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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2-11화]

오늘까지만 거짓말

작성: 2026.05.31 21:35 조회수: 1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콘텐츠는 AI가 창작한 장기 연재소설입니다. 실제 인물이나 사건과 무관한 창작물입니다.

목요일 저녁 여섯 시, 아르덴 3층 소회의실에 세 사람이 모였다. 서린과 도윤, 그리고 지민. 테이블 위에는 루셀 측이 보내온 재계약 조건 최종 검토본이 놓여 있었다. 열다섯 쪽짜리 서류였다. 지민이 가져온 형광펜이 세 가지 색이었다. 그 색깔 구분이 왜 세 가지냐고 아무도 묻지 않았다.

"확인 필요 항목은 노란색으로 다 칠해 놨어요."

지민이 도윤 쪽으로 묶음 하나를 밀었다.

"근데 솔직히, 오늘 중요한 건 열여덟 쪽 아니에요? 박준혁 실장이 내일 오전 미팅 전에 '비공개 언급 자제 조항' 최종 확인해 달라고 했거든요."

서린은 이미 그 항목을 펴놓고 있었다. 비공개 언급 자제 조항. 쉽게 말하면,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언론이나 외부에서 직접 물을 경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정리한 부분이었다. 가짜 관계의 마지막 방어선이라고 할 수 있었다. 서린은 그 줄을 두 번 읽었다. 읽는 동안 도윤이 자기 앞의 묶음을 아직 펴지 않고 있다는 걸 시야 끝으로 느꼈다. 손가락으로 종이 모서리를 살짝 눌렀다가 놓는 소리가 작게 들렸다. 지민이 그걸 봤는지 모른 척했는지, 갑자기 가방에서 볼펜을 꺼내며 말했다.

"저 커피 가져올게요. 오늘 여기 있으면 한 시간은 넘을 것 같은데."

지민이 나가고 문이 닫혔다. 소회의실이 조용해졌다. 환풍기 소리가 낮게 돌았다. 창밖으로 저녁 빗소리가 가늘게 섞여 들어왔다. 서린이 서류 쪽으로 시선을 두고 있는 동안, 도윤이 먼저 말했다.

"이 조항, 서린 씨는 어떻게 읽어요."

질문이 아닌 것 같은 말투였다. 서린이 고개를 들었다. 도윤이 서류를 보고 있었다. 서린도 봤다. 문제의 줄은 이랬다.

'계약 당사자 쌍방은 상대방의 사적 관계에 대하여 제3자의 질의 발생 시 상호 합의된 범위 내에서만 응한다.'

"읽은 대로예요."

서린이 말했다.

"우리가 합의한 범위 안에서만 말한다는 거잖아요."

"그러면 합의가 뭔지를 먼저 정해야 하는데."

도윤이 종이를 내려놓고 서린을 봤다.

"지금 우리가 합의한 게 뭐예요. 정확히."

서린은 잠깐 대답을 안 했다. 그것이 답이었다. 도윤이 알고 있었고, 서린도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이 지난 몇 주 동안 움직인 것들, 사진, 약혼설 해명, 기자 인맥을 통한 우회, 그 어느 것도 최초 계약서에 쓰인 조항과 정확히 맞아떨어지지 않았다. 계약은 형식이었고, 실제로 일어난 일들은 그 형식 바깥에서 자라 있었다. 서린은 볼펜을 집었다가 내려놓았다. 뭔가를 쓰려고 한 게 아니었다. 그냥 손이 먼저 움직였다.

"내일 미팅 전에 정리해야 할 것들이 있어요."

서린이 말했다. 실무적인 말투였다. 하지만 말끝이 약간 짧았다.

"어디까지 공개 관계로 볼 건지. 재계약 이후에도 이 구도를 유지할 건지."

"그것만요?"

도윤이 물었다.

서린이 볼펜을 다시 쥐었다.

"무슨 말이에요."

"계약 얘기 말고."

도윤이 잠깐 멈췄다.

"서린 씨가 정리하고 싶은 게 그것만인지 물어본 거예요."

그때 문이 열렸다. 지민이 커피 세 잔을 쟁반에 올려 들고 들어왔다. 들어서면서 두 사람의 얼굴을 한 번씩 봤는데, 무언가를 눈치챈 사람처럼 빠르게 시선을 커피 쪽으로 내렸다.

"아메리카노 두 개, 라테 하나예요. 제가 라테."

말을 보태면서 자리에 앉았다. 분위기를 모른 척하기로 한 것 같았다. 그 눈치가 오히려 이 자리를 더 어색하게 만들었다. 서린은 아메리카노 잔을 당겨 두 손으로 감쌌다. 따뜻했다. 그게 지금 이 방에서 가장 단순한 감각이었다.

회의는 오후 여덟 시까지 이어졌다. 서린은 비공개 조항의 범위를 다듬었고, 도윤은 루셀 측이 요청한 레시피 공개 범위에 수정 의견을 냈다. 지민은 SNS 공식 채널 운영 지침을 정리했다. 실무적인 말들이 오갔고, 세 사람이 같은 테이블에서 같은 서류를 보고 있었다. 커피는 어느 순간 다 식어 있었다. 서린은 내내 도윤의 아까 그 말이 귓속에 걸려 있었다. 계약 얘기 말고. 서린 씨가 정리하고 싶은 게 그것만인지. 한 번은 도윤과 시선이 마주쳤다. 도윤이 먼저 눈을 내렸다. 서린도 서류로 시선을 돌렸다. 둘 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민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내일 오전 일찍 루셀 측 사전 연락 드려야 해서요.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요."

가방을 챙기면서 서린한테 귓속말처럼 조용히 덧붙였다.

"소희 언니가 오늘 퇴근 전에 언니 보고 싶다고 했어요. 1층 플로리스트실에 있대."

그러고는 도윤한테도 짧게 고개를 숙이고 나갔다.

도윤이 서류를 정리하고 있었다. 서린은 가방을 들었다. 나가려다 문 앞에서 멈췄다.

"도윤 씨."

서린이 뒤를 보지 않고 말했다.

"아까 질문, 내일 미팅 끝나고 얘기해요."

도윤이 대답하지 않았다. 서린이 돌아봤다. 도윤이 그냥 보고 있었다. 고개를 끄덕이지도, 표정을 바꾸지도 않았다. 그냥 봤다. 서린은 더 말하지 않고 문을 열었다. 복도로 나오자 빗소리가 조금 더 선명하게 들렸다. 창문 너머 주차장 불빛이 젖어 있었다.

1층 플로리스트실은 조명을 반쯤 내려놓은 상태였다. 소희가 작업 테이블 앞에 서서 마른 꽃 줄기를 정리하고 있었다. 서린이 들어서자 소희는 하던 일을 멈추지 않았다. 서린이 맞은편에 서자 그제야 손을 내려놓았다. 두 사람 사이에 꽃 냄새가 조용히 깔렸다.

"할 말 있죠."

서린이 먼저 말했다.

소희가 서린을 봤다. 대답 대신 테이블 서랍에서 종이 한 장을 꺼냈다. A4 반으로 접은 것이었다. 서린 앞에 내밀었다.

"이거 오래 갖고 있었어요."

소희가 말했다.

"도윤 씨 스캔들 터졌을 때. 배성재 씨 쪽에서 언론사에 전달한 자료 사본이에요. 당시 홍보 대행사에 잠깐 있던 지인한테 받은 거고요."

서린이 종이를 받아 폈다. 글씨는 많지 않았다. 날짜 하나, 금액 하나, 그리고 이름 두 개. 배성재. 그리고 다른 이름 하나. 서린은 그 이름을 세 번 읽었다. 세 번 읽어도 같은 이름이었다. 손끝이 종이 가장자리에서 미세하게 떨렸다. 꽉 쥐었다.

"이게 뭘 의미하는지는 알죠?"

소희가 물었다.

서린은 종이를 내려놓지 않았다. 소희가 조용히 말을 이었다.

"도윤 씨가 그때 아무것도 몰랐던 게 아니에요. 알면서 혼자 감당했어요. 서린 씨를 끌어들이지 않으려고."

소희가 잠깐 멈췄다.

"그게 맞는 선택이었는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근데 그 사람이 서린 씨 때문에 그랬다는 건, 저는 알고 있었어요."

서린은 대답하지 않았다. 플로리스트실의 꽃 냄새가 평소보다 짙게 느껴졌다. 창밖은 이미 어두웠다. 빗소리가 유리창을 두드리고 있었다. 서린은 그 종이를 접어서 주머니에 넣었다.

"내일."

서린이 말했다. 목소리가 평소보다 낮았다.

"내일 미팅 끝나고 도윤 씨한테 먼저 말할게요."

소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더 말하지 않았다. 서린이 돌아서는데, 소희가 한마디 더 했다.

"늦지 않았어요. 그때도, 지금도."

서린은 대답 대신 문을 열었다. 복도는 조용했다. 조명이 낮게 깔렸고, 저 멀리 엘리베이터 표시등이 켜져 있었다. 서린은 거기까지 걸어가면서 주머니 속 종이를 한 번 손끝으로 건드렸다. 계약 말고. 정리하고 싶은 게 그것만인지. 도윤의 말이 다시 머릿속에서 돌았다. 엘리베이터가 열렸다. 서린은 들어가지 않았다. 잠깐 그 자리에 서 있다가, 문이 다시 닫혔다. 빈 복도에 혼자 남았다. 거짓말을 끝내기로 결심한 밤이었는데, 아직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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