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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1-2화]

형의 손, 형의 눈

작성: 2026.03.23 12:24 조회수: 50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본 작품은 무협 장르 창작물로, 등장하는 무공·문파·인물·사건은 모두 허구입니다. 작중 폭력 묘사는 장르 관습에 따른 것이며 현실의 폭력을 조장하지 않습니다.

새벽, 우물가에서 두레박을 끌어 올리던 담소하의 손에서 밧줄이 툭 끊어졌다.

닳아 있던 줄이었다. 어제도, 그제도 바꿔 달라 말하려다 잊었다. 객잔 살림이란 늘 그랬다. 망가지기 전에는 누구도 들여다보지 않고, 막상 망가지면 누군가 한 사람 탓이 된다. 대개 그 누군가는 소하였다.

끊어진 밧줄 끝이 우물 안으로 빨려 들어가며 철퍽 소리를 냈다. 소하는 한동안 우물 속을 내려다보았다. 검은 수면 위로 제 얼굴이 흔들렸다. 핏기 없는 얼굴, 잠을 덜 깬 눈, 그리고 물결 아래로 천천히 가라앉는 밧줄 그림자. 이상하게도 그 모습이 꼭 지난 3년 같았다. 붙잡고 있던 것이 손에서 미끄러졌는데, 소리 한 번 크게 내지 못한 채 가라앉는 꼴.

예비 밧줄을 찾으러 뒤란으로 돌아서자, 부엌문이 쾅 하고 열렸다. 묘련이 죽솥 뚜껑을 한 손에, 부지깽이를 다른 손에 든 채 나왔다. 눈이 부어 있었다. 잠을 설친 얼굴이었다. 장작더미 위에는 서리가 얇게 내려앉아 있었고, 묘련의 입김이 짧고 거칠게 흩어졌다.

"줄 끊어졌어."

소하가 먼저 말하자 묘련이 퉁명스럽게 받아쳤다.

"알아. 새벽부터 우물과 싸우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렸으니까. 닭도 아직 덜 깼어."

말은 그렇게 했지만 시선은 소하의 손바닥에 붙었다. 밧줄이 쓸고 간 자리에 붉은 선이 배어 있었다.

"씻어."

"괜찮습니다."

"괜찮은 사람은 손을 뒤로 숨기지 않아."

묘련은 부지깽이를 내려놓고 안으로 들어가 헝겊 조각을 가져왔다. 소하가 받아 들기도 전에 손목을 잡아채 직접 감아 주었다. 손끝이 차가웠다. 밤새 뒤척인 사람의 체온이었다. 헝겊 아래로 굳은살이 만져졌을 것이다. 검을 쥐던 자리에 남은 단단한 살, 솥과 걸레를 잡으며 모양만 바뀐 흔적. 묘련이 무엇을 느꼈는지 소하는 묻지 않았다. 묘련도 말하지 않았다. 두 사람 사이에는 그런 침묵이 3년 동안 쌓여 있었다.

아침 장사가 시작되자 객잔은 금세 시끄러워졌다. 장터로 가는 행상들이 죽 한 사발에 떡 두 쪽을 시켰고, 전날 묵은 검객 셋은 술값을 깎아 달라며 목청을 높였다. 덩치 큰 자가 탁자를 손바닥으로 내리쳤다.

"이 허름한 객잔에서 이 값을 받겠다고? 황주성 안에서도 이보다 싸게 먹는다."

묘장덕이 카운터 뒤에서 헛기침을 했지만, 소하는 상을 닦던 손을 멈추지 않았다. 빈 술병을 치우러 다가가자 검객이 턱으로 소하를 가리켰다.

"야, 꼬맹이. 주인장한테 말해. 우리가 어디 소속인지 알면 값을 깎아 줄 거다."

소하는 고개를 숙인 채 답했다.

"손님, 술값은 주인장께서 정하십니다. 저는 그릇만 치웁니다."

검객이 비웃었다.

"그릇만 치운다? 손은 강호인 손인데 입은 종놈 입이구나."

소하의 손끝이 잠깐 멎었다. 아주 잠깐이었다. 그 한 호흡 사이에 검객은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했지만, 묘련은 부엌문 안쪽에서 그 정적을 들었다. 소하는 다시 그릇을 들었다. 어금니를 악무는 버릇이 생긴 건 3년 전부터였다. 혀끝으로 닳은 안쪽 살을 건드리며 그는 부엌으로 돌아갔다. 참는 데도 힘이 든다는 걸, 참는 쪽만 안다.

오시가 넘어 손님이 빠지고 객잔 안이 잠잠해졌을 때였다. 소하가 뒷마당에서 쇠솥을 씻고 있는데, 눌어붙은 밥풀을 긁는 손에 힘이 들어가자 솥이 둔탁하게 울렸다. 그 소리 사이로 앞마당에서 묘장덕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서 오시게. 객방이 비어 있으니 편히 쉬시게나."

강호인이 오면 으레 나오는 정중한 어조였다. 소하는 신경 쓰지 않으려 했다. 그런데 발소리가 앞마당이 아니라 뒷마당 쪽으로 돌아왔다. 가볍고 일정하며 군더더기 없는 보법. 흙을 밟는 소리가 아니라 흙 위를 스치는 소리. 소하의 손이 멈추었다. 수세미에서 물이 뚝뚝 떨어졌다.

이 걸음을 안다.

몸이 먼저 기억했다. 등이 곧게 펴지고, 왼손이 무의식적으로 허리춤을 더듬었다. 거기에는 검 대신 행주가 걸려 있었다. 그 사실이 오히려 더 선명하게 가슴을 찔렀다.

"소하야."

등 뒤에서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소하는 솥을 내려놓지 못했다. 손에서 힘이 빠진 탓이었다. 천천히 돌아보자 노경천이 서 있었다. 3년 전보다 얼굴이 말랐고, 왼쪽 관자놀이에는 흰 머리카락이 몇 올 섞여 있었다. 그러나 눈빛은 그대로였다. 따뜻하고 깊고, 동시에 무언가를 재고 있는 듯한 눈. 수제자였던 사형의 눈.

남색 도포 아래 드러난 손목에는 새 상처가 있었다. 칼에 베인 자국이 아니라 쇠사슬에 오래 쓸린 듯 넓고 얕은 흔적. 소하는 그 자국을 보는 순간 반가움보다 먼저 늦은 분노를 느꼈다. 살아 있었다면 왜 오지 않았는가. 살아남았다면 왜 아무 말도 없었는가. 그런데 그 분노는 입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3년 만에 살아 돌아온 사람 앞에서, 사람은 생각보다 쉬운 말을 고르지 못한다.

"살아 있었구나."

경천이 한 발 다가왔다.

"형이 늦었다. 미안하다."

그 한마디에 소하의 목 안쪽이 뜨겁게 조여 왔다. 멸문의 밤 이후 사형제 모두 죽었다고 여겼다. 시신도 없었고 위패도 없었다. 향 하나 피울 자리조차 남지 않았다. 그는 객잔 뒷마당에서 나뭇가지로 검초식을 그리며, 죽은 사람에게는 묻지 못할 말을 삼키는 법부터 배웠다. 그런데 지금 그 죽은 사람 중 하나가 눈앞에 서 있었다.

반갑다는 말이 목까지 올라왔다가 걸렸다.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3년 동안 울지 않는 법을 몸이 먼저 익힌 탓이었다. 대신 나온 것은 건조한 한마디였다.

"……어떻게 여길."

"너를 찾았으니까."

경천이 웃었다. 형다운 웃음이었다. 다만 소하는 그 웃음이 닿기 전에 먼저 경천의 시선이 자신을 훑는 것을 보았다. 얼굴, 어깨, 왼손, 그리고 아주 짧게 등 쪽. 확인하듯, 놓친 것이 없는지 살피듯.

"그릇 닦는 솜씨가 늘었구나. 사부님이 보셨으면 혀를 차셨겠다. 검 잡을 손으로 솥을 문지르다니."

경천은 소하의 왼손을 가볍게 잡아 들어 올렸다. 엄지가 손바닥의 굳은살을 한 번 훑었다. 다정한 형의 손길처럼 보였으나, 소하는 이상하게 손끝이 식는 것을 느꼈다. 반가운 사람에게 잡힌 손인데도, 마치 맥을 짚히는 기분이었다.

"형, 정말…… 살아 계셨습니까."

"살아 있다. 보다시피."

경천은 허리춤의 검을 풀어 평상 위에 놓았다. 낡은 검집이었다. 청문검파의 문양이 벗겨진 자리에 누군가 다른 문양을 덧새긴 흔적이 보였다. 소하의 시선이 거기에 머물자 경천이 자연스럽게 검집을 돌려 그 자리를 감췄다. 너무 자연스러워서 오히려 더 눈에 띄었다.

"할 이야기가 많다. 그전에 밥부터 먹이렴. 형이 사흘을 굶었다."

소하는 부엌으로 들어갔다. 묘련이 문틈으로 바깥을 보고 있었다. 소하와 눈이 마주치자 묘련이 먼저 물었다.

"누구야, 저 사람."

"……형입니다."

짧은 대답이었지만 목소리는 평소와 달랐다. 묘련은 그걸 들었다. 소하가 3년 동안 한 번도 입에 올리지 않았던 호칭이었다. 형. 묘련은 국솥 앞에 서서 잠시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다 찬밥을 퍼 국에 말고, 밑반찬 세 종지를 상에 올렸다. 반찬을 담는 손이 평소보다 빨랐다.

소하가 상을 들고 나가려 하자 묘련이 등 뒤에서 말했다.

"조심해."

소하가 멈칫했다.

"무엇을요?"

묘련은 잠시 입술을 다물었다가, 칼을 집어 무를 썰며 낮게 말했다.

"반가운 얼굴이 제일 사람 방심하게 하니까."

도마를 치는 칼날 소리가 짧고 날카로웠다. 소하는 대꾸하지 못한 채 상을 들고 나갔다. 뒤에서 묘련은 무를 써는 대신 거의 찍어 내리고 있었다.

경천은 밥을 먹으며 천천히 이야기를 꺼냈다. 멸문의 밤 이후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강호를 떠돌며 흑풍채의 움직임을 쫓았다는 것, 청문의 남은 흔적을 찾으려 했다는 것. 말투는 담담했으나 사이사이 비어 있는 부분이 있었다. 3년의 시간을 설명하는 데 경천이 쓴 말은 몇 마디 되지 않았다. 소하는 그 빈틈을 캐묻지 않았다. 자신 또한 지난 3년을 설명하라면 내놓을 말이 많지 않을 터였다.

그러나 경천은 소하의 지난 3년을 묻지 않았다. 객잔에서 어떻게 살았는지, 얼마나 다쳤는지, 무엇을 견뎠는지보다 먼저 다른 것을 확인하는 눈이었다. 소하는 그 점이 자꾸 마음에 걸렸다.

"그리고 곽진해가 최근 황주 일대에 수하를 풀었다."

경천의 목소리가 한 톤 낮아졌다.

"왼손잡이 소년을 찾고 있다."

소하는 젓가락을 쥔 왼손을 내려다보았다. 국물에 비친 제 손이 잔물결에 흔들렸다.

"곽진해가 저를 찾는 겁니까."

"그렇다."

"이유는요."

경천은 바로 답하지 않았다. 그 짧은 침묵이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말해 주었다. 알고 있으나 다 말하지 않거나, 짐작은 있으나 확인 전에는 입을 닫는 사람의 침묵이었다.

"사형은 아십니까."

그 순간 경천의 눈이 소하의 얼굴을 지나 목 뒤, 옷깃 안쪽으로 미끄러졌다. 눈 깜빡임 한 번 사이의 짧은 시선이었지만 소하는 분명히 느꼈다. 등이 서늘해졌다.

화상 자국.

멸문의 밤, 불타는 대전에서 사부가 마지막으로 자신의 등에 손을 댔던 순간이 번개처럼 스쳤다. 뜨거웠다. 살 타는 냄새가 났다. 사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소하는 비명을 삼켰다. 이를 악물어 입술이 터졌고, 피 맛이 혀 위에 번졌다.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경천은 곧 시선을 거두고 웃었다.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다. 확실한 건 이곳이 더는 안전하지 않다는 거다."

그는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밥은 반도 남아 있었다. 사흘을 굶었다는 사람치고는 지나치게 적게 먹었다. 배가 고픈 사람은 밥을 먼저 삼키고, 경계하는 사람은 주변을 먼저 삼킨다. 경천은 후자였다.

"소하야."

"예."

"형과 함께 떠나자."

말은 조용했지만 뜻은 분명했다. 소하는 눈을 들었다. 경천은 평상 위에 놓인 검집을 손끝으로 가볍게 두드리고 있었다.

"곽진해의 수하가 황주에 풀렸다면, 객잔은 오래 못 버틴다. 네가 여기 남아 있으면 주인장도, 그 아가씨도 화를 입는다. 내가 널 데리고 움직이는 편이 낫다."

옳은 말이었다. 그래서 더 곤란했다. 소하는 곧장 대답하지 못했다. 떠나면 객잔은 안전해질지 모른다. 하지만 경천을 따라가는 순간, 자신은 다시 강호 한복판으로 끌려 들어간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의 경천을 온전히 믿을 수 있는지 확신이 없었다.

"오늘 당장입니까."

"가능하면 빠를수록 좋다."

"왜 그렇게 급하십니까."

이번에는 경천의 눈빛이 아주 잠깐 굳었다. 다정한 형의 얼굴 위로, 강호에서 오래 살아남은 검객의 계산이 스쳤다.

"늦으면 빼앗기니까."

말이 끝난 뒤에야 경천은 스스로도 지나쳤다는 듯 덧붙였다.

"곽진해에게서 말이다."

소하의 손가락이 젓가락을 더 세게 쥐었다. 빼앗긴다. 그 말은 사람에게 쓰기보다 물건에 더 자주 쓰는 말이었다. 경천은 곧바로 부드러운 표정을 되찾았지만, 이미 늦었다. 소하는 그 한마디를 놓치지 않았다.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것이 소하가 내놓을 수 있는 최대한의 답이었다. 거절도, 승낙도 아니었다. 경천은 잠시 소하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하지만 오래 생각하진 마라."

해가 지고 객잔에 등불이 켜졌다. 저녁 손님 몇이 드나들었고, 소하는 평소처럼 상을 닦고 그릇을 거두었다. 손은 늘 하던 일을 했지만 마음은 한 번도 같은 자리에 머물지 못했다. 경천은 이층 객방에 들어간 뒤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기척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위층 마룻바닥이 아주 가볍게 울릴 때마다, 소하는 그가 방 안을 서성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묘련이 장부를 정리하다 말고 물었다.

"저 사람, 언제까지 묵을 거야."

소하는 대답하지 못했다. 묘련이 붓을 장부 위에 내려놓았다.

"아버지는 방값은 받으래. 형이든 뭐든."

"네."

짧게 답했지만, 그 한마디를 뱉고 나서야 소하는 제 목소리가 낮보다 더 굳어 있다는 걸 알았다. 묘련은 장부를 덮으며 소하를 흘끗 보았다.

"따라갈 생각이야?"

소하는 놀라 고개를 들었다. 묘련은 피하지 않았다.

"그 사람 눈이 그래. 널 찾으러 온 사람 눈이 아니라, 데려가야 하는 사람 눈."

소하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묘련은 더 묻지 않았다. 다만 장부를 밀어 넣는 손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그 손등 위로 푸른 핏줄이 가늘게 섰다.

밤이 깊자 소하는 뒷마당으로 나가 나뭇가지를 들었다. 늘 하던 대로 검초식을 그리려 했다. 한 걸음 내딛고, 허리를 틀고, 손목을 꺾는다. 몸은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 찌르기에 이르러 기세가 끊겼다. 마음이 흔들리면 보법이 먼저 무너진다. 사부의 말이 뒤늦게 떠올랐다.

소하는 다시 자세를 잡았다. 이번에는 발끝에 힘을 모아 반 걸음 더 파고들었다. 나뭇가지 끝이 허공을 가르며 짧게 떨렸다. 예전 같으면 이어졌을 초식이 또 끊겼다. 이유는 분명했다. 지금 그의 적은 앞에 있는 허공이 아니라, 안에서 갈라지는 마음이었다.

형을 믿고 따라가면 적어도 답에 가까워질 수 있다.

하지만 그 답이 자신이 원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

객잔에 남으면 묘련과 묘장덕을 위험에 묶어 두게 된다.

그러나 떠나는 순간, 다시는 이 평온으로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른다.

선택해야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결국 선택이었다. 소하는 이를 악물고 나뭇가지를 더 세게 쥐었다. 마디가 손바닥을 파고들었다. 그때 등이 뜨거워졌다. 화상 자국 때문이 아니라 누군가의 시선 때문이었다.

고개를 들자 이층 객방 창문에 경천의 그림자가 비쳤다가 사라졌다.

소하는 나뭇가지를 쥔 왼손을 내려다보았다. 곽진해가 찾는 왼손잡이 소년의 손. 사형이 엄지로 훑었던 손바닥. 이 손이 쥐고 있는 것은 고작 나뭇가지 한 토막뿐인데, 그것을 노리는 눈은 이미 둘이었다. 곽진해의 눈, 그리고 형의 눈.

순간 울컥 치민 감정이 손끝으로 쏠렸다. 뚝.

나뭇가지가 소하의 손안에서 두 동강 났다.

그는 부러진 끝을 한참 내려다보았다. 3년 동안 단 한 번도 부러뜨리지 않았던 가지였다. 화를 참기 위해 쥐었고, 잊지 않기 위해 휘둘렀고, 검을 놓았다는 사실을 스스로 속이기 위해 붙잡고 있던 것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끝내 부러졌다. 소하는 그제야 알았다. 자신이 반가움만으로 흔들린 것이 아니라는 걸. 두려움과 의심, 그리고 다시 검을 잡게 될지 모른다는 예감이 함께 올라오고 있다는 걸.

그때였다.

객잔 앞쪽에서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하나가 아니었다. 둘, 셋, 넷. 황주 관도를 달리던 말들이 객잔 앞에서 일제히 멈춰 섰다. 이어 쇠붙이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고삐를 거칠게 잡아당기는 기척이 번졌다. 소하는 숨을 죽였다. 이층 창문에 다시 경천의 그림자가 섰다. 이번에는 움직이지 않았다.

잠시 뒤, 앞마당 쪽에서 낯익은 거친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인장. 왼손잡이 꼬맹이 하나 찾는다. 문 열어."

흑풍채였다.

소하의 손안에서 부러진 나뭇가지 끝이 천천히 돌아갔다. 형은 왜 하필 오늘 왔고, 흑풍채는 어떻게 이 밤 곧장 객잔 문 앞까지 들이닥쳤는가. 우연이라기엔 너무 빨랐다. 소하가 고개를 들었을 때, 이층 난간 위로 노경천의 손이 이미 검자루를 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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