네 개의 동사가 적혀 있었다. 보존한다. 나눈다. 설명한다. 다시 묻게 한다.
서하는 마지막 문장을 읽었다. "다시 묻게 한다는 건 조금 이상하지 않아요?"
"이의를 방해하지 않는다는 말보다 적극적이어야 할 것 같아서요." 도윤이 말했다. "결정서에 창구만 작게 적어 두면 대부분은 못 묻습니다. 설명할 때 다음 질문을 받을 자리까지 알려 주자는 뜻입니다."
한재원은 인계 지원 종료를 앞두고 절차 초안을 검토했다. 그는 보존 봉투 번호와 사건 판단 문서가 같은 화면에 보이되, 감사 자료의 민감한 내용은 재검토 담당자가 임의로 열 수 없도록 권한을 나눴다. 투명하다는 이유로 모든 정보가 모두에게 열리는 것도 위험했다.
점심에는 다섯 사람이 예전 국숫집으로 갔다. 한재원까지 여섯이었다. 지우는 팀 이름이 없어졌으니 송별회인지 창단식인지 정하라고 했고, 수진은 밥부터 먹으라고 했다.
도윤은 면을 한동안 풀다가 서하에게 말했다. "처음 민주 씨 사본 옮겼을 때, 당신이 다치지 않게 하려면 내가 조용히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알아요. 그때는 저도 물으면 팀이 깨질까 봐 겁났고요."
"팀을 살린다는 말을 핑계로 사람을 입 다물게 하면, 남는 건 팀 이름뿐이더라고요."
지우가 젓가락을 든 채 끼어들었다. "그래서 이름 없어졌잖아요. 선배 책임이에요."
도윤이 처음으로 크게 웃었다. 식당 주인이 돌아볼 만큼 소리가 났다. 긴장이 풀린 웃음은 아니었다. 부끄러운 말을 끝까지 하고도 자리에 남아 있는 사람의 웃음 같았다.
오후에는 재검토 파트의 첫 모의 회의가 열렸다. 실제 고객정보를 뺀 연습 사건이었다. 물품 손해 일부는 인정됐고 영업 손해는 자료가 부족해 유보된 사례. 서하는 결정서를 읽고 인정 금액부터 말하지 않았다.
"첫 판단에서 확인한 사실은 무엇이고, 판단하지 못한 부분은 무엇입니까? 추가자료를 누가 구할 수 있고, 고객에게만 부담시키고 있지는 않습니까?"
도윤은 답을 알려 주지 않았다. 지우는 설명 문구에서 '불가'를 찾아 이유 문장으로 바꿨고, 수진은 재검토 예정일이 없는 유보 칸을 지적했다. 한재원은 자료 접근 권한이 지나치게 넓게 설정된 부분을 닫았다.
모의 회의가 끝나자 박성준은 파트 책임자를 도윤으로 지정하고, 사건별 검토 진행은 순번 담당자가 주도하게 했다. 첫 현장 담당 순번에는 윤서하 이름이 있었다.
새 절차에는 멈춤 기준도 있었다. 원 담당자와 가족·금전 관계가 있거나, 감사 대상 자료를 판단 근거로 쓰려 하거나, 고객에게 약속한 재검토일을 넘길 가능성이 생기면 순번 담당자가 혼자 밀어붙이지 않고 분리를 요청하게 했다. 빠르게 끝낸 건수보다 제때 멈춰 이유를 남긴 건도 업무로 인정됐다.
지우는 '설명 완료'를 고객이 고개를 끄덕인 순간으로 기록하지 말자고 했다. 설명 문서 전달, 질문 접수, 답변 예정일 안내가 모두 있어야 완료로 보자는 제안이었다. 수진은 고객의 동의와 단순 수령 확인을 같은 체크박스에 넣지 말자고 보탰다. 작은 칸 두 개가 새 업무표에 생겼다.
새 업무표는 일주일 뒤 자체 점검을 받도록 설정됐다. 문구만 좋아지고 실제로 약속한 날짜를 넘기면 재편은 실패한 것이었다. 팀원들은 첫 달에는 처리 건수보다 누락된 설명과 지연 사유를 먼저 공개하기로 했다. 실수하지 않은 척하는 조직 대신, 실수를 고칠 시간을 정하는 조직을 시험해 보기로 한 셈이었다.
그 점검 결과도 팀 안에서만 닫지 않고 준법 공용함에 남기기로 했다.
서하는 자기 이름을 보고도 도윤 눈치를 먼저 보지 않았다. "제가 주도하고, 이해상충이나 권한 문제가 생기면 바로 분리 요청하겠습니다. 설명 기록은 당일에 남기고요."
"좋아요." 도윤이 말했다. "내가 대신 판단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빠진 질문은 묻겠습니다."
한재원은 다음 주 원래 부서로 돌아간다고 했다. 지우는 첫날부터 수상했다고 과장했고, 한재원은 첫날부터 지우가 자기 캔커피를 하나 더 가져갔다고 맞섰다. 수진은 둘 다 근거를 제출하라고 했다.
퇴근 전, 팀원들은 오래된 캐비닛을 정리했다. 개인 메신저로 옮겨 둔 자료는 공식 보존 여부를 확인해 중복본으로 표시했고, 고객정보가 있는 출력물은 폐기 대장에 올렸다. 누구도 파일을 몰래 집으로 가져가지 않았다.
서하는 빈 캐비닛 한 칸에 새 표지를 붙였다. '재검토 설명 기록'. 결정이 바뀐 사건만 넣는 곳이 아니라, 유지된 이유와 고객이 다시 물은 내용도 남기는 자리였다.
사무실 불을 끄기 전 도윤이 물었다. "팀이 산 것 같아요?"
서하는 새 배치도를 한 번 봤다. 이름은 달라졌고 자리는 두 칸 옮겨 갈 예정이었다. "예전 팀 그대로는 아니에요. 그래도 우리가 하려던 일은 이제 숨지 않아도 돼요. 그럼 산 거 아닐까요?"
도윤은 대답 대신 문서함 잠금 상태를 확인했다. 지우는 마지막 캔커피를 가방에 넣었고, 수진은 월요일 첫 회의 시간을 공유했다. 평범한 퇴근 준비였다.
팀을 살린다는 말은 누군가의 침묵을 요구하는 구호가 아니게 됐다. 잘못 닫힌 문을 다시 열 수 있는 사람과 절차를 남기는 일. 서하는 그 문 앞에 막내로 숨지 않고, 자기 이름이 적힌 순번표를 들고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