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배식이 끝나고 양동이 두 개가 돌아왔을 때, 카일은 숫자를 세었다. 열여섯 개 그릇 중 하나가 손도 대지 않은 채 쌓여 있었다. 어제도 그랬고, 그제도 그랬다. 나흘이었다.
"이거 또 그 애 거야?"
배식을 도운 아이 하나가 카일의 시선을 따라가다 고개를 끄덕였다. 열두 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였는데, 눈이 유독 빠르고 입이 무거웠다. 카일이 처음 이름을 물었을 때 '막내'라고만 대답한 아이였다. 막내는 양동이 손잡이를 두 손으로 쥔 채 카일의 눈을 피했다. 알고 있지만 말하지 않겠다는 몸짓이었다. 카일은 그릇을 한 번 더 들여다봤다. 식은 죽이 표면에 막을 만들고 있었다. 어젯밤부터 있던 것이었다. 막내가 슬쩍 입을 열었다.
"저도 이름은 몰라요. 진짜로요."
카일은 대꾸하지 않았다. 그릇을 집어 들고 막사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가장 어두운 자리였다. 천장 서까래가 낮게 내려앉은 구석, 바깥 빛이 거의 닿지 않는 곳. 소년은 거기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었다. 무릎을 모으고 두 손을 그 위에 올려놓은 자세였다. 자고 있는 건지 깨어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카일이 발소리를 줄이지 않고 다가갔는데도 소년은 눈을 뜨지 않았다. 흙바닥에서 젖은 짚 냄새가 올라왔다. 마구간 옆 막사라 습기가 벽을 타고 스며드는 곳이었다.
"나흘째다."
카일이 말했다. 그릇을 바닥에 내려놓는 소리가 났다. 소년의 눈꺼풀이 미세하게 떨렸다. 깨어 있었다.
"먹고 싶지 않으면 말을 해. 다른 방법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소년은 대답하지 않았다. 카일은 무릎을 굽혀 눈높이를 맞추려다가 멈췄다. 억지로 눈을 맞추면 도망칠 것 같았다. 짐승을 몰다가 구석으로 밀어붙이는 꼴이 되는 건 원하지 않았다. 그는 그 자리에 선 채로 한 박자 더 기다렸다.
"이름은?"
침묵이었다. 소년의 손이 무릎 위에서 아주 조금 오그라들었다. 카일은 그것을 봤다. 보고도 못 본 척 일어섰다. 그릇은 그 자리에 뒀다. 나가면서 서까래 아래 낮은 빛 속에 소년의 손이 보였다. 무릎 위에 올려놓은 손, 그 손등에 가로로 길게 난 오래된 흉터. 낙인 자리가 아니었다. 낙인은 손목 안쪽에 찍히는 법이었다. 손등의 흉터는 다른 것이었다. 카일은 막사 문을 닫으면서 그 생각을 주머니 속에 같이 넣었다.
훈련장은 점심 전 한 시간이 가장 한산했다. 카일이 목검을 들고 들어갔을 때 레오는 이미 거기 있었다. 허수아비 기둥 앞에서 같은 동작을 반복하고 있었는데, 발 딛는 자리가 조금씩 달랐다. 의도한 변주인지 피곤한 건지 보기에 따라 달랐다. 훈련장 흙바닥에는 아침 연습 때 파인 발자국들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카일은 그 자국들을 밟지 않으려다가 이내 그냥 밟았다. 어차피 오후 훈련이 끝나면 전부 뒤섞일 자국들이었다.
카일은 반대편 기둥 앞에 섰다. 말을 걸 생각은 없었다. 목검을 고쳐 쥐고 첫 번째 동작을 넣었다. 두 번째. 세 번째. 그런데 세 번째 목검을 휘두르고 났을 때 레오의 목소리가 날아왔다.
"팔꿈치."
카일이 멈췄다.
"팔꿈치가 벌어져. 그렇게 치면 받아내는 건 쉬워도 연결이 안 된다."
레오는 카일을 보지 않았다. 자기 기둥을 향한 채 말했다. 카일은 자신의 팔꿈치를 내려다봤다. 틀린 말이 아니었다. 북방 임무 내내 무게를 버티는 데만 신경 쓰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팔꿈치가 습관처럼 빠져 있었다. 그는 자세를 고쳐 다시 목검을 들었다. 팔꿈치를 붙이니 어깨 안쪽이 당겼다. 굳어 있었다는 뜻이었다.
"그라스한테 배운 거야?"
말이 나오고 나서야 카일은 입을 닫았다. 레오의 손이 한 박자 늦게 내려왔다. 목검이 허수아비 기둥을 쳤다. 둔탁한 소리가 났다.
"상관없잖아."
레오가 말했다. 목소리는 평평했다. 화가 난 건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온도였다. 카일은 더 묻지 않았다. 레오도 더 말하지 않았다. 훈련장에 목검 소리만 번갈아 났다. 그라스라는 이름은 그렇게 두 사람 사이 허공에서 사라졌다. 건드리지 못한 채로. 카일은 팔꿈치를 붙인 자세로 다섯 번을 더 쳤다. 어깨가 계속 당겼다.
오후에 막사를 다시 점검하러 들어갔을 때 카일은 구석 소년의 자리가 비어 있다는 걸 먼저 알아챈다. 그릇은 없었다. 가져갔거나, 누군가 치웠거나. 카일은 서까래 아래 바닥을 살폈다. 흙바닥에 앉았던 자국이 있었다. 그 옆에 손바닥만 한 자리가 눌려 있었다. 소년이 그릇을 내려놓은 자리였다. 먹긴 한 모양이었다. 카일은 그 자국 앞에서 잠깐 서 있었다. 안도인지 뭔지 이름 붙이기 어려운 감각이었다.
막사 벽 모서리를 지나다가 카일은 발을 멈췄다. 어제 헝겊 조각을 발견했던 자리였다. 헝겊 조각은 카일의 주머니 안에 있었다. 보고서에 올리지 않은 채로. 그런데 그 자리, 벽돌과 벽돌 사이 이음새에 새 자국이 생겨 있었다. 손톱 같은 것으로 그은 자국, 가로로 짧게 두 줄. 어제는 없던 것이었다. 카일은 그 자국을 손가락으로 건드리지 않았다. 보기만 했다. 새로 생긴 자국인지 원래 있던 자국인지 단정할 수 없었다. 단정하면 안 된다는 생각도 있었다. 주머니 속 헝겊 조각이 손가락에 닿는 느낌이 났다. 문장이 찍힌 쪽이 안으로 접혀 있었지만 손가락은 그걸 알고 있었다.
밖으로 나오자 이안이 회랑 쪽에서 걸어오고 있었다. 서류를 들고 있지 않았다. 그것만으로도 오늘은 지시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이안은 카일 앞에서 걸음을 늦추지 않았다.
"소년 하나 이름 아직도 못 받았나?"
"예."
"기한은 이틀이야. 이름 없이는 식량 배급 장부에 올릴 수 없어."
이안은 그 말만 하고 지나갔다. 발소리가 회랑 돌바닥을 두드리며 멀어졌다. 카일은 그 뒷모습을 한 번 봤다가 막사 쪽으로 다시 눈을 돌렸다. 이틀이었다. 소년이 이름을 내놓지 않으면 장부에서 빠지고, 장부에서 빠지면 존재가 지워지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게 이 성벽 안에서 이름이 하는 일이었다. 이안의 목소리는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카일은 그 평평함이 조금 마음에 걸렸다. 단순한 행정 지시치고는 타이밍이 정확했다.
날이 저물고 막사에 불을 넣을 무렵, 카일은 구석 자리에 소년이 돌아와 앉아 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릇은 다시 앞에 놓여 있었다. 이번엔 아직 배식 전이었는데도. 소년의 손등 흉터가 불빛에 가늘게 드러났다가 그림자 속으로 들어갔다. 카일은 그 자리를 오래 보지 않았다. 보고 있다는 걸 들키면 소년이 또 눈을 닫을 것 같았다. 그는 막사 입구 쪽으로 몸을 돌리면서 주머니 속 헝겊 조각을 한 번 쥐었다가 놓았다. 하루가 또 기울고 있었다. 벽 이음새의 가로 두 줄 자국은 어둠 속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