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인 홈 목록 ☰
[S2-12화]

검을 세우는 자리

작성: 2026.05.08 11:33 조회수: 4
창작물 안내
[AI 생성물] 본 소설의 내용과 표지는 인공지능(AI) 모델을 통해 기획 및 작성된 허구의 창작물입니다.
본 작품은 허구의 무협 세계를 배경으로 한 창작물입니다. 작중 묘사되는 폭력, 복수, 무공 등은 장르적 장치이며 현실의 행위를 권장하지 않습니다.

백무결이 나타난 것은 정오가 지나서였다.

운주성 대청 앞마당에 모인 강호인들이 막금산의 증언과 윤세하의 고백, 담소령의 약첩을 두고 한참 술렁이고 있을 때, 무림맹 청사 쪽문이 열렸다. 그가 걸어 들어오는 방식은 조용했다. 수행원 둘만 데리고, 목소리를 높이지도 않았다. 그러나 마당의 소란이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길을 비켰다. 서진해는 그 장면을 보면서, 이것이 무공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이것은 오래된 무게였다. 강호가 수십 년에 걸쳐 그 한 사람에게 쌓아 올린 신뢰의 무게.

"좋은 자리를 마련했군요."

백무결은 단 앞에 서지 않았다. 마당 한가운데에 멈춰 서서 천천히 사방을 둘러보았다. 시선이 막금산을 스치고, 담소령을 지나고, 윤세하에게 잠깐 머물렀다가, 마지막으로 서진해에게 닿았다. 그는 웃었다. 그 웃음이 무엇인지 서진해는 판단하지 않았다. 그냥 받았다.

"청문파 잔당이 거짓 문서를 들고 회맹에 난입한 것은 강호의 법도를 어지럽히는 일입니다. 물론 억울한 사정이 있다면 맹에 정식으로 호소하는 것이 순서이지요. 그런데 이렇게 공개 자리를 만들어 사람들을 모아 두는 것은……."

"문서가 거짓인지 아닌지는 어제 감별이 끝났습니다."

서진해가 말했다. 짧았다. 백무결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그 문장의 끝 바로 뒤에 붙였다. 마당이 다시 조용해졌다. 이번에는 다른 종류의 조용함이었다.

백무결은 눈을 가늘게 뜨지도 않았다. 여전히 같은 온도였다.

"감별사의 소견은 소견이고, 인장의 진위와 사건의 진상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청문파 멸문은 무림맹의 정식 심의를 거친 결정이었고, 그것을 뒤집으려면 증거가 아니라 강호의 합의가 필요합니다. 강호를 위해서입니다. 한 명의 소년이 들고 온 낡은 장부 한 권으로 강호의 질서를 흔들 수는 없어요."

그 말은 틀리지 않았다. 서진해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 무거웠다. 진실이 있다고 해서 세상이 바뀌지는 않는다. 강호는 늘 그런 곳이었다. 사부도 그걸 알았을 것이다. 그래도 사부는 잔화심결을 태우지 않았다. 살아라, 가 아니라 녹담을 용서해라, 고 말했다. 서진해는 그 마지막 말을 오 년 동안 이해하지 못했다. 지금은 조금 알 것 같았다. 용서는 잊는 것이 아니었다. 용서는 그 이름을 강호 앞에 제대로 세우는 것이었다.

서진해는 단 위로 올라갔다.

검은 허리에 그대로 있었다. 뽑지 않았다. 단 위에 서서 마당 전체를 한 번 바라보았다. 무림맹 사람들, 각 문파에서 올라온 장로들, 처마 아래 서 있는 이름 모를 강호인들. 그리고 담소령, 막금산, 윤세하. 세 사람이 자신을 보고 있었다.

"청문파 제오대 장문인 녹담자 사부는 잔화심결을 훔친 죄로 멸문을 당했습니다. 그러나 잔화심결은 처음부터 무림맹이 봉인한 금서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무림맹의 명으로 수집된 비급이었고, 사부는 그 임무를 수행한 사람이었습니다. 장부 속 인장은 그 거래가 맹 내부에서 지시되고 기록되었다는 증거입니다. 그리고 그 인장의 소유자가 누구인지, 이 자리에 있는 감별사 어른이 어제 확인해 주셨습니다."

서진해는 멈추지 않았다.

"저는 복수하러 온 것이 아닙니다. 사부의 이름을 돌려받으러 왔습니다. 청문파 사람들이 왜 죽었는지, 그 이유가 강호 어딘가에 기록으로 남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강호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하셨습니다. 맞습니다. 그래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이 자리가 강호입니다."

백무결은 대답하지 않았다. 처음으로 그의 표정이 아주 조금, 단단해졌다. 마당에서 누군가 낮게 중얼거렸다. 그것이 번졌다. 말이 아니라 소리로. 강호인들이 서로를 보았다. 무림맹 청사 쪽으로 시선이 모였다가, 단 위의 서진해에게로 다시 돌아왔다. 그 흐름은 느렸지만 멈추지 않았다.

결말은 그날 안에 나지 않았다. 무림맹은 조사 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발표했고, 백무결은 스스로 위원회의 심의를 받겠다고 했다. 그것이 계산인지 포위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그의 이름이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그 인장과 연결되었고, 강호는 그것을 들었다. 강호의 기억은 길다. 서진해는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삭풍객잔으로 돌아온 것은 해가 기울 무렵이었다.

막금산이 먼저 부뚜막에 불을 붙였다. 담소령은 짐을 내려놓자마자 막금산의 손을 잡아 맥을 짚었다. 막금산이 손을 빼려 했고, 담소령이 더 세게 잡았다.

"놔요, 이놈아."

"내가 이놈이에요? 내가요?"

"나이로 따지면 네 할아비뻘이야."

"그러면 할아버지 말을 잘 들었어야죠. 아까 단 위에서 떨면서 버티면 어떡해요. 담이 도진 사람이."

"안 떨었어."

"떨었거든요. 나는 봤거든요."

막금산은 대꾸하지 않았다. 그러나 손을 빼지도 않았다. 담소령이 말없이 맥을 끝까지 짚고, 천천히 손을 놓았다. 그 눈빛이 잠깐 어두워졌다가 다시 평평해지는 것을 서진해는 보았다. 아직 말해지지 않은 것이 있었다. 서진해는 묻지 않았다. 지금은 아닌 것 같았다.

밥상은 소박했다. 된장찌개에 나물 두 가지, 묵은 김치. 윤세하는 밥그릇을 받아 들고 한참 내려다보다가 한 숟가락을 떴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서진해도 하지 않았다. 담소령이 젓가락으로 나물을 뒤적이다가 한마디 했다.

"맛없다."

막금산이 픽 웃었다. 서진해도 웃었다. 윤세하가 고개를 들어 그 웃음을 보았다. 그의 눈에 무언가가 지나갔다가 사라졌다. 서진해는 그것을 모른 척하지 않았다. 그냥 두었다. 사형이 앞으로 무엇을 선택할지, 그 선택이 진심의 끝인지 아직 확인된 것은 없었다. 그러나 지금 이 밥상에 함께 앉아 있다는 것은, 하나의 사실이었다.

밥을 다 먹고 서진해는 마당으로 나왔다. 하늘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처마 끝에서 저녁바람이 왔다. 그는 허리의 검 손잡이를 한 번 쥐었다가 놓았다. 뽑지 않았다. 오늘도 뽑지 않았다. 그것이 맞는 것인지 아닌지는 모른다. 다만 사부가 말한 검이 사람을 베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사람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면, 오늘 그는 검을 제대로 든 것일 수도 있었다.

강호는 여전히 넓었다. 백무결의 이름이 공개된 자리는 시작일 뿐이었다. 조사 위원회가 어떻게 움직일지, 학영회의 나머지 가닥이 어디로 이어질지, 윤세하가 앞으로 어느 길을 걸을지. 풀리지 않은 것들이 아직 많았다. 그러나 서진해는 더 이상 그 무게를 혼자 짊어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마당 안쪽에서 담소령이 막금산에게 뭐라고 잔소리를 늘어놓는 소리가 들렸다. 부뚜막 연기 냄새가 났다. 서진해는 그 냄새를 맡으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청문파의 불은 오래전에 꺼졌다. 그러나 꺼진 불 속에서도 잔불은 남는다. 그것이 무엇을 데울 수 있는지는, 이제부터 자신이 보여줄 일이었다.

☰ 전체 회차 목록 보기