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서쪽으로 기울기 시작할 무렵, 기록고 담벼락 바깥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한두 사람이 아니었다. 돌길을 밟는 발소리의 무게와 간격이 일정했고, 검집이 허벅지에 부딪히는 금속음이 규칙적으로 섞여 들었다. 진무백은 기록고 안쪽 탁자 앞에 서 있다가 문 쪽을 돌아봤다. 여자는 이미 책자를 덮어 품 안으로 집어넣고 있었고, 청연도인은 눈을 감은 채 긴 숨을 한 번 내쉬었다. 셋 다 같은 소리를 들었지만 같은 반응을 보인 사람은 없었다.
"순찰입니다."
청연도인이 먼저 말했다. 설명이라기보다 확인에 가까운 말투였다.
"오늘 이 구역에 들어오는 일정이 있었습니다."
진무백은 그 말을 듣는 순간 시선을 청연도인 쪽으로 돌렸다. 일정이 있었다는 것은 미리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왜 아무 말도 없었는가. 청연도인의 얼굴에는 별다른 동요가 없었다.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그냥 담담한 표정이라 여겼겠지만, 진무백은 지난 사흘 동안 이 도사의 얼굴을 충분히 봐 왔다. 미리 알고 있었던 것들을 말하지 않을 때 청연도인의 눈은 저렇게 정면을 보면서도 어딘가 다른 것을 계산하는 빛이 된다.
"언제부터 알고 있었습니까."
진무백이 물었다. 목소리는 낮았지만 물음표가 뚜렷했다.
"아침부터요."
청연도인이 말했다.
"그래서 서두른 겁니다."
서두른 것은 맞았다. 청연도인이 쪽문 접근을 진무백보다 반 보 먼저 잡은 것도, 여자가 나온 뒤 진무백보다 먼저 입을 연 것도. 다 계산된 움직임이었다는 말인데, 그 계산 안에 진무백이 포함되어 있었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었다. 진무백은 탁자 모서리에 손을 얹은 채 잠시 기록고 안을 둘러봤다. 먼지 쌓인 책가 사이로 오후 햇살이 비스듬히 들어와 있었다. 조용하고 낡은 공간이었다. 그 안에서 세 사람이 각자 다른 것을 숨기고 있었다. 담장 밖 발소리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여자가 조용히 한쪽으로 물러섰다. 탁자 뒤 그늘 쪽이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사람이 순찰대와 마주치기 싫다는 것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었다. 진무백은 여자가 사라지는 방향을 눈으로 쫓다가 시선을 거뒀다. 지금 그것보다 먼저 처리해야 할 것이 있었다. 청연도인이 소매를 가다듬으며 문 쪽으로 걸어갔다. 진무백은 그 뒤에서 한 발 비켜 섰다. 당신이 나서라는 뜻이었다.
기록고 문이 밖에서 두드려졌다. 절도 있고 정확한 세 번이었다.
"도문 규율원 순찰 대주 위명선이오. 봉인 기록 구역 정기 확인 절차입니다. 안에 사람이 있으면 문을 여시오."
문이 열렸을 때 바깥 햇빛이 비스듬히 들어왔다. 세 사람이 서 있었다. 앞에 선 사람은 마흔 안팎의 남자였고, 허리에 찬 패찰이 도문 규율원의 것이었다. 그 뒤로 두 사람이 반 보 물러서서 서 있었는데, 손이 검집 위에 얹혀 있지는 않았다. 그러나 얹혀 있지 않다는 것이 오히려 더 익숙한 자세처럼 보였다.
"청연도인."
위명선이 말했다. 인사가 아니라 확인이었다.
"이 구역 봉인 해제는 현허진인의 서면 허가가 있어야 합니다. 허가서를 지참하셨습니까."
"지참했습니다."
청연도인이 품에서 접힌 종이를 꺼냈다. 위명선이 받아서 펼쳤다. 눈이 천천히 내려가다가 중간에서 멈췄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기록고 안쪽에서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여자가 그늘 속에서 숨을 죽이고 있다는 것을 진무백은 등 뒤로 느꼈다.
"허가 범위가 기록 열람에 한정되어 있군요."
위명선이 말했다.
"궤짝 개봉은 별도 명분이 필요합니다. 이 안에 있는 궤짝에 손을 댄 적 있습니까."
"아직 없습니다."
청연도인이 대답했다.
위명선의 시선이 청연도인을 지나 진무백 쪽으로 왔다.
"이분은."
"함께 기록을 살피는 중입니다."
청연도인이 한 박자 빠르게 말했다. 진무백을 소개하지 않았다. 진무백도 말하지 않았다. 위명선은 잠시 진무백의 얼굴을 봤다. 표국 출신의 검객이라는 것은 검집의 낡은 가죽 매무새와 허리 왼쪽 쏠림만 봐도 알 수 있는 일이었다. 위명선은 더 묻지 않았다. 물을 필요가 없는 것이 아니라, 나중에 물어도 된다는 태도였다. 그 여유가 오히려 불편했다.
"궤짝 개봉을 원하신다면 별도 청원을 올리십시오. 현허진인께서 허가하시면 저희가 동석하겠습니다."
위명선이 허가서를 돌려주면서 말했다.
"오늘 안에 결과를 기다리겠습니다."
마지막 문장은 청연도인에게 한 말이었지만, 눈은 진무백 쪽에서 한 번 더 멈췄다가 거뒀다. 세 사람이 물러났다. 발소리가 멀어지다가 사라졌다. 검집이 허벅지에 부딪히는 금속음이 마지막으로 한 번 들렸고, 그 뒤로는 정적이었다.
기록고 안이 다시 조용해졌다. 여자가 그늘에서 걸어 나왔다. 진무백은 청연도인을 봤다. 청연도인은 문을 닫고 돌아서면서 허가서를 다시 품에 넣었다. 서두르는 기색이 없었다. 그 차분함이 진무백에게는 더 거슬렸다.
"현허진인께 청원을 올리면, 허가가 나오겠습니까."
진무백이 물었다.
"오늘 안에는 어렵습니다."
청연도인이 말했다.
"그리고 청원을 올리면 어떤 내용의 궤짝인지가 규율원 기록에 남습니다."
"그러면 열지 말라는 겁니까, 다른 방법을 쓰라는 겁니까."
진무백은 말끝을 자르지 않았다. 그냥 묻는 어조였다. 하지만 그 안에 다른 질문이 들어 있다는 것을 청연도인은 알 것이었다. 아침부터 알고 있었다면, 왜 그 전에 말하지 않았는가. 왜 셋이 같은 방에 모인 뒤에야 이 이야기가 나오는가.
청연도인이 잠시 침묵했다. 그것이 대답이었다. 말하지 않은 데 이유가 있고, 지금 그 이유를 말할 생각도 없다는 뜻이었다. 진무백은 더 밀지 않았다. 지금 청연도인을 몰아붙여서 얻을 수 있는 것보다, 기다려서 스스로 내놓게 만드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을 어느 시점부터인가 알고 있었다. 사부가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 있었다. 사람을 쫓으면 달아나고, 멈추면 돌아온다. 그때는 그냥 흘려들었는데, 강호에 나와 보니 그 말이 맞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았다.
여자가 품 안에서 책자를 다시 꺼냈다. 진무백과 청연도인을 번갈아 봤다. 잠깐 망설이는 기색이 있었다. 그러다 입을 열었다.
"궤짝 안에 들어 있는 것은 기록만이 아닙니다."
처음으로 먼저 입을 연 것이었다.
"마지막 방문자가 남긴 것이 있습니다. 기록이 아닌 것으로요."
진무백의 손이 소매 쪽으로 갔다. 이번에는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꺼내지도 않았다. 손가락이 천 안쪽에서 조각의 모서리에 닿은 채 그 자리에 있었다. 모서리가 날카롭지 않았다. 오래 품고 다닌 것들은 다 그렇게 된다. 여자가 그 손을 봤다. 청연도인도 봤다. 세 사람 모두 그 손이 무엇을 향하고 있는지 알면서,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기록고 안의 공기가 다시 한 번 무게를 바꿨다. 궤짝은 아직 닫혀 있었고, 저녁은 아직 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