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 여덟 시 이십 분, 아르덴 2층 홍보팀 사무실 문이 거칠게 열렸다.
장지민이 노트북을 겨드랑이에 낀 채 들어오면서 말했다.
"서린 언니, 지금 검색해봤어요?"
서린은 커피를 들었다 놨다. 식어 있었다. 언제 가져온 건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뭘요."
"강도윤. 실시간 2위예요. 그리고 아르덴이 5위."
지민이 노트북 화면을 서린 쪽으로 돌렸다. 포털 실시간 검색어 창이 열려 있었다. 2위에 '강도윤 복귀 스캔들 재조명', 5위에 '아르덴 호텔 매각설 재점화'라고 적혀 있었다. 그 사이 어딘가 3위에는 어제 밤새 터진 연예인 이름이 껴 있었는데, 그건 서린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기사 올라온 시각이 새벽 두 시예요. 익명 블로그 두 개에서 먼저 뜨고, 아침에 제목만 바꿔서 언론사 세 곳이 받아 썼어요. 내용은 거의 똑같아요. 템플릿 같아."
지민이 마우스를 빠르게 움직였다. 창이 바뀌면서 기사 화면이 나왔다. 제목이 달랐지만 첫 문단 문장이 세 곳 모두 비슷했다. 서린은 그 사실을 한 번 읽고 다시 읽었다.
"같은 소스."
"거의 확실해요. 배포 시간 간격이 십팔 분이에요. 자동이거나, 한 사람이 직접 보낸 거거나."
서린은 커피잔을 다시 들었다. 이번엔 마셨다. 차가웠지만 목을 타고 넘어갔다.
"도윤 씨한테 연락했어요?"
"아직이요. 언니한테 먼저 와야 할 것 같아서."
서린은 창가 쪽을 봤다. 밖은 맑았다. 6월 초의 토요일 아침이 이렇게 말갛게 열리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날은 더 나쁜 일이 더 잘 보인다.
"팀원 다 불러요. 오전 열 시까지 대응 초안 잡을게요."
지민이 이미 전화기를 꺼내고 있었다.
서린이 자리에서 일어나려다 주머니 속에서 진동을 느꼈다. 화면을 확인하지 않아도 누군지 알 것 같았다. 확인했다. 역시였다.
차우진이었다.
*오래된 얘기, 이제 시간 낼 수 있을까요.*
그게 전부였다. 마침표도 없이. 서린은 화면을 꺼서 주머니에 넣었다. 답하지 않았다.
도윤이 아르덴 지하 1층 주방에 내려온 건 오전 아홉 시가 조금 넘어서였다. 공식 일정은 오후부터였다. 아침에 여기 올 이유가 딱히 없었다. 그냥 올라가 있으면 검색창이 눈에 들어올 게 뻔했다. 주방이 낫다고 생각했다.
냉장고를 열었다. 루셀 협업 메뉴 개발용으로 들여온 식재료가 정리돼 있었다. 도윤은 아무것도 꺼내지 않고 냉장고를 닫았다. 그냥 서 있었다. 환풍기 소리만 낮게 돌았다.
문이 열렸다.
소희였다. 꽃 작업 가방을 어깨에 걸고 있었는데, 도윤을 보고도 놀라지 않았다. 그 무표정이 오히려 익숙하다는 뜻이었다.
"아침부터 여기 있으면 더 보여요."
"뭐가요."
"검색어."
도윤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소희는 가방을 내려놓고 작업대 한쪽에 앉았다.
"기사 봤어요?"
"봤어요."
"어때요?"
"어떻냐고요."
도윤이 잠깐 웃었다. 우습다는 게 아니라 막막하다는 표정이었다.
"두 번 겪으면 무뎌질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소희가 잠시 그를 봤다. 뭔가를 말하려다 멈추는 것처럼 입을 한 번 열었다가 닫았다. 그냥 일어나서 가방에서 가위를 꺼냈다.
"서린 씨가 내려올 거예요. 기다려요."
그건 위로가 아니었다. 사실 진술이었다. 도윤은 그게 더 마음에 걸렸다.
서린이 지하 주방에 도착한 건 아홉 시 삼십오 분이었다. 홍보팀 긴급 소집 전에 도윤에게 먼저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홍보팀 회의에서 대응 초안을 잡으려면 도윤의 입장이 먼저 필요했다. 그게 이유였다. 적어도 엘리베이터를 탈 때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도윤은 주방 안쪽 스툴에 앉아 있었다. 소희는 반대편 작업대에서 꽃줄기를 자르고 있었다. 두 사람이 같이 있는 장면이 어색하지 않다는 게, 어쩐지 서린을 더 불편하게 만들었다.
"기사 확인했어요?"
도윤이 고개를 들었다.
"했어요."
"입장 정리가 필요해요. 오전 열 시까지 대응 방향 잡을 건데, 거기 맞춰줄 수 있어요?"
"뭘 원해요."
서린이 잠깐 멈췄다. 뭘 원하냐는 질문이 기사 대응에 관한 건지, 다른 뭔가에 관한 건지 구분하기가 애매했다.
"지금 나온 기사는 구체성이 없어요. 익명 소스에 반복 배포. 누군가 지금 시장을 보고 있는 거예요. 반응이 얼마나 붙는지."
"그 누군가가 누군지는 알아요?"
서린은 대답하지 않았다. 도윤의 눈이 잠깐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왔다.
"어제 차우진이 문자 보냈죠."
서린이 굳었다.
"그걸 어떻게 알아요."
"로비에서 봤어요. 서명 끝나고 나올 때. 그 사람 손에 폰이 있었어요. 그 타이밍에 보낼 사람은 많지 않아요."
소희의 가위 소리가 한 번 멈췄다가 다시 시작됐다.
"답했어요?"
"아니요."
도윤이 스툴에서 일어났다. 서린보다 한 뼘 가까이 다가왔다가 멈췄다. 딱 그 거리였다. 계약서가 있을 때 유지하던 거리보다 조금 좁았다. 서린은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서린 씨."
"말해요."
"혼자 맞추지 말아요. 아버지 메모 얘기도 포함해서."
서린의 숨이 짧아졌다. 메모 얘기는 아직 누구에게도 꺼내지 않았다. 도윤이 그걸 알 방법이 없었다. 아니, 하나 있었다. 루셀 서명이 끝난 직후 서린이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냈다가 다시 넣는 걸 봤다면.
"그건 아직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래서 아직도 혼자 들고 있는 거잖아요."
서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도윤도 더 밀지 않았다. 주방 환풍기 소리만 낮게 돌았다. 소희는 조용히 꽃 하나를 물통에 꽂았다.
열 시 홍보팀 회의는 정확히 삼십이 분 동안 이어졌다. 지민이 기사 유통 경로를 정리한 문서를 띄우고, 팀원 둘이 각 언론사 담당자 목록을 뽑았다. 서린은 대응 원칙 세 가지를 칠판에 적었다. 첫째, 지금은 반박하지 않는다. 둘째, 도윤 측 공식 채널에서 먼저 움직이지 않는다. 셋째, 루셀 협업 일정은 예정대로 공개한다.
"루셀 협업을 지금 공개하면 기사랑 타이밍이 겹치는데요."
팀원 한 명이 말했다.
"겹치는 게 낫습니다."
서린이 답했다.
"루셀 이름이 붙으면 아르덴 매각설 기사는 설득력이 반으로 줄어요. 아르덴이 팔릴 준비를 하는 곳이라면 신규 협업 계약을 새로 맺지 않거든요."
지민이 적었다. 빠르게.
회의가 끝나고 사람들이 나가는 동안 서린은 칠판에 적은 세 가지를 한 번 더 봤다. 지우지 않았다.
오후가 되면서 검색어 순위가 조금 내려갔다. 3위로. 그러다 4위. 지민이 커피를 들고 서린 자리에 왔다.
"이번 건 반응이 오래 안 가요. 구체성이 없으니까. 근데 언니."
"뭐요."
"다음이 있을 거예요. 이건 첫 번째예요. 누군가 지금 수위를 보는 중이라고요."
서린이 지민을 봤다. 지민은 커피를 내려놓고 나갔다.
서린은 주머니에서 메모를 꺼냈다. 아버지 이름. 날짜. 숫자 두 개. 손끝으로 종이 모서리를 건드렸다. 숫자 두 개가 무엇을 가리키는지, 날짜가 실종 타임라인과 겹치는지. 그걸 확인하려면 아르덴 오래된 입고 장부를 다시 꺼내야 했다. 그리고 그 장부가 어디 있는지는 한 사람이 알고 있었다.
메모를 다시 접었다. 창밖으로 아르덴 앞 가로수가 6월 바람에 조금 흔들렸다. 차우진의 문자가 아직 답 없이 남아 있었다. 서린은 그걸 열지 않았다. 대신 장부 보관 담당자에게 내부 메신저를 보냈다. 요청 사유 칸에 한 줄만 적었다.
*오래된 입고 파일, 2019년 하반기 전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