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관은 이층이었고, 방은 세 개였고, 담소하는 가운데 방을 썼다.
그것도 누가 정한 것이 아니었다. 노경천이 먼저 왼쪽 방 문을 열었고, 묘련이 오른쪽으로 들어갔고, 담소하는 자연히 가운데에 남았다. 방 안에는 평상 하나와 낡은 서안 하나가 전부였다. 창문 아래로 관도가 보였고, 저녁 장꾼들이 짐을 싸들고 흩어지는 모습이 흙먼지와 함께 보였다. 담소하는 창가에 서서 그 모습을 잠시 내려다봤다. 갓 쓴 사내를 찾는 눈이었지만, 내려다보는 척하는 눈이기도 했다.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담소하는 등을 돌려 평상 끝에 걸터앉았다. 오늘 장터를 돌 때부터 목 뒤가 서늘했다. 시선이 닿는 것과 바람이 닿는 것은 다르다. 바람은 방향이 없지만 시선에는 출처가 있다. 담소하는 그 출처를 두 번 확인했고, 두 번 모두 같은 방향이었다. 약재 가판대 맞은편, 쪽빛 도포, 갓. 그러나 묘련이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았다면 담소하는 오늘 밤 혼자 그것을 품고 잤을 것이었다.
노크 소리가 났다. 묘련이었다. 문을 열자 그녀는 약재 봉투를 한 손에 들고 있었고, 다른 손에는 접힌 지도가 있었다.
"들어가도 되겠어요."
물음표가 없는 말투였다. 담소하는 옆으로 비켜섰다. 묘련이 서안 앞에 지도를 펼쳤다. 그리고 오래된 습관처럼 노경천 쪽 벽을 한 번 봤다.
"불러야 해요?"
담소하가 대신 문을 두드렸다. 노경천은 반 박자 늦게 나왔다. 머리카락이 약간 흐트러져 있었고, 신발을 아직 제대로 신지 않은 상태였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우스웠지만, 묘련이 먼저 지도를 손가락으로 짚으며 말했기 때문에 담소하는 웃음을 삼켰다.
"오늘 장터에서 제가 약재를 고를 때."
묘련이 말을 끊고 약재 봉투를 서안 위에 내려놓았다. 손이 떨리지 않았다. 담소하는 그 손을 봤다. 어제도 그랬다. 지도를 꺼낼 때도, 사내가 뒤에 있다는 걸 눈치챈 순간에도—묘련의 손은 흔들리지 않았다. 약재 냄새가 방 안에 퍼졌다. 쑥과 황기가 섞인 냄새였다. 그 냄새 속에서 묘련의 목소리는 더 또렷하게 들렸다.
"그 사내가 약재 가판대 맞은편에 서 있었어요. 갓을 쓰고 있었고, 쪽빛 도포를 입고 있었고, 제가 봉투를 받아 드는 순간 고개를 돌렸어요. 하지만 너무 빨리 돌렸어요.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아니었어요."
노경천이 문설주에 등을 기댔다. 신발을 아직도 반만 신은 채였다.
"어제 어귀에서 본 것과 같은 사람이오?"
"같은 갓. 같은 걸음걸이."
"걸음걸이를."
"발끝이 약간 바깥쪽으로 틀어져요. 오른발이 더 심해요."
묘련이 지도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말했다.
"한 번 보면 기억해요, 저는."
담소하는 그 말이 끝나는 자리를 잠시 들여다봤다. 한 번 보면 기억한다. 약재 이름을 외우듯이 말하는 투였다. 그러나 그 안에 무언가 다른 것이 들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훈련된 눈인지, 아니면 이미 예상하고 있던 눈인지—담소하는 아직 물을 수 없었다. 묘련은 지도 위의 한 점을 손가락으로 짚은 채 기다리고 있었다. 대답을 기다리는 것인지, 아니면 반응을 재는 것인지도 알 수 없었다.
노경천이 먼저 입을 열었다.
"미행이 확실하다면, 오늘 밤 안에 끊어야 하오."
"어떻게요."
담소하가 물었다.
"따돌리거나. 확인하거나."
"확인이라면."
"누구 뒤를 따르는지, 그리고 누가 시킨 건지."
노경천이 창문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담소하도 따라 봤다. 관도는 어두워지고 있었다. 장꾼들은 거의 사라졌다. 남은 건 빈 수레 두어 개와, 저녁 밥 연기를 피워 올리는 굴뚝 몇 개였다. 갓 쓴 사내의 모습은 없었다.
"우리 셋 중 누구를 보고 있는지 아직 모르오."
그 말이 방 안에 깔렸다. 담소하는 묘련을 봤다. 묘련은 지도를 보고 있었다. 노경천은 창밖을 보고 있었다. 세 사람이 같은 방에 있었지만, 각자가 다른 방향을 보고 있었다. 방은 좁았다. 평상 하나, 서안 하나, 세 사람. 그런데도 침묵이 들어설 자리가 있었다.
담소하는 품 안의 죽간이 생각났다. 사부의 이름이 적힌 것—그리고 그 이름 옆에 지워진 다른 이름 하나. 기록고를 나서던 날부터 품고 다닌 것이었다. 죽간의 모서리가 옷감을 통해 갈비뼈 쪽에 닿는 느낌은 매일 밤 같은 자리에서 났다. 누군가 이 죽간의 존재를 알고 있다면, 그리고 그것 때문에 미행이 붙었다면. 담소하는 그 가능성을 말하지 않았다. 아직은 아니었다. 말하는 순간 죽간의 무게가 세 사람 것이 되어 버린다. 그것이 두려운 것인지, 아니면 아직 확신이 없는 것인지—담소하 자신도 몰랐다.
"오늘 밤은 그냥 두죠."
담소하가 말했다.
노경천이 그쪽을 봤다. 묘련도 지도에서 눈을 들었다.
"움직이면 우리가 알아챘다는 걸 알게 돼요. 모르는 척이 더 유리할 수 있어요."
담소하는 덧붙였다.
"내일 장터를 한 번 더 돌아볼 거예요. 같은 길로. 묘련, 내일도 약재 가판대 쪽으로 가줄 수 있어요?"
묘련이 지도를 접었다.
"어디까지 보고 싶어요?"
"얼굴."
짧은 침묵이 있었다. 노경천이 드디어 신발을 제대로 신었다. 딱 소리가 났다.
"무리하지 마시오. 얼굴을 보려다가 들키면 밤 안에 움직여야 하오."
"알아요."
담소하는 창문 쪽으로 한 발 다가섰다. 관도는 이제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다. 저 아래 어딘가에 사내가 있을 것이었다. 같은 갓, 같은 걸음걸이, 오른발이 더 틀어진 사람. 그가 무엇을 보고 있는지—그리고 누구에게 보고하는지.
노경천이 문을 향해 돌아서다 멈췄다.
"담소하."
이름을 부르는 것은 드문 일이었다. 담소하는 창문에서 눈을 거두지 않은 채 대답했다.
"말씀하세요."
노경천은 잠시 있다가 말했다. "숨기고 있는 것이 있다면, 때가 되면 말하시오. 우리가 모르는 것이 저쪽에서 알고 있는 것보다 위험할 수 있소." 담소하는 그 말의 무게를 느꼈다. 대답하지 않았다. 노경천도 더 묻지 않았다. 문이 닫혔다.
묘련이 약재 봉투를 들고 일어섰다. 나가기 전에 한 번 담소하 쪽을 봤다. 무언가를 말하려는 것 같았지만, 말하지 않았다. 그녀가 나간 뒤 방에는 약재 냄새만 남았다.
담소하는 혼자 남았다. 창문 아래 관도를 한 번 더 내려다봤다. 어둠 속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담소하는 창문 틀에 손을 짚었다. 나무 결이 거칠었다. 기록고 문을 잡던 것과는 다른 질감이었다. 그러나 손에 닿는 무게는 비슷했다. 무언가를 밀기 직전의 무게. 품 안의 죽간이 다시 갈비뼈를 눌렀다.
"자야지."
담소하가 혼자 말했다.
그러나 누군가가 그 어둠 안에서 이쪽을 올려다보고 있다는 느낌은 지워지지 않았다. 갓을 쓰고. 오른발을 약간 틀어서. 내일 장터에서 묘련이 그 얼굴을 보게 될 것이었다. 그리고 그 얼굴이 담소하가 아는 사람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담소하는 아직 입 밖에 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