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아침 여덟 시 오십오 분이었다.
서하는 자리에 앉자마자 전날 서랍에 넣어두었던 파일을 꺼냈다. 노란 포스트잇이 붙은 쪽이 위로 오게 뒤집어 놓으니, 어제 오후에 쓰려다 결국 아무것도 적지 못한 그 빈 종이가 그대로 있었다. 오늘은 뭔가를 써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지는 아직 몰랐지만.
박 상무의 채팅 지시는 어젯밤 퇴근 직전에 팀 채널로 올라왔다.
'강민주 건 포함 미정리 항목 전체 재검토. 누락 항목 있으면 포함해서 내일 오전 중 목록 올려줘.'
짧고 건조한 문장이었는데, 서하는 그 문장을 세 번 읽었다. 누락 항목. 담당자 칸이 빈 것만이 아니라, 다른 무언가가 더 있다는 걸 박 상무가 이미 알고 있다는 뜻인지—아니면 그냥 포괄적으로 던진 말인지가 분명하지 않았다.
"왔어요?"
도윤이 자기 자리에서 고개도 들지 않고 말했다. 서하는 가방을 내려놓으며 "네" 하고 대답했다. 도윤의 책상 위에는 이미 파일 두 개가 펼쳐져 있었고, 그 사이에 커피 컵이 끼어 있었다. 어제 산 것인지 오늘 아침 것인지 알 수 없는 종이컵이었다.
서하는 파일의 접수 대장부터 다시 폈다. 강민주 씨 건. 접수일은 3월 14일. 초기 안내 발송 기록은—서하의 손가락이 한 줄을 짚었다가 멈췄다. 3월 17일. 사흘. 접수 당일이 아니었다. 보통은 접수 다음 날이나 이틀 안에 나가는 게 흐름이었다. 옆 건들을 훑었다. 3월 10일 접수—3월 11일 발송. 3월 13일 접수—3월 14일 발송. 맞았다. 강민주 씨 건만 달랐다.
서하는 볼펜 끝으로 그 날짜 옆에 작은 동그라미를 그렸다. 쓰지 않으려고 했는데 손이 먼저 움직였다. 사흘. 그 사흘 동안 파일이 어디 있었는지를 알 수 있는 기록이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아니, 있어야 했다.
"뭐 보고 있어요?"
도윤이 물었다. 이번엔 고개를 들었다. 서하는 잠깐 망설였다가 날짜 부분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초기 안내 발송이 접수일보다 사흘 늦어요. 다른 건들이랑 비교하면 이례적인 것 같아서요."
도윤은 자리에서 일어나 서하 책상 쪽으로 왔다. 파일을 들여다보더니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담당자 공백이랑 겹치는 시점이야?" 하고 물었다. 서하는 "정확히는 아직 확인 중이에요" 하고 대답했다. 도윤은 그 말을 듣고 파일을 내려놓으면서 "그게 전부일까" 하고 중얼거렸다. 어제도 비슷한 말을 했던 것 같은데, 오늘은 뉘앙스가 약간 달랐다. 마치 자기가 이미 알고 있는 뭔가를 확인하는 말투 같았다.
"선배는 혹시 이 파일 전에 본 적 있어요?"
서하가 물었다. 직접적인 질문이었는데 스스로도 조금 놀랐다. 도윤은 잠깐 멈추더니 "내 건이 아니었으니까" 하고 대답했다. 어제도 한 말이었다. 그런데 오늘 다시 들으니 그 문장이 다르게 들렸다. '내 건이 아니었으니까'—그 말은 '몰랐다'는 뜻이 아니라, '관여하지 않았다'는 뜻에 더 가까운 것 같았다.
오전 열한 시쯤 한재원이 출근했다. 파견 복귀 이후 출근 시각이 조금씩 늦어지고 있었는데,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았다. 서하는 한재원이 자리에 앉는 걸 슬쩍 봤다. 한재원은 가방을 내려놓자마자 노트북을 열고 뭔가를 입력하기 시작했다. 인사도 짧게 했다. 분위기가 어색하다는 걸 본인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어제 지시 봤죠?"
도윤이 한재원 쪽으로 말했다. 한재원은 "네, 봤습니다" 하고 대답했다. "인접 건 쪽도 포함하면 되는 건가요?" 도윤이 잠깐 서하를 봤다가 "일단 올려봐" 하고 말했다. 서하는 '인접 건'이라는 단어가 입 밖으로 나온 것을 듣고 볼펜을 내려놓았다. 한재원이 스스로 그 표현을 쓴 것은 어제 오후 이후 처음이었다.
점심은 편의점 도시락이었다. 도윤이 먼저 나갔고, 서하도 뒤따라 편의점에서 샀다. 혼자 자리에서 먹으려고 돌아오다가 복도 끝을 봤다. 한재원이 거기 서 있었다. 전화를 하고 있었다. 서하는 속도를 조금 늦췄다가 그냥 자리로 왔다. 어제도 비슷한 장면이 있었다는 게 머릿속에 걸렸다. 팀 안에서 하기 어려운 내용이라서 복도 끝으로 가는 건지, 아니면 그냥 습관인지—판단하기엔 아직 근거가 없었다.
도시락을 먹는 내내 서하는 사흘이라는 숫자를 머릿속에서 굴렸다. 접수일이 3월 14일이고, 발송일이 3월 17일이면—그 사이에 담당자가 배정되지 않은 상태였거나, 배정은 됐는데 실제로 처리가 안 된 것이거나. 두 경우 모두 파일이 누군가의 손 안에 있었다는 뜻이었다. 책상 위에, 혹은 서랍 안에, 혹은 다른 누군가의 자리에. 그 이름이 어딘가 기록에 남아 있을 것이다. 남아 있어야 했다.
오후 두 시가 넘어서 서하는 목록 초안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박 상무가 요청한 누락 항목 정리였다. 담당자 공란, 초기 안내 발송 지연, 그리고 접수 경로 확인 여부—세 줄을 쓰고 나서 손이 멈췄다. 이 세 가지가 전부인지 아닌지를, 서하는 아직 알 수 없었다. 도윤의 '그게 전부일까'라는 말이 다시 떠올랐다.
도윤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한재원이 서하 쪽으로 왔다.
"목록에 인접 건 어디까지 포함해요?" 라고 물었다. 서하는 "아직 정리 중이에요" 하고 대답했다. 한재원은 잠깐 서 있다가 "강민주 씨 건이요" 하고 덧붙였다. "그 파일 접수 당시에 제가 팀에 있었던 건 아니에요. 파견 들어간 직후였거든요." 그 말을 하고 나서 한재원은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서하는 그 등을 잠깐 봤다가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파견 들어간 직후. 3월 14일에 한재원이 팀에 없었다면, 그 파일을 처음 받은 사람은 한재원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그런데 누가 받았는지가 파일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았다. 서하는 볼펜을 다시 집어 들었다. 포스트잇에 처음으로 무언가를 썼다. 짧게, 딱 한 줄이었다.
'3월 14일—누가 받았나.'
퇴근 시각이 가까워질 무렵, 박 상무의 답장이 채팅으로 왔다.
'목록 확인. 발송 지연 건 추가 확인 요청—접수 당시 처리 담당자 이력 포함해서.'
서하는 그 문장을 읽고 나서 화면을 닫지 않은 채 잠시 앉아 있었다. 박 상무가 이미 발송 지연을 알고 있었다는 건지, 아니면 서하의 목록을 보고 처음 알게 된 건지—그것도 아직 알 수 없었다. 알 수 없는 것들이 오늘 하루 사이에 하나 더 늘었다.
자리를 정리하면서 서하는 포스트잇을 파일 안쪽에 붙였다. 내일 이 질문을 들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름 하나가 떠오를 것 같다는 느낌은 있었는데, 아직 그 이름이 무엇인지는 몰랐다. 그리고 그 이름이 떠오르는 순간이 지금보다 더 불편한 아침이 될 것 같다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