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배식이 끝나고 남은 그릇 수를 셀 때, 카일은 습관처럼 구석부터 확인했다. 기한의 그릇은 오늘도 제자리에 놓여 있었다. 손을 댄 흔적은 없었다. 어제와 같았고, 그저께와 같았다. 차이가 있다면 그릇 옆에 이번엔 물 한 모금 분량의 물기가 남아 있었다는 것뿐이었다. 카일은 그 물기를 잠깐 들여다봤다. 마셨다. 그것만은 마신 것이다.
그릇을 치우면서 카일은 막사 안을 한 번 더 훑었다. 기한은 맨 안쪽 침상 가장자리에 앉아 있었다. 무릎 위에 손을 올려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눈은 뜨고 있었지만 어딘가 먼 데를 보는 것 같았다. 카일이 그쪽으로 발을 옮기려는 순간, 옆에 있던 아이 하나가 그릇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쇳소리가 막사 안을 울렸다. 기한의 눈이 그쪽으로 빠르게 움직였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반응은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어제보다는 달랐다.
오전 훈련은 성벽 안쪽 마당에서 진행되었다. 카일이 아이들을 두 줄로 세우고 기초 자세를 잡아 주는 동안, 레오는 그 옆에서 목검 하나를 손에 쥔 채 무심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뭔가를 가르쳐 주러 온 것인지, 그냥 구경하러 온 것인지 처음엔 분간이 되지 않았다. 카일은 그쪽을 굳이 쳐다보지 않았다. 마당의 흙먼지가 아이들 발밑에서 일었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그늘이 길었고, 자세를 잡지 못한 아이들의 어깨는 하나같이 높이 솟아 있었다.
"자세가 높아."
레오가 처음 입을 연 건 카일이 열두 번째 아이의 어깨를 고쳐 잡아 줄 때였다.
"그렇게 서면 오른쪽 어깨로 먼저 무너진다."
카일은 손을 멈추지 않았다.
"알고 있습니다."
"알고 있으면 왜 안 고쳐 줘?"
"고쳐 주고 있는 중입니다."
카일은 그 아이의 어깨를 한 번 더 낮춰 주고 다음 아이 쪽으로 발을 옮겼다. 레오는 혀를 차지 않았다. 그냥 따라왔다. 목검을 옆구리에 끼운 채, 마치 오래전부터 이 마당에 있었던 사람처럼.
열여섯 번째 줄이 끝날 무렵, 카일은 한 자리가 비어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맨 뒷줄 왼쪽 끝, 기한의 자리였다. 없었다. 오늘 아침 점호에서는 있었는데. 카일은 마당 입구 쪽으로 눈을 돌렸다. 그쪽에도 없었다.
"구석 쪽을 봐."
레오가 낮게 말했다.
카일이 몸을 틀었다. 성벽 모퉁이, 그늘이 깊게 깔린 자리에 기한이 서 있었다. 훈련 대열에서 벗어나 있었지만 그렇다고 막사로 돌아간 것도 아니었다. 그냥 거기 서서, 대열을 보고 있었다. 카일과 눈이 마주쳤다. 소년은 눈을 피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다가오지도 않았다. 그 자리에서 꼼짝 않고, 마치 선을 밟지 않겠다고 결심한 사람처럼 서 있었다.
"저 애 이름이 기한이지."
레오가 카일 쪽을 보지 않은 채 말했다.
카일은 잠깐 멈췄다.
"장부에 올렸습니다."
"그렇겠지."
레오는 목검 손잡이를 손바닥으로 두드렸다. 습관적인 동작이었다.
"저 애, 오전엔 안 움직여. 알고 있어?"
"압니다."
"사흘 동안 봤어?"
"봤습니다."
카일은 레오 쪽으로 반 걸음 돌아섰다.
"레오 씨는 그보다 먼저 봤습니까?"
잠깐의 침묵이 있었다. 마당에서 아이들이 자세를 흩트리는 소리가 났고, 카일은 그쪽으로 목소리를 던지며 다시 잡아 줬다. 레오는 그 사이에 목검을 어깨에 올려 걸쳤다.
"그라스가 그랬어."
레오는 천천히 말했다.
"새로 오는 아이들 중에 오전에 안 움직이는 애가 있으면, 오후를 기다려 보라고. 그때 뭔가 확인하고 있는 거라고."
카일은 그 말의 끝을 기다렸다. 레오는 더 말하지 않았다. 카일은 마당 쪽으로 다시 몸을 돌렸다. 성벽 모퉁이의 그늘 속에서 기한은 여전히 같은 자리에 서 있었다. 움직이지 않았다. 대열을 보는 것인지, 아니면 대열 너머 어딘가를 보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오후가 됐다. 카일은 막사 안에서 장부를 펼쳐 놓고 수선이 필요한 구역 목록을 다시 쓰고 있었다. 창 너머로 마당이 보였다. 아이들은 대부분 쉬고 있었다. 기한은 구석 자리에서 무릎을 세우고 앉아 있었다. 오전과 같은 자세였다. 카일은 붓을 쥔 채 그쪽을 보다가, 다시 장부로 눈을 내렸다. 기다리는 것과 지켜보는 것은 달랐다. 지금 자신이 어느 쪽인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때였다. 소년이 일어섰다. 천천히, 그러나 망설이지 않고. 막사 입구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카일은 붓을 내려놓고 창에서 몸을 일으켰다.
기한은 배식대 옆에 있는 그릇 더미로 갔다. 그 중 하나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멈췄다. 그릇을 두 손으로 감싸 쥔 채, 무언가를 확인하듯 잠깐 고개를 옆으로 기울였다. 카일은 그 시선이 어디로 향하는지 따라갔다. 막사 벽이었다. 모서리 가까운 쪽. 자국이 있는 쪽.
"기한."
카일은 막사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소년이 뒤를 돌아봤다. 그릇을 놓지 않았다.
"벽 보고 있었어?"
기한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시선이 흔들렸다. 짧게,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카일은 그것을 봤다.
"자국이 사흘째 늘고 있다."
카일은 소년 쪽으로 걸어가지 않았다. 제자리에 서서 말했다.
"네가 그은 거야, 아니면 네가 세고 있는 거야?"
기한은 그릇을 가슴 앞으로 끌어당겼다. 손가락이 그릇 가장자리를 꽉 쥐었다. 그것뿐이었다. 입이 열리지 않았다. 카일은 그 침묵을 억지로 채우려 하지 않았다. 막사 안에 두 사람의 숨소리만 있었다.
카일은 더 밀지 않았다. 그 대신 벽 쪽으로 몸을 돌렸다. 자국을 직접 들여다봤다. 선 세 개. 고르지 않은 간격. 손톱이나 작은 돌로 그은 것 같은 깊이였다. 오늘 것이 가장 얕았다. 아직 굳지 않은 것처럼.
"오늘 아침에 생겼어."
카일은 혼잣말처럼 말했다.
"오전에 네가 안 움직이는 시간에."
기한이 무언가를 삼켰다. 목의 움직임이 보였다. 그릇을 쥔 손이 조금 더 힘을 받았다가 풀렸다. 카일은 그것을 보고도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벽을 보고 있었다. 자국 세 개를 보고 있었다.
카일은 벽에서 몸을 돌렸다. 소년과 눈을 맞추지 않았다. 그냥 지나쳐서 막사 문 쪽으로 걸어갔다.
"먹어."
문을 나서면서 한 마디만 했다.
"그릇 들고 있는 거 다 식는다."
저녁이 되고 막사에 불이 들어왔다. 카일은 문 바깥에 기대어 서서 성벽 위로 흘러가는 구름을 보고 있었다. 주머니 안에서 헝겊 조각이 손끝에 닿았다. 붉은 기수단 문장. 꺼내지 않았다. 오늘도 꺼내지 않았다. 손가락으로 천의 가장자리를 한 번 훑고는 그냥 놓아뒀다.
안에서 숟가락 소리가 났다. 그릇이 바닥에 닿는 소리가 났다. 카일은 그 소리들을 세지 않았다. 그냥 들었다. 어느 순간부터 기한의 그릇 소리가 거기 섞여 있다는 걸 알았지만, 확인하러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들리는 것으로 충분했다.
레오가 언제 왔는지 모르게 옆에 서 있었다. 두 사람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성벽 위에서 야경 교대 소리가 들렸다. 갑옷이 서로 스치는 마찰음, 발소리, 그리고 다시 조용해지는 밤.
"그라스가 뭐라고 했습니까."
카일이 먼저 입을 열었다.
"오후를 기다리라고 했을 때, 그 다음에 뭐라고 했습니까."
레오는 잠깐 하늘을 봤다.
"기다리다 보면 스스로 온다고."
그리고 덧붙였다.
"그게 아니면, 끝까지 안 온다고."
카일은 그 말을 입 안에서 한 번 굴렸다. 막사 안에서 숟가락 소리가 계속 났다. 기한의 자국은 오늘 세 개였다. 내일이 되면 네 번째가 생길 것이다. 그 자국이 무엇을 세고 있는지, 아직 아무도 물어보지 않았다. 카일은 그것을 알면서도 오늘은 묻지 않기로 했다. 그것이 옳은 선택인지는 내일이 되어야 알 수 있을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