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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2-3화]

온도 차이만큼의 거리

작성: 2026.05.26 13:18 조회수: 1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콘텐츠는 AI가 창작한 장기 연재소설입니다. 실제 인물이나 사건과 무관한 창작물입니다.

장터 천막을 세우는 데 한 시간 반이 걸렸다. 서미라가 가져온 폴대 두 개가 휘어서 쓸 수 없었고, 마틴이 수리점에서 클램프를 들고 나와 임시로 고정했다. 천막 한쪽이 기울어진 채로 열 시가 됐다. 서미라는 그걸 보고도 괜찮다고 했다. 어차피 골목 장터가 반듯해야 할 이유는 없었다.

선우는 어머니 가게 처마 밑에서 커피를 들고 장터 입구를 보고 있었다. 테이블 여섯 개, 상인 열한 명. 서미라가 돌린 문자에 '참석'이라고 답한 건 스물두 명이었다. 나머지 열한 명은 바쁘거나, 몸이 안 좋거나, 그냥 연락이 안 됐다. 선우는 그 숫자를 계속 머릿속에 굴렸다. 절반.

어머니가 처마 안쪽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커피 한 잔에 거기 서 있으면 손님들 들어오기 불편해."

선우가 한 발짝 비켜서자 어머니는 행주를 털며 덧붙였다.

"저 천막, 비 오면 무너지겠다."

선우는 대꾸하지 않았다. 하늘은 맑았지만 어머니 말이 틀린 건 아니었다.

"오빠, 거기 서 있으면 우리 가게 손님인 줄 알잖아요."

장하늘이 어깨에 가방을 비스듬히 메고 옆으로 왔다. 취재용 소형 녹음기가 가방 지퍼 사이로 삐져나와 있었다. 선우가 그걸 눈으로 가리키자 장하늘이 지퍼를 밀어 넣으며 말했다.

"오늘은 기사 아니에요. 그냥 보러 온 거예요."

선우는 아무 말도 안 했다. 장하늘도 더 말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잠깐 같은 방향을 보고 섰다.

장터는 조용히 열렸다. 시장 같은 활기는 없었다. 떡볶이 냄새가 났고 누군가 핸드크림을 팔고 있었고 철물점 주인 박 씨가 사은품용 드라이버 세트를 꺼내 놨다. 지나가던 아이가 하나 멈춰서 쳐다보다 엄마 손에 끌려갔다. 서미라는 테이블 사이를 오가며 사람들한테 말을 걸었다. 목소리가 크고 빠른 사람이었는데 오늘은 조금 달랐다. 한 박자 느렸다. 웃을 때마다 눈이 조금 늦게 따라왔다.

마틴은 장터 제일 끝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수리점 앞 좁은 공간에 작업 테이블을 내다 놓고 공구 몇 가지를 펼쳐 놨는데, 손님은 없었다. 오토바이 부품 두 개를 닦다가 멈추고, 골목 쪽을 바라봤다가, 다시 닦았다. 선우가 커피를 들고 그쪽으로 걸어갔다. 천막 끝에서 마틴 자리까지는 열 걸음 남짓이었는데, 그 사이가 생각보다 멀었다.

"장사 잘 되냐."

"보시다시피요."

마틴이 렌치를 내려놓으며 웃었다. 웃음이 평소보다 얕았다.

"면담 요청이 왔어요. 어젯밤에."

선우가 멈췄다.

"조합에서?"

"아니요. 구청에서요. 점유 현황 확인 관련해서 추가 서류 제출하래요."

마틴이 핸드폰을 꺼내 문자를 보여줬다. 구청 재개발 담당 주무관 명의였다. 내용은 간단했다. 임시 거주 현황 확인 서류 보완 요청, 기한은 이 주일.

"제 방이 공실로 잡혀 있다고 했잖아요. 그게 공식으로 온 거예요."

선우는 핸드폰을 한 번 더 들여다봤다. 구청 문서번호가 찍혀 있었다. 조합이 구청 채널을 통해 문서를 보강하고 있다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 빠를 줄은 몰랐다. 명부 조작이 이미 구청 시스템 안에 들어가 있다는 뜻이었다. 선우가 핸드폰을 돌려주면서 물었다.

"집주인한테는 연락했어?"

마틴이 잠깐 시선을 피했다.

"전화 두 번 했는데 안 받아요."

"이 주일이면."

"다음 달 초예요."

마틴이 렌치를 다시 들었다.

"저한테 서류가 없는 건 알고 있어요. 이체 내역 있고, 사진 있고, 집주인 연락처 있는데, 그게 법적으로 뭘 증명하는지는 저도 몰라요. 변호사한테 물어볼 돈도 없고."

말하면서도 손은 부품을 닦고 있었다. 손이 멈추지 않았다. 그게 더 마음에 걸렸다.

장터 가운데에서 서미라의 목소리가 들렸다.

"자, 다들 잠깐 들어봐요!"

사람들이 조금씩 모였다. 열 명 남짓. 서미라가 종이 한 장을 들었다. 공동행동 제안서 초안이었다. 선우는 그쪽을 보다가 마틴을 다시 봤다. 마틴은 보지 않았다. 거기까지 걸어갈 마음이 없는 사람 같기도 했고, 불러주기를 기다리는 사람 같기도 했다. 선우는 어느 쪽인지 묻지 않았다.

서미라가 읽기 시작했다. 상인과 세입자가 함께 구청에 이의 신청서를 제출하고, 명부 조작 여부를 공식 민원으로 접수한다는 내용이었다. 세 줄이 채 안 됐다. 읽는 데 이십 초도 안 걸렸다. 그런데 그다음이 없었다. 아무도 말을 안 했다. 떡볶이 국물 끓는 소리만 났다.

분식집 주인 최 씨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래서 이거 내면 어떻게 돼요? 이의 신청 들어가면 철거 일정이 미뤄지나요?"

서미라가 대답하기 전에 옆에서 철물점 주인이 끼어들었다.

"미뤄지면 뭐가 달라져요? 임대료는 그대로 나가잖아요. 나는 이번 달도 버티기 빠듯한데."

조용하던 사람들 사이에서 고개를 끄덕이는 쪽이 몇 명 있었다. 동의가 아니라 피로처럼 보이는 끄덕임이었다.

서미라가 숨을 한 번 고르는 게 보였다.

"버티기 어려운 거 나도 알아요. 그래도 지금 개별로 합의하면 권리금 한 푼도 못 받아요. 같이 묶어서 협상해야 최소한 뭔가라도 건질 수 있어요."

목소리는 단호했지만 끝이 조금 흔들렸다. 최 씨가 다시 물었다.

"기한이 얼마나 돼요? 우리가 버틸 수 있는 기한이."

서미라가 대답을 못 했다. 선우는 그 침묵을 듣고 있었다. 생계가 급한 사람들한테 기한은 이미 지나간 말이었다. 기한이 있는 사람은 아직 버틸 여유가 있는 사람이었다. 서미라가 알고 있는 것도 그걸 테고, 그래서 말이 안 나오는 거였다.

장하늘이 선우 옆으로 왔다. 목소리를 낮췄다.

"저기 뒤에 서 있는 사람, 봤어요?"

선우가 시선을 돌렸다. 천막 가장자리 바깥쪽에 중년 남자가 한 명 서 있었다. 조합 직원 명함을 본 적 있었다. 이름은 기억 안 났다. 손에 아무것도 없었다. 사지 않을 사람이었다.

"저 사람, 오늘 장터 온다는 거 어떻게 알았을까요."

장하늘이 그냥 말하듯 했지만 눈은 남자를 따라가고 있었다. 남자는 핸드폰을 꺼내 화면을 한 번 보더니 다시 집어넣었다.

선우는 서미라 쪽을 봤다. 서미라는 아직 최 씨와 말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 남자를 못 본 건지, 본 척 안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장하늘이 나직하게 덧붙였다.

"골목 안 사람이 얘기했을 수도 있잖아요."

선우는 대꾸하지 않았다. 부정하기가 어려웠다.

서미라가 제안서 얘기를 마무리하고 있을 때, 선우는 자리를 세 번 다시 셌다. 테이블 여섯 개에 앉은 사람들. 그리고 마틴은 여전히 골목 끝 구석에 있었다. 장터 한가운데에 없었다. 제안서를 들은 사람 목록에도 없었다. 서미라가 읽은 세 줄이 마틴한테까지 닿았는지는 아무도 확인하지 않았다. 선우는 커피를 다 마시고 컵을 구겼다. 종이컵이 작게 찌그러지는 소리가 났다. 오늘 장터가 끝나면 마틴한테 이 주일 서류 얘기를 다시 해야 했다. 그리고 조합이 보낸 저 사람이 오늘 여기서 뭘 봤는지도. 그리고 골목 안에서 누가 먼저 전화를 걸었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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