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련이 돌아온 것은 장터 북쪽 골목 어귀에서 담소하가 약재 가판대의 남은 빈자리를 세고 있을 때였다. 발소리가 먼저 왔다. 평소보다 빠른 보폭이었다. 담소하는 가판대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소리의 방향을 가늠했다. 묘련이 뛰는 일은 없었다. 서두르는 일도 거의 없었다. 그런데 지금 그 발소리는 분명히 서두르고 있었다.
"왜 거기 서 있어."
묘련이 담소하 옆에 멈추며 말했다. 숨이 약간 올라와 있었다. 담소하는 그제야 그녀를 봤다. 얼굴은 평소와 같았다. 입매도, 눈매도. 그러나 무언가가 달랐다. 어디가 달라졌는지는 바로 잡히지 않았다. 담소하는 그 감각을 그냥 넘기지 않기로 했다.
"길목 쪽은."
"사람 많더라."
묘련이 짧게 말하고 가판대 쪽을 봤다.
"약재 살 것 있으면 저쪽이 더 싸. 이쪽은 값을 높여 받아."
그것이 전부였다. 담소하는 더 묻지 않았다. 그러나 그 두 마디가 너무 반듯하게 놓인다는 느낌이 남았다. 서두른 발소리와 어울리지 않는 평온한 대답이었다. 담소하는 가판대 위에 놓인 마른 약재 다발을 손끝으로 짚었다. 손이 할 일을 찾아야 눈이 엉뚱한 곳을 보지 않는다는 것을, 훈련장에서 배웠다.
노경천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두 사람을 보고 있었다. 그는 장터 안쪽에서 나오는 사람들 틈에 섞여 있었고, 손은 허리 쪽에 걸려 있었다. 검을 짚는 자세가 아니라 그냥 서 있는 자세였다. 그러나 눈은 묘련에게 붙어 있었다. 담소하는 그것을 보고 시선을 거뒀다. 노경천이 무언가를 눈치챘다는 것은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저 사람은 침묵을 읽는 데 훈련이 되어 있었다. 아마 그것도 어딘가에서 배운 것이겠지.
세 사람은 가판대를 따라 천천히 걸었다. 장터는 오전이 지나면서 더 북적해졌다. 채소 냄새, 기름 냄새, 사람 냄새가 뒤섞였다. 담소하는 걸으면서 그 냄새들을 하나씩 구분했다. 훈련장의 흙먼지 냄새나 기록고의 묵은 종이 냄새와는 달랐다. 길 위에서만 맡을 수 있는 냄새였다. 이제는 그게 낯설지 않았다. 그 사실이 담소하에게 작은 안도인지 작은 상실인지는 아직 몰랐다.
"저기."
노경천이 낮게 말했다. 담소하는 고개를 들었다. 노경천의 시선이 향한 쪽, 생선 장수 두 칸 너머였다. 갓이 보였다. 사람들 사이로 잠깐 드러났다가 다시 가려졌다. 담소하의 발이 저도 모르게 느려졌다. 세 번째였다. 가슴 안쪽에서 무언가가 조여드는 느낌이 왔다. 공포는 아니었다. 확인하고 싶지 않은 것이 확인될 것 같을 때 오는 느낌이었다.
"움직이지 마."
묘련이 먼저 말했다. 두 사람보다 반 걸음 앞에서 걸음을 멈추지 않은 채였다.
"우리가 멈추면 그쪽도 멈춰. 계속 걸어."
담소하는 시선을 앞으로 돌리고 보폭을 유지했다. 심장이 두 박자 빠르게 뛰었다. 갓 쓴 사내. 세 번째였다. 주막에서 한 번, 관도 어귀에서 한 번, 그리고 지금. 우연이라고 부를 수 있는 숫자가 아니었다. 담소하는 품 안을 한 번 눌렀다. 죽간의 모서리가 손바닥에 닿았다. 딱딱하고 차가웠다.
"이름 알아?"
노경천이 담소하 옆에 붙어 걸으면서 낮게 물었다. 목소리에 날이 서 있지는 않았다. 그냥 묻는 말투였다. 그러나 담소하는 그 질문이 아까부터 노경천의 입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모르겠어."
담소하는 천천히 대답했다. 거짓말은 아니었다. 얼굴에서 느낀 감각이 있었지만, 그것이 이름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턱선과 광대뼈의 각도, 걸을 때 오른쪽 어깨가 미세하게 낮아지는 방식. 어딘가에서 본 것 같은 느낌. 그러나 어디에서인지가 잡히지 않았다.
"확실해지면 말하겠다고 했지."
노경천이 말했다. 담소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노경천도 더 하지 않았다. 두 사람 사이에 잠깐 침묵이 지나갔고, 그 사이에 묘련이 걸음을 약간 늦춰 둘과 나란히 섰다.
"저 사람."
묘련이 말했다. 목소리가 아까보다 낮았다.
"오른발 봐."
담소하는 시선을 살짝 비틀었다. 갓 쓴 사내가 생선 장수 옆을 지나고 있었다. 오른발이 내디딜 때마다 발끝이 바깥쪽으로 약간 벌어졌다. 특정한 수련 방식에서 남는 버릇이었다. 담소하는 그 버릇을 알았다. 남궁세가 수련장에서 보던 버릇이었다. 다만 그 버릇을 가진 사람이 한 명이 아니었다.
"남궁 쪽."
담소하가 말했다. 확인이 아니라 생각을 입 밖에 낸 것에 가까웠다.
묘련이 대답하지 않았다. 그것이 대답이었다.
세 사람은 장터 끝 쪽에 있는 작은 평상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평상에는 늙은 장수가 대추를 팔고 있었다. 묘련이 대추 한 줌을 사는 척하며 동전을 꺼냈다. 노경천은 장수 뒤쪽 담벼락에 기대 서서 갓 쓴 사내가 움직이는 방향을 눈으로 쫓았다. 담소하는 품 안을 눌렀다. 죽간의 무게가 느껴졌다. 그 안에 적힌 이름이 지금 이 장면과 연결되는지, 아닌지를 아직 알 수 없었다.
"여관에서 나올 때."
담소하가 묘련에게 낮게 물었다.
"길목에서 뭘 봤어."
묘련은 대추를 장수 손에서 받으면서 잠깐 멈췄다. 담소하는 그 멈춤을 놓치지 않았다. 묘련이 동전을 건네고 고개를 돌렸을 때, 그녀의 눈이 담소하의 눈과 마주쳤다. 무언가를 재고 있는 눈이었다. 무엇을 어디까지 말할지 결정하는 사람의 눈이었다.
"여관 쪽 길목 담벼락에 발자국 흔적이 있더라."
묘련이 천천히 말했다.
"신발 크기가 저 사람 것과 비슷할 것 같아서."
담소하는 그 대답을 들으며 다시 한 번 묘련의 얼굴을 봤다. 아까 장터에서 처음 돌아왔을 때의 표정을 떠올렸다. 그 표정이 지금 이 말을 이미 알고 있었던 얼굴인지, 아니면 막 확인하고 돌아온 얼굴인지. 담소하는 아직 구분하지 못했다. 묘련은 대추 한 알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씹었다. 그 태연함이 오히려 담소하의 등줄기를 서늘하게 만들었다.
노경천이 담벼락에서 등을 떼며 말했다.
"사라졌어. 북쪽 골목으로 들어갔는데 거기서 끊겼어."
그는 담소하를 보지 않고 말했다. 담소하도 그를 보지 않았다.
"이번에는 내가 끝까지 따라갔는데. 두 갈래에서 또 놓쳤어."
"세 번이야."
담소하가 말했다. 혼잣말처럼 나왔지만 두 사람이 들을 수 있는 크기였다. 노경천이 짧게 코웃음을 쳤다. 비웃음이 아니었다. 같은 것을 알고 있다는 소리였다.
세 사람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추 장수가 파리를 쫓는 소리가 들렸다. 장터 북쪽에서 아이들이 웃는 소리도 들렸다. 그 평범한 소리들 안에서, 담소하는 죽간의 무게를 다시 느꼈다. 사부의 이름 옆에 적혀 있던 다른 이름 하나. 그 이름과 갓 쓴 사내의 오른발이, 지금 담소하의 머릿속에서 천천히 같은 자리로 모이고 있었다. 아직 맞닿지는 않았다. 그러나 조금씩, 분명히, 가까워지고 있었다. 담소하는 죽간을 꺼내지 않았다. 꺼내는 순간 그 이름이 살아 있는 사람의 것이 될 것 같아서였다. 죽은 사람의 이름이라면 차라리 나았다. 살아 있다면, 그때부터는 다른 문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