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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18화]

비가 그친 뒤에도

작성: 2026.08.29 23:51 조회수: 1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콘텐츠는 AI가 창작한 연재소설입니다. 실제 인물이나 사건과 무관한 창작물입니다.

토요일 정오, 시장 입구의 오래된 국밥집은 손님들 목소리로 가득했다. 서하는 문을 열자마자 구석자리에서 물을 따르고 있는 아버지를 찾았다. 태훈은 서하를 보고도 손을 들지 않았다. 빈 맞은편 의자 쪽으로 물컵만 밀었다.

“길 안 막혔냐.”

“네. 아빠는 오래 기다리셨어요?”

“방금 왔다.”

국밥은 이미 두 그릇 주문돼 있었다. 태훈은 숟가락으로 국물을 두 번 저은 뒤에야 밥을 말았다. 서하는 그가 오른손 엄지와 검지를 완전히 붙이지 못하는 것을 봤다. 병원 서류의 비어 있던 서명란이 떠올랐지만 먼저 묻지 않았다.

태훈이 외투 안주머니에서 낡은 사진을 꺼냈다. 젊은 시절 공사장 앞에서 동료들과 찍은 사진이었다. 한쪽 손목에 붕대를 감은 태훈이 맨 끝에 서 있었다. 사진 뒤에는 날짜와 현장 이름, 같이 일하던 사람들의 성이 연필로 적혀 있었다.

“그때 다친 거예요?”

“별거 아니었다. 계속 일했지.”

“그래서 지금도 손이 불편한 거잖아요.”

태훈은 대답 대신 깍두기를 서하 쪽으로 밀었다. 한참 뒤 낮게 말했다. “네가 회사 다닌다고 내 서류까지 들여다보게 하기 싫었다. 괜히 말 나오면 너만 불편할까 봐.”

서하는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그래서 제가 직접 안 봐요. 다른 담당자가 보고, 저는 접근하지 않기로 기록했어요. 아빠가 서명하기 어려운 것도 담당자한테 그대로 말하면 돼요. 가능한 확인 방법을 회사 기준에 맞춰 안내해 줄 거예요.”

태훈은 국밥의 김을 바라봤다. “도장 찍으면 되는 거냐.”

“그것도 담당자가 확인해 줄 거예요. 도장만 있으면 다 되는 건 아니고, 아빠 뜻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대요. 제가 대신 쓰진 않을게요.”

“그래.”

짧은 대답 뒤에 두 사람은 한동안 밥만 먹었다. 태훈이 먼저 빈 그릇을 내려놓으며 물었다. “밥은 먹고 다니냐.”

서하는 웃지 않고도 웃는 목소리로 답했다. “네. 요즘은 남기지 않아요.”

계산대 앞에서 태훈은 끝내 서하의 카드를 밀어냈다. 다음에는 자신이 얻어먹겠다는 서하의 말에 “다음에 보자”라고만 했다. 헤어지기 전 그는 낡은 사진을 다시 주머니에 넣지 않고 서하에게 건넸다. 버리지 말라는 설명도, 간직하라는 부탁도 없었다. 서하는 사진 모서리가 접히지 않게 수첩 사이에 끼웠다.

월요일에는 아버지 사건의 새 담당자가 태훈에게 연락했다. 손 상태와 의사표시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회사가 인정하는 방식 안에서 본인 확인과 입회 절차를 잡았다. 옛 사진은 사고를 증명하는 결정적 자료로 쓰이지 않았다. 다만 태훈이 언제부터 손을 불편해했는지 묻는 출발점이 됐고, 필요한 진료기록은 정식 동의를 받아 별도로 요청했다.

서하에게는 제척 상태가 유지된다는 안내와 접수 진행 여부만 공유됐다. 아버지의 진료 내용과 제출 서류 전체는 보이지 않았다. 알지 못하게 된 것이 처음에는 서운했지만, 이번에는 그 빈칸이 숨김이 아니라 경계라는 걸 알았다.

같은 날 오후, 로비를 지나던 서하는 우산꽂이에 꽂힌 연노랑 우산을 보고 걸음을 늦췄다. 도윤이 뒤에서 따라오다가 서하의 시선을 알아챘다.

“첫 주에 두고 간 우산 생각나?”

“네. 다음 날 선배 책상에 병원 영수증도 있었잖아요.”

“고객이 같이 놓고 간 서류였어. 병원 표시가 있어서 창구 기록하고 맞춰 봤고, 딸이 입원한 병원 안내 데스크로 전달했어. 보호자가 찾아갔다고 연락도 왔고.”

“왜 그때는 말씀 안 해 주셨어요?”

도윤이 잠깐 생각했다. “네가 물어보지 않았으니까. 그때는 그게 정확한 대답이라고 생각했어.”

서하는 우산 손잡이에 붙은 물방울을 손가락으로 털었다. “요즘은요?”

“안 물어봐도 설명해야 하는 게 있다는 쪽.”

수요일 아침, 민주 세탁소의 셔터가 끝까지 올라갔다. 새로 점검한 접합부는 긴급 보강을 마쳤고, 벽 한쪽에는 아직 건조기가 돌아가고 있었다. 모든 기계가 제자리로 돌아온 것은 아니었지만 카운터 앞에는 맡길 옷 두 벌이 놓여 있었다.

수리업체는 기존 완료확인서를 취소하고 작업자가 자기 이름으로 작성한 정정 기록을 냈다. 정식 재점검 범위와 아직 하지 못한 본수리도 따로 적었다. 건물 관리인은 앞으로 임차인 부재 중 출입할 때 출입 동의와 공사 확인을 한 문장으로 묶지 않겠다는 안내를 각 점포에 보냈다. 그것이 모든 책임을 정한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다음 서류가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길은 좁아졌다.

서하와 수진은 최종이 아니라 현재까지의 결정서를 들고 갔다. 확인된 긴급 배수·건조비와 일부 설비 수리비는 해당 계약의 적용 범위와 증빙에 따라 지급 절차로 넘어갔다. 외부 세탁소에 맡긴 수탁 의류 비용은 실제 손해와 관련 담보가 확인된 건부터 정리됐다.

영업중단 손해는 휴업일수와 매출자료, 계약상 조건을 반영해 일부 기간을 더 확인해야 했다. 공용 배관의 본수리와 건물주·업체의 최종 부담도 남아 있었다. 결정서에는 인정된 항목과 유보된 항목, 추가 자료, 다음 검토일, 이의가 있을 때 요청할 절차가 각각 적혀 있었다.

민주는 종이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다. 예전 확인서처럼 이름부터 쓰지 않았다. 금액 옆의 설명을 다시 묻고, 영업중단 계산에서 빠진 하루를 지적했다. 수진이 자료를 확인해 보겠다고 표시한 뒤에야 민주는 수령란에 자기 이름을 썼다.

“이번에는 제가 읽고 쓴 거예요.”

“네. 이 서명은 결정에 동의한다는 뜻이 아니라, 오늘 설명과 서류를 받았다는 확인입니다.” 서하가 말했다. “내용에 이견이 있으면 적힌 절차로 다시 요청하실 수 있어요.”

민주는 펜을 내려놓고 셔터 밖을 봤다. “다 해결된 건 아닌데, 장사는 해야죠. 큰애 학원비도 그렇고 수빈이 상담도 또 가야 하고.”

그때 손님 한 명이 문을 열고 들어와 셔츠 세탁이 며칠 걸리느냐고 물었다. 민주는 사흘이라고 답했다가 건조기 쪽을 보고 나흘로 고쳤다. 거창한 재개 선언은 없었다. 카운터 계산기가 켜지고, 옷걸이 하나가 레일을 따라 움직였다.

외부 세탁소에서 돌아온 결혼식 옷의 주인도 잠시 뒤 찾아왔다. 민주는 포장 상태를 함께 확인하고 추가 비용은 정리되는 대로 알려 주겠다고 했다. 손님은 옷깃을 살핀 뒤 다음 주에는 겨울 코트를 가져오겠다고 말했다. 보상이 생활을 대신할 수는 없었지만, 생활이 다시 움직일 시간을 벌어 줄 수는 있었다.

김정호의 병원청구도 같은 날 별도 담당자에게서 보완 접수가 완료됐다는 안내가 왔다. 본인의 의사를 확인한 기록과 대리 작성 경위가 구분돼 들어갔고, 이후 판단은 계약과 제출자료에 따라 진행될 예정이었다. 누수 사건의 서류는 그 사건번호로 넘어오지 않았다.

퇴근길에 은별에게서 결혼식 식사 인원을 묻는 메시지가 왔다. 서하는 한참 꾸미지 않고 답했다. ‘갈게. 요즘 괜찮은 척은 잘 안 돼. 무섭긴 한데 배우는 중이야.’ 은별은 곧바로 긴 문장을 보내는 대신 ‘그게 더 너 같다’고 답했다.

목요일 팀 회의에서 서하는 민주 사건의 마지막 진행표를 읽었다. 확인된 사실, 아직 판단하지 않은 항목, 다음 확인자. 첫 현장에서 도윤이 가르친 세 단어도 보고서 아래에 작게 적었다. 보고, 듣고, 적어. 이제는 그 사이에 하나를 더 넣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설명해.

지우는 진행표의 ‘다음 확인자’ 칸을 보고 먼저 담당자 이름을 물었고, 수진은 접수번호가 빠진 첨부물 하나를 찾아냈다. 도윤은 두 사람이 확인을 마친 뒤에야 결재 화면을 열었다.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사무실이었지만, 누구의 기억만으로 넘어가는 칸은 하나 줄어 있었다.

현재 사건 보고가 끝나자 준법 담당자가 얇은 회색 파일을 테이블 위에 놓았다. 2019년 재검토의 1차 감사 결과였다. 배관 사건과 상해 사건을 ‘추가 자료 없을 시 종결’로 승인한 최종 계정은 도윤의 것이 아니었다. 당시 팀 밖 상위 심사부에서 쓰던 공동 승인계정이었다.

누가 그 계정으로 마지막 버튼을 눌렀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도윤도 수진도 지우도 이번에는 파일을 따로 가져가지 않았다. 서하는 담당자가 적힌 인계표를 파일 위에 올리고 준법 담당자 쪽으로 밀었다. 계절 하나가 끝난 자리에서 남은 질문은 하나뿐이었다. 그리고 그 질문은 처음으로, 숨어 있지 않은 기록 속에서 다음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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