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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3-2화]

수로 안에서 거짓말은 물보다 빠르게 퍼진다

작성: 2026.06.13 21:39 조회수: 1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콘텐츠는 AI가 창작한 장기 연재소설입니다. 실제 인물이나 사건과 무관한 창작물입니다.

오후 한 시 삼 분이었다. 수로 입구는 낮에 봐도 어두웠다. 처마 밑 그림자가 수면 위까지 드리워져 있었고, 콘크리트 벽면에서 올라오는 냄새는 썩은 것과 젖은 것이 뒤섞인 특유의 질감이었다. 세온은 손전등 불빛을 벽면 아래쪽으로 낮추며 발을 들였다. 첫 발이 닿는 순간 물이 발목까지 올라왔다. 예상보다 삼 센티미터는 더 깊었다.

"깊어."

태민이 짧게 말했다.

"지도상으론 발목 아래였는데."

세온이 대답했다.

"지도가 언제 지도인지나 알아."

도혁이 뒤에서 중얼거렸다. 아무도 웃지 않았지만 틀린 말도 아니었다. 세온은 조용히 손전등 각도를 올렸다. 수로 안쪽으로 약 십 미터, 콘크리트 천장이 낮아지면서 허리를 굽혀야 하는 구간이 보였다. 천장에서 물방울이 등간격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뚝, 뚝. 소리가 생각보다 컸다. 세온은 그 소리를 들으면서 발바닥으로 바닥의 기울기를 확인했다. 평탄했다. 지금은 평탄했다.

하린이 태블릿을 다시 켰다. 수로 입구에 서 있는 동안까지는 신호가 잡혔다. 북서쪽 주파수가 약하게나마 막대 두 칸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린은 그걸 확인하고 나서 진입 직전에 한 번 더 봤다. 한 칸. 그리고 세온을 따라 안으로 발을 들이는 순간, 막대가 사라졌다.

"끊겼어요."

하린이 말했다.

세온이 돌아봤다.

"언제부터?"

"방금. 딱 들어오면서요."

태민이 두 사람을 번갈아 봤다. 그 시선에는 질문이 없었다. 이미 예상했던 것이 확인됐을 때의 표정이었다. 하린은 태블릿 화면을 한 번 더 눌러 봤다가 접었다. 접는 손이 조금 빠른 것 같았다. 세온은 잠깐 입구 쪽을 돌아봤다가 다시 앞을 봤다. 돌아가는 건 선택지가 아니었다. 신호가 없다는 건 이미 알고 들어온 위험이었고, 그 위험을 감수하기로 한 건 입구에서 이미 결론 낸 일이었다.

"계속 가요."

세온이 말했다.

수로 안은 좁았다. 다섯 명이 일렬로 서면 앞뒤가 닿을 것 같은 폭이었다. 세온이 선두, 그 뒤에 태민, 하린, 윤호, 도혁 순서였다. 도혁은 원래 두 번째를 원했다. 루트를 안다는 이유에서였는데, 태민이 한마디로 잘랐다.

"뒤에 있어."

태민이 말했다.

"앞에서 지시하면 돼."

도혁이 잠깐 태민을 봤다. 뭔가 말하려다가 그냥 뒤로 갔다. 발이 물을 가르는 소리가 났다. 세온은 확인하지 않았다. 확인하는 것보다 앞을 보는 게 지금은 더 필요했다. 그 침묵이 등 뒤에 달라붙는 느낌은 있었지만, 지금 그걸 떼어낼 방법은 없었다.

진입 오 분 만에 천장이 낮아지기 시작했다. 세온이 먼저 허리를 굽혔다. 뒤에서 하린의 숨소리가 한 박자 빨라지는 게 들렸다. 겁을 먹은 건지, 단순히 자세가 불편한 건지 알 수 없었다. 세온은 말하지 않았다. 말을 걸면 오히려 의식하게 된다. 발밑의 물이 허벅지 안쪽까지 차가움을 밀어 올렸다. 젖은 바지가 다리에 달라붙었다. 이 안에서 오래 걸으면 체온이 먼저 문제가 될 것이었다.

"다음 격자까지 얼마나 돼요?"

세온이 도혁에게 물었다.

"기억으론 칠십 미터 정도."

도혁이 뒤에서 답했다.

"그런데 물이 이 정도면 좀 다를 수 있어요."

"다르다는 게?"

"격자 위치가 안 보일 수도 있다는 거요. 평소엔 수면 위에 있었거든요."

태민이 멈춰 섰다. 뒤에서 하린이 태민의 등에 부딪혔다. 태민은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그거 처음 하는 말이죠?"

"지금 물 깊이를 보고 말하는 거예요."

도혁의 목소리는 변하지 않았다.

"입구에선 몰랐지."

세온은 두 사람 사이 공기가 팽팽해지는 걸 느끼면서도 멈추지 않았다. 멈추면 그 팽팽함이 폭발하는 타이밍을 앞당길 뿐이었다.

"계속 가면서 찾아요. 격자가 수면 위에 없으면 벽면 확인하면 돼요."

윤호가 그때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벽면에 표식이 있으면 위치 파악이 가능합니다."

아무도 바로 반응하지 않았다. 물 떨어지는 소리가 세 번 났다. 세온은 손전등을 오른쪽 벽면으로 돌렸다. 콘크리트 표면이 군데군데 이끼로 덮여 있었고, 그 사이에 긁힌 자국 같은 것들이 섞여 있었다. 지금 당장은 구분이 안 됐다.

"어떤 표식요?"

하린이 먼저 물었다.

"수로 거점 확보 시 군이 쓰는 방식이 있어요. 격자 위치를 벽에 표시해 두거든요. 삼각형 계열이 아니라 이번엔 수평선 두 개짜리일 가능성이 높아요."

세온이 걸음을 잠깐 늦췄다.

"삼각형 계열은 뭐고, 수평선 두 개는 뭔데요?"

윤호가 잠깐 망설였다. 찰나였지만 수로 안의 정적에서 그 망설임은 또렷이 들렸다.

"삼각형은 검문소 초기 진입 표식이고, 수평선 계열은 거점 내부 분기점 표식이에요. 재난 초기 문건에 세트로 나와 있었어요."

"어떤 문건이요?"

또 망설임. 이번엔 더 길었다. 세온은 그 길이를 재고 있었다.

"별첨 B 말고 다른 거요."

세온이 먼저 말했다.

윤호가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하지 않는다는 것이 대답이었다. 세온은 그 침묵을 등 뒤에 달고 계속 걸었다. 지금 여기서 윤호를 세워 두고 캐내는 건 순서가 아니었다. 수로 안에서 말다툼을 시작하면 나중에 더 좁은 곳에서 더 나쁜 타이밍에 터진다. 그걸 알면서도 목 뒤가 조금 뻣뻣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사십 미터쯤 들어갔을 때 도혁이 말했다.

"여기."

벽면 오른쪽 하단에 수평선 두 개가 긁혀 있었다. 윤호가 말한 것과 정확히 일치했다. 세온이 손전등을 가까이 댔다. 긁힌 깊이가 달랐다. 위쪽 선은 얕고 아래쪽 선은 깊었다. 최근에 덧그은 것처럼. 아니면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시점에 같은 자리에 표시를 남긴 것처럼. 세온은 그 두 선 사이의 간격을 손가락으로 짚어 봤다. 간격이 일정하지 않았다. 같은 손이 그은 게 아닐 수도 있었다.

"이거 언제 것인지 알 수 있어요?"

하린이 표식 옆에 손가락을 가져갔다.

"콘크리트 긁힌 가루가 남아 있으면 최근이에요."

태민이 말했다.

하린이 손가락 끝으로 선 아래를 훑었다. 가루가 묻었다. 하린은 그걸 세온에게 보여줬다. 세온은 손전등을 그 손가락 끝에 대고 봤다. 흰 가루가 아직 마르지 않은 것처럼 조금 뭉쳐 있었다. 세온은 그 가루를 보면서 숨을 한 번 골랐다. 이틀 안이었다. 어쩌면 하루.

"어제 것이에요?"

하린이 물었다.

"아니면 그제."

세온이 말했다.

도혁이 그 표식을 보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세온은 그걸 봤다. 도혁이 처음 본다고 했던 삼각형 표식과 지금 이 수평선 표식은 같은 계열이었다. 윤호가 방금 설명한 대로. 도혁이 박선묵 루트로 이 수로를 이미 사용했다면, 이 표식도 한 번쯤은 지나쳤을 것이었다. 도혁의 시선은 표식 위에 머물다가 천장 쪽으로 올라갔다. 아무것도 아닌 척 하기엔 너무 조용했다.

세온은 도혁에게 묻지 않았다. 물으면 부인할 것이고, 부인하면 지금 이 자리에서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물 떨어지는 소리가 이번엔 연달아 났다. 뚝뚝뚝. 간격이 좁아졌다는 건 어딘가에서 물이 새고 있다는 뜻이었다. 세온은 천장을 한 번 올려다봤다가 다시 앞을 봤다. 지금 당장 무너질 것 같지는 않았다. 지금 당장은.

"격자까지 얼마나 더요?"

세온이 다시 도혁에게 물었다.

"삼십 미터."

"알아요?"

도혁이 잠깐 세온을 봤다. 어두운 통로 안에서 그 눈빛은 잘 보이지 않았다.

"어림이에요."

세온은 고개를 돌렸다. 어림이라는 말이 어디까지를 포함하는 어림인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었다. 태민이 세온 옆으로 반 걸음 붙었다. 말은 없었다. 그냥 간격을 좁혔다. 세온은 그걸 느끼면서 조금 더 앞으로 걸었다. 수로 안이 더 좁아졌다. 천장이 어깨 위까지 내려왔고, 다섯 명의 발소리가 물 위에서 겹쳐 울렸다. 앞은 여전히 어두웠다. 손전등 불빛이 닿는 범위 너머는 그냥 검은색이었다.

세온은 그 검은색을 보면서 걸음 속도를 조금 더 일정하게 맞췄다. 삼십 미터. 도혁이 그 거리를 어림으로 말했다면, 격자 앞에 섰을 때 그의 손이 어디로 먼저 뻗는지 보면 알 수 있을 것이었다. 어림인 사람은 더듬는다. 아는 사람은 바로 간다. 이동조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그것뿐이었다. 걷고, 보고, 기억해 두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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