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안개가 채 걷히기 전에 세 사람은 관도를 벗어났다. 담소하가 앞장서고, 묘련이 그 뒤를 따랐으며, 노경천은 가장 뒤에서 걸었다. 누가 먼저 자리를 정한 것도 아니었다. 간밤에 한마디 의논도 없었는데, 아침이 되자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다. 담소하는 그 사실을 한 발짝 걷고 나서야 알아챘고, 굳이 말하지 않았다.
관도 옆으로 좁은 흙길이 이어졌다. 수레바퀴 자국이 깊이 파인 곳엔 어젯밤 이슬이 고여 있었다. 묘련이 그 웅덩이를 반걸음 비켜 지나면서 짐보따리를 왼쪽으로 옮겨 쥐었다. 보따리 귀퉁이에 약첩 하나가 삐죽 튀어나와 있었다. 담소하는 보지 못한 척했다. 어젯밤 묘련이 닫아버린 것과 같은 첩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물어볼 타이밍이 아니었다. 길 위에서 묻는 말은 답을 강요한다. 담소하는 그것을 검혼장에서 배웠다.
흙길은 한동안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세 사람의 발소리가 제각각이었다. 담소하는 발뒤꿈치를 먼저 딛는 편이었고, 묘련은 앞코로 살짝 눌러 걷는 버릇이 있었다. 노경천은 소리가 거의 없었다. 그 침묵이 오히려 귀에 걸렸다. 뒤를 돌아보지 않아도 노경천이 어디쯤 있는지 발소리로 가늠할 수 없다는 것은, 그가 의도적으로 소리를 죽이고 있다는 뜻이었다.
"갈림길이 두 개예요."
묘련이 걸음을 멈추며 말했다. 품에서 꺼낸 것은 접힌 종이 한 장이었다. 지도라고 부르기엔 선이 너무 단출했고, 메모라고 부르기엔 꼼꼼하게 표시가 돼 있었다. 묘련은 지도를 펼쳐 들고 잠깐 위아래로 뒤집었다가 다시 바로 잡았다. 바람이 없는데도 종이 끄트머리가 미세하게 떨렸다.
"동쪽 길이 하루 반, 북쪽 길이 이틀이요. 북쪽이 멀지만 마을이 있어요. 동쪽은 객잔이 하나뿐이고, 그 객잔이 아직 열려 있는지도 몰라요."
"북쪽으로 가지요."
노경천이 짧게 말했다. 담소하가 힐끗 돌아보았다. 노경천은 이미 북쪽 길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눈이 그리로 가 있는 것이 어젯밤부터 생각해둔 사람의 얼굴이었다.
"마을이 있어야 약재도 구하지."
노경천이 덧붙였다. 말은 묘련을 향한 것이었지만 담소하는 그 말을 두 번 들었다. 약재. 노경천이 먼저 약재를 입에 올린 것은 처음이었다. 어젯밤 술도 마시지 않고 젓가락을 조심스럽게 들던 손이 다시 떠올랐다. 담소하는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지금 물으면 노경천은 대답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사람이었다.
"알겠어요."
묘련이 지도를 다시 접었다. 세 사람은 북쪽 길로 꺾어 들었다.
길은 생각보다 좁았다. 키 높이만큼 자란 풀이 양쪽에서 길을 반쯤 덮고 있었고, 이따금 지나치는 행인들이 몸을 옆으로 비껴야 할 정도였다. 풀 사이로 아침 이슬이 아직 남아 있었다. 담소하의 바짓단이 젖었다. 그 차가운 감촉이 발목을 타고 올라오는 동안에도 담소하는 걸으면서 뒤를 확인하는 버릇을 멈추지 않았다. 언제 생긴 버릇인지 알 수 없었다. 아마 검혼장 이후였을 것이다. 아니면 주막 구석의 그 갓 쓴 사내를 본 이후였을 것이다. 어느 쪽이든 지금은 자연스럽게 하고 있었다.
정오 무렵에 마을 하나를 지났다. 크지 않은 마을이었다. 장터가 서 있었고, 사람들이 물건을 사고팔며 떠들었다. 묘련이 약재 한두 가지를 사겠다며 잠깐 멈추자고 했다. 노경천이 괜찮다고 했다. 담소하는 장터 어귀에 서서 사람들 사이를 훑었다. 그냥 하는 짓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멈췄다.
갓이었다.
검은 갓이 장터 안쪽에서 잠깐 보였다가 사라졌다. 사람들 사이로 파고드는 움직임이었다. 빠르지 않았다. 오히려 자연스럽게 천천히 움직였기 때문에 눈에 잘 띄지 않았다. 그게 더 이상했다. 사람이 붐비는 장터에서 저렇게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것은 의도가 있는 사람의 동선이었다. 담소하는 발을 뗐다가 멈췄다. 쫓으면 들킨다. 어젯밤 주막에서도 그 사내는 먼저 일어났다. 쫓긴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쫓기는 것처럼 행동하지 않는다. 담소하는 다시 어귀에 섰다.
"뭐 봐요?"
묘련이 작은 지전지 봉투를 들고 돌아오면서 물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담소하가 말했다.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니었지만, 아직 확인되지 않은 것을 말로 꺼내면 두 가지 문제가 생긴다. 하나는 일행을 긴장시키는 것, 다른 하나는 착각으로 끝날 경우 다음에 진짜 이상을 말했을 때 무게가 줄어드는 것이었다. 담소하는 그 두 가지를 계산하는 자신이 조금 낯설었다.
노경천이 담소하 옆에 와 섰다. 장터를 같이 보는 척하면서 낮게 물었다.
"봤어?"
담소하는 눈을 옆으로 움직였다. 노경천의 눈이 이미 장터 안쪽을 살피고 있었다. 담소하가 갓 쓴 사내 쪽으로 시선을 보내기도 전에 노경천은 이미 같은 곳을 보고 있었다.
"어제 주막 사내와 같은 갓이에요."
"알아."
노경천이 짧게 말했다. 그리고 방향을 바꿨다. 장터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반대쪽 길 끝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묘련을 먼저 보냈다.
"먼저 가. 장터 끝 우물 옆에서 기다려."
묘련은 말없이 걸었다. 세 사람은 따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도록 간격을 벌렸다. 담소하는 걸으면서 한 번 더 뒤를 봤다. 갓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사라진 것이 더 불안했다. 보이는 위협보다 사라진 위협이 더 무겁다는 것을 담소하는 몸으로 알고 있었다. 훈련장의 목검이 아니라 실제로 등 뒤를 노리는 것들이 그렇게 움직였다.
우물 옆에 모였을 때 묘련이 먼저 입을 열었다.
"저도 봤어요. 어제 주막에서 나가던 사람이랑 걸음걸이가 같아요."
담소하가 묘련을 보았다. 묘련은 지도를 다시 꺼내 들었다. 손이 흔들리지 않았다. 약재 봉투를 쥔 손도 마찬가지였다. 두려움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이미 예상하고 있었던 것인지, 담소하는 그 두 가지 사이에서 판단을 보류했다.
"다음 마을까지 반나절이에요. 거기서 하룻밤 묵으면서 확인해요."
노경천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동의였다. 세 사람은 다시 걷기 시작했다. 담소하는 이제 앞을 보면서도 뒤의 소리를 들었다. 훈련장에서 배운 것이 아니었다. 주막의 반듯하게 밀린 의자가 가르쳐준 것이었다.
오후 햇살이 길게 눕기 시작할 무렵, 노경천이 처음으로 먼저 말을 걸었다.
"소하."
담소하가 걸음을 늦추지 않고 대답했다.
"예."
"저 사내가 우리 셋 중 누구를 보는지 아직 모른다. 섣불리 움직이지 마."
짧은 말이었다. 그러나 담소하는 그 안에서 두 가지를 들었다. 하나는 경고였고, 다른 하나는 노경천이 이미 그 가능성들을 나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 셋 중 누구를. 담소하는 품 속의 죽간이 다시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저녁 무렵, 다음 마을 어귀에 들어섰을 때 담소하는 한 가지를 더 확인했다. 그 사내가 일행을 미행한다면 일행을 지켜보는 누군가가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남궁세가를 벗어난 세 사람이 어디로 향하는지 이미 알고 있을지 모른다. 담소하는 사부의 이름이 적힌 죽간이 품 속에서 무겁게 느껴지는 것을 느꼈다. 기록고를 나서던 날과 같은 무게였다. 아니, 조금 더 무거웠다. 그날은 혼자였고, 지금은 셋이었다. 그게 더 무거운 이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