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간은 생각보다 가벼웠다.
남궁세가의 담장을 등지고 걷는 동안 담소하는 그것을 품 안에 꼭 눌렀다. 가벼운데 무거웠다. 사부의 목소리가 없어서 가벼웠고, 사부가 남긴 것이 전부 담겨 있어서 무거웠다. 노경천은 두 걸음 뒤에서 걸었다. 두 사람 사이에는 말이 없었다. 남궁세가 후원에서 나올 때 문지기가 허리를 굽혔고, 담소하는 그 인사를 받는 법을 몰라 그냥 지나쳤다. 노경천이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들이 아직 어색했다.
성 밖으로 이어지는 관도에서 담소하는 걸음을 멈췄다. 길 옆 느티나무 아래에 오래된 돌 그루터기 하나가 있었다. 짐 수레가 몇 번 지나간 자리인지 흙이 단단하게 굳어 있었다. 그는 거기 앉아 죽간을 꺼냈다. 노경천이 곁에 서는 것을 느꼈지만 고개를 들지 않았다. 죽간의 마지막 묶음—남궁현이 보여주기 전에 이미 담소하가 손에 쥔 것—의 끈을 풀었다. 손가락이 잠깐 멈칫했다. 끈이 낡아서가 아니었다.
글자는 작고 촘촘했다. 혈야맹 문적의 필체와는 다른, 굵고 단호한 손글씨였다. 사부의 것이었다. 담소하는 첫 줄부터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혈야맹을 떠난 해, 떠난 이유, 그리고—이름 하나. 위무강이 데리고 나온 것은 비급뿐이 아니었다. 이름은 세 글자였다. 담소하는 그 이름을 두 번 읽었다. 그래도 이해가 되지 않아서 세 번 읽었다. 세 번째에도 이해는 되지 않았다. 다만 사실이라는 것은 알았다.
"형."
담소하는 고개를 들지 않은 채 말했다.
"알고 있었습니까."
노경천은 잠깐 조용했다. 그 조용함의 길이가 전부였다. 대답이 오기 전에 이미 대답이 거기 있었다.
"소하야."
"알고 있었군요."
담소하는 죽간을 접었다. 접는 손이 흔들리지 않는 것을 스스로 이상하게 여겼다. 분노가 없는 것이 아니었다. 다만 분노가 예상한 방향으로 오지 않았다. 사부가 데리고 나온 그 이름이—그것이 형에게 알려져 있었다는 사실이—무겁기보다 쓸쓸했다. 원망보다 쓸쓸함이 먼저 왔다.
"이것도 사부님이 형에게만 맡긴 거였습니까."
노경천이 그루터기 옆에 천천히 앉았다. 그는 담소하의 얼굴을 보려 했지만 담소하는 길 쪽을 보고 있었다.
"사부님은 그 이름을 강호에 드러내지 말라고 하셨어. 그 사람이 살아 있는 한."
잠시 멈췄다.
"살아 있는지는 나도 몰랐다."
"지금은요?"
"모른다."
이번에는 대답이 빨랐다. 그래서 오히려 진짜처럼 들렸다.
담소하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느티나무 잎이 흔들렸다. 관도에는 짐 수레 하나가 천천히 지나갔다. 수레꾼이 졸면서 고삐를 잡고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지나가는 수레를 보면서 담소하는 생각했다. 사부가 그 이름을 강호에 드러내지 말라고 했다면, 드러내지 않는 것이 의협인가. 아니면 드러내야 하는 진실이 있을 때 침묵을 택하는 것이 겁인가. 그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죽간을 다시 품에 넣었다. 결론은 나중에 내도 됐다. 지금 당장 내야 하는 것은 다른 것이었다.
운교객잔으로 돌아오는 길은 이틀이 걸렸다. 첫날 밤은 주막 처마 밑에서 잤다. 노경천이 술 한 잔을 시켰고, 담소하는 물을 마셨다. 노경천이 두 번 말을 걸었고, 담소하는 두 번 짧게 대답했다. 억지로 멀어진 것이 아니었다. 다만 지금 이 침묵이 두 사람 모두에게 필요한 것 같았다. 형은 형대로, 자신은 자신대로. 이튿날 아침, 주막 마당에서 담소하가 혼자 기지개를 켜는데 노경천이 옆에 와서 섰다. 아무 말 없이 같은 방향을 봤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객잔 마당에 들어서는 순간 묘련이 툇마루에서 고개를 들었다. 약초 다발을 손에 쥔 채였다. 담소하와 눈이 마주쳤고, 묘련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두 사람 사이에 무언가 달라진 것을 묘련은 한 눈에 알아봤을 것이다. 그러나 캐묻지 않는 것이 묘련의 방식이었다. 노경천이 먼저 안으로 들어가고, 마당에 담소하 혼자 남았다. 마당 구석 항아리 옆에 예전에 연습하던 검초식의 자국이 남아 있었다. 3년 전, 처음 이 객잔에 숨어들었을 때 밤마다 혼자 반복하던 초식들. 당시에는 그것이 살기 위한 몸부림인지, 잊지 않으려는 고집인지 구분하지 못했다. 지금은 알았다. 둘 다였다.
"밥은 먹었어?"
묘련이 툇마루 끝에서 물었다. 약초 다발을 내려놓으며, 담소하 쪽을 보지 않고.
"...아직입니다."
"들어와."
그게 전부였다.
담소하는 부엌 쪽 작은 방에 짐을 내려놓고 손을 씻었다. 오래된 나무 대야에 물을 받는 동안 손등에 묻은 흙이 천천히 풀렸다. 남궁세가 후원의 흙인지, 관도의 흙인지 구분이 안 됐다. 묘련이 밥상을 들고 왔다. 나물 두 가지에 된장찌개 하나. 소박했고 따뜻했다. 담소하는 앉아서 숟가락을 들었다. 한 숟가락 뜨는 순간 뭔가 목구멍에 걸리는 것 같았지만 억지로 삼켰다. 묘련은 맞은편에 앉아 자기 밥을 먹었다.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밥을 반쯤 먹었을 때 담소하는 말했다.
"마당에서 검 좀 써도 됩니까."
묘련은 된장찌개를 한 숟가락 뜨면서 대답했다.
"손님 없을 때만. 그리고 항아리 깨지 마."
"...알겠습니다."
그날 밤, 담소하는 마당에 섰다. 달이 기울어 있었다. 잔월(殘月)—이지러진 달. 사부가 이름 붙인 것이 왜 이것이었는지, 담소하는 처음으로 온전히 이해했다. 완전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 아니었다. 이지러진 채로도 빛을 내기 때문이었다. 검을 뽑았다. 쇳소리가 짧게 났다. 마당 공기가 서늘했고, 발밑 흙은 낮 동안 햇볕을 머금어 아직 조금 따뜻했다.
잔월십삼식—첫 식부터 열두 번째 식까지는 이미 몸에 새겨져 있었다. 사부가 등에 새긴 검결이 열두 식의 뼈대였고, 담소하가 3년 동안 밤마다 반복한 것이 그것을 살로 만들었다. 열세 번째 식만이 비어 있었다. 비급에도 없었다. 노경천도 몰랐다. 남궁현이 찾으려 했던 것도 결국 그 하나였다. 담소하는 멈추지 않았다. 열두 번째 식이 끝나는 순간, 검을 거두지 않고 그대로 이었다. 몸이 기억하는 것이 아니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이 마당에서, 사부도 형도 남궁현도 아닌 자신이 결정하는 검이었다. 짧고 낮게, 호흡을 끊지 않고—마치 말을 하듯이, 끝을 말하듯이.
검이 멈췄다. 마당이 조용했다. 담소하는 숨을 내쉬었다. 잘된 건지 잘못된 건지 알 수 없었다. 다만 비어 있던 자리에 무언가 들어선 것은 분명했다. 그것이 잔월십삼식인지, 아니면 다른 이름이 필요한 무언가인지는—나중에 생각하기로 했다.
툇마루 쪽에서 소리가 났다. 묘련이 거기 서 있었다. 언제부터 봤는지 알 수 없었다. 두 사람은 잠깐 서로를 봤다. 묘련이 먼저 말했다.
"...이름 지을 거야?"
담소하는 잠깐 생각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가볍게, 아주 조금, 웃었다.
"아직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검을 거두며 덧붙였다.
"청문의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묘련은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그냥 돌아서서 부엌 쪽으로 걸어갔다. 문 앞에서 한마디 더 했다.
"야밤에 검 쓰면 배고프잖아. 숭늉 있어."
담소하는 그 뒷모습을 잠깐 봤다. 그리고 마당에 남아 한 번 더 하늘을 올려다봤다. 달은 여전히 기울어져 있었다. 이지러진 채로 빛나고 있었다. 그걸로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