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문이 열렸을 때 소리가 없었다. 경첩이 낡았으면 삐걱거렸을 것이고, 자물쇠가 억지로 뜯겼으면 쇳소리가 났을 것이다. 하지만 문은 그냥 열렸다. 안쪽에서 밀어내는 것처럼, 처음부터 잠겨 있지 않았던 것처럼. 진무백은 반 보 물러섰고 손이 검파로 갔다. 청연도인은 눈을 가늘게 떴다. 두 사람 다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문틈으로 먼저 나온 것은 먼지 냄새였다. 오래된 종이와 삭은 나무 사이에서만 나는, 밀폐된 공간 특유의 묵직한 냄새. 그다음에 사람이 나왔다. 오십 줄 중반쯤 되어 보이는 여자였다. 머리는 단정하게 올렸고, 회색 도복은 낡았지만 구겨지지 않았다. 손에는 두꺼운 묶음 하나가 들려 있었다. 진무백을 보더니 멈췄다. 그리고 청연도인을 보더니 한 발 더 멈췄다. 그 순간의 정적이 이상하게 길었다. 놀람이 아니었다. 재는 것이었다.
"무당 검수가 여기까지 오셨군요."
목소리가 낮고 건조했다. 인사도 아니고 질문도 아닌, 확인에 가까운 말이었다. 청연도인이 대답하기 전에 진무백이 먼저 끼어들었다.
"안에 얼마나 있었습니까."
여자는 진무백을 천천히 훑었다. 무당 도복도 아니고, 소림 승복도 아니었다. 검집은 수수했지만 손이 놓인 위치가 익숙한 사람의 것이었다. 강호 물을 먹은 사람은 그 차이를 안다. 여자가 말했다.
"사흘 됩니다. 당신은 누굽니까."
"구경꾼이오."
청연도인이 조용히 끊었다.
"청매표국 진무백 소협입니다. 저와 함께 기록고를 확인하러 왔습니다."
그러고는 여자 쪽으로 시선을 옮기며 덧붙였다.
"기록 보관을 맡으셨던 분이시지요."
여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부인하지 않았다. 진무백은 그 반응을 눈여겨봤다. 청연도인이 그녀의 이름을 묻지 않았고, 여자도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 두 사람 사이에 무언가 이미 정해진 것이 있었다. 아니, 정해졌다기보다는 서로 피하고 있는 것이 있었다. 진무백은 청연도인의 옆얼굴을 슬쩍 봤다. 도인의 표정은 평소와 다를 것이 없었다. 그게 오히려 이상했다.
여자가 손에 든 묶음을 진무백 앞으로 내밀었다.
"이것 때문에 오신 거라면, 직접 보시는 편이 낫겠습니다."
묶음을 받아 들었다. 두껍지는 않았다. 열 장 남짓. 진무백이 첫 장을 펼쳤다. 먹이 짙게 박혀 있었다. 날짜, 방문자의 도착 시각, 위탁 물품 종류, 보관 위치 순으로 정리된 기록이었다. 그 아래에 두 줄짜리 메모가 있었다. *위탁 반환 요청. 선대 장문인의 명에 따라 거절함. 방문자 재방을 금함.* 방문자 이름 자리는 비어 있었다. 진무백이 그 자리를 손끝으로 짚었다.
"왜 이름이 없습니까."
"선대 장문인의 지시였습니다. 이름을 남기면 오히려 그 사람이 위험해진다고 했습니다."
진무백은 두 번째 장을 넘겼다. 날짜가 달랐다. 한 달 뒤. 세 번째 장도. 그다음에도. 같은 방문자가 모두 네 번 왔다. 네 번 모두 거절당했다. 마지막 기록의 날짜는 청매표국이 문을 닫기 사흘 전이었다. 손이 잠깐 멈췄다. 진무백은 숨을 고르고 다음 장을 펼쳤다. 청연도인도 옆에서 같은 곳을 보고 있었다. 두 사람 다 아무 말을 하지 않았는데, 그 침묵이 이상하게 가팔랐다.
"위탁물이 아직 기록고 안에 있습니까."
여자가 대답하기 전에 잠깐 망설이는 기색이 있었다. 그것이 대답이었다.
"있습니다. 선대 장문인이 돌아가실 때까지 건드리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 이후로는 제 판단에 맡겼고요."
여자가 기록고 쪽문을 돌아봤다가 다시 진무백을 봤다.
"저도 열지 않았습니다. 아직은."
진무백은 손안의 묶음을 청연도인에게 넘겼다. 청연도인이 받아 들며 첫 장부터 다시 훑는 동안, 진무백은 기록고 쪽문을 보았다. 열려 있었다. 문 안쪽의 어둠이 낮 햇빛 아래서 더 짙어 보였다.
"들어가 봐야겠소."
청연도인이 고개를 들었다.
"봉인 해제 명분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명분이 필요한 건 기록을 꺼낼 때 아니오? 눈으로 보는 것까지 막습니까."
"무당 기록고는 장문인 허가 없이는—"
"저 여자가 열었소."
진무백이 쪽문 쪽으로 턱을 들었다.
"사흘 동안 혼자 안에 있었소. 명분 얘기는 그쪽에 먼저 하시오."
청연도인의 입이 닫혔다. 여자가 두 사람을 번갈아 보다가 낮게 말했다.
"저는 선대 기록 보관인입니다. 현 장문인의 직계 명령 계통 밖에 있고, 이 기록고는 현 무당 봉인 이전에 설치된 구조물입니다. 제가 연 것은 규율 위반이 아닙니다."
잠깐 쉬었다가 덧붙였다.
"다만 당신들이 들어가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진무백이 여자를 똑바로 봤다.
"위탁물을 맡긴 사람 이름을 압니까."
여자의 눈이 잠깐 흔들렸다. 아주 잠깐이었다. 그리고 다시 단단해졌다.
"모릅니다."
거짓말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모른다는 말이 나오는 속도가 너무 빨랐다. 진무백은 소매 안을 한 번 손끝으로 짚었다. 매화 문양 조각. 아직 꺼내지 않은 패. 이 여자에게 보여주면 반응이 나올 것이었다. 하지만 반응이 나온다는 것은, 이 여자도 그 문양의 의미를 안다는 뜻이었다. 그것을 확인하는 것과 그것을 노출하는 것은 다른 일이었다.
청연도인이 조용히 말했다.
"소협."
한 글자였다. 그게 전부였다. 그러나 그 한 글자 안에 꽤 많은 것이 들어 있었다. *아직 때가 아니다.* 혹은 *나도 보고 있다.* 진무백은 소매에서 손을 뺐다. 청연도인이 이 여자를 알아보는 표정을 짓지 않으려 애쓴다는 것, 그 노력 자체가 이미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다.
여자가 기록고 쪽문을 다시 열었다. 이번에는 몸을 옆으로 비켜 두 사람이 지나갈 자리를 만들었다.
"들어오세요. 단, 꺼내는 것은 제 허가 없이 안 됩니다."
진무백이 먼저 문을 넘었다. 청연도인이 뒤를 따랐다. 기록고 안은 좁고 낮았다. 창이 하나뿐이었고, 그것도 두꺼운 기름종이로 막혀 있어 빛이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 벽을 따라 선반이 가득했고, 선반 위에는 나무 궤짝과 묶음들이 빼곡했다. 냄새가 강했다. 먼지와 오래된 종이, 그리고 그 아래 아주 희미하게 매화 향이 섞여 있었다.
진무백은 멈췄다. 코가 먼저 알아챘다. 눈으로 확인하기 전에 이미 어디에 있는지 짐작이 됐다. 선반 가장 안쪽 궤짝 하나. 다른 것들과 다르게 손잡이 쪽 먼지가 없었다. 최근에 손이 닿은 흔적이었다. 진무백은 그 궤짝을 가리키지 않았다. 다만 눈으로 위치를 박아 두었다.
청연도인도 같은 방향을 보고 있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같은 점에서 만났다가 각자 거뒀다. 여자는 입구 쪽에 서서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엇을 볼 것인지 기다리는 표정이었다. 혹은 무엇을 꺼낼 것인지. 기록고 안의 공기는 오래 갇혀 있던 것처럼 무거웠고, 그 무게 속에서 매화 향만이 가늘고 집요하게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