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배식이 시작되기 전에 카일은 막사 문을 열었다. 습관이 된 순서였다. 문 경첩 확인, 환기 틈새 확인, 구석 자리 확인. 세 번째가 가장 오래 걸렸다. 오늘도 소년은 이미 깨어 있었다. 무릎을 세우고 벽에 등을 기댄 채, 눈을 뜨고 있었지만 무엇을 보는지는 알 수 없는 얼굴이었다.
카일은 문을 반쯤 열어 둔 채 들어서지 않았다. 안으로 성큼 걸어 들어가면 소년이 몸을 굳힌다는 것을 나흘 만에 알아차렸다. 그래서 오늘은 문틀에 어깨를 기댔다. 새벽 공기가 등 쪽으로 들어왔다. 쇠 냄새와 풀 냄새가 섞인 공기였다. 마구간 쪽에서 말이 한 번 울었다. 멀지 않은 거리였다.
"오늘까지야."
말을 꺼낸 것은 카일이었다. 소년이 눈을 들었다. 카일은 시선을 받아내면서 덧붙였다.
"이름. 장부에 올려야 해. 오늘 안으로."
소년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무릎 위에 올려놓은 손이 조금 움직였다가 멈췄다. 손등의 흉터가 새벽빛에 가늘게 드러났다. 카일은 그쪽을 보지 않았다. 막사 안 다른 아이들이 뒤척이는 소리가 났다. 배식 시간이 가까워지면 으레 그랬다. 누군가 낮게 투덜거렸고, 짚 위에서 뒤집어지는 소리가 이어졌다.
"기한."
처음 듣는 목소리였다. 낮고 건조했다. 카일이 반응하기 전에 소년이 한 번 더 말했다.
"내 이름이오. 기한."
카일은 잠깐 입을 다물었다가 끄덕였다.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 칭찬도, 안도의 한숨도 꺼내지 않았다. 소년이 그런 것을 원하는 얼굴이 아니었다. 그저 이름 하나를 내놓은 것뿐이었다. 거래처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처럼. 카일은 문틀에서 어깨를 떼고 돌아섰다. 등 뒤로 기한이 다시 벽에 등을 기대는 기척이 들렸다.
장부에 이름을 올리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카일은 막사 담당 서기를 찾아가 기한이라는 이름과 나이 추정치, 배속 구역을 불러줬다. 서기는 별 말 없이 받아 적었다. 잉크 냄새가 났다. 이름 하나가 종이 위에 고정되는 냄새였다. 카일은 그것을 보면서 묘하게 가슴 한구석이 무거웠다. 기뻐야 할 일이었는데 기쁘지 않았다. 이름을 받았다는 것과, 그 이름이 진짜라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서기가 깃털 펜을 내려놓으며 물었다.
"출신지는?"
카일은 잠깐 멈췄다가 답했다.
"미상."
서기는 그 칸을 그냥 비워 뒀다.
오전 훈련은 평소보다 길었다. 교관이 기본 자세 교정을 두 순서 더 집어넣었다. 카일은 목검을 쥔 채 줄 끝에 서서 앞사람의 등을 보며 반복했다. 왼발, 오른발, 허리 낮추기. 흙먼지가 발목 높이까지 올라왔다. 옆에 서 있던 막내 하나가 발을 헛디뎌 넘어졌고, 교관이 짧게 욕을 뱉었다. 아이는 얼굴이 빨개진 채 일어났다. 카일은 그쪽을 보지 않았다. 자기 발 위치를 다시 잡았다.
훈련장에서 레오를 마주친 것은 오후 늦게였다. 레오는 목검을 손에 들고 혼자 기본 자세를 반복하고 있었다. 카일이 다가가자 멈추지 않았다. 첫 번째 자세, 두 번째 자세, 세 번째에서 잠깐 손목을 틀었다가 다시 돌아왔다. 갑옷 어깨 부분이 움직일 때마다 쇠 마찰음이 낮게 났다.
"막사 쪽 돌아봤소?"
레오가 먼저 물었다. 카일은 멈칫했다.
"아직. 왜?"
레오는 목검을 내리며 카일 쪽으로 돌아섰다. 표정이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오히려 이상했다.
"벽 자국. 하나 더 생겼더군."
카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레오가 언제 막사 벽을 살펴봤는지, 왜 살펴봤는지를 먼저 물어야 했는데, 입에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레오가 먼저 그 자리를 봤다는 사실 자체가 이상했다. 그 구석은 카일이 처음 발견한 자리였고, 레오에게 이야기한 적이 없었다.
"언제 봤소?"
"오전에."
"왜 거기를?"
레오는 잠깐 카일을 봤다. 대답하기 전에 숨을 한 번 내쉬었다.
"습관이오. 새 아이들이 들어오면 벽부터 본다. 그라스가 그렇게 했으니까."
그라스. 이번에는 이름이 입 밖으로 나왔다. 전날과 달리, 끝까지 나왔다. 카일은 그 이름이 공기 속에 잠깐 머물다 흩어지는 것을 느꼈다. 레오는 더 설명하지 않았다. 카일도 더 묻지 않았다. 질문을 꺼내는 순간 레오가 다시 닫힐 것 같았다. 전날이 그랬다. 레오는 목검을 다시 들고 네 번째 자세로 넘어갔다. 대화가 끝났다는 표시였다.
두 사람은 잠시 훈련장 바닥을 보며 서 있었다. 흙이 패인 자리에 어제 비가 고였다가 마른 자국이 남아 있었다. 카일은 그것을 보면서 레오가 그라스의 검법을 안다는 것, 막사 벽을 습관처럼 살핀다는 것, 그것을 그라스에게서 배웠다는 것을 머릿속에 하나씩 얹었다. 연결이 되는 것 같기도 했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레오가 목검을 내리치는 소리가 건조하게 울렸다. 카일은 발을 돌렸다.
막사로 돌아온 것은 해가 기울고 나서였다. 카일은 벽 모서리 이음새 쪽으로 걸어갔다. 레오의 말대로였다. 어제까지 가로로 두 줄이었던 자국 옆에, 오늘 새로 하나가 더 새겨져 있었다. 얕고 깔끔한 선이었다. 손톱이나 작은 돌로 그은 것처럼 보였다. 카일은 쪼그려 앉아 그 자리를 들여다봤다. 손가락을 가까이 가져갔다가 닿기 직전에 멈췄다. 선 세 개. 사흘. 아니면 세 번. 무엇을 세는지가 문제였다.
구석에서 기한이 움직이는 기척이 났다. 카일은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돌리면 기한이 멈출 것 같았다. 그래서 그대로 벽을 보고 있었다. 기한이 자리에서 일어나 배식 줄 쪽으로 걷는 소리가 들렸다. 오늘도 스스로 그릇을 가져갔다. 나흘째 거부하다 오후에야 움직이는 패턴이 오늘도 이어졌다. 무언가 조건이 있는 것처럼. 아니면 무언가를 확인하고 나서야 움직이는 것처럼.
카일은 주머니 속에 손을 넣었다. 헝겊 조각이 손끝에 닿았다. 붉은 기수단 문장이 찍힌 낡은 천 조각. 그것을 꺼내야 하는지, 아니면 오늘도 주머니 안에 두어야 하는지를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벽 자국이 하루에 하나씩 늘고 있었다. 누가 새기는지는 아직 몰랐다. 레오가 이미 알고 있는지도 몰랐다. 이안이 기한이라는 이름을 먼저 언급한 것이 단순한 행정 지시였는지도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막사 안에 저녁 불이 들어왔다. 아이들이 그릇을 받아 드는 소리, 숟가락이 바닥에 닿는 소리, 낮게 웃는 소리. 살아 있는 소리들이었다. 카일은 벽에서 몸을 일으키며 기한 쪽을 한 번 봤다. 소년은 구석에 앉아 그릇을 두 손으로 감싸 쥔 채 천천히 먹고 있었다. 손등의 흉터가 불빛 아래 드러났다가 그림자 속으로 들어갔다. 카일은 그 자리를 오래 보지 않았다. 이름 하나가 장부에 올랐다. 그것으로 오늘은 충분해야 했다. 충분한지는 내일이 되어야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