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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2-11화]

같은 하늘 아래 두 깃발

작성: 2026.05.26 18:30 조회수: 2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콘텐츠는 AI가 창작한 장기 연재소설입니다. 실제 인물이나 사건과 무관한 창작물입니다.

협곡전이 끝난 다음 날 아침, 로벨 성 밖 수레 길에는 아직 눈이 녹지 않았다. 간밤에 병사 둘이 성문 양쪽 기둥에 깃발을 올리는 작업을 했는데, 오른쪽 기둥에는 로벨가의 변경백기가, 왼쪽 기둥에는 회색늑대 깃발이 묶였다. 깃발 올리는 방법을 몰라 병사 하나가 세라 쪽 대원에게 직접 물어본 것이 새벽 이경쯤이었고, 그 대원은 자다 일어난 눈으로 밧줄 묶는 법을 다섯 번쯤 반복해서 가르쳐 줬다고 했다. 하르트는 그 보고를 들으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오른쪽 기둥의 밧줄 매듭이 왼쪽보다 두 배쯤 두꺼운 것을 보고 짧게 혀를 찼다.

훈련장 쪽에서 쇠 마찰음이 들려왔다. 협곡에서 돌아온 로벨 병사 셋이 새벽부터 검 손질을 하고 있었다. 칼날에 묻은 핏자국이 아직 완전히 지워지지 않은 것을 엘리안은 훈련장 입구에서 잠깐 봤다. 병사들은 영주를 알아보고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엘리안이 손을 들어 막았다. 계속 하라는 뜻이었다. 병사 하나가 다시 앉아 숫돌을 집어 들면서 옆 동료에게 낮게 무언가 말했다. 흙먼지가 아직 마르지 않은 군화 밑창에서 훈련장 바닥의 모래가 떨어졌다. 엘리안은 그 소리를 들으면서 성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엘리안이 성문 앞에 선 것은 해가 완전히 뜨기 직전이었다. 두 깃발이 겨울바람에 나란히 펄럭이는 것을 보는 데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특별히 감동적인 장면이 아니었다. 깃발은 깃발이었고, 기둥은 기둥이었다. 그러나 국경 도시 쪽 수레 길에서 이쪽을 올려다보던 주민 둘이 멈춰 서서 그것을 한동안 바라보다가 발길을 돌렸다. 그 뒷모습이 성문을 지나 사라지는 것을 엘리안은 말없이 지켜봤다.

"변경백기 옆에 용병 깃발이 붙은 게 이상하게 안 보이는 게 더 이상한 거 아닙니까."

세라가 등 뒤에서 걸어오는 소리는 쇠 마찰음이 없었다. 갑옷을 벗은 채였다. 어제 협곡에서 돌아온 이후 처음 보는 평복 차림이었고, 그것이 어딘가 어색해서 엘리안은 잠깐 대꾸를 잃었다.

"이상하게 보인다면 다음번엔 같은 기둥에 묶으면 됩니다."

세라가 낮게 웃었다. 웃음기가 있는 소리였는데, 그것도 협곡 이후로는 처음이었다. 두 사람은 잠시 나란히 깃발을 봤다. 왼쪽 기둥의 밧줄 매듭이 오른쪽보다 훨씬 단단하고 균일하다는 것이 가까이서 보면 바로 티가 났다. 세라가 먼저 시선을 거뒀다. 말이 더 이어지지 않았고, 그것이 어색하지 않았다. 협곡에서 함께 버틴 사람들 사이에서만 생기는 종류의 침묵이었다.

루키안은 오전 내내 나오지 않았다. 막사 한쪽 방에서 하르트가 보낸 약초 팩을 왼팔에 얹고 누워 있다는 것은 대원 하나를 통해 전해졌다. 엘리안이 직접 방문을 두드렸을 때, 안에서 돌아온 대답은 "나 안 죽었으니까 밥이나 보내주십시오"였다. 하르트가 그 말을 전해 듣고 미간을 좁혔다가, 잠시 뒤 직접 죽 한 그릇을 들고 복도를 걸어가는 것을 엘리안은 보았다. 죽 안에 무언가 쓴 약재를 넣었을 것이라는 건 냄새만 맡아도 알 수 있었다. 루키안이 어떤 표정을 지었을지는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짐작이 갔다.

오전 회의는 접견방에서 짧게 열렸다. 세라와 엘리안, 하르트, 그리고 세라 쪽 부단장 격인 대원 하나가 탁자를 사이에 두고 앉았다. 루키안의 자리는 비어 있었다. 협곡전 결과 정리가 주요 안건이었는데, 병력 손실은 로벨 영지 측 둘, 회색늑대 측 하나였다. 부상자는 루키안 포함 넷이었고, 그중 셋은 이미 복귀 가능 상태였다. 하르트가 수치를 읽는 동안 탁자 위 촛불이 흔들렸다. 아무도 창문 쪽을 보지 않았다.

"서쪽 능선 진입로 문제는 이번 회의에서 다루지 않습니다."

엘리안이 탁자 위 지도를 한 번 짚고 말했다. 하르트가 눈을 들었다. 세라는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

"유출 경로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음 수송 경로를 이 자리에서 논의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그 안건은 따로 처리합니다."

짧은 침묵이 방을 채웠다. 세라 쪽 대원이 무언가 말하려다가 세라가 손을 들어 막았다. 세라는 엘리안을 보면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의가 아니라 확인이었다. 하르트가 장부에 무언가를 적었다. 펜 끝이 종이를 긁는 소리가 방 안에서 유독 또렷하게 들렸다.

회의가 끝난 뒤 세라는 혼자 남았다. 하르트와 대원이 먼저 나가고, 엘리안이 지도를 접다가 잠깐 멈췄다. 세라가 탁자 위에 팔꿈치를 올리고 손가락으로 촛농이 굳은 자리를 짚고 있었다. 어제 협곡에서 루키안의 왼팔 봉인 문양을 직접 확인하던 손가락과 같은 손이었다.

"용병단이 영지 성문에 깃발을 다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저도, 우리 단도요."

세라가 촛농 위에서 손가락을 거두면서 말했다.

"그런데 이번은 다른 느낌이 드는 게 마음에 안 듭니다."

엘리안은 지도를 다 접고 탁자 모서리에 놓았다.

"뭐가 마음에 안 드는 겁니까."

"이유를 모르겠다는 게 마음에 안 듭니다."

세라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말이 더 이어지지 않았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엘리안은 세라가 접견방을 나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서랍 안에 있는 맹세문을 꺼낼지 잠깐 생각했다. 그러다 꺼내지 않았다. 오늘은 아니었다.

오후에 국경 도시에서 사람이 왔다. 상인 조합 쪽 연락원이었는데, 협곡전 소식이 도시 안에서 어떻게 돌고 있는지를 간략하게 전했다. 회색늑대와 로벨 영지가 함께 습격대를 막았다는 이야기가 시장 거리에 퍼졌고, 오전에 성문 앞 두 깃발을 본 주민들이 직접 그것을 도시 쪽에 전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연락원은 그 말을 할 때 특별히 의미를 붙이지 않았다. 사실을 전하는 말투였다. 그러나 하르트는 그 보고를 받아 적으면서 장부 여백에 짧게 한 줄을 더 남겼다. 엘리안은 그것을 옆에서 읽었다.

'성문 밖 인식, 첫 변화 기록' 이라고 쓰여 있었다. 하르트는 잉크가 마르기 전에 장부를 덮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저녁 무렵, 루키안이 처음으로 방에서 나왔다. 왼팔은 여전히 붕대 아래에 있었고, 걸음이 약간 무거웠다. 막사 앞마당에서 세라 쪽 대원 둘이 장작을 패고 있는 옆을 지나면서 루키안이 그중 하나에게 물었다.

"깃발 매듭 누가 묶었습니까."

대원이 고개를 들지 않고 대답했다.

"제가 가르쳐 줬습니다."

"왼쪽 기둥 건요?"

"예."

루키안이 앞마당 입구 쪽 기둥을 한 번 올려다봤다가 그냥 걸어갔다. 대원은 계속 장작을 팼다. 그 옆에서 로벨 병사 하나가 패다 남긴 장작 조각을 주워 쌓고 있었는데, 두 사람 사이에는 아무 말도 없었다. 말이 없는데 어색하지도 않았다. 협곡에서 돌아온 이후로 막사 안 공기가 그렇게 됐다. 장작 패는 소리가 마당 안에 규칙적으로 울렸고, 젖은 나무 냄새가 저녁 공기에 섞였다.

엘리안은 그날 밤 성벽 위를 혼자 걸었다. 바람이 강했다. 두 깃발은 어둠 속에서도 펄럭이고 있었고, 왼쪽 기둥의 밧줄이 더 단단하다는 것은 어둠 속에서도 알 수 있었다. 변경의 겨울바람이 성벽 돌 사이를 파고들었다. 엘리안은 외투 깃을 세우면서 저 멀리 국경 도시 쪽 불빛을 봤다. 수송로는 아직 완전히 안전하지 않았다. 내부 유출자는 아직 이름이 없었다. 루키안의 왼팔은 한동안 쓰기 어려울 것이었다. 그리고 맹세문은 서랍 안에 있었다.

오늘 세라가 한 말이 귓가에 남아 있었다. 이유를 모르겠다는 게 마음에 안 든다고 했다. 엘리안은 그것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었다. 다만 그것을 먼저 꺼내는 것은 자신의 몫이 아니었다. 세라가 스스로 그 이유를 찾는 것을 기다리는 것, 그것이 지금 엘리안이 할 수 있는 가장 올바른 일이었다. 성벽 위 바람이 한 번 더 강하게 불었다. 두 깃발이 같은 방향으로 쏠렸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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