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 트기 직전, 객잔 마당은 아직 어두웠다.
서진해가 눈을 뜬 건 특별한 이유가 없었다. 그냥 잠이 얕았다. 어젯밤 밥을 너무 일찍 먹었는지, 아니면 저녁 무렵 담장 쪽에서 본 그림자가 꿈 속으로 따라 들어왔는지. 어쨌든 눈이 떠졌고, 눈이 떠진 김에 물이라도 마시러 나가려다 창호지 문 틈으로 마당을 흘겨보았다.
막금산이 나가고 있었다.
발소리도 없이. 짐도 없이. 다만 어깨에 뭔가를 걸친 채 대문 쪽으로 걷고 있었다. 서진해는 순간 문을 열까 말까 손잡이 위에 손을 얹었다가 멈추었다. 막금산의 걸음이 너무 자연스러웠기 때문이었다. 도망치는 사람의 걸음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산책하러 가는 사람의 걸음도 아니었다. 어딘가에 가야 하는 사람의, 목적지를 아는 사람의 걸음이었다. 서진해는 그 차이를 설명할 수 없었지만 느낄 수는 있었다. 발뒤꿈치가 먼저 닿는 방식, 어깨의 각도, 대문을 향하는 시선이 한 번도 흔들리지 않는 것. 그런 것들이 모여서 만드는 걸음이었다.
대문이 소리 없이 닫혔다.
서진해는 한참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물은 잊어버렸다. 이부자리로 돌아와 누웠지만 눈은 다시 감기지 않았다. 천장 귀퉁이에 거미줄이 하나 있었는데, 거미는 없었고 줄만 남아 있었다. 누군가 치우다 만 것인지, 아니면 원래 주인 없는 줄인지 알 수 없었다. 서진해는 그것을 보다가 막금산의 뒷모습을 떠올렸다. 목적지를 아는 걸음. 그게 자꾸 걸렸다. 뒤따라가지 않은 것이 옳은 선택이었는지도 확신이 없었다. 그러나 이미 대문은 닫혔고, 어둠은 아직 걷히지 않았다.
아침이 되었다. 담소령은 부엌에서 뭔가를 끓이고 있었다.
서진해가 세수를 마치고 마당에 나왔을 때, 부엌 쪽에서 된장 냄새가 났다. 어제도 된장국이었으니 오늘도 된장국인 모양이었다. 서진해는 세숫대야를 처마 아래 내려놓으면서 마당을 한 번 둘러보았다. 막금산이 걸어 나간 방향. 대문 앞 흙바닥에 발자국이 있는지 없는지까지는 알 수 없었다. 간밤에 이슬이 내렸으니 있다면 남아 있을 텐데, 확인하러 가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져서 그냥 뒀다. 부엌 쪽에서 국자 소리가 났다. 담소령이 뭔가를 젓고 있었다.
"일어나셨어요?"
담소령이 먼저 말했다. 부엌 문 너머로 목소리만 나왔다. 서진해는 "네" 하고 짧게 대답하고 마루 끝에 걸터앉았다. 막금산의 자리에는 수저가 놓여 있지 않았다. 담소령이 처음부터 빼놓은 것인지, 아직 놓기 전인지, 서진해는 판단하지 않기로 했다. 판단이 먼저 나오면 대개 틀렸다. 지난 며칠 동안 배운 것이었다.
"언제 나갔어요?"
서진해가 물었다. 담소령은 국자로 뭔가를 저으면서 대답했다.
"새벽에요. 저도 소리는 못 들었어요. 문 열린 걸로 알았죠."
"알고 있었어요?"
"나갈 줄은요."
그 말이 묘하게 두 가지로 들렸다. 나갈 줄은 알았다는 것인지, 나갈 줄은 몰랐다는 것인지. 담소령의 어미가 거기서 끊겼기 때문이었다. 서진해는 더 묻지 않았다. 담소령이 말을 끊을 때는 이유가 있었다. 그 이유를 물어서 나오는 경우는 드물었다. 부엌에서 뚜껑 덮는 소리가 났다. 잠시 후 담소령이 국 냄비를 들고 나왔다. 수건을 두 겹 접어 손잡이를 감싸고 있었는데, 그 손이 흔들리지 않았다. 뜨거운 것을 자주 드는 사람의 손이었다.
밥상은 둘이 먹기 딱 좋은 분량이었다. 국에 건더기가 평소보다 많았다. 서진해는 그것도 세었다. 두부. 애호박. 파 한 줌. 어제보다 손이 더 갔다는 뜻이었다. 담소령이 아침을 정성 들여 차렸다는 것이 이상하게 마음에 걸렸다. 막금산이 없는 아침이라서인지, 아니면 오늘 무슨 말을 할 생각이라서인지. 서진해는 숟가락을 들면서 슬쩍 담소령의 얼굴을 살폈다. 담소령은 밥을 뜨고 있었다. 표정이 없는 것이 아니라, 표정을 쓰지 않는 얼굴이었다. 그 차이도 요즘 들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천 조각 아직 가지고 있죠?"
담소령이 먼저 물었다.
서진해는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품에서 천 조각을 꺼내 밥상 위에 올려놓았다. 담소령이 그것을 바라보았다. 어제처럼 집어 들지는 않았다. 그냥 그 자리에서 보았다. 그 시선이 문양 위에서 머물렀다. 한 박자가 아니라 두 박자였다. 어쩌면 세 박자였다. 서진해는 숨을 고르게 쉬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했다. 이런 순간에 먼저 말을 꺼내면 항상 방향이 틀어졌다.
"이 문양,"
서진해가 말했다.
"어제 보셨을 때 모른다고 하셨잖아요."
"그랬죠."
"지금도요?"
담소령이 천 조각을 집어 들었다. 손가락으로 가장자리를 한 번 쓸었다. 닳아 있는 쪽을 먼저 건드렸다. 그 순서가 서진해의 눈에 들어왔다. 문양보다 가장자리를 먼저 확인하는 사람.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는 몰랐다. 그러나 어떤 의미인 것만은 알았다. 천 조각을 처음 보는 사람은 문양을 먼저 본다. 가장자리를 먼저 보는 사람은 이것이 어디서 잘려 나왔는지를 아는 사람이다.
"혜산이라는 이름을 들은 자리,"
담소령이 천천히 말했다.
"그 자리가 어딘지 아직도 흐릿하다고 했죠."
"네."
"흐릿한 게 맞아요. 지워진 게 아니라."
담소령이 천 조각을 다시 밥상 위에 내려놓았다. 그러나 손을 떼지 않았다. 손가락 끝이 문양 바로 옆에 있었다.
"그런데 이 문양은, 흐릿하지가 않아요."
마당에서 바람이 한 번 불었다. 처마 아래 걸린 빨래가 살짝 움직였다. 된장 냄새가 다시 코끝에 닿았다가 사라졌다.
서진해는 그 말의 무게를 가늠하려 했다. 흐릿하지 않다는 것은 안다는 것이었다. 안다는 것은 어딘가에서 보았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어제의 '아니요'는 무엇이었나. 모른다는 것과 말하지 않는 것은 다른 것이었다. 서진해는 그 차이를 이미 알고 있었지만, 담소령의 입에서 직접 그 구분이 나오는 것은 처음이었다. 어제는 모른다고 했고, 오늘은 흐릿하지 않다고 했다. 하루 사이에 무엇이 달라진 것인지. 아니면 하루 사이에 담소령이 무언가를 결정한 것인지.
"어디서 보셨어요?"
담소령이 잠깐 입술을 다물었다. 창 쪽을 보았다. 마당이 보이는 쪽이었다. 막금산이 나간 대문이 있는 쪽이었다. 서진해도 자연스럽게 그쪽을 따라 보았다. 대문은 닫혀 있었다. 아침 햇살이 대문 위쪽 틈으로 가늘게 들어오고 있었다.
"막금산이 돌아오면,"
담소령이 말했다.
"그때 말할게요."
서진해는 반박하고 싶었다. 왜 막금산이 있어야 하냐고. 그 사람은 지금 어딘가에 혼자 나가 있는데, 묻지도 않고, 말하지도 않고, 그냥 새벽에 나간 사람인데. 그러나 담소령의 얼굴을 보니 말이 나오지 않았다. 피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기다리는 표정이었다. 그것도 오래 기다려온 사람의 얼굴이었다. 서진해는 그 얼굴을 한 번 더 보고 나서야 숟가락을 다시 들었다.
국을 한 숟가락 떴다. 짰다. 어제보다 더 짰다. 아무 말도 안 했다. 담소령도 아무 말 없이 밥을 먹었다. 두 사람 사이에 천 조각이 놓여 있었고, 그 위의 문양은 햇살이 조금씩 옮겨가면서 생긴 그림자 안에 들어갔다가 나왔다. 서진해는 국이 짜다는 말을 끝내 하지 않았다. 담소령은 그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두 번째 숟가락을 뜨는 서진해를 보면서 아무것도 묻지 않았으니까.
막금산이 언제 돌아올지는 몰랐다. 그러나 돌아올 것은 알았다. 담소령이 그 사람의 수저를 빼놓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니, 처음부터 놓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서진해가 다시 밥상을 보았을 때, 수저 한 벌이 담소령 쪽 가장자리에 조용히 놓여 있었다. 밥상에 오르기 전에 옆에 빼두었던 것을 담소령이 언제 올려놓은 것인지, 서진해는 알아채지 못했다. 다만 그것이 거기 있다는 것만 알았다. 그리고 그 수저가 놓인 방향이, 막금산이 앉던 자리를 향하고 있다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