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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3-6화]

균열이 지나간 자리

작성: 2026.06.13 21:39 조회수: 1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콘텐츠는 AI가 창작한 장기 연재소설입니다. 실제 인물이나 사건과 무관한 창작물입니다.

오후 세 시 사십 분, 복도 프린터가 두 번째로 돌아갔다.

이겸이 프린터 트레이에서 종이를 꺼낼 때 해진이 회의실 문을 열고 나왔다. 타이밍이 맞아 버린 것이었다. 해진은 이겸의 손에 들린 종이를 한 번 봤다가 시선을 들었다. 이겸은 종이를 옆으로 돌리지 않았다. 그냥 들고 있었다.

"인쇄하신 거 공유되는 건가요?"

말투는 평소와 같았다. 빠르고 또렷했다. 그런데 끝에 뭔가 더 있는 것 같은 무게가 달려 있었다. 이겸은 종이를 파일 폴더에 끼우면서 말했다.

"오늘 저녁 안에."

해진은 고개를 끄덕이고 회의실로 들어갔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생각보다 작았다. 이겸은 폴더를 옆구리에 끼우고 자기 자리로 걸어갔다. 책상 위에 종이컵이 있었다. 아까 내려 마신 커피가 한 모금쯤 남아 있었다. 이겸은 그것을 마시지 않고 쓰레기통에 버렸다.

가온이 돌아온 것은 그로부터 십 분 뒤였다. 외근 가방을 어깨에서 내리면서 노트북을 열었고, 의자에 앉기도 전에 화면을 들여다봤다. 이겸은 그 모습을 보면서 기다렸다.

"부장님."

가온의 목소리가 한 톤 낮아졌다. 이겸이 가온 쪽으로 걸어갔다. 가온은 화면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은행 코드 분석 결과였다. 세 번째 결재 건의 수취 계좌—이겸이 이미 알고 있는 그 계좌—옆에 두 번째 줄이 생겨 있었다.

"연계 계좌가 하나 더 있어요. 같은 날 개설됐고, 예금주 명의는 달라요. 그런데 개설 지점이 동일하고, 최초 입금액이 정확히 절반이에요."

이겸은 화면을 들여다봤다. 절반. 그 숫자가 뇌 안 어딘가를 건드렸다. 전생에서 이 이름까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그때는 최덕선 하나를 쫓다가 석 달이 지났고, 그 석 달이 끝나는 날 이겸은 죽었다.

"예금주 이름."

"최덕선 명의 계좌에서 분기된 건데, 연계 계좌 예금주는 박이연이에요. 여성 이름인데 법인 등록 이력은 없어요. 개인 명의예요."

이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박이연.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처음 보는 이름이라는 것이, 이겸의 척추 아래쪽을 서늘하게 훑었다.

가온이 이겸의 얼굴을 올려다봤다.

"아시는 이름이에요?"

"모른다."

짧게 대답했다. 가온이 잠깐 멈췄다가 다시 화면으로 눈을 돌렸다. 이겸은 가온의 모니터 앞에 서서 박이연이라는 이름을 두 번 더 읽었다. 전략실. 최덕선. 그리고 이제 박이연. 하나가 두 개가 됐다. 두 개는 세 개가 되고, 세 개는 구조가 된다.

오후 다섯 시가 조금 넘었을 때 이겸의 휴대폰이 진동했다. 서다온이었다.

이겸은 회의실 쪽을 한 번 보고 복도로 나갔다. 엘리베이터 앞이 비어 있었다.

"나왔어요?"

"응. 금감원 쪽 비공식 조회 결과가 오늘 안으로 들어올 것 같아. 그런데."

서다온이 잠깐 멈췄다.

"기획조정팀 쪽에서 움직인 것 같아. 오재훈 이름으로 외부 자문 요청이 어제 오후에 들어갔어."

이겸은 엘리베이터 버튼을 보다가 손을 내렸다.

"어느 쪽 자문."

"법무팀 라인이 아니야. 외부 로펌. 그것도 전략실이 과거에 쓰던 곳."

서다온의 목소리는 낮고 평평했다. 그러나 그 평평함 안에 이겸이 듣고 싶지 않은 것이 들어 있었다. 전략실이 먼저 움직였다. 최덕선 명의가 비공식 경로로 확인된 시점을 어떻게 알았는지—그것을 지금 따질 여유가 없었다.

"박이연이라는 이름 알아요?"

잠시 침묵이 있었다.

"어디서 나온 이름이야?"

"오늘 가온이 찾아냈어요. 최덕선 계좌와 연계된 개인 명의."

"……모르는 이름이야. 그런데 연계 계좌면 단순 차명이 아닐 수 있어. 분산 구조."

이겸은 복도 창문 쪽으로 한 걸음 옮겼다. 창밖에 해가 기울어 있었다. 오재훈이 외부 로펌을 썼다면 이미 방어선을 치기 시작한 것이었다. 공식 문서화보다 방어가 먼저 시작됐다.

"오늘 저녁 팀 공유 할 건데, 박이연까지 포함할게요."

"잠깐."

서다온의 목소리가 한 박자 느려졌다.

"해진 씨한테 어디까지 열 거야?"

이겸은 대답하지 않았다.

"열면 열수록 해진 씨가 앞으로 나가거든. 그건 지금 단계에서 리스크야."

"알아요."

"아는 거랑 하는 거는 다른 거야, 한 부장."

통화가 끊겼다. 이겸은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었다. 엘리베이터는 오지 않았다. 이겸이 부른 게 아니었으니까.

회의실로 돌아왔을 때 해진은 자리에 앉아 모니터를 보고 있었고, 가온은 분석 결과를 두 번째 파일로 정리하고 있었다. 이겸은 폴더를 테이블 중앙에 놓았다.

"오늘 저녁 공유할게요. 두 사람 다 자리 비우지 마세요."

해진이 고개를 들었다. 이겸과 눈이 마주쳤다. 해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가온은 노트북에서 시선을 들지 않은 채 "네" 하고 짧게 답했다.

이겸은 자기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책상 위에 수첩이 있었다. 이겸은 수첩을 펼쳤다. 박이연. 세 글자를 쓰고, 그 옆에 물음표를 하나 찍었다. 전생에서 이 이름은 없었다. 없었거나, 이겸이 죽기 전에 도달하지 못한 것이었다. 두 가지 중 어느 쪽이든, 이번 생에서 이 이름이 먼저 나왔다는 것은 판이 생각보다 넓다는 뜻이었다.

여섯 시 이십 분, 이겸이 폴더를 다시 열었을 때 사무실은 세 사람만 남아 있었다. 형광등 소리가 조금 더 크게 들렸다. 이겸은 인쇄된 자료를 테이블에 펼쳤다. 세 번째 결재 건, 수취 계좌, 최덕선, 그리고 박이연. 해진이 자료를 들여다보다가 멈췄다.

"박이연은 어떻게 나온 거예요?"

"가온이 오늘 연계 계좌에서 찾아냈어요."

해진이 가온을 봤다가 다시 이겸을 봤다. 그 시선의 이동이 짧았지만 이겸은 그것을 느꼈다.

"이 이름은 처음 아는 거죠?"

이겸은 해진을 봤다. 해진의 눈이 직선이었다. 도망갈 여지를 주지 않는 눈이었다.

"오늘 처음 들었어요."

거짓말이 아니었다. 그러나 해진이 듣고 싶었던 대답이 그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해진은 자료로 시선을 내렸다. 더 묻지 않았다. 그 '더 묻지 않음'이 이겸의 위장 어딘가에 걸렸다.

가온이 노트북 화면을 돌려서 보여줬다. 개설 지점 주소, 날짜, 최초 입금 경로. 숫자는 정직했다. 숫자만이 지금 이 방 안에서 거짓말을 하지 않고 있었다.

이겸은 자료를 다시 접었다. 오재훈이 외부 로펌을 움직인 시점, 서다온의 경고, 박이연이라는 처음 보는 이름. 세 가지가 오늘 하루 안에 한꺼번에 들어왔다. 전략실은 이미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무엇을, 어디까지. 그것이 문제였다.

해진이 자료를 덮으면서 말했다.

"박이연 명의 추가 조회, 제가 해도 돼요?"

이겸은 잠깐 있었다.

"내일 아침에 같이 봐요."

해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온이 노트북을 닫았다. 회의실 형광등이 한 번 깜빡였다. 세 사람이 동시에 천장을 봤다가 다시 내렸다. 아무도 웃지 않았다.

이겸은 수첩을 가방에 넣으면서 창밖을 봤다. 이미 어두웠다. 박이연이라는 이름이 최덕선 옆에 놓이는 순간, 이 구조는 두 사람의 공모가 아니라 설계가 된다. 설계는 장승민이 없으면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설계가 있다면, 이겸이 알지 못한 층이 아직 한 층 더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이번 생에서 처음 느끼는 종류의 서늘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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