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식사 자리에서 루키안이 처음 꺼낸 것은 장부였다. 정확히는 장부의 복사본이었는데, 원본이 아니라는 사실을 루키안이 먼저 인정했다. 양피지가 아니라 일반 필사지에 옮겨 적은 것이었고, 잉크가 군데군데 번져 있어서 숫자 몇 개는 옆 칸의 숫자와 구분하기 어려웠다. 탁자 위에 내려놓는 소리가 생각보다 작았다. 엘리안은 그것을 집어 들었다.
"어디서 났습니까."
"묻지 마십시오. 답이 길어집니다."
루키안은 빵 한 조각을 뜯으면서 반대편 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왼팔의 붕대는 아직 풀리지 않았고, 오른손으로만 빵을 뜯는 동작이 어색하게 굳어 있었다. 엘리안은 더 묻지 않았다. 장부를 훑는 데 집중하는 편이 나았다.
숫자들은 처음에는 그냥 물자 기록처럼 보였다. 봉인석 원석 수량, 마도사 인건비, 이동 경비. 마도회가 지역 봉인소를 관리하면서 왕실에 올리는 정기 보고서와 비슷한 형식이었다. 그러나 세 번째 장을 넘기자 항목 하나가 눈에 걸렸다. 봉인 강화 비용 항목 아래, 같은 날짜로 봉인 유예 수당이라는 이름의 지출이 따로 기재되어 있었다. 금액이 강화 비용보다 두 배 이상 컸다.
"이게 뭡니까, 봉인 유예 수당이."
"그게 보이셨습니까."
루키안이 고개를 돌렸다. "저도 처음에는 오기라고 생각했습니다. 회계 담당자가 항목명을 잘못 쓴 거라고요." "근데 아니었다는 거군요." "두 번째 장부에도 같은 항목이 있었습니다. 다른 지역 봉인소 기록인데, 날짜도 다르고 담당자도 다릅니다. 그런데 항목명이 똑같아요. 봉인 유예 수당."
엘리안은 빵에 손을 뻗다가 멈췄다. 봉인 강화 비용보다 유예 비용이 더 크다는 것은, 누군가가 봉인을 강화하는 쪽에 쓴 돈보다 강화를 미루는 쪽에 쓴 돈이 더 많다는 뜻이었다. 그것이 실수라면 두 곳에서 같은 실수가 반복될 이유가 없었다.
하르트가 접견방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그 직후였다. 수도 인장 봉투를 손에 들고 있었다. 어제 저녁 엘리안이 내일 아침에 열겠다고 했던 그것이었다.
"열겠습니까."
하르트의 목소리는 짧고 건조했다.
"앉으십시오, 하르트."
엘리안은 장부를 탁자 위에 뒤집어 놓았다. "루키안 씨도 자리를 지켜 주십시오."
루키안이 빵 부스러기를 손으로 털면서 등받이에 기댔다. 하르트는 봉투를 탁자 위에 내려놓고 엘리안 맞은편에 앉았다. 봉인 밀랍에 찍힌 인장은 베도르 가문의 것이 아니었다. 왕실 직인도 아니었다. 엘리안은 그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중앙 추밀원의 인장이었다.
봉인을 뜯는 데 힘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밀랍이 오래된 것처럼 이미 한쪽이 살짝 갈라져 있었다. 엘리안은 그것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눌러 확인했다가 멈췄다. 봉인이 갈라진 것이 아니었다. 이미 한 번 열렸다가 다시 봉한 흔적이었다.
"하르트."
"예."
"이 봉투가 도착했을 때 누가 먼저 받았습니까."
잠깐의 정지가 있었다. 루키안이 등받이에서 몸을 일으키는 소리가 났다.
"문지기 대원 하나였습니다. 수도에서 온 전령에게서 직접 받았다고 했습니다."
하르트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지만 눈이 봉투의 밀랍 쪽으로 움직였다.
"봉인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확인하지 못했다는 것은, 확인할 이유가 없었다는 뜻입니까, 아니면 이미 이상했는데 넘어갔다는 뜻입니까."
하르트가 대답하지 않았다. 그것이 대답이었다.
엘리안은 봉투를 열었다. 안에 든 것은 양피지 한 장이었다. 글씨는 공문 형식이었고, 중앙 추밀원의 서기관 이름이 아래에 찍혀 있었다. 내용은 짧았다. 로벨 영지 관할 변경백에게 봉인 관련 마도회 감찰 협조를 요청한다는 것, 그리고 협조 거부 시 영지 세금 유예 조항을 재검토하겠다는 문장이 마지막 줄에 붙어 있었다. 날짜는 열흘 전이었다.
루키안이 먼저 말했다.
"세금 유예 조항을요."
그는 웃지 않았다.
"협박이군요. 공문 형식의."
"감찰 협조라는 게 구체적으로 뭘 의미하는지는 안 나와 있습니다." 엘리안은 양피지를 다시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마도회가 중앙 추밀원에 먼저 움직인 건지, 추밀원이 독자적으로 나선 건지도 모릅니다." "마도회가 포착했다면 이 방식은 이상합니다." 루키안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자기들이 직접 파견을 보내는 게 맞지요. 추밀원을 통한다는 것은 아직 마도회가 공식 개입을 유보하고 있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그 말이 어느 방향으로 좋은 소식인지, 엘리안은 금방 판단하지 않았다. 마도회가 아직 움직이지 않았다면 시간이 조금 있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추밀원이 먼저 요청을 보냈다는 것은, 이미 이 문제가 로벨 영지 담장 밖에서 논의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세라가 접견방 안으로 들어온 것은 엘리안이 루키안과 눈을 마주치던 순간이었다. 문 앞에서 잠깐 세 사람의 표정을 훑었다가 탁자 위의 양피지를 봤다.
"이른 아침부터 분위기가 무겁군요."
세라가 문을 닫으면서 말했다.
"나쁜 소식입니까, 아니면 더 나쁜 소식입니까."
"앉으십시오, 세라." 엘리안이 양피지를 그쪽으로 밀었다. "두 개가 한꺼번에 왔습니다."
세라가 양피지를 읽는 동안 엘리안은 루키안이 가져온 장부 복사본을 다시 폈다. 봉인 유예 수당. 항목 아래 기재된 날짜를 확인했다. 협곡전이 있던 날과 두 달 차이가 났다. 루키안의 봉인 문양이 협곡전 이후 퍼지기 시작했다면, 이 날짜와 어떤 선을 연결할 수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선이 없다고 단정할 수도 없었다.
"봉투가 이미 열렸다가 다시 봉해진 겁니까."
세라가 양피지에서 눈을 떼지 않고 물었다.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성 안에 누군가가 이 내용을 먼저 읽었다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짧은 침묵이 탁자 위에 깔렸다. 세라가 양피지를 내려놓았다. 하르트가 두 손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시선을 창 쪽으로 고정하고 있었다. 바깥 안마당에서는 회색늑대 대원 몇이 동쪽 별채 판자 작업을 시작하는 소리가 들렸다. 망치 소리가 규칙적으로 울렸다.
엘리안은 봉투와 장부 복사본을 나란히 놓고 한 번 더 봤다. 어느 쪽도 지금 당장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두 가지가 같은 아침에 탁자 위에 올라왔다는 것 자체가 이미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다. 마도회의 장부 안에 숨겨진 유예의 기록, 그리고 누군가가 먼저 읽은 수도의 공문. 이 두 가지가 이어져 있는지 아닌지는 아직 몰랐다. 다만 이어져 있다고 가정해야 할 이유는 충분했다.
"루키안 씨."
엘리안이 장부 복사본을 손가락으로 짚었다.
"원본이 어디에 있는지는 알고 있습니까."
루키안이 잠깐 망설였다. 그 망설임이 한 박자 더 길었다. "찾아볼 수는 있습니다. 다만 그러려면 제가 예전에 다니던 자리에 발을 들여야 합니다." 그는 창 쪽을 한 번 봤다가 다시 엘리안을 봤다. "그 자리에 발을 들이면 제가 살아 있다는 것을 마도회가 다시 확인하게 됩니다."
망치 소리가 계속 들렸다. 동쪽 별채의 판자가 교체되는 소리였다. 성 안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달라지는 속도보다, 바깥에서 이쪽을 향해 좁혀 오는 것들의 속도가 지금 더 빠를 수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