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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2-10화]

밤이 지나야 체계가 보인다

작성: 2026.06.16 19:19 조회수: 2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콘텐츠는 AI가 창작한 장기 연재소설입니다. 실제 인물이나 사건과 무관한 창작물입니다.

밤 열 시가 넘어서도 임시 회의실 형광등은 꺼지지 않았다. 원래 복덕방이었던 자리, 책상 두 개를 붙여 놓은 테이블 위에는 서명 용지 세 묶음과 마커펜 두 자루, 그리고 누군가 편의점에서 사 온 캔커피 여섯 개가 올라와 있었다. 캔커피 중 두 개는 이미 비어 있었다. 서미라가 뚜껑을 딴 채로 놓아둔 것인지, 아니면 다른 누군가 마시다 거기 둔 것인지 아무도 묻지 않았다. 벽 너머 편의점 냉장고 소리가 낮게 진동했다. 그 소리만 들으면 아무 일도 없는 골목 밤처럼 느껴졌다.

서미라가 A4 용지를 두 장 꺼내 손으로 표를 그리기 시작했다. 이름 칸 하나, 시간 칸 하나, 담당 구역 칸 하나. 자를 쓰지 않아서 선이 약간 휘었다. 그걸 보던 마틴이 "그거 인쇄할까요, 제가 편의점 가서" 하고 일어서려다 서미라 눈빛에 도로 앉았다.

"이게 더 빨라. 오늘 밤 안에 돌려야 하는 거 알지?"

마틴은 고개를 끄덕이고 입을 다물었다. 서미라는 계속 표를 그렸다. 자정부터 새벽 두 시까지 한 조, 두 시부터 네 시까지 한 조, 네 시부터 여섯 시까지 한 조. 골목 어귀 쪽과 뒤편 공방 골목 쪽을 나누면 최소 여섯 명이 필요했다. 지금 회의실에 있는 사람은 다섯이었다. 서미라는 숫자를 세지 않았다. 그냥 표를 완성했다. 빈칸은 내일 채우면 됐다.

이정훈이 캔커피 하나를 집어 들었다가 내려놓았다.

"저 오늘 새벽 두 시까지는 있을 수 있는데, 그 이후는 가게 열어야 해서."

목소리가 작았다. 미안한 건지 사실을 말하는 건지 구분이 안 됐다. 서미라는 표에서 눈을 들지 않고 "알아, 적어뒀어" 하고만 했다. 이정훈은 그 말에 뭔가 풀린 듯 캔커피를 다시 집어 들었다. 사람을 붙드는 방식이 있다. 서미라는 그걸 말로 하지 않았다.

선우는 창문 쪽 벽에 기대어 핸드폰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박 씨한테 보낸 문자는 두 시간 전부터 읽음 표시가 뜨지 않았다. 전화를 한 번 더 해야 하나 생각하다가, 밤 열 시에 거는 전화가 협박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아직 박 씨는 적이 아니었다. 겁먹은 사람을 적으로 만드는 건 쉽다. 그게 지금 조합이 하는 방식이었다.

"박 씨한테는 내일 오전에 연락해."

서미라가 표에서 눈을 들지 않고 말했다.

선우가 고개를 들었다.

"어떻게 알았어요."

"핸드폰 계속 보잖아. 박 씨 아니면 태식 씨겠지."

서미라가 마커를 테이블에 놓았다.

"태식 씨한테서 연락 왔어?"

"아니요."

짧은 침묵. 서미라는 다시 표를 들었다. 선우는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오늘 밤 박 씨 전화는 없다. 그걸 받아들이는 데 이 정도 시간이 걸렸다.

마틴이 가방에서 종이 한 묶음을 꺼냈다. 직접 출력해 온 익명 동의서였다. 이름 대신 거주 기간과 구역 번호만 적게 되어 있었다. 선우가 어젯밤 초안을 만들고 마틴이 오전에 편의점 프린터로 뽑아 온 것이었다. 총 스무 장이었다.

"오늘 밤 안에 다 돌릴 수 있어요?"

선우가 물었다.

"반은 돌렸어요."

마틴이 묶음을 두 개로 나눠 보여줬다. 한쪽이 조금 더 얇았다.

"근데 두 집은 문 안 열어줬고, 한 집은 내일 오라고 했어요."

잠깐 멈췄다가 덧붙였다. "박인숙 씨 이름 아는 사람이 또 한 명 나왔는데."

서미라의 마커 손이 멈췄다.

마틴은 그걸 몰랐는지 계속 말했다.

"이름이 비슷한 건지, 아니면 같은 사람인지 확인은 못 했는데, 오래된 임시 세입자 할머니인데 뭔가 알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직 동의서는 못 받았어요."

선우는 서미라를 봤다. 서미라는 마커를 쥔 채로 테이블을 보고 있었다. 표가 아니라 테이블 나무결을 보는 눈이었다. 몇 초가 지났다. 이정훈이 캔커피를 마시다 멈췄다. 회의실 안이 조용해졌다. 편의점 냉장고 소리만 벽을 타고 낮게 울렸다.

"그 할머니 내일 다시 가봐."

서미라가 말했다. 목소리는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마커가 테이블에 내려놓이는 소리가 조금 컸다.

장하늘은 창가 쪽 접이식 의자에 앉아 노트북을 열어두고 있었다. 화면에는 기사 초안 파일이 열려 있었다. 선우는 그 화면을 이미 두 번 봤는데 하늘은 그걸 알면서도 덮지 않았다. 의도적으로 보여주는 건지, 아니면 그냥 신경을 안 쓰는 건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기자가 회의실에 함께 있다는 게 이런 의미인가, 선우는 처음으로 그 무게를 실감했다.

"하늘 씨."

선우가 불렀다.

장하늘이 고개를 들었다.

"기사 언제 올릴 거예요."

짧은 정지. 하늘이 노트북 화면을 내려다봤다가 다시 선우를 봤다.

"아직 결정 안 했어요."

"마감이 언제예요."

"내일 오후 세 시."

하늘이 솔직하게 말했다.

"근데 그게 마감이지, 올릴 시점이 그거라는 건 아니에요."

서미라가 그 대화를 듣고 있었다.

"익명 동의서 다 모이면 그때 올려요. 그 전에 나가면 사람들 신원 노출될 수 있어."

"그건 알아요."

하늘의 목소리가 약간 날이 섰다.

"그래서 지금 결정 안 하고 있는 거잖아요."

선우는 그 사이에서 말을 안 했다. 하늘이 틀린 말을 한 게 아니었다. 서미라도 틀린 말을 한 게 아니었다. 그냥 같은 골목을 다른 언어로 보고 있는 것이었다. 그 간격을 좁히는 건 오늘 밤 안에 될 일이 아니었다. 선우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 이 골목에서 보낸 시간이 얼마나 걸렸는지 생각했다가, 그만뒀다.

자정이 넘어서 처음 순번이 교대됐다. 서미라가 짠 표대로 마틴과 이정훈이 골목 어귀 쪽을 맡았고, 서미라 본인이 공방 골목 쪽을 한 시간 돌기로 했다. 선우는 회의실에 남아 서명 용지를 정리했다. 장하늘은 노트북을 닫고 따라나갔다. 기사를 쓰러 간 건지 순번을 돕겠다는 건지 말하지 않았다. 문이 닫히고 나서 회의실이 처음으로 조용해졌다. 선우는 테이블 위 빈 캔커피들을 한쪽으로 밀어두고 서명 용지를 펼쳤다.

새벽 한 시 이십 분, 골목 어귀에서 소리가 났다. 선우가 창문을 열었다. 마틴과 이정훈이 서 있는 방향 쪽에 승용차 한 대가 불을 켜고 멈춰 있었다. 차가 그냥 지나가는 건지, 아니면 서 있는 건지 구분이 안 됐다. 이 골목에 이 시간에 낯선 차가 들어오는 일은 흔하지 않았다. 선우는 핸드폰을 들었다가 내려놓았다. 마틴이 이미 그 차 쪽을 보고 있었다. 이정훈은 한 발짝 뒤로 물러서 있었다. 두 사람 다 움직이지 않았다. 차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 삼 분이 이상하게 길었다.

차는 천천히 빠져나갔다. 번호판은 보이지 않았다. 마틴이 선우 쪽을 올려다봤다. 선우는 창문을 닫았다. 뭐라고 말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가람개발인지, 조합 쪽인지, 아니면 그냥 길을 잘못 든 차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었고, 확인하려다 더 큰 일이 생길 수도 있었다. 선우는 서명 용지로 시선을 돌렸다. 손이 약간 차가웠다.

새벽 세 시, 회의실로 돌아온 서미라의 재킷 어깨가 조금 젖어 있었다. 안개인지 이슬인지. 그녀는 의자에 앉아 서명 용지 묶음을 세었다. 익명 동의서 열한 장, 공동행동 참여 동의서 여덟 장. 박 씨 서명은 없었다. 숫자를 세는 손이 멈추지 않았다. 표정도 바뀌지 않았다. 그러나 선우는 그 손이 멈추지 않는다는 사실 자체가 뭔가를 참고 있다는 뜻이라는 걸 알았다.

"열한 장이면 충분해요?"

선우가 물었다.

서미라가 잠깐 생각했다.

"충분하지 않지. 근데 없는 것보다는 낫고, 어제보다는 많아."

그게 오늘 밤 이 골목이 만든 기준이었다. 없는 것보다 낫고, 어제보다 많고. 아직 완성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나 골목이 처음으로 감정 대신 순번표로 밤을 넘긴 날이었다. 선우는 그게 작은 일인지 큰 일인지 판단하지 않기로 했다. 판단은 나중에 해도 됐다. 지금은 박 씨 전화가 내일 오전에 연결되는지, 그리고 그 할머니가 박인숙이라는 이름을 어떤 맥락에서 아는지가 먼저였다. 서미라는 그 이름 앞에서 마커를 내려놓았다. 그 소리가 아직 귓가에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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