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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3-2화]

복사본의 구멍

작성: 2026.05.31 21:35 조회수: 2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콘텐츠는 AI가 창작한 장기 연재소설입니다. 실제 인물이나 사건과 무관한 창작물입니다.

루키안이 복사본을 펼친 것은 아침 식사가 채 끝나기도 전이었다. 탁자 위에는 빵 한 덩어리와 소금에 절인 돼지고기 조각이 남아 있었고, 세라는 그것들을 한쪽으로 밀어내고 대신 자기 앞에 잔을 당겼다. 루키안은 잔을 밀어내는 동작을 잠깐 쳐다봤다가 시선을 복사본 쪽으로 돌렸다. 종이는 여러 번 접혔다 펴진 탓에 가장자리가 닳아 있었고, 잉크 몇 군데는 번져서 숫자인지 글자인지 구분이 어려웠다.

"날짜를 보세요."

엘리안은 손가락으로 해당 행을 짚었다. 봉인 유예 수당이 처음 기재된 날짜와 루키안이 봉인소에서 추방된 날짜 사이에는 석 달 차이가 있었다. 석 달이면 짧지 않다. 누군가가 루키안을 내쫓기 석 달 전부터 유예 수당을 청구하고 있었다는 뜻이었다.

"추방이 결과가 아니라 계획이었다는 거야."

루키안이 말했다. 비꼬는 말투가 아니었다. 엘리안은 그것을 알아챘다. 루키안이 농담을 거두는 순간은 드물었고, 드문 만큼 무게가 달랐다. 세라는 잔을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마도회가 봉인을 일부러 약하게 두면서 네 추방 명분을 만들었다는 거냐. 그게 말이 되냐?"

"말이 되냐 안 되냐를 따지려면 원본이 필요해요."

루키안이 복사본 가장자리를 손끝으로 두드렸다.

"이건 내가 기억으로 옮겨 적은 겁니다. 잉크가 번진 부분은 제 추측이 섞여 있어요. 추밀원에 가져가서 증거로 쓰려면 이걸로는 안 됩니다."

엘리안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창 너머 동쪽 별채에서 망치 소리가 간격을 두고 들렸다. 판자 교체가 오늘도 이어지고 있었다. 그 소리가 이상하게 회의실 공기를 채웠다. 엘리안은 복사본 위의 번진 잉크 자국을 손가락 끝으로 건드렸다가 뗐다. 지워지지는 않았다.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번진 채로 남아 있었다.

"승인 도장 문양은 기억 안 나?"

루키안이 잠깐 눈을 내리깔았다.

"형태는 기억합니다. 원 안에 선이 세 개. 그런데 마도회 분관 도장이 다 비슷하게 생겼어요. 어느 봉인소 소속인지까지는 특정이 안 됩니다."

세라가 팔짱을 꼈다.

"그럼 원본 없이는 도장 주인도 모르는 거네."

"그렇습니다."

루키안이 짧게 받았다. 그리고 잠깐 말을 끊었다가 이었다.

"원본이 있는 곳은 수도 마도회 중앙 기록소, 아니면 각 봉인소 분관입니다. 제가 거기 들어가려면 이름을 써야 합니다. 살아 있다는 걸 알리는 거죠. 지금껏 조용히 있었던 이유가 그거예요."

세라가 말했다.

"조용히 있는다고 영원히 숨겨지진 않는다."

"알아요. 다만 내가 먼저 손을 내밀 필요는 없었으니까."

루키안이 복사본을 다시 접었다. 손이 서두르지 않았다. 오히려 천천히, 접힌 선을 손바닥으로 눌러 다졌다. 그 동작이 엘리안에게는 결심을 미루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고, 아직 결심할 때가 아니라는 판단처럼 보이기도 했다.

방 안이 잠깐 조용해졌다. 망치 소리가 한 번 크게 울렸다가 멎었다. 엘리안은 복사본 위의 날짜를 다시 한 번 눈으로 쫓았다. 석 달. 그리고 그 석 달 동안 마도회 내부에서 이 항목을 승인한 인물이 누구인지는 복사본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았다. 이름 없는 승인이었다. 서명 없이 도장만 찍힌 형태였다고 루키안이 설명했고, 도장 문양은 루키안이 특정하지 못했다. 단서가 좁혀지는 것 같으면서 실제로는 더 흐릿해지는 느낌이었다.

회의가 끝나고 루키안이 자리를 뜨자 세라가 엘리안 쪽으로 몸을 돌렸다. 루키안의 발소리가 복도 끝에서 사라지기를 기다렸다가 입을 열었다.

"봉투 얘기는?"

엘리안은 어제 오후 하르트와 나눈 짧은 대화를 떠올렸다. 추밀원 공문이 담긴 봉투는 봉인이 한 번 열렸다가 다시 봉해진 흔적이 있었다. 하르트가 그것을 확인한 것은 봉투를 엘리안에게 가져오기 직전이었고, 이미 한 번 열렸다는 사실을 하르트 스스로 먼저 말했다. 엘리안은 그 점이 마음에 걸렸다. 숨길 수도 있었을 텐데 먼저 말했다는 것이 하르트를 의심에서 멀어지게도, 가깝게도 만들었다.

"범위를 좁혀야 해. 봉투가 집사실을 거쳤는지, 아니면 그 전에 누가 먼저 손을 댔는지."

"하르트 어르신이 직접 말한 거잖아."

"그러니까 더 조심스럽다."

엘리안이 말했다.

"먼저 말하는 사람이 항상 깨끗한 건 아니야."

세라는 그 말에 반박하지 않았다. 반박하는 대신 잠깐 엘리안의 얼굴을 봤다가 시선을 창 쪽으로 옮겼다. 밖에서는 여전히 망치 소리가 들렸다. 세라가 낮게 말했다.

"그 말이 맞다는 게 더 불편하다."

그날 오후 늦게, 엘리안은 하르트를 따로 불렀다. 집사실이 아니라 성벽 순찰로였다. 바람이 차가웠고, 하르트는 두꺼운 외투를 걸치고 왔다. 두 사람은 한동안 성 아래 마을 쪽을 내려다봤다. 작년보다 연기가 많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사람들이 돌아오고 있다는 뜻이었다. 엘리안은 그 연기들을 세지 않았다. 세는 것이 습관이 되면 부족한 숫자가 먼저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었다.

"봉투를 처음 받은 게 누구야."

하르트는 성벽 아래를 보면서 대답했다.

"문지기가 받아서 심부름 아이 편으로 집사실에 전달했습니다. 집사실에 도착했을 때 이미 봉인이 어긋나 있었어요."

"심부름 아이 이름은."

"피넬. 마을 방앗간 집 막내입니다. 올해 열두 살."

엘리안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열두 살짜리 아이가 봉투를 열어 읽었을 리는 없었다. 그렇다면 문지기이거나, 아이가 잠깐 내려놓은 사이 누군가 손을 댔거나. 범위는 좁아지는 것 같으면서 사실은 더 흐릿해졌다.

"피넬은 어디서 기다리고 있었어."

"부엌 쪽 복도요. 요리사 마르가가 아이들 심부름을 쓸 때 대기시키는 자리가 있습니다."

부엌 복도. 엘리안은 그 자리를 머릿속에 그렸다. 사람이 자주 지나다니는 동선이었다. 아침 식재료를 나르는 인부, 빨래 바구니를 든 하녀, 장작을 쌓으러 드나드는 일꾼. 거기서 봉투를 잠깐 내려놓았다면 아무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을 것이다. 문제는 그 짧은 사이에 손을 댈 수 있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하르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제가 먼저 말씀드린 건, 나중에 나오면 더 나쁘게 보일 것 같아서였습니다."

엘리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이 하르트다운 이유였다. 다만 그 이유가 진짜인지 아닌지는 엘리안 혼자 판단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판단을 서두르면 안 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르트는 십이 년을 이 성에 있었다. 그 세월이 신뢰의 근거가 되기도 하고, 의심의 깊이가 되기도 했다.

성벽 아래 마을에서 아이들 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판자 교체 망치 소리는 오늘 해가 지기 전에 멈췄다. 재건은 하루치씩 쌓이고 있었다. 그러나 루키안이 자기 이름을 마도회 앞에 꺼내야 하는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고, 봉투를 먼저 열어 읽은 손이 누구의 것인지는 아직 아무도 몰랐다. 그 두 가지가 같은 무게로 엘리안의 저녁을 눌렀다. 연기는 계속 피어올랐고, 엘리안은 그것을 끝까지 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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