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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3-7화]

설계도가 말을 시작한다

작성: 2026.06.16 19:19 조회수: 2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콘텐츠는 AI가 창작한 장기 연재소설입니다. 실제 인물이나 사건과 무관한 창작물입니다.

회의실 형광등이 오전부터 한쪽이 깜빡이고 있었다. 이겸은 그것을 두 번 올려다봤다가 그냥 뒀다. 총무팀에 연락하면 반나절은 걸릴 것이고, 그 반나절 동안 자신이 이 방에 있을지 없을지도 불분명했다.

서다온이 파일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은 것은 오전 열 시 사십 분이었다. 봉투도 없었다. A4 여섯 장, 스테이플러 두 방. 이겸은 그것을 바로 집어 들지 않았다. 커피 잔을 먼저 옆으로 밀었다. 잔이 서류 가장자리에 걸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실용적인 이유였다. 서다온은 그 동작을 보면서 의자를 당겨 앉았다.

"TCS-B 경로 끝입니다. 생각보다 빨리 나왔어요."

이겸이 첫 장을 넘겼다. 태성캐피탈 계열 사모펀드 운용 구조 개요, 내부 참조용, 비공개. 하단에 작은 글씨로 작성 일자가 찍혀 있었다. 이겸은 그 날짜를 한 번 읽고 두 번 읽었다. 전생에서 자신이 죽기 넉 달 전이었다. 종이 위의 숫자가 선명한데 손끝이 약간 차가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겸은 그것을 무시하고 두 번째 장으로 넘어갔다.

"이걸 어디서 뽑았습니까."

"공개된 데서 뽑을 수 있는 건 뽑았고, 나머지는 등기 연계 조회 경로로 들어갔습니다. 불법은 아닙니다. 다만."

서다온이 말을 한 박자 멈췄다.

"이 문서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를 태성 쪽이 알게 되면, 우리가 어디까지 왔는지도 알게 됩니다."

이겸은 고개를 들지 않고 두 번째 장을 읽었다. 수익 배분 구조, 출자자 명단, 수탁 계좌 경로. 세 번째 장에서 손이 멈췄다. 출자자 명단 하단, 괄호 안에 작은 글씨로 병기된 이름 하나. 박이연. 수탁 경로 3번 라인, 위탁 관리 계약 대리인.

이겸은 그 이름을 손끝으로 짚지 않았다. 짚으면 서다온이 볼 테고, 서다온은 이겸이 그 이름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을 눈치챌 것이다. 이겸은 그냥 세 번째 장 전체를 한 번 훑고 네 번째 장으로 넘겼다. 형광등이 다시 한 번 깜빡였다.

"박이연이 여기 나옵니다."

서다온이 먼저 말했다.

이겸은 네 번째 장에서 눈을 올렸다.

"알고 있었습니까."

서다온의 목소리는 질문이라기보다 확인에 가까웠다. 차갑지 않았다. 다만 정확했다.

"명의가 연계됐다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이 구조의 어느 위치인지는 오늘 처음 봤습니다."

절반의 거짓말이었다. 서다온은 그것을 알 수도 있고 모를 수도 있었다. 이겸은 서다온의 눈이 잠깐 자신을 훑고 지나가는 것을 느꼈지만 서다온은 더 묻지 않았다. 대신 세 번째 장을 다시 펼쳐서 이겸 쪽으로 밀었다.

"박이연이 단순 차명이 아닙니다. 수탁 경로 3번 라인은 투자금 분산 이후 재집결 지점입니다. 흩어진 자금이 어디서 다시 모이는지 알 수 있는 자리예요. 이 자리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사람은 구조 전체를 알고 있는 사람이거나, 구조를 설계한 사람 바로 옆에 있는 사람입니다."

이겸의 손 안에 있던 네 번째 장이 약간 구겨졌다. 이겸은 그것을 내려놓고 손을 테이블 위에 평평하게 올려놓았다. 박이연. 전생에서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이름. 장승민의 설계가 이겸이 기억하는 판보다 한 층 더 깊다는 것, 그것이 이제 종이 위에 인쇄된 글자로 앉아 있었다. 넉 달 전에 이미 완성된 구조라면, 이겸이 죽던 날 손에 쥐었던 장부 조각은 완성본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 그 생각이 잠깐 스쳤다가 이겸은 밀어냈다. 지금은 아니었다.

"해진 씨한테는 아직입니까."

서다온이 물었다.

이겸이 대답하기 전에 문이 열렸다.

해진이었다. 손에 출력된 종이 두 장을 들고 있었다. 이겸을 보더니 잠깐 멈췄다. 서다온을 보더니 한 박자 더 멈췄다. 그러고 나서 안으로 들어왔다. 복도에서 프린터 돌아가는 소리가 잠깐 따라 들어왔다가 문이 닫히며 끊겼다.

"먼저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해진이 이겸을 보며 말했다.

"아침 일찍 출근해서 박이연 명의 조회 시작했습니다. 어제 부장님이 내일 아침이라고 하셨는데, 저 일찍 와 있었거든요."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해진은 변명하는 말투가 아니었다. 보고하는 말투였다. 그 차이가 이겸은 오히려 더 불편했다.

"결과가 나왔습니까."

이겸이 물었다.

"네."

해진이 종이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이겸이 집어 들었다. 박이연 명의 금융거래 조회 요약. 계좌 개설 지점, 최초 거래 일자, 거래 상대 계좌 코드 세 개. 이겸은 그 코드 세 개를 서다온의 문서 수탁 경로 번호와 눈으로 비교했다. 두 개가 겹쳤다.

겹친다는 것을 해진은 아직 모르고 있었다. 해진의 종이와 서다온의 문서를 나란히 놓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구조였다. 이겸은 두 장을 나란히 놓지 않았다.

"수고했습니다."

이겸이 말했다.

해진이 이겸을 봤다. 화가 난 건 아니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없는 눈도 아니었다. 뭔가를 기다리는 것 같았는데, 이겸이 그 이상을 꺼내지 않자 해진은 시선을 거뒀다. 잠깐의 침묵이 테이블 위에 내려앉았다.

서다온이 낮게 말했다.

"나란히 놓아야 보이는 것 같은데요."

이겸은 서다온을 봤다. 서다온은 이미 두 장을 나란히 놓고 있었다. 해진이 그것을 같이 들여다봤다. 겹치는 코드 두 개 위에 해진의 손끝이 멈췄다.

"이게…"

해진이 말을 잇지 못했다.

"박이연은 수탁 경로의 재집결 지점에 앉아 있습니다."

서다온이 해진에게 설명하듯 말했다. 이겸이 말해야 할 것을 서다온이 먼저 꺼냈다.

"흩어진 자금이 다시 모이는 자리입니다. 이 구조를 설계한 사람이 박이연 이름을 직접 관리하지 않으면 이런 위치에 올릴 수 없어요."

해진이 이겸을 봤다. 이번엔 기다리는 눈이 아니었다.

"부장님은 이걸 언제 알았습니까."

이겸은 대답을 고르지 않았다. 고른다는 것 자체가 이미 대답이 될 것이었다.

"박이연 명의가 연계됐다는 것은 가온 씨 분석에서 나왔습니다. 이 구조 안에서 어느 자리인지는 오늘 확인했습니다."

해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수긍하는 것인지 판단을 보류하는 것인지 이겸은 알 수 없었다. 해진은 그 이상 묻지 않고 의자를 당겨 앉았다. 두 장의 종이를 자기 앞으로 끌어당기고 볼펜 뚜껑을 열었다.

"그러면 이제 설계자를 찾아야겠네요."

서다온이 이겸을 봤다. 이겸도 서다온을 봤다. 서다온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지만 눈 안에 뭔가가 있었다. 이겸은 그것이 경고인지 확인인지 아직 결정할 수 없었다. 해진은 이미 볼펜을 움직이고 있었다. 코드 번호 옆에 작은 글씨로 뭔가를 받아 적는 중이었다.

이겸은 커피 잔을 다시 자기 앞으로 당겼다. 완전히 식어 있었다. 창밖으로 오전 햇빛이 회의실 바닥 끝까지 들어와 있었고, 프린터가 복도에서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설계도는 이제 세 사람의 테이블 위에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이겸이 통제하려 했던 순서는, 오늘 아침 해진이 일찍 출근한 순간 이미 달라져 있었다. 이겸은 그것을 되돌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다만 앞으로 이 방에서 먼저 읽어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 목록이 하나 더 길어졌다는 것을 조용히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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