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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2-5화]

봉투 하나, 깊어지는 밤

작성: 2026.05.20 09:56 조회수: 24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이 콘텐츠는 AI가 창작한 장기 연재소설입니다. 실제 인물이나 사건과 무관한 창작물입니다.

오후 열 시 십사 분, 감사팀 사무실의 형광등 하나가 또 깜박이고 있었다.

이겸은 그것을 세 번째 신청했다. 관리팀 측 답변은 두 번 모두 '접수 완료'였고, 두 번 모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오늘 밤도 형광등은 깜박였다. 이겸의 모니터 화면이 그 리듬에 맞춰 희미하게 흔들렸다. 이겸은 그냥 화면 밝기를 한 칸 올렸다.

책상 위에는 출력물 세 장이 겹쳐져 있었다. C07 예외 항목 수치가 포함된 파일을 공용 드라이브에 올린 지 사흘이 지났다. 강인호가 출력본을 들고 나타났던 날로부터 두 번의 밤이 지났고, 민가온이 보내온 접속 경고 메시지는 이겸의 핸드폰 깊숙이 저장되어 있었다. 두 반응이 같은 신호선에서 나왔는지, 아니면 각자 다른 눈이 같은 파일을 동시에 보고 있었던 것인지, 이겸은 아직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결론을 서두르면 틀린다는 걸 지난 생에서 배웠다. 몸이 먼저 기억하는 교훈이었다.

해진은 오늘 오후부터 자리를 비우고 있었다. 이겸이 건네준 계열사 물류 담당자 명단을 들고 나갔고, 저녁 여섯 시쯤 짧은 메시지를 보내왔다.

'담당자 두 명 중 한 명이 자리를 옮겼습니다. 다른 한 명은 내일 오전에 면담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게 전부였다. 이겸은 '알겠다'고 답하고 핸드폰을 뒤집어 놓았다. 더 캐묻지 않았다. 해진은 필요한 것만 가져오는 사람이었다. 그 점이 이겸이 그를 쓰는 이유였다.

강인호는 오후 여섯 시에 퇴근했다. 이겸이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의자가 빠진 각도가 달랐다. 강인호는 책상을 정리하고 나가는 타입이었다. 의자가 저렇게 비스듬히 빠져 있다는 건 서두른 것이다. 어디로 갔는지는 몰랐다. 감사위원회 쪽인지, 전략실 쪽인지, 아니면 그냥 집인지. 이겸은 그 각도를 수첩에 따로 적지 않았다. 대신 기억해 뒀다. 기억이 수첩보다 빠를 때가 있었다.

이겸은 자기 손으로 뽑아낸 서류 한 장을 다시 읽었다. 계열사 물류 송장 관련 내부 처리 지침, 16페이지짜리 문서였다. 이겸이 줄 친 부분은 딱 한 줄이었다.

'예외 처리 항목은 담당 부서 내부 결재로 갈음할 수 있다.'

그 한 줄이 지난 삼 년 동안 얼마나 많은 것을 갈아 넣었는지, 이겸은 알고 있었다. 서류를 덮으면서 손가락 끝이 잠깐 종이 모서리에 걸렸다. 베이지는 않았다.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가 사라졌다.

복사기 쪽에서 소리가 났다.

이겸은 고개를 들었다. 이 시간에 복사기를 쓸 사람은 없었다. 청소팀은 여덟 시에 끝났고, 강인호는 이미 나갔다. 이겸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복도 불빛은 절반만 켜져 있었다. 야간 절전 모드였다. 발소리가 평소보다 크게 들렸다.

12층 중간 회의실 앞에 사람이 서 있었다. 신입 사원이었다. 이겸이 이름을 정확히 떠올리는 데 반 박자가 걸렸다. 박시우. 올해 상반기 입사, 감사팀 배속. 감사팀에 신입을 배속하는 일은 드물었다. 이겸이 예전 생에서 신입 때 그랬던 것처럼, 박시우도 아마 원하지 않은 자리를 받은 것일 터였다. 그 생각이 드는 데 걸린 시간은 이겸이 복도를 절반쯤 걸어왔을 때였다.

박시우는 회의실 문 앞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손에는 서류 봉투 하나가 들려 있었다. 흰 봉투였다. 봉인 테이프가 붙어 있었고, 수신처 스티커 칸은 비어 있었다. 이겸은 그걸 한 번에 읽었다. 수신처를 비워 두는 방식은 두 가지였다. 현장에서 결정하거나, 처음부터 기록을 남기지 않거나.

"이 시간에."

이겸이 말했다. 박시우가 돌아봤다. 표정이 굳어 있었다. 놀란 것인지 들킨 것인지, 그 경계가 불분명했다. 봉투를 쥔 손이 미세하게 당겨졌다.

"부장님. 저, 늦게까지 남아서 정리하다가……."

"봉투."

이겸은 박시우의 말을 자르지 않았다. 그냥 시선만 봉투 쪽으로 내렸다. 박시우가 봉투를 등 뒤로 숨기려다 멈췄다. 이미 늦었다는 걸 알았을 것이다. 복도는 조용했다. 절전 모드 형광등이 낮게 윙윙거렸다.

"서류 좀 전달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누구한테."

박시우가 대답하지 않았다. 이겸은 재촉하지 않았다. 이 복도에 두 사람뿐이었고, 침묵은 이겸 쪽이 더 오래 버틸 수 있었다. 박시우의 시선이 회의실 문 쪽으로 한 번 흘렀다가 돌아왔다.

"전략실 쪽이요."

목소리가 낮아졌다. 박시우가 말하고 나서 자기 말에 스스로 놀란 것 같았다. 이겸은 박시우의 얼굴을 똑바로 봤다. 두려워하고 있었다. 이겸을 두려워하는 것인지, 전략실을 두려워하는 것인지, 아니면 자기가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다는 사실 자체를 두려워하는 것인지, 그 구분이 아직 박시우 안에서도 정리가 안 된 것 같았다. 스물셋이나 스물넷쯤 됐을 것이다. 이겸이 처음 이 회사에 들어왔을 때와 비슷한 나이였다.

"됐다."

이겸이 말했다. 박시우가 눈을 깜박였다.

"봉투는 내일 아침에 처리해. 오늘 밤에 전달할 거 없다."

"그게……."

"빨리 하라고 했지?"

박시우가 입을 다물었다. 이겸은 더 캐묻지 않았다. 지금 이 자리에서 봉투를 빼앗거나 내용을 확인하면, 박시우는 다음 날 아침 전략실 쪽에 이겸이 막았다는 것을 보고할 것이다. 직접이 아니라 간접으로. 아마 두려움 때문에. 그렇게 되면 이겸이 이 채널의 존재를 알고 있다는 사실이 먼저 노출된다. 이겸은 그것을 원하지 않았다. 노출은 이겸이 고르는 순간에 해야 했다.

"퇴근해."

이겸이 먼저 복도를 걸었다. 등 뒤에서 박시우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봉투를 들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가는지, 회의실 안으로 들어가는지, 이겸은 돌아보지 않았다. 돌아보면 압력이 된다. 압력은 지금 이겸이 줄 수 있는 카드가 아니었다.

사무실로 돌아와 이겸은 의자에 앉지 않고 창가에 섰다. 열 시 이십 분이었다. 아래 주차장에 불빛이 두어 개 남아 있었다. 이겸은 그 빛을 보면서 박시우의 얼굴을 다시 떠올렸다. 신입이었다. 입사한 지 반 년도 안 됐을 것이다. 전략실 쪽에서 심부름을 시키는 데 드는 비용이 얼마인지, 그것이 신입 사원 한 명의 두려운 표정으로 충당된다는 것이 이겸의 위장을 조용히 뒤집었다. 막지 않은 것이 옳은 선택이었는지, 이겸은 아직 확신하지 못했다. 확신은 내일 아침 이후에나 생기는 것이었다.

비리는 윗선의 언어로만 쓰이지 않는다. 그것은 가장 낮은 자리에서 심부름이라는 이름으로 걸어 다닌다. 이겸이 그걸 처음 알았던 건 예전 생 마지막 밤이었다. 장부를 손에 쥐고 쓰러지던 그 순간, 이겸은 자기에게 봉투를 건넨 사람이 누구였는지 생각했다. 그것도 신입이었다. 이름도 몰랐다. 그 이름을 끝내 알지 못한 채 죽었다.

이겸은 책상으로 돌아와 수첩을 열었다. 박시우. 전략실 접선. 봉투 수신처 공란. 야간. 라고 적었다. 그리고 줄을 그었다. 줄 아래에 한 글자 더 썼다.

'누구.'

봉투의 진짜 수신처가 누구인지, 전략실 안에서 박시우에게 심부름을 시킨 사람이 장승민인지 다른 누구인지, 그리고 이 채널이 C07 파일 반응과 연결된 같은 라인인지, 이겸은 아직 아무것도 확정할 수 없었다. 다만 오늘 밤 이후로 박시우라는 이름이 이겸의 지도 위에 올라왔다. 그 무게가 어느 쪽으로 기울지, 그것은 내일 이후의 일이었다. 이겸은 수첩을 덮고 형광등이 깜박이는 쪽을 한 번 올려다봤다. 깜박임은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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