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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3-9화]

목요일, 이름의 무게

작성: 2026.06.13 19:39 조회수: 4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콘텐츠는 AI가 창작한 연재소설입니다. 실제 인물이나 사건과 무관한 창작물입니다.

목요일 오후 두 시였다. 점심을 먹고 돌아온 사무실은 특유의 나른함이 깔려 있었다. 에어컨 바람이 서류 한쪽을 살짝 들었다가 내려놓고, 프린터는 아무도 쓰지 않는데 혼자 예열 소리를 냈다. 그 소리가 이상하게 크게 들렸다. 서하는 화면을 켜놓은 채 파일 서랍을 열었다. 메모지가 거기 있었다. 영수증 종이도 그 옆에 나란히 끼워져 있었다.

어제 도윤이 건넨 그 종이였다. 서하는 다시 한번 손끝으로 질감을 확인했다. 얇았다. 팀 회의실 비치용 메모지보다 분명히 얇은 종류였다. 프린터 용지를 잘라낸 것인지, 아니면 어딘가에서 뜯어낸 내부 메모장인지, 그 경계가 아직 불분명했다. 서하는 종이를 뒤집어봤다. 뒷면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깨끗했다. 그게 오히려 더 신경 쓰였다. 무언가를 지운 것과 처음부터 없었던 것은 달라 보이지만, 결과는 같다.

"서하 씨, 이거."

한재원이 책상 너머로 과자 봉지를 내밀었다. 편의점 봉지째였다. 봉지 안에는 웨하스 두 개와 아몬드 한 줌이 섞여 있었다.

"점심 늦게 먹었더니 배고파서. 같이 먹어요."

서하는 파일을 덮고 손을 내밀었다.

"감사합니다."

아몬드 하나를 집어 들었다. 씹는 소리가 생각보다 크게 났다. 서하는 입을 조금 더 다물었다.

"도윤 씨는요?"

한재원이 도윤 쪽을 돌아봤다. 도윤은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손만 내밀었다. 웨하스 하나를 집고 다시 키보드로 돌아갔다. 한재원이 서하한테 눈썹을 올렸다.

'저 사람은 원래 저래'

라는 표정이었다. 서하는 작게 웃었다. 그게 웃긴 건지 아닌지 판단하기 전에 웃음이 먼저 나왔다.

"도윤 씨, 웨하스 좋아하세요?"

한재원이 굳이 물었다. 도윤이 잠깐 멈췄다가 대답했다.

"별로요."

한재원이 서하를 보며 낮게 중얼거렸다.

"그럼 왜 집어 가는 거야."

서하는 이번엔 웃음을 참았다. 참는 게 더 힘들었다.

오후 두 시 반이 되었다. 한재원이 외근 준비를 시작했다. 가방을 챙기면서 혼자 중얼거렸다.

"가양 쪽이면 돌아오는 데 세 시간은 걸리겠다."

서하는 그 말을 흘려들었다. 한재원이 나가고 나자 사무실이 다시 조용해졌다. 도윤과 서하, 둘만 남았다. 프린터 예열 소리도 그쯤 멈췄다. 조용함이 갑자기 밀도 있게 느껴졌다.

서하는 화면을 다시 열었다. 시스템 담당자 이력 화면이었다. 이름 세 글자. 강민주 씨 파일에 처음 등록된 날짜와 그 이름이 연결된 화면이었다. 서하는 어제 도윤이 한 말을 다시 떠올렸다.

'들어본 적 있다'

고 했다. 그리고 거기서 멈췄다. 어디서 들었는지, 어떤 맥락이었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그 생략이 오늘 오후 내내 서하 머릿속에서 작게 걸려 있었다.

서하는 물을 마시러 일어섰다. 팀 안쪽 정수기 쪽으로 걸어가다가 도윤의 자리 옆을 지났다. 무심코 시선이 내려갔다. 도윤의 책상 오른쪽, 파일 꽂이 옆에 영수증 묶음이 있었다. 클립으로 묶인 종이들이었다. 종류가 섞여 있었다. 그중 한 장이 삐져나와 있었는데, 질감이 낯설었다. 얇은 종이였다. 서하는 발을 멈추지 않았다. 정수기 앞까지 걸어가서 컵을 채웠다. 물이 채워지는 소리가 유독 선명하게 들렸다.

물을 마시면서 서하는 생각했다. 도윤이 금요일부터 혼자 뭔가를 정리하고 있었다는 것. 영수증 종이를 미리 준비해 왔다는 것. 그 사람은 서하보다 먼저 이 방향을 보고 있었다는 것. 그렇다면 도윤이 '들어본 적 있다'고 한 그 이름은, 팀 안쪽에서 들은 건지 아니면 다른 경로에서 온 건지가 달라진다. 경로가 달라지면, 그 사람이 이 사건에서 서 있는 위치도 달라진다.

자리로 돌아오는 길에 도윤이 먼저 말했다.

"내일 박 상무 몇 시예요?"

서하는 잠깐 멈췄다.

"열 시요."

도윤은 화면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전에 시간 되면 잠깐 얘기할게요."

서하는 자리에 앉았다. 내일 아침, 열 시 전이라는 말이 머릿속에서 한 번 더 울렸다. 도윤이 먼저 얘기하겠다고 한 건 처음이었다. 지금까지는 항상 서하가 먼저 물었다. 서하는 그 사실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그냥 "네" 하고 화면을 켰다.

오후 세 시였다. 서하는 화면을 다시 들여다봤다. 시스템 담당자 이름 옆에 등록 날짜가 있었다. 강민주 씨가 처음 접수된 날보다 사흘 뒤에 그 이름이 붙어 있었다. 사흘. 그 공백이 처음부터 단순한 누락이 아닐 수 있다는 감각은 지난주부터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그 감각이 조금 다른 방향에서 왔다. 이름을 누가 입력했는지가 아니라, 그 이름을 누가 알고 있었는지의 문제로.

메모지를 남긴 사람이 팀 안에 있었다면 그 종이를 서하 자리에 올려두는 건 어렵지 않다. 하지만 팀 바깥에서 온 것이라면, 들어올 수 있었던 사람이 따로 있다는 말이다. 서하는 파일 안의 메모지와 영수증 종이를 다시 꺼냈다. 나란히 놓고 봤다. 질감이 비슷했다. 같은 계열의 종이였다. 형광등 빛 아래서 두 장을 겹쳐 들었다. 빛이 비슷하게 투과됐다.

도윤의 책상에서 삐져나와 있던 그 종이가 다시 떠올랐다. 서하는 그 생각을 바로 접었다. 지금 확인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리고 물어보는 것도 지금은 아니었다. 내일 아침, 도윤이 먼저 얘기하겠다고 했다. 그 말을 믿기로 했다. 믿는다기보다는, 지금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오후 네 시가 넘어서 한재원한테서 문자가 왔다.

'가양에서 막혀서 여섯 시나 돼야 할 것 같음. 야근 각.'

서하는 읽고 화면을 내려놓았다. 도윤은 코트를 의자 뒤에 걸어두고 화면만 보고 있었다. 사무실 형광등이 오후 빛과 섞여서 묘하게 노랬다. 서하는 파일을 닫았다. 오늘 하루 동안 화면을 열고 닫은 게 몇 번인지 세다가 그만뒀다.

오늘 하루가 끝나기 전에 확인하고 싶은 것이 하나 있었다. 도윤이 '들어본 적 있다'고 한 그 이름을, 서하가 내일 아침 도윤 입에서 다시 듣기 전에 먼저 어디서 나온 이름인지를 알 수 있는지의 문제였다. 팀 내부 경로가 아니라면, 그 사람이 그 이름을 알고 있었다는 것 자체가 설명이 필요해진다. 서하는 화면을 다시 켰다. 인사 이동 이력 탭이었다. 이름 하나를 검색창에 넣으려다 손가락을 멈췄다. 내일 도윤 입에서 먼저 나오는 말을 들어야 한다는 감각이, 검색 버튼보다 한 박자 빨리 왔다.

서하는 검색창을 닫았다. 파일을 서랍에 넣고 열쇠를 돌렸다. 도윤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코트를 집었다. 퇴근 준비였다. 서하는 잠깐 그 사람을 봤다. 도윤은 가방을 들면서 짧게 말했다.

"내일 아홉 시 반에 나와요."

서하는 대답했다.

"네."

그게 전부였다. 도윤이 먼저 나갔다. 복도 쪽에서 엘리베이터 버튼 누르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가 사라졌다. 사무실은 서하 혼자였다. 형광등 하나가 잠깐 깜박이다 안정됐다. 서하는 서랍 열쇠를 손에 쥔 채 잠깐 그대로 있었다. 내일 아홉 시 반. 박 상무 면담 열 시. 그 사이 삼십 분 안에 도윤이 꺼내놓을 것이 무엇인지. 그게 오늘 밤 서하가 가지고 가는 마지막 질문이었다. 도윤이 먼저 말하겠다고 한 순간부터, 이 사건의 무게 중심이 조금 이동했다는 느낌이 열쇠를 쥔 손에서 천천히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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