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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2-8화]

밤이 너무 길었다

작성: 2026.05.22 09:36 조회수: 12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콘텐츠는 보험을 소재로 한 창작물이며 실제 상품 추천이나 보장 판단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월요일 새벽 세 시가 조금 넘었을 때 민주의 휴대폰이 울렸다. 진동으로 맞춰놓은 탓에 소리가 아니라 침대 맡 선반이 떨리는 감각으로 깼다. 눈을 반쯤 뜨고 화면을 봤더니 모르는 번호였다. 이 시간에 모르는 번호는 좋은 일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받았다.

"강준수 씨 어머님이세요? 저 학교 기숙사 당직 직원인데요. 학생이 오늘 밤에 좀 많이 힘들어하셔서요."

민주는 그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다. 이불이 발밑으로 밀렸다. 당직 직원은 말을 골라가며 천천히 말했다. 준수가 새벽 두 시쯤 기숙사 복도에서 벽을 짚고 서 있는 걸 같은 층 학생이 발견했다고, 체온이 조금 낮고 얼굴이 창백해서 보건실에 데려갔다고, 지금은 누워 있고 수액을 맞고 있다고. 크게 아픈 건 아닌 것 같은데 연락은 드려야 할 것 같아서. 민주는 네, 네, 하면서 대답했는데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잘 들리지 않았다.

전화를 끊고 잠옷 위에 패딩을 걸쳤다. 차 키를 쥐고 나가다가 현관에서 멈췄다. 지갑. 신발. 불 꺼야 하나. 생각이 순서 없이 뒤섞였다. 한 박자 멈추고 나서 천천히 신발 끈을 맸다. 손이 조금 떨렸다. 현관 센서등이 켜지면서 좁은 복도가 환해졌다가 다시 꺼졌다. 민주는 그 어둠 속에서 잠깐 서 있다가 문을 열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옆집 문이 열렸다. 삼 층 박 여사였다. 새벽에 뭔 일이냐, 얼굴이 왜 그러냐. 박 여사는 잠옷 바람으로 쓰레기 봉투를 들고 나왔다가 민주 얼굴을 보더니 금방 눈치를 챘다. 민주가 "아들 학교 좀 다녀와야 해서요" 하자 박 여사가 봉투를 내려놓으면서 말했다. "가방 놓고 가는 거 아니야? 지갑은 챙겼어?" 민주가 손바닥으로 패딩 주머니를 두드렸다. 지갑 있었다. 박 여사가 엘리베이터 버튼을 대신 눌러주면서 "조심히 가" 하고 한마디 더 했다. 그 말이 쓸데없이 따뜻해서 민주는 고개만 한 번 끄덕이고 문이 닫히기를 기다렸다.

학교까지는 차로 삼십 분이었다. 새벽 도로는 비어 있었다. 신호마다 걸릴 때마다 민주는 핸들 위에 두 손을 올려놓은 채 앞만 봤다. 라디오도 켜지 않았다. 뭘 켜야 할지 몰랐다. 준수가 벽을 짚고 서 있었다는 말이 자꾸 머릿속에서 재생됐다. 벽. 짚고. 서 있었다. 그 아이가 벽을 짚어야 할 만큼 힘들었다는 게, 그 시간에 혼자였다는 게 자꾸 걸렸다. 골목 하나를 지날 때 빗방울이 앞 유리에 몇 방울 떨어졌다. 와이퍼를 켤 만큼도 아닌 양이었는데 민주는 그냥 켰다.

학교 정문 앞에 차를 세우고 내리는데 새벽 공기가 차갑고 눅눅했다. 캠퍼스 안 가로등이 군데군데 켜져 있었고 보건실 방향으로 안내판이 보였다. 민주는 빠르게 걸었다. 신발 소리가 조용한 복도에 울렸다. 보건실 문 앞에서 한 번 멈추고 손잡이를 잡았다.

준수가 간이 침대에 누워 있었다. 수액 줄이 팔에 꽂혀 있었고, 형광등 아래서 얼굴이 유독 하얗게 보였다. 민주가 들어오는 소리에 눈을 떴다. 뭔가를 말하려다 다시 감았다.

"왜 이렇게 됐어."

민주는 자기도 모르게 낮은 목소리가 나왔다. 화가 난 것도 아니고, 울고 싶은 것도 아직 아닌데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준수는 눈을 뜨지 않은 채로 대답했다.

"별거 아니야. 밥을 좀 못 먹었어."

"며칠이나."

대답이 없었다. 민주는 침대 옆 의자에 앉았다. 옆에 준수 가방이 놓여 있었는데, 편의점 유니폼이 구겨진 채로 반쯤 나와 있었다. 베이지색 민소매 조끼. 민주는 그걸 보고 잠깐 아무 말도 못 했다. 손을 뻗었다가 멈췄다. 조끼 어깨 쪽에 편의점 로고가 작게 박혀 있었다.

"알바 하고 있었어?"

준수가 이번엔 눈을 떴다. 천장을 보면서 짧게 말했다.

"학기 초부터."

"왜 말 안 했어."

"엄마가 뭐라고 할 거 알아서."

민주는 입을 다물었다. 뭐라고 할 거 알아서. 그 말이 가슴 어딘가에 딱 박혀서 빠지지 않았다. 뭐라고 했을까. 학업에 집중해야지, 장학금 놓치면 안 되지, 걱정 끼치지 말라고. 아마 그런 말들이었겠지. 틀린 말은 아닌데, 아이가 말을 꺼내지 못하게 만드는 말이기도 했다.

당직 직원이 커피 한 잔을 들고 들어왔다가 분위기를 보고 조용히 내려놓고 나갔다. 민주는 그 커피를 두 손으로 감쌌다. 따뜻했다. 보건실 안은 소독약 냄새와 에어컨 소리만 있었다. 수액 방울이 줄을 타고 천천히 내려갔다.

"장학금이 얼마나 되는 거야."

"등록금 절반."

"나머지는."

준수가 잠깐 멈췄다.

"대출이랑 알바. 섞어서 쓰고 있었어."

민주는 그 말을 듣고 눈을 한 번 감았다가 떴다. 섞어서. 학교 수업 듣고, 야간에 편의점 서고, 낮에 도서관 가고, 그걸 한 학기 동안 혼자 했다는 말이었다. 세탁소 셔터를 올리고 내리는 동안, 소화기 점검표를 쓰는 동안, 준수가 밥은 먹었냐고 문자 보내는 동안. 이 아이는 그러고 있었다. 민주는 손에 든 커피 컵을 내려놓지 못한 채 한동안 그냥 앉아 있었다.

"엄마가 그동안 몰랐던 거 미안하다."

그 말은 생각하고 한 말이 아니었다. 그냥 나왔다. 준수는 천장을 보다가 고개를 약간 옆으로 돌렸다. 민주 쪽을 봤다. 말은 하지 않았다. 눈이 조금 빨개져 있었다. 민주도 더 말하지 않았다. 이 시간에 말을 많이 하면 안 될 것 같았다.

날이 밝아올 무렵 수액이 다 들어갔다. 보건실 선생님이 오늘은 쉬어도 된다고 했고, 준수는 그래도 오전 수업은 들어야 한다고 했다. 두 사람은 그 문제로 짧고 무의미한 실랑이를 벌였는데, 민주가 "수업 빠진다고 네가 죽냐" 하자 준수가 피식 웃었다. 처음 보는 웃음이었다. 아니, 오래전에 봤던 것 같기도 했다. 민주는 그 웃음을 보고 뭔가 말하려다 그냥 뒀다.

민주는 학교 앞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두 개와 따뜻한 국물 컵을 샀다. 보건실 앞 복도 벤치에 나란히 앉아 먹었다. 준수는 먹으면서 아무 말 안 했고 민주도 아무 말 안 했다. 복도 창문 너머로 새벽빛이 들어왔다. 캠퍼스가 조용하게 밝아지고 있었다. 삼각김밥 포장지를 뜯는 소리만 복도에 작게 났다. 준수가 국물을 한 모금 마시고 잠깐 눈을 감았다. 민주는 그 옆에서 자기 것을 천천히 먹었다. 포장지 비닐이 손끝에서 바스락거렸다. 그 소리가 어색하지 않았다.

삼각김밥 포장지를 접으면서 민주는 생각했다. 세탁소 월세, 이 달 관리비, 황 사장 얘기, 박재원이 돌린 동의서, 벽 속에 있다는 탄 전선. 그것들이 자기 머릿속 어딘가에 층층이 쌓여서 생계가 됐고, 그 생계가 어느 순간 이 아이에게는 벽이 되어 있었던 것 같았다. 말을 꺼내지 못하게 만드는 벽. 민주는 그 생각을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지금 당장 꺼낼 말이 아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민주는 세탁소를 그냥 지나쳤다. 오늘은 셔터를 좀 늦게 올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직 이른 아침이었고, 골목은 조용했다. 빈 점포 앞을 지나칠 때 셔터가 내려진 채로 서 있는 게 보였다. 평소와 같은 풍경인데 오늘은 조금 달라 보였다. 뭔가가 안에 있는 것 같은, 아니면 오래 숨겨진 것 같은. 민주는 그 앞에서 한 발짝 느리게 걷다가 골목을 빠져나갔다. 오늘은 일단 집에 가야 했다. 해결된 건 아무것도 없었지만, 오늘 하루는 버텨낼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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