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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3-6화]

명함 한 장의 무게

작성: 2026.05.29 16:45 조회수: 4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콘텐츠는 보험을 소재로 한 창작물이며 실제 상품 추천이나 보장 판단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수요일 오전에는 예약이 두 건이었다. 둘 다 기존 고객이었고, 한 명은 갱신, 다른 한 명은 단순 서류 확인이었다. 현우는 열 시 전에 두 건을 모두 마쳤다. 상담실 문을 닫으면서 아, 이런 날도 있지, 라고 생각했다. 오전이 이렇게 조용하면 오후가 바쁜 경우가 있었다. 아니면 그냥 조용한 하루이거나.

아라는 현우가 두 번째 상담을 끝내고 나왔을 때 데스크 앞에서 뭔가를 출력하고 있었다. 프린터가 종이를 뱉는 소리가 사무실 안에 고르게 깔렸다. 현우는 자기 자리로 돌아가서 수첩을 열었다. 아무 의도 없이 펼쳤는데, 명함이 떨어졌다.

오진수. 건설 계열 중견 기업, 대리. 현우는 명함을 집어 들면서 잠깐 멈췄다. 화요일 이후 이 명함을 다시 꺼내서 들여다본 게 이번이 처음이었다. 뒷면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앞면에도 특별한 건 없었다. 이름, 회사, 직급, 연락처. 그런데 왜 자꾸 이 명함이 걸리는 건지, 현우는 정확한 이유를 설명할 수가 없었다.

"그거 오 대리 명함이에요?"

아라의 목소리였다. 현우는 반사적으로 명함을 수첩 위에 내려놓았다. 아라는 출력물을 들고 자기 자리로 걸어가면서 현우 쪽을 한 번 봤다. 뭔가를 물으려는 것 같은 눈빛이었다가, 그냥 넘어갔다.

"응. 어제 두고 간 거."

현우가 말했다.

아라는 대답하지 않았다. 출력물을 파일에 끼우는 소리만 났다.

"아라 씨, 김정호 씨 직함 알고 있었어요?"

현우는 말하고 나서 자기가 왜 지금 이 질문을 꺼냈는지 순간 몰랐다. 오진수 명함을 보다가 갑자기 나온 말이었다. 아라는 파일 클립을 닫는 손을 잠깐 멈췄다.

"왜요?"

"그냥요. 지난번에 이사라고 했을 때 별로 안 놀라는 것 같아서."

아라는 파일을 서랍에 넣었다. 그리고 현우를 봤다. 표정은 뭔가를 계산하는 것 같기도 했고, 그냥 피곤한 것 같기도 했다.

"현우 씨, 오 대리 상담 어떻게 느꼈어요?"

질문으로 받아치는 건 아라의 방식이었다. 현우는 그게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오늘은 조금 달랐다. 직접 답하지 않는다는 게 오늘은 더 선명하게 보였다.

"좀 이상했죠. 내가 준비한 순서랑 맞지 않는 질문을 했고, 김정호 씨 얘기를 먼저 꺼냈고."

현우가 말했다.

"근데 명함 보면 같은 계열 회사예요."

"알아요."

아라가 말했다. 짧았다. 현우는 잠깐 기다렸지만 아라는 더 말하지 않았다.

"언제 알았어요?"

"다음에 얘기해요."

또 그 말이었다. 현우는 웃을 수도 없고 화낼 수도 없는 기분으로 아라를 봤다. 아라는 이미 모니터 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었다. 대화가 끝났다는 신호였다. 현우는 명함을 다시 수첩 사이에 끼워 넣었다. 억지로 집어넣는 것처럼 손에 힘이 들어갔다.

점심은 혼자 먹었다. 아라는 지점장 팀 미팅이 있다며 나갔고, 현우는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두 개를 사들고 와서 사무실 한쪽 구석에 있는 작은 테이블에 앉았다. 창밖으로는 오후 햇볕이 길게 누워 있었다. 수요일 특유의, 주 중간 어딘가에 끼인 것 같은 느낌이 공기에도 배어 있었다.

삼각김밥 포장을 뜯다가 현우는 생각했다. 김정호 씨가 소개해준 사람이 세 명이었다. 윤상철, 박미경, 오진수. 윤상철은 제조업 자영업자였고, 박미경은 사십대 초반의 여성이었고, 오진수는 건설 계열 중견 기업 대리였다. 세 사람이 연결되어 있다는 증거는 없었다. 하지만 오진수가 같은 계열 회사 소속이라는 건, 적어도 두 사람은 연결되어 있다는 뜻이었다.

그렇다면 윤상철 씨는? 박미경 씨는?

현우는 삼각김밥을 한 입 베어 물었다. 참치 마요였다. 아무 맛도 안 나는 것 같다가 뒤늦게 짠맛이 왔다. 생각이 너무 빨리 가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소개는 소개일 수 있었다. 같은 계열 회사에 아는 사람이 여럿 있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이사쯤 되면 관계망이 넓다. 그냥 그런 거일 수 있었다.

근데 아라는 왜 알고 있으면서 말하지 않는 걸까.

오후 두 시쯤 전화가 한 통 왔다. 모르는 번호였다. 현우는 평소라면 한 박자 망설였을 텐데 오늘은 바로 받았다.

"네, 한빛생명 현우입니다."

"아, 안녕하세요. 오진수인데요."

현우는 수첩을 집어 들었다. 손이 자동으로 움직였다.

"아, 오 대리님. 네, 안녕하세요."

"저번에 상담 잘 받았어요. 말씀드린 것처럼, 비슷한 니즈 있는 분들이 좀 있거든요. 두 분 정도는 연락드려도 될 것 같아서요."

목소리는 화요일과 같았다. 짧고, 단단하고, 불필요한 말이 없었다. 현우는 펜을 쥐었다.

"감사합니다. 어떤 분들이신지 여쭤봐도 될까요?"

"한 분은 저랑 같은 팀이고요, 다른 한 분은 저희 회사 협력업체 쪽에 있어요. 비슷한 연배고, 보장 부분에서 정리가 필요하다고 하더라고요."

현우는 받아 적으면서 멈췄다. 같은 팀. 협력업체. 같은 계열 안에서 연결되는 이름들이었다.

"감사합니다. 연락처 주시면 제가 먼저 연락드릴게요."

전화를 끊고 나서 현우는 수첩을 내려다봤다. 새로 적은 이름 두 개. 아직 얼굴도 목소리도 없는 이름들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이름들이 이미 어떤 구조 안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현우가 그 구조를 보고 있는 게 아니라, 그 구조 안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 같은.

아라가 미팅에서 돌아온 건 세 시가 넘어서였다. 현우는 오진수에게서 전화가 왔다는 것을 말할까 말까 잠깐 고민했다. 그냥 말했다.

"오 대리한테서 전화 왔어요. 소개 두 명 더 연결해준다고."

아라는 재킷을 의자에 걸면서 현우를 봤다. 표정이 무언가를 읽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요?"

"받는다고 했죠. 거절할 이유가 없으니까."

아라는 잠깐 아무 말 없이 현우를 봤다. 그러다가 모니터를 켰다.

"현우 씨, 오 대리 명함에 직함 뭐라고 나와 있어요?"

"대리요."

"소속은요?"

"DK건설 계열 중견 기업이요. 왜요?"

아라는 대답하지 않았다. 화면을 보면서 마우스를 움직였다. 현우는 더 물으려다가 멈췄다. 물어봐야 또 '다음에'라는 걸 알고 있었다. 대신 오 대리 명함을 다시 꺼내서 소속 회사 이름을 정확히 확인했다. 처음 받았을 때는 그냥 봤는데, 이번엔 다르게 봤다. DK건설 계열. 김정호 씨의 이사 직함. 오진수의 같은 팀, 협력업체.

현우는 수첩에 그 이름들을 나란히 적어봤다. 줄을 잇지는 않았다. 아직 선을 그을 만큼 아는 게 없었다. 하지만 이름들이 같은 페이지 위에 있는 것만으로도 뭔가가 달라 보였다.

퇴근 무렵, 아라가 먼저 가방을 챙겼다. 현우는 수첩을 덮으면서 한 번 더 말했다.

"아라 씨, 다음에가 언제예요?"

아라는 가방 끈을 어깨에 걸면서 현우를 봤다. 웃지도 않고, 딱딱하지도 않은 표정이었다.

"현우 씨가 좀 더 모았을 때요."

그리고 나갔다. 문이 닫혔다. 현우는 혼자 남은 사무실에서 수첩을 다시 폈다. 좀 더 모았을 때. 그 말이 힌트인지, 경고인지, 아직은 알 수 없었다. 다만 분명한 건, 아라가 이미 뭔가를 알고 있고, 그게 현우가 수첩에 적어가는 이름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현우는 펜을 들었다가 내려놓았다. 아직 적을 수 있는 게 없었다. 하지만 이 페이지가 나중에 더 채워질 거라는 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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