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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3-11화]

금요일, 열 시의 문

작성: 2026.06.17 10:05 조회수: 4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콘텐츠는 AI가 창작한 연재소설입니다. 실제 인물이나 사건과 무관한 창작물입니다.

금요일 아홉 시 사십오 분이었다.

서하는 자리에서 일어나기 전에 파일을 한 번 더 펼쳐봤다. 접수 처리 이력 변경 건, 임시 계정 발급 날짜, 사흘의 공백. 순서대로 정리해둔 것들이었다. 글자가 흔들리는 건 아니었는데 눈이 자꾸 같은 줄 위에서 멈췄다. 서하는 파일을 덮고 일어섰다. 의자 뒷다리가 바닥을 긁는 소리가 생각보다 크게 났다. 한재원이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슬쩍 어깨를 움츠렸다. 서하는 못 본 척했다.

복도 끝 회의실까지는 열두 걸음이었다. 걸으면서 손바닥이 파일 겉면에 닿는 감촉을 느꼈다. 코팅지 특유의 미끄러운 질감이 손에 밴 땀 때문에 조금 달라붙었다. 에어컨이 꺼진 복도는 아침인데도 이미 한 박자 더 더웠고, 형광등 하나가 깜박이다 멈추다 또 깜박이는 중이었다. 서하는 그 형광등을 두 번쯤 올려다보다가 시선을 내렸다. 지금 저 형광등 걱정할 때가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다.

문 안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박 상무 혼자가 아니었다. 낮고 짧게 끊기는 말소리, 그리고 잠깐의 침묵. 서하는 손목시계를 봤다. 아홉 시 오십이 분. 아직 이른 쪽이었다. 그런데 문이 열렸다.

도윤이 먼저 나왔다.

"어, 왔어요?"

말투는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도윤의 오른손이 파일 클립 끝을 짧게 훑고 지나갔다. 서하는 그 동작을 봤다. 아주 빠른 습관 같은 것. 의식하지 못하는 손의 움직임.

"먼저 들어가셨어요?"

"잠깐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도윤은 그렇게만 말하고 옆으로 비켜섰다. 서하가 더 물어볼 틈을 주지 않는 방식이었다. 서하는 잠깐 도윤의 얼굴을 봤다. 표정이 없는 게 아니라, 표정을 뭔가로 채워 넣은 것처럼 보였다. 그 차이가 묘하게 걸렸다. 서하는 속으로 한 번 더 물었다. 잠깐 드릴 말씀이라는 게 어떤 말씀인지. 그 질문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회의실 안으로 들어서자 박 상무가 커피잔을 옆으로 밀고 있었다. 탁자 위에는 출력물 두 장이 놓여 있었는데, 서하가 지난주에 정리해서 올린 보고 자료와 형식이 같았다. 같은 건지 확인할 수가 없었다. 박 상무는 앉으라는 말 대신 턱으로 의자를 가리켰다. 서하는 파일을 무릎 위에 올리고 앉았다. 회의실 냉방은 복도보다 훨씬 강했다. 손목 안쪽이 금방 식었다. 서하는 파일 가장자리를 손가락으로 눌렀다. 뭔가를 잡고 있어야 할 것 같았다.

"이 건, 서하 씨가 추적한 거 맞죠?"

"네."

"도윤 씨한테도 들었는데."

박 상무가 출력물 한 장을 서하 쪽으로 밀었다. 서하는 받아 들고 내용을 훑었다. 접수 처리 이력 변경 건이었다. 날짜가 찍혀 있었다. 작년 하반기, 서하가 확인했던 사흘의 공백과 겹치는 시점이었다. 서하는 숫자를 두 번 읽었다. 틀리지 않았다. 손가락이 숫자 위에서 잠깐 멈췄다가 움직였다.

"도윤 씨가 이 이력 변경 건을 당시에 보고하지 않은 이유가 뭔지 알아요?"

서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확신이 없어서라고 했습니다. 직접 그렇게 말했어요."

박 상무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표정은 그 대답에 만족한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잠깐 뭔가를 더 말하려다 멈추는 것 같기도 했다. 서하는 그 표정을 보면서 자신이 지금 절반만 알고 있다는 감각을 처음으로 또렷하게 느꼈다. 나머지 절반이 어디 있는지는 몰랐다. 도윤이 먼저 꺼낸 말 안에 있을 수도 있었다.

면담은 이십 분 만에 끝났다. 박 상무는 마지막에 "조금 더 확인해봐야 할 것들이 있다"고 했다. 어떤 것들인지는 말하지 않았다. 서하는 파일을 들고 일어서면서 탁자 위의 출력물을 한 번 더 봤다. 박 상무가 자리에서 일어나기 전에 그 출력물을 뒤집어 놓았다. 자연스러운 동작이었다. 그러나 서하는 그 동작도 눈에 들어왔다. 뒤집어 놓은 종이 아래에 무엇이 있는지는 볼 수 없었다.

사무실로 돌아오는 복도는 아까보다 조금 더 더웠다. 형광등은 이제 깜박이지 않고 그냥 꺼져 있었다. 서하는 그걸 이번에는 올려다보지 않았다. 걸으면서 머릿속으로 면담 내용을 순서대로 다시 짚었다. 이력 변경 날짜. 박 상무의 표정. 뒤집힌 출력물. 세 번 짚었을 때 사무실 문이 나왔다.

한재원이 제일 먼저 고개를 들었다.

"어땠어요? 무사히?"

"무사히."

"박 상무님 표정 어땠어요? 저번에 제가 갔을 때는 커피를 두 잔 다 비운 다음에 저를 봐서 진짜 긴장했거든요."

서하는 한재원을 한 번 보고 자리에 앉았다.

"한 잔 남겼어요."

"그럼 괜찮은 거 아닌가요?"

"모르겠어요."

한재원이 무언가를 더 물어볼 것 같은 얼굴로 잠깐 멈췄다가, 이내 화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눈치가 없는 것 같아도 가끔 딱 맞을 때가 있었다. 서하는 그게 오늘 한재원의 가장 쓸모 있는 순간이라고 생각했다. 고맙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파일을 서랍에 넣으려다 서하는 손을 멈췄다. 도윤의 자리가 비어 있었다. 의자가 반쯤 당겨져 있었고, 모니터 화면은 꺼진 상태였다. 외근 표시도 없었고 자리를 비운다는 말도 듣지 못했다. 서하는 한재원 쪽을 봤다.

"도윤 씨 어디 갔어요?"

"아, 방금 나갔는데요. 전화 받고 나서 가방 들고요. 어디 간다고는 안 했어요."

서하는 도윤의 자리로 걸어갔다. 책상 위에 포스트잇이 한 장 붙어 있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이름도 없이 숫자만 적혀 있었다. 전화번호인지 다른 무언가인지 알 수 없었다. 필압이 강했다. 빠르게 눌러 쓴 것처럼 숫자 끝이 조금씩 흘러 있었다. 서하는 그 포스트잇을 떼지 않고 그대로 뒀다. 떼는 것과 그대로 두는 것 사이에서 잠깐 망설였지만, 결국 손을 거뒀다.

자리로 돌아와 앉는데 한재원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근데 도윤 선배가 원래 저렇게 갑자기 나가요? 저는 처음 봤거든요."

"글쎄요."

"저는 또 배탈이나 뭐 그런 거 아닌가 했는데. 얼굴이 좀 안 좋아 보이긴 했어요, 아까."

서하는 대답하지 않았다. 한재원의 말이 틀린 건 아니었다. 아까 복도에서 봤을 때 도윤의 안색이 평소보다 어두웠던 건 서하도 느꼈다. 그냥 지나치려 했는데 지나쳐지지 않았다. 배탈이기를 바라는 쪽이 오히려 편했다. 그런 생각이 드는 것 자체가 이미 불편했다.

서하는 화면을 켜고 메일함을 열었다. 새 메일은 없었다. 오전 시스템 점검 공지 하나, 다음 주 교육 일정 안내 하나. 서하는 두 개를 모두 읽지 않고 창을 닫았다. 손이 마우스 위에 올려진 채로 잠깐 멈췄다.

면담 내내 걸렸던 것을 다시 꺼냈다. 박 상무가 출력물을 뒤집은 것. 도윤이 먼저 들어가 있었던 것. 그리고 이력 변경 날짜가 사흘의 공백과 겹쳤다는 것. 세 가지가 각각 따로 놓여 있다가 처음으로 같은 선 위에 올라서는 느낌이 들었다. 아직 연결된 건 아니었다. 그러나 이전과는 달랐다. 선이 생겼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달라진 것이었다.

창밖에서 엘리베이터 도착음이 한 번 울렸다. 서하는 무의식적으로 사무실 문 쪽을 봤다. 도윤이 돌아오는 건지, 아니면 다른 사람인지. 문은 열리지 않았다. 기계음이 멀어지고 복도가 다시 조용해졌다. 서하는 시선을 화면으로 돌렸다.

도윤이 박 상무에게 먼저 꺼낸 말이 무엇이었는지. 서하는 그걸 아직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오후가 끝나기 전에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파일 서랍을 닫는 순간에 조용히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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