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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3-5화]

화요일 두 시의 얼굴

작성: 2026.05.26 18:17 조회수: 2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콘텐츠는 보험을 소재로 한 창작물이며 실제 상품 추천이나 보장 판단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월요일 내내 비가 왔다. 유리창 너머로 빗줄기가 건물 외벽을 타고 흘렀고, 현우는 오 대리의 이름이 적힌 예약 메모를 책상 위에 올려두고 하루를 보냈다. 메모에는 이름과 연락처뿐이었다. 직급은 적혀 있지 않았다.

'오 대리'

라는 호칭은 현우가 직접 써넣은 것이었다. 통화가 삼십 초였다. 그 짧음이 자꾸 마음에 걸렸다.

화요일 아침, 현우는 평소보다 삼십 분 일찍 출근했다. 딱히 준비할 게 있어서가 아니었다. 그냥 자리에 앉아 있고 싶었다. 빈 상담실을 한 번 들여다보고, 의자 위치를 괜히 조금 옮기고, 다시 원래대로 돌려놓았다. 종이컵에 커피를 따라 책상 위에 올려뒀는데 마시지 않은 채 식어갔다. 아라는 정시에 출근했고, 현우의 그 짓을 보고도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오늘 몇 시예요?"

아라가 재킷을 걸면서 물었다. 질문의 대상이 현우인지 허공인지 애매한 톤이었다.

"두 시."

"밥은요?"

"열두 시 반에 먹으면 되죠."

아라가 키보드에 손을 올리면서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그게 다였다. 현우는 그 '그게 다'가 오히려 더 준비된 것 같아서 괜히 자기 손을 내려다봤다. 식은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맛이 없었다.

오전은 느리게 흘렀다. 상담 예약이 오전엔 없었고, 현우는 팔로업 문자를 두 건 보내고, 지난주 서류를 정리하고, 나머지 시간을 수첩 앞에서 보냈다. 수첩에는 아무것도 새로 쓰지 않았다. 쓸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뭘 써야 할지 몰라서였다. 펜 끝이 빈 줄 위에서 두 번쯤 맴돌다가 멈췄다.

열두 시가 조금 넘었을 때 아라가 먼저 일어났다.

"밥 먹고 올게요. 오래 걸리진 않을 거예요."

"저도 같이 가도 되죠?"

아라가 가방을 들다가 잠깐 멈췄다. 그 잠깐이 반 박자 정도였다.

"오 대리 오기 전에 오면 되죠."

"그러니까 같이 가자는 거잖아요."

아라가 피식 웃었다. 처음이었다. 웃음 소리가 없는 웃음이었는데, 현우는 그게 이상하게 안심이 됐다.

점심은 건물 지하 식당에서 해결했다. 현우는 된장찌개를 시켰고 아라는 냉면을 시켰다. 식당 안이 점심 시간 특유의 소음으로 차 있었고, 현우는 그 소음 덕분에 오히려 말을 꺼내기가 편했다. 아라가 냉면 육수를 한 모금 마시고 컵을 내려놓으면서 먼저 말했다.

"오 대리, 말 빠른 사람이에요?"

현우는 숟가락을 들다가 멈췄다.

"네?"

"통화 짧았다고 했잖아요. 삼십 초."

현우가 그 말을 했던 게 금요일이었다. 아라는 그냥 커피를 내리고 있었고, 현우는 분명히 혼잣말처럼 중얼거렸을 뿐인데.

"기억하고 있었어요?"

"놓친 거 없으면 좋잖아요."

아라가 냉면을 젓가락으로 집으면서 덧붙였다. 시선은 그릇 위에 고정된 채였다.

"준비된 사람은 짧게 말해요. 물어볼 게 없으니까."

현우는 그 말이 오 대리에 대한 얘기인지, 아니면 다른 얘기인지 한 박자 생각했다. 어느 쪽이든 정확한 것 같아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된장찌개를 한 숟가락 떴다. 뜨거웠다.

두 시 오 분 전, 현우는 상담실 의자에 앉아 있었다. 문이 열려 있었고, 사무실 입구 쪽이 시야에 들어왔다. 아라는 자기 자리에서 모니터를 보고 있었다. 현우는 수첩을 펼쳐두고 펜을 손에 쥐었다. 쥐는 것만으로도 조금 나았다. 정확히 두 시, 사무실 문이 열렸다.

들어온 사람은 삼십 대 중후반쯤으로 보이는 남자였다. 키가 평균보다 조금 컸고, 짙은 회색 재킷에 흰 셔츠, 넥타이는 없었다. 걸음이 조용했다. 발소리가 거의 나지 않았다. 현우는 그 사람이 아라에게 자기 이름을 말하는 걸 들었다.

"오진수입니다. 두 시 예약했는데요."

현우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상담실 문 앞까지 걸어가면서 얼굴을 다시 봤다. 어디서 봤을까. 분명히 어디선가 한 번은 스쳐간 얼굴이었다. 아파트 엘리베이터? 편의점? 그것도 아니면 다른 상담 자리? 기억이 닿지 않았다. 현우는 그 느낌을 일단 뒤로 밀어두었다.

"안녕하세요. 오 대리님, 이현우입니다."

오진수가 악수를 받으면서 짧게 웃었다. 통화에서 들었던 목소리 그대로였다. 빈틈이 없는 목소리. 상담실로 들어서는 동작도 자연스러웠다. 처음 오는 공간인데 낯선 티가 나지 않았다.

상담은 이상하게 흘렀다. 오진수는 현우가 설명을 꺼내기 전에 먼저 물었다. 질문이 정확했다. 현우가 준비한 순서와 맞지 않았고, 현우가 꺼내지 않은 항목까지 짚어왔다. 보장 구성이 어떻게 되는지, 갱신형과 비갱신형의 차이를 어떻게 보는지. 현우가 답을 정리하는 동안 오진수는 서두르지 않았다. 그 여유가 오히려 현우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세 번째 질문.

"김정호 이사님한테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설계사님이 꼼꼼하다고."

현우는 잠깐 멈췄다. 펜이 수첩 위에서 멈췄다.

"이사님이요?"

"네. 저희 쪽 이사님이세요. 아, 설계사님은 직함까진 모르셨나요?"

"그냥 고객님으로 알고 있었어요."

오진수가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표정이 크게 바뀌지 않았다. 설명이 필요 없다는 얼굴이었다. 현우는 그 표정을 보면서 자신이 무언가를 놓쳤다는 걸 처음으로 실감했다. 상담 내내 준비한 게 있었는데, 그 준비가 엉뚱한 방향을 향하고 있었던 것 같은 느낌.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어긋남이었다.

상담은 사십 분 만에 마무리됐다. 오진수는 자료를 챙기면서 명함을 내밀었다. 현우가 받아보니 회사 이름이 있었다. 건설 계열 중견 기업이었다. 직함은 '기획팀 대리'였다.

"다음에 또 연락드릴게요. 내부에 비슷한 니즈 있는 분들 몇 있어서."

오진수가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덧붙였다. 인사가 짧고 깔끔했다. 사무실을 나가는 발소리도 거의 들리지 않았다. 문이 닫히고 나서야 현우는 숨을 한 번 고르게 쉬었다.

현우는 상담실에 혼자 남았다. 명함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잠시 봤다. 건설 계열. 기획팀. 그리고 김정호 씨는 '이사님'이었다. 고객이 아니라 이사. 현우가 그걸 몰랐다는 게 새삼 이상했다. 물어봤어야 했나. 아니, 물어볼 타이밍이 있었나. 생각해보면 타이밍은 있었다. 그냥 안 물어본 것이었다.

아라가 물 한 컵을 가져왔다. 말없이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명함을 한 번 내려다봤다.

"어땠어요?"

"...잘 모르겠어요."

현우가 명함을 손가락으로 한 번 밀었다가 다시 제자리로 당겼다.

"김정호 씨, 이사래요."

아라는 대답하지 않았다. 표정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런데 현우는 그 침묵이 '그래서요?'가 아니라는 걸 느꼈다. 이미 알고 있는 침묵이었다. 놀라지 않는 사람의 침묵.

"아라 씨, 알고 있었어요?"

아라가 잠깐 시선을 창 쪽으로 옮겼다가 다시 현우를 봤다. 창밖으로 오후 햇빛이 비스듬하게 들어오고 있었다. 어제 하루 종일 오던 비가 거짓말처럼 걷혀 있었다.

"다음에 얘기해요."

그 말이 오늘의 끝이었다. 현우는 명함을 수첩 사이에 끼워 넣었다. 오진수의 얼굴이 어디서 봤는지는 여전히 기억나지 않았다. 아라가 이미 알고 있다는 게 무엇인지도 몰랐다. 다만 분명해진 건 하나였다. 김정호 씨가 소개해준 사람들 사이에 뭔가가 있다. 그게 무엇인지는, 오진수 씨가 다시 연락해오기 전까지 알 수 없을 것이었다. 현우는 수첩을 덮었다. 펜을 내려놓는 손이 아까보다 조금 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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