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산 기슭의 아침은 이상하게 조용했다. 새벽 독경 소리가 산 위에서 흘러내려야 할 시간인데, 진무백이 귀를 기울여도 들리는 것은 소나무 사이를 통과하는 바람 소리뿐이었다. 발밑의 돌길은 밤새 내린 이슬로 미끄러웠고, 검집 끝이 돌 모서리에 한 번 긁혔다. 소리가 골짜기에 잠깐 울렸다가 사라졌다.
청연도인이 앞서 가면서 말했다. 돌아보지도 않고.
"천천히 걸어요."
진무백은 내심 그 등을 한 번 흘겨보았다. 사흘 전, 객잔을 나서기 직전 청연도인이 남긴 끄덕임 하나를 아직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고 있었다. 말하려다 삼킨 것이 있다는 것은 알겠는데, 그게 무당 선대의 오판에 관한 것인지 아니면 수련동을 먼저 다녀간 제삼자에 관한 것인지. 그 구별이 되지 않는 채로 삼 일이 지났다. 구칠이 있었다면 진즉 "도사 양반, 그냥 말하시오" 하고 등짝이라도 한 번 쳤을 텐데. 혼자라는 것이 이럴 때 불편했다.
"기록고 입구가 어디요?"
"조금 더 가면 돌계단이 나옵니다. 거기서 왼쪽으로 꺾으면 담이 보여요."
"담."
"하늘문 기록고는 건물이 아닙니다. 담 안쪽입니다."
진무백은 더 묻지 않았다. 담 안에 건물이 있든 동굴이 있든, 지금 중요한 것은 그 안에 서백하의 이동 경로가 있느냐 없느냐였다. 스승이 무당을 거쳤다는 것은 청연도인의 기억에서 나온 정보였다. 기억은 기록이 아니다. 기록을 봐야 했다.
돌계단은 이끼가 두껍게 앉아 있었다. 오래전부터 사람이 자주 오르내린 곳은 아니라는 뜻이었다. 진무백이 계단 끝에 올라서자 왼쪽으로 낮은 담이 보였다. 회색 돌을 쌓아 올린 담이었는데, 높이는 어른 가슴 정도였고 위쪽에 기왓장이 얹혀 있었다. 담 너머로 무성한 풀이 보였다. 사람 손이 닿지 않은 지 오래된 곳의 냄새가 났다. 묵은 풀 냄새와 습기, 그리고 희미하게 먹 냄새. 진무백은 그 냄새를 코 안에 잠깐 붙들었다. 오래된 기록이 있는 곳에서 나는 냄새였다. 스승의 방 한쪽 구석에서도 이런 냄새가 났었다.
청연도인이 담 앞에 멈춰 섰다.
"봉인은 저 기왓장 끝에 있습니다. 무당 장문인의 인가 없이는 열 수 없어요."
"그러면 왜 여기 데려온 거요."
"입구를 확인하는 것과 여는 것은 다른 문제니까요."
진무백은 그 말의 무게를 잠깐 느꼈다. 청연도인이 장문인에게 정식으로 청을 넣기 전에 먼저 이 자리를 보여 준 것이었다. 왜. 확인시키고 싶은 것이 있기 때문이다. 기록고 자체가 아니라, 기록고 주변에서 먼저 봐야 할 것이 있다는 뜻인가. 진무백은 담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청연도인이 따라왔다. 두 사람의 발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이끼 위를 밟는 소리, 그리고 진무백의 검집이 허리에서 가볍게 흔들리는 소리.
담의 북쪽 모서리 가까이 갔을 때, 돌 표면에 뭔가 긁힌 자국이 눈에 걸렸다. 손가락 한 마디 정도 깊이로 파인 선 여러 개가 겹쳐 있었는데, 그 모양이 아무렇게나 긁은 것이 아니었다. 꽃 모양이었다. 다섯 개의 꽃잎이 모이는 형태, 매화.
"이거."
청연도인이 발을 멈췄다.
진무백이 손을 뻗어 선을 손가락 끝으로 훑었다. 돌 부스러기가 아직 주변에 남아 있었다. 빗물에 씻겨 나간 자국이 없다는 것은, 비가 그친 뒤에 긁혔다는 뜻이었다. 사흘 전 밤에 비가 그쳤다. 즉 이 흔적은 사흘 이내에 생겼다. 진무백은 손가락을 떼지 않은 채 숨을 한 번 고르게 내쉬었다. 서백하가 남긴 것인가. 아니면 서백하를 쫓는 누군가가 먼저 이 자리를 밟고 간 것인가. 두 가지 가능성이 같은 무게로 손끝에 눌렸다.
"누가 먼저 왔다."
청연도인의 목소리에서 처음으로 당혹감이 새어 나왔다.
"이 자리는 무당 제자들도 자주 오지 않습니다. 기록고 봉인이 걸린 뒤로는 더욱."
잠깐 멈추었다가 이어 말했다.
"사흘 전이라면 우리가 객잔을 나선 날 밤입니다."
진무백은 매화 흔적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소매 안쪽에서 낱장의 감촉이 느껴졌다. 절반의 매화 문양, 절반의 진실. 담벼락에 새겨진 이것이 그 절반과 같은 손에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다른 손에서 나온 것인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었다. 알 수 없다는 것이 이 자리에서 가장 무거운 사실이었다.
"서백하 스승님이 무당을 거친 시기가 언제요."
청연도인이 잠시 침묵했다.
"기록고를 열어 봐야 정확한 날짜를 알 수 있습니다. 다만……"
또 멈췄다. 이번에는 더 길었다.
"제가 기억하는 것은, 선대 장문인이 하늘문 봉인을 결정한 직후 방문자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름은 기록에 남기지 않았다고 들었습니다."
"이름을 남기지 않았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소."
"남겼어야 할 자리가 비어 있다는 것을 나중에 확인했습니다."
진무백이 청연도인을 바라보았다. 청연도인은 담 위 기왓장을 보고 있었다. 눈이 아래로 내려오지 않았다. 말하려다 삼킨 것이 이것이었나. 아니면 이것조차 전부가 아닌가. 진무백은 그 옆얼굴을 한 박자 더 들여다보다가 시선을 거뒀다. 지금 당장 캐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 사람은 준비가 됐을 때 말하는 사람이었다. 억지로 열면 더 깊이 닫힌다.
"장문인에게 봉인 해제를 청하는 데 얼마나 걸리오."
"빠르면 이틀. 명분이 없으면 한 달도 걸립니다."
"명분은 내가 만들겠소."
청연도인이 그제야 진무백을 보았다. 무슨 명분을 어떻게 만들겠다는 것이냐, 라고 물을 것 같았는데 묻지 않았다. 다만 담벼락의 매화 흔적을 한 번 더 내려다보고는 조용히 말했다.
"이 흔적을 본 것은 우리 둘뿐입니다."
"알고 있소."
"장문인에게는 아직 말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진무백은 의외라고 생각했다. 무당 제자가 무당 기록고 담벼락의 이상한 흔적을 장문인에게 알리지 않겠다고 먼저 말하는 것은, 이 흔적을 진무백 쪽에서 먼저 추적하게 두겠다는 뜻이었다. 왜. 장문인이 이것을 알면 기록고 봉인이 더 단단해질까 봐서인가. 아니면 청연도인 자신이 이 흔적의 출처를 이미 짐작하고 있어서인가. 두 번째 가능성이 더 불편했다. 짐작하고 있다면, 그리고 그것을 말하지 않는다면, 그 침묵은 보호인가 공모인가.
돌아오는 길은 올 때보다 조용했다. 청연도인이 앞서 걷고 진무백이 뒤를 따랐는데, 중간에 한 번 청연도인의 발이 잠깐 멈추었다가 다시 움직였다. 무언가를 말하려다 접은 것이었다. 세 번째였다. 진무백은 그 등을 보면서 사흘 전 끄덕임을 다시 떠올렸다. 저 사람이 삼킨 말이 한 번이 아니라는 것이 이제는 확실했다. 그리고 삼킬 때마다 조금씩 더 무거워지고 있다는 것도.
기슭 입구까지 내려왔을 때 바람이 한 번 강하게 지나갔다. 소나무 가지가 흔들리고, 진무백의 검집이 허리에서 가볍게 당겨졌다. 그 감각에 손이 자연스럽게 검파에 얹혔다가 다시 내려왔다. 싸울 상대가 있는 것이 아니었다. 다만 담벼락의 매화 흔적, 비워진 이름 자리, 그리고 청연도인이 매번 삼키는 말들이 한꺼번에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는 느낌이 손바닥 안쪽에서 조여 들었다. 기록고는 아직 열리지 않았다. 하지만 틈은 이미 보였다. 그리고 틈이 보인다는 것은, 누군가 먼저 그 틈을 알고 있었다는 뜻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